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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진공관 제왕의 50년 숨결이 담긴 사자후 - Audio Research Reference 160s 파워앰프
Fullrange 작성일 : 2020. 05. 08 (15:25) | 조회 : 686

FULLRANGE REVIEW

진공관 제왕의 50년 숨결이 담긴 사자후

Audio Research Reference 160s 파워앰프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90년대 초반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필자의 차에는 낯선 앰프 하나가 실려 있었다. 아니, 실려 있다기보다는 뒷좌석에 모셔오는 중이었다. 하이브리드가 아닌 순수 진공관 파워앰프로는 처음 써보는 제품이었으며, 진공관 보호커버가 있긴 했지만 전면 패널과 서로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독특한 디자인 감각 또한 그 제품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오디오 리서치 클래식 60은 그 날 이후 약 1년 가까이 필자의 시청실 한복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앰프가 움직이게 되자 필자의 시스템에는 일대 혼란이 왔다. 이 앰프를 대신할 제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팔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필자의 방에는 몇 차례 오디오 리서치의 앰프들이 들락거렸지만, 클래식 60의 자리를 메워줄 만한 존재감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가장 근접했던 앰프가 VT100 정도였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필자가 클래식 60을 사용할 무렵 오디오 리서치는 제품군을 다변화했으며 그로부터 필자가 들었던 오디오 리서치 사운드는 레퍼런스 시리즈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상향 편입되었다. 오디오 리서치의 히스토리에도 변화가 생겨났으며 몇 가지 전기를 맞이하며 레퍼런스 시리즈는 다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Audio Research Reference 75

초기 레퍼런스 시리즈들은 규모가 큰 대형기들로 편성되어서 마주칠 기회가 드물어졌었으며 그 이후 한동안 오디오 리서치는 필자의 눈에 뜨이지 않았으나 2010년을 지나면서 KT150을 새롭게 출력관으로 편성하면서 일대 변화가 생겨났다. 그 시작이 레퍼런스 75였으며 오디오 리서치는 다시 필자의 눈에 뜨이기 시작하는 일련의 제품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빌 존슨 스타일

오디오 리서치에게 올해는 기념할 일이 몇 가지 생겨나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으며, 레퍼런스 시리즈는 25주년이 되었다. KT88로 일세를 풍미했던 매킨토시가 뉴욕에 있었다면, 미 중북부 한복판 플리머스(Plymouth)에서 오디오 리서치는 6550으로 클래스 A 앰프를 꽃피웠다. 지금까지의 오디오 리서치 사운드는 빌 존슨에게서 나왔다. 매킨토시에 고든 가우(Gordon Gow)가 있었다면, 오디오 리서치에는 설립자이자 일생을 앰프 제작에 매진한 윌리엄 제인 빌 존슨(William Z. Bill Johnson)이 있었다. 한 번도 그를 마주친 적 없지만 트랜지스터 앰프의 시대가 시작되던 1970년에 진공관 앰프 전문회사를 설립한 그의 마인드에서 짐작되는 게 많다. 그가 오디오 리서치의 첫 제품을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관계자가 다가오더니 ‘당신은 오디오 산업을 20년이나 후퇴시켰어요!’라고 화를 내며 말했다고 한다.

  ▲ 오디오리서치의 창립자,
빌 존슨 (William Jane Johnson)

▲ Audio Researhc Reference 160S에 탑재된 KT150 진공관

빌 존슨이 오디오 리서치를 출범시킨 해를 사실상 하이엔드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마크 레빈슨과 넬슨 패스가 솔리드 스테이트 하이엔드를 세상에 알리기 직전에 이미 빌 존슨은 진공관으로 하이엔드 오디오의 시대를 개막했다. 현재의 오디오 리서치를 보면 그건 그 시절 빌 존슨의 단순한 애착과 고집이라기보다는 진공관의 르네상스를 예견한 뛰어난 감각이 합세한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진공관앰프를 제작해 왔고 오디오 리서치 이전에 이미 자신의 회시를 설립했던 그에게 있어서 사운드 품질의 핵심은 스피커가 아니라 투명한 앰프에 있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진공관에 일관해 온 그는 과감했다. 약간의 THD를 허용하더라도 다이나믹스를 해치지 않도록 했다. 다수의 앰프들이 그 사소한 데 불과한 수치를 높게 하려고 정작 시청시의 다이나믹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게 오늘날 오디오 리서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라성 사이에서 밝기를 더해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빌 존슨은 2011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오디오 리서치에는 변화가 생겼는데 빌 존슨이 아쉬워하지 않을 바람직한 변화들로 보인다. 이미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에 하이엔드 오디오 그룹인 화인사운드(Fine Sounds SpA)에 흡수되었는데 매킨토시, 소너스 파베르, 와디아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이 회사는 그로부터 얼마 후 ‘매킨토시 그룹’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오디오 리서치와 매킨토시가 한 그룹사의 패밀리 브랜드가 된 것은 두 회사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시너지가 되고 있어 보인다. 그 이후 6550을 대신해서 KT150이 오디오 리서치의 새로운 출력관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으며 오디오 리서치의 오리지널리티를 훌륭히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레퍼런스 파워앰프 160S

