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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퓨어 아날로그' 올닉, 케이블의 존재를 묻다 - 올닉(Allnic) ZL-3000
코난 작성일 : 2015. 07. 07 (15:26) | 조회 : 3587

 

 


지난 6월 27일 토요일, 가양동에 위치한 모 회사 물류센터에서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젊은 학생에서부터 시작해 백발의 노인들까지 남녀노소가 그 앞에 줄을 잇고 있었다. 그 날은 이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서울 레코드 페어'가 열리는 날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락, 포크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첨탑처럼 높은 천정 아래 수많은 LP 레이블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CD 판매 부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LP 가 중심에 서있었다. 2014년 이례 무려 5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LP 수요가 증가했다는 리서치 결과는 국내에서도 유효했다. 물론 엄청난 수적 증가는 아니지만 LP 사운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늘어난 건 사실이다.

얼마 전 올닉 오디오의 직영 매장인 오디오 멘토스에 들렀을 때 그 곳은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품절된 리이슈 LP 와 재즈, 락, 클래식을 불문하고 빼곡히 LP 랙을 채우고 있는 음반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여러 리스닝 룸에 설치된 오디오는 진공관, 풀레인지, 백로드혼, 턴테이블 등 모두 아날로그 시대의 부활을 보는 듯했다. 디지털 증폭과 스트리밍 네트워크,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행 등 현재 디지털 트렌드와는 가는 길이 정반대에 놓여 있는 풍경이다.

 

 

 


올닉오디오는 그 네이밍 'All Nickel Transformer Audio' 에서부터 알 수 있듯 니켈 퍼멀로이(Permalloy)를 사용한 트랜스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G. E. Elmen 이 발견한 퍼멀로이 합금을 20세기에 다시 새롭게 부활시켜 올닉 사운드의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금속 소재를 다 마다하고 니켈 합금을 사용했을까 생각해보면 역시 순수 아날로그 신호의 구현을 위해서다. 높은 제작비용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합금 제작 노하우가 필요한 이 고단한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결국 탁월한 성능으로 이어졌다. 국내 메이커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올닉이 먼저 그 성능을 인정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켈 합금 트랜스, 3극 진공관의 독보적인 활용법 등 올닉의 정체성은 아날로그 장비들에서 더욱 빛난다. 포노앰프는 여전히 올닉의 수많은 모델 라인업 중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인정받으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올닉이 제작한 Puritas 등 카트리지는 해외 유수의 카트리지를 제치고 유럽, 미국에서 최고의 평가를 얻어냈다. 물론 최근 디지털 트렌드를 의식해 DAC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올닉의 모든 제품 라인업을 꿰뚫고 있는 철학은 '퓨어 아날로그'라고 단언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메종 드 올닉'을 열며 동시에 출시한 새로운 라인업은 앰프도 DAC 도 아닌 케이블이다. 과연 퓨어 아날로그 설계 철학을 가진 올닉오디오가 출시한 케이블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무선 전송, 액티브 설계 등으로 그 트렌드가 바쁘게 흘러가는 와중에서도 하이엔드 분야에서 케이블은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음질적 재료이기 때문이다.