▲ Audio Research Reference 160S

현재의 오디오 리서치 라인업을 보면 레퍼런스 시리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레퍼런스가 다수를 차지하는 라인업은 자칫 레퍼런스의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레퍼런스 시리즈 내에 상하 제품들이 존재한다. 160S는 몇 년 전 발표한 모노블럭 레퍼런스 160M 파워앰프를 한 개의 바디로 통합시킨 제품이다. 이전에 파워앰프 160M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이지만, 성능을 평가하기에 앞서 역대 최고 수준의 오디오 리서치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면 패널을 투명한 글래스 윈도우로 안이 들여다보이게 디자인하고 레벨미터가 그 위로 떠오르는 소위 ‘고스트미터’를 배치했다. 마치 자동차의 OHD와 같은 본 디자인은 160M 사용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밤중에 실내조명을 꺼놓은 상태에서 최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테스트하는 동안 밝은 곳에서 잠시 쳐다보고 있어도 그러하다. 양쪽 채널 미터가 동시에 움직이니 모노블럭과 달리 다소 혼잡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앰프를 보는 재미로는 최고수준이다. 물론 이게 정 싫은 사용자라면 레벨미터를 밝기를 조절하거나 아예 꺼놓을 수도 있다. 투명 윈도우 아래 쪽에 있는 4개의 버튼으로 전원 온/오프, 레벨미터 점등/소등, 튜브 모니터, 그리고 UL(Ultra Linear)모드에서 3극관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중앙 버튼의 좌우측에는 각 4개씩의 출력관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는 그린 램프가 점등되어 있어 이상이 생기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 제품은 오디오 리서치 제품 최초로 UL접속과 삼극접속을 버튼으로 간단히 스위칭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전 제품에서도 전환을 할 수는 있었지만, 제품을 열고 내부에서 레버를 돌리는 방식이라서 굳이 손을 대지 말라는 의미였으나 본 제품에서부터는 3극접속이 필요한 스피커의 경우에 편리하게 혹은 흥미삼아 전환을 해볼 수 있어 좋다.

본 제품은 풀밸런스 입출력 회로 구성으로 클래스 AB 증폭을 한다. 제품의 핵이 되는 출력관 KT150을 좌우 각각 4개씩 사용해서 UL모드 기준으로 140와트(트라이오드 기준 70와트)의 출력을 낸다. 게인단에는 6H30을 좌우 각 2개씩 사용하고 있다. KT150은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 3000시간의 수명이라고 하는데, 이 시간은 신품을 들인 사용자가 특별히 교체할 일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뒷패널의 아래쪽에 LCD가 있어서 진공관 사용시간을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이 최신 레퍼런스 시리즈의 공통점으로서 본 제품 또한 최신판 전원트랜스와 부품, 그리고 회로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있다. 알려진 바, 오디오 리서치는 트랜스와 커패시터, 그리고 선재들을 자체 제작하고 있어서 진공관이나 계측미터, 섀시 이외에는 대부분 자사내에서 제조하고 있다. 특히 최신버전 트랜스는 트랜스내 잔여 직류를 최소화시켜서 음질을 좀더 향상시키도록 제작되었으며, 오토바이어싱 방식으로 출력관의 성능과 수명을 최적화시켰다. 메인 바디의 하단에 수납되어 있는 메인보드는 총 4개의 층으로 편성했으며 특히 그라운드단을 분리시켜 노이즈를 최소화시켰다. 입력부터 출력단에 이르는 경로는 기판의 크기도 최소화해서 최단경로로 설계되어있다.

뒷패널의 입력단자를 보면 밸런스 입력 이외에 언밸런스 입력 RCA 단자도 보이는데, 레퍼런스 시리즈 최초의 언밸런스 입력이 추가된 제품이라고 한다. 밸런스단이 권장사항이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한 훌륭한 버라이어티이다. 오디오 리서치는 전통적으로 팬을 돌려서 공냉식으로 관의 열기를 식히는데, 오디오 리서치의 사용자라면 익숙하겠지만 눈으로 보지 않으면 팬이 돌고있는 지 아닌지 의식할 수 없을 만큼 정숙하다. 그래도 이게 싫으면 팬의 회전을 끌 수 있게 토글스위치를 두었다. 제품에 2시간 동안 입력신호가 없으면 전원을 끄고 대기모드로 들어간다. 이 또한 연속으로 두고 싶으면 토글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다. 3가지 임피던스 로딩 단자(4Ω/8Ω/16Ω)는 진공관 앰프 사용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유별난 스피커나 사용자가 아니라면 8Ω 포스트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사이즈만큼이나 제품의 무게가 꽤 나간다(45kg). 약 2시간 정도 시청하는 동안 열이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아서 좋아 보인다. 초기 레퍼런스 시리즈는 섀시에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서 뛰어난 음질의 이면에 시청실의 온도가 꽤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거듭 얘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금속 패널에 파워미터를 갖춘 버전들이 주는 다소 기계적 이미지들에 비해 본 제품의 디자인은 세련되고 우아해서 역대 최고의 오디오 리서치 디자인이라 여겨진다. 소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사운드 품질

제품의 시청은 오렌더의 A30, 코드 CPA 3000 프리,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C50로 진행했는데 프리앰프를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로 했었다면 좀더 오소독스한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 제품만의 성향은 순정 조합일 때보다 더 잘 부각되었다. 제품을 워밍업을 하는 동안 익숙한 곡들을 가볍게 들어보면 드라이브가 자연스러우면서 C50을 온전히 콘트롤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스피커의 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넘어서 스피커의 유닛과 인클로저를 안팎으로 뒤흔드는 파워핸들링으로 나타났다. 확실히 KT150은 소자특성이 고급스러워서 6550과 비교하면 음의 마감이나 결의 느낌이 날카롭거나 거칠어지지 않고 유연하고 포용력있게 들린다. 전체적인 감촉은 살집이 살짝 느껴지는 5극관 특유의 두터움이 있으나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면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작은 입자들의 거대한 집합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C50에 생기와 에너지를 동시에 불어넣어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비로소 인클로저를 가득 채워서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징이 스피커 뒤 벽면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형성되며 앞으로 쏟아지는 일이 없다. C50을 통해 들었던 중에 시청공간이 작게 느껴지는 오랜만의 드라이브이다. 파워핸들링에 여유가 있으면서도 품위있게 드라이브하며 음악을 들려준다.

  • Helene Grimaud - Brahms: 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Op.15 - 2. Adagio (Live)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고 안드리스 넬슨스가 비인필하모니를 지휘한 브람스 협주곡 2번이 먼저 듣고 싶어졌다. 1악장에서 첫 피아노음을 기준으로 하면 서서히 중량감을 더해가며 타건이 응집력 있게 꽂히는 순간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여윈 느낌이 없이 푹신한 감촉을 주지만 속주가 되어서도 전후간 음의 구분이 뒤섞이지 않고 또렷하게 구분되어 안정적으로 연결되어간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일체감 있게 집합을 이루고 낱낱이 분류되어 들리며 입자의 감촉이 생생하고 매끄럽게 와 닿는다. 현악 합주의 보풀보풀한 질감과 결이 제대로 살아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원래 이 연주에 이런 질감이 있었던가 싶다. 피아노 뒤로 거리상으로도 멀찍이 분리되어 컴팩트한 응집력을 보이며 떠오르는 스테이징이 피아노와 오버랩되며 정교한 레이어링을 보여준다.

  • Mariss Jansons - Beethoven "Symphony No 9" Mariss Jansons

    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2악장에서 그리 크지 않은 음량으로 빠르게 맺음하는 팀파니와 오케스트라 합주의 에너지가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비장하고 드라마틱하게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C50에서 파워핸들링이 나오자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쉽게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간에 합주가 정적이 되면서 도드라지는 팀파니의 높이가 제 위치에서 제 사이즈로 분명히 보이며 타격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선명하기도 하거니와 탄력의 크기가 분명히 전해져서 다이나믹하다. 오케스트라 합주가 약음에서부터 크레센도로 점차 늘려가는 장면은 특히 다이나믹해서 에너지의 그라데이션 구간이 늘고 줄어드는 간격이 잘 느껴지며 박두해오다가 작열하는 느낌이 호쾌하게 전해진다.

  • Mass in B Minor, BWV 232, Missa: Cum Sancto Spiritu (chorus)

    헤레베헤가 콜레기움 보칼레와 합주단을 지휘한 바하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에서의 입자감은 세부묘사가 뛰어나고 정교함이 도드라진다. 섬세한 다이나믹스와 세밀한 조각으로 무대의 세부를 그려내고 있지만 시종 감촉이 좋아서 예리하다거나 거친 자극이 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표면 감촉으로 솔로와 코러스라인을 늘어놓는다. 또한 입체적인 굴곡을 그리며 무대를 연출한다. 합주와 코러스 사람과 사람간 거리도 거리지만, 각 사람의 전후간 컴팩트한 이미징이 오밀조밀하게 느껴지고 전체 무대가 구름처럼 홀로그래픽하게 떠오른다. 시종 매끄럽다.