올닉이 출시한 두 개의 케이블, 즉 ZL-3000과 ZL-5000 중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은 ZL-3000 스피커 케이블이다. 겉모습은 아주 심플하며 가벼운 무게에 깔끔한 단자 처리 등이 눈에 들어온다. 단자를 양 쪽 모두 말굽단자로 딱 보아도 로듐 도금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진동 제어를 위한 스플리터가 장착되어 있는 등 최근 하이파이 케이블의 일반적인 만듦새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독특한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단자 부분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직결을 선호하는 오디오파일이 많지만 제대로 단자를 처리할 경우 당연히 단자로 터미네이션한 경우가 전기적으로 그리고 내구성 면에서도 훨씬 더 장점이 많다. 물론 단자로 처리할 경우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단자를 선재와 납땜하는 경우. 이 경우엔 저항 수치가 급격히 높아져 전기적인 손실이 많아진다. 그래서 많은 제조사들이 단자를 선재에 압착시켜 무 납땜 방식으로 케이블을 제작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터미네이션이 헐거워지거나 또는 케이블이 부식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올닉이 고안한 방법은 단자와 케이블 도체를 고온에서 완전히 용접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단자와 케이블 터미네이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접촉저항을 거의 완벽히 제거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온에서 케이블과 단자가 불규칙적으로 녹아버릴 수 있다. 사실, 어쨌든 올닉은 자체적인 기술로 고온 용접에 성공, ZL 시리즈에 적용했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은 단자의 디자인이다. 대충 보면 일반적인 말굽단자의 형태지만 자세히 보면 말굽이 안쪽으로 한 번 더 굽혀져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케이블에서 상당히 중요한 결속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말굽단자, 바나나 단자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 중 말굽단자를 선호한다. 이는 전기적 신호 전송에 있어서 접촉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ZL-3000은 여기에서 한 술 더 떠 말굽단자를 한 번 더 구부러뜨리고 탄성을 가지게끔 단자를 제작했다. 이렇게 되면 바인딩 포스트를 조일 경우 탄성이 커져 굉장히 높은 결속력을 갖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느슨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접속력을 극단적으로 높여준다. 티타늄 구리 소재의 말굽단자는 로듐 도금했으며 극저온 처리까지 해 신호 전송에 있어 굉장히 높은 효율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자성과 전자파 차단을 위해 이중 쉴드 구조를 구현했으며 공진 제거에 뛰어난 절연재료를 사용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세심하게 설계된 케이블이다. 마지막으로 진동 흡수를 위해 스플리터를 단 것 또한 칭찬할 만하다. 케이블 도체의 경우 아직 밝히진 않았으나 철저히 가장 완벽한 밸런스와 음악적 표현력이 우수한 도체를 오랫동안 철저히 귀로 테스트한 후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ZL-3000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컨셉은 접촉 저항의 최소화 그리고 접촉 면적과 접속력의 극대화 그리고 진동와 전기적 간섭의 최소화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설계가 어떤 방식으로 음질에 반영될지 궁금했다. 테스트에는 KUDOS 의 Super10 스피커 그리고 네임오디오 XS-2 인티앰프가 사용되었으며 BMC pure DAC 외 VPI 턴테이블 등이 사용되었다.

솔직히 스피커케이블은 물론 파워케이블, 인터케이블은 시간차를 두고 상당히 많은 소리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처음 연결하자마자 느꼈던 첫인상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혀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해상력, 디테일, 저역 확장, 밀도감 등 객관적인 성능 지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좋아질 수 있지만 근본적인 성향 자체가 바뀌진 않는다.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ley(24bit/88.2kHz, Flac)를 들어보자. 테스트 용도로 너무 많이 들어서 사실 음악 자체로서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서는 음질 적으로도 그 변화에 둔감해진 곡이다. 하지만 올닉 ZL-3000 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 변화가 성능의 향상인지 아니면 단순히 변화인지 묻는다면 변화이면서 동시에 향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체급을 나누자면 일단 중급은 넘어선다. 첫 느낌은 밸런스가 차분하고 정돈되는 기분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여러 케이블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편안하다. 부드럽고 담백한 중역대역은 마치 밀가루 반죽의 곱도 촉촉한 입자가 느껴지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대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블의 경우 사실은 자극적인 케이블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저역이 지나치게 부풀어 올라 왜곡된 경우 어떤 사람은 박력 있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저역의 양이 부풀어 오른 소리는 결코 개인의 취향에 부합할진 몰라도 객관적으로 좋은 소리라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저역 정보가 날아가 둔탁하고 시야가 흐릿한 것을 두고 저역이 단단해서 좋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영상에서 블랙 해상도가 심하게 떨어져 어두운 장면에서 사람과 사물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결코 뛰어난 소리가 아니며 축약되고 닫힌 소리다.