  • Adele - Hello

    아델 ‘Hello’ 는 다소 독특한 감촉으로 다가온다. 매끈하고 유연하고 우아한 아델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이미징 자체가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대신 선도가 높다고나 할까? 마치 막 씻고 나온 듯한 상쾌한 감촉이라고 느껴진다. 첫 소절을 마치고 등장하는 슬램이 깊게 곧바로 떨어진다. 번지거나 옆을 돌아보고 하지 않고 반듯하게 하강하는 느낌이 드라마틱하다. 보컬의 뒤쪽으로 펼쳐지는 무대 뒤 배경의 느낌도 세련되어 있다. 거칠거나 어두운 골목이 아니라 현대식 인테리어로 격조높게 꾸며진 공간에서 노래하고 있는 듯 하다. 정적 속에서도 입체감이 느껴지는 공간의 느낌이랄까 바람이 불면 어느 방향에서 얼마 만큼이 불어오는 지 느껴질 것만 같은 생생함이다.

  • Drake - One Dance (Feat. Wizkid & Kyla)

    드레이크의 ‘One Dance’ 에서 베이스비트의 파워핸들링 또한 억세고 강하지 않고 격조높고 우아하게 에너지를 싣고 오간다. 듣기 좋은 다이나믹스, 몇 곡을 듣는 동안 이게 사실은 160S의 전형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C50에서 전해지는 파워핸들링이 선명하고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동작을 과도하게 크게 한다거나 근육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느낌을 주는 건 마무리가 둥글고 매끈한 마감으로 느껴져서 그렇다. 드레이크의 이미징이 컴팩트하고 매끈한 외곽선을 그리며 고급스럽게 떠오른다. 음색도 듣기 좋고 여유가 넘친다. 호흡이 좀더 좋아진 드레이크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열린 공간의 느낌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전체 분위기가 스트레스가 없이 임팩트가 순간 순간 느껴지는 상태가 되었다.

  •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다이아나 크롤의 ‘How Insensitive’ 는 나긋하다. 도입부 베이스와 보컬이 시작되어서의 감촉이 그렇다. 정확한 재생의 상태라고 파악되면서도 분위기는 매혹적으로 연출된다.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선명해서 베이스가 깊은 훅으로 내려가서 느린 템포의 연주에서도 순간순간 드라마틱하다. 보컬에서 윤기가 넉넉하며 여유가 넘쳐 보인다. 무성음으로 짧게 바뀌는 순간이 아찔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지만 긴장감 없는 안정감이 시종 배경에 흘러 이 익숙한 곡 또한 격조가 높아져 있다. 마치 하이그로시 가구들로 가득한 반짝이는 인테리어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스트레스가 없는 스테이징이랄까? 공간은 깜깜하고 어디가 끝인지 선명하지가 않게 그려진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디오 리서치의 또 하나의 명작

오디오파일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초기 오디오 리서치는 트랜지스터 앰프들도 개발 제작해서 판매했으며 이 제품들은 상당히 잘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오디오 리서치 사운드를 알고 있는 사용자들과 평론가들은 그들의 본령인 진공관 앰프들에 비해 그리 좋은 평을 하지 않았고 트랜지스터 제품들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다. 꼭 그 브랜드가 아니면 안되는 조건들이 있다. 그 제품의 선택 이유가 되는 대체불가한 시그너춰, 그게 결국 그 제품을 오랫동안 생존하게 할 것이다. 트랜지스터의 시대가 오자 진공관을 시작했던 소신은 그로부터 50년이 지나도록 생존하고 진화해서 오디오 리서치를 진공관앰프의 제왕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본 제품을 시청하는 동안 필자에겐 미소가 번졌다. 50년 오디오 리서치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마치 50년만에 찾아간 추억의 자리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이나 노포를 보는 듯한 감동과 유사한 것이리라. 오디오 리서치의 맥박과도 같은 다이나믹스가 전해져서 그렇다. 세련되어지고 투명해졌으며 고급스러운 질감의 촘촘한 입자감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나 이후에 등장한 여타 진공관앰프들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세계이다. 오디오 리서치의 오랜 팬들이 반길만한 DNA를 발견할 수 있으며, 솔리드 스테이트와 대등하거나 우월한 드라이브로 진공관앰프 고유의 투명한 사운드를 듣고 싶은 오디오파일이라면 본 레퍼런스 160s를 반드시 시청해보길 바란다. 이 제품의 문제라면 그리 오래 시청하지 않고도 시청자에게 쉽게 어필한다는 데 있지만 그 감흥은 오랜 동안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오디오 리서치의 매력이다. 50주년을 기념하는 2020년의 신제품이기도 하지만 오디오 리서치의 히스토리에 남을 또 하나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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