 




ZL-3000 의 경우 생략되거나 과장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특별한 착색이나 왜곡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 올닉 앰프나 소스기기 등의 경우 니켈 퍼멀로이 트랜스의 독특한 음색이 지배적이다. 어떤 트랜스로도 대치할 수 없는 소리가 깊게 새겨져 있다. 하지만 케이블은 달랐다. 트론하임 솔리스텐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24bit/192kHz, Flac)에서 들을 수 있는 현의 색감은 원음 고유의 정확한 표현이다. 우선 탁월한 정보량을 기반으로 입자 하나하나가 세밀하다. 다이내믹스 표현도 어떤 특정 구간이나 혹은 늬앙스 표현에서 입맛을 가리지 않는다. 상당히 내추럴하며 동시에 뉴트럴한 소리다. 현대 하이엔드가 지향하는 중립과 코히어런스 표현과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한 바흐 웰템퍼드 클라비에(16bit/44.1kHz)를 들어보면 뛰어난 밸런스 감각과 넘치지도 적지도 않은 하모닉스가 펼쳐진다. 피아노 녹음으로 알 수 있는 음원의 단서들은 상당히 많다. 아니 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포넌트는 물론 작은 악세사리, 케이블의 단점들을 적나라하게 포착해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악기가 피아노다. ZL-3000이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은 소리의 왜곡을 줄이는 일이다. 앰프에서 출력한 신호 그대로를 스피커에 전달하는, 케이블의 첫 번째 역할에 충실하다. 고역에 그레인이 없고 탁 트여 있다. 하모닉스가 뛰어나 피아노 울림에 따른 잔향이 아주 섬세하게 펼쳐진다. 깨끗하고 선명하고 디테일이 뛰어난 소리로 어떤 오염도 발견되지 않는 청정수 같은 느낌이다.

 



 


올닉 ZL-3000이 오디오파일에게 알려주고 있는 중요한 명제는 케이블의 존재란 시스템 안에서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케이블로 인해 소리가 너무 크게 바뀔 경우 시스템 또는 케이블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스피커 케이블의 순수 목적은 앰프의 신호를 그대로 스피커에 손실이나 왜곡 없이 보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케이블의 경우 대부분 하이엔드로 상당히 많은 지출을 요구한다. 접점저항의 최소화 접속력의 극대화 그리고 접촉 면적의 최대 확장 등을 통해 올닉이 만들어낸 스피커케이블은 마치 단심선 같은 소릴 내준다. 결이 깨끗하고 다이내믹스 축소가 없으며 핵이 깊고 뚜렷하다. 하지만 특정 지표를 확대, 재생산하지 않으며 중립적인 견지를 견고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훌륭한 오디오는 스스로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진 듯한 느낌을 주는 오디오다. 볼륨을 더 키우고 싶고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싶어진다. 반대로 볼륨을 줄이고 싶고 음악을 들을수록 피곤해진다면 그것은 좋지 않는 오디오다. 올닉 ZL-3000을 며칠간 들어보면서 어느새 나는 케이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올닉이 추구하는 퓨어 아날로그 사운드는 ZL-3000에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었다.

 




ZL-3000 Specification

도체
                         무산소동(OFC)

유전체                     실리콘 고무+PVC 3중 피복
피복                         크리스탈 클리어 PVC+순동
전체                         직경 12mm
길이                         2.5m(표준), 3m, 커스텀 메이드
스플리터                  블랙 두랄루민(with 4개 실리콘 링)
미네이션               특허받은 고탄성 스페이드
수입원                      오디오멘토스 (http://www.audiomentors.co.kr)
판매처                      메종 드 올닉 (http://allnicshop.co.kr)
가격                          250만원(2.5미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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