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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산뜻한 클래식 컨템포러리 - Aeron(에어론) AP990C 진공관 인티앰프
Fullrange 작성일 : 2020. 06. 17 (14:31) | 조회 : 564

FULLRANGE REVIEW

산뜻한 클래식 컨템포러리

Aeron(에어론) AP990C 진공관 인티앰프



다시 또, 진공관과 솔리드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앰프들의 출시 소식이 누적되어가면서 진공관앰프들의 비율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느껴진다. 트랜지스터와 진공관, 음악을 듣기 위한 앰프로서의 가격대비 성능을 그래프로 비교해본다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처음 저가 구간에서는 트랜지스터가 다소 앞서는 경향을 보이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 진공관이 계속 우위를 차지하다가 초고가로 가면 다소간 다시 역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솔리드 스테이트에 비해 진공관앰프는 필연적 수작업 공정이나 소자 자체의 원가 등 가격을 구성하는 제반 인프라의 비중이 좀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주 저가의 제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음악적 품질은 곧 가격을 따라잡게 되고, 그 구간을 지나 트랜스부터 새시가공에 이르는 전공정을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럭셔리 제품이 되면 유사가격대의 솔리드 스테이트에 다시 조금씩 밀리는 현상 - 투입량에 비해 음질 상승의 한계가 있어서 생기는 일종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나타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일반론으로서, 트랜지스터와 다른 진공관이 들려주는 청각적 감흥을 적절한 예로 들기는 쉽지는 않지만 만년필과 볼펜의 관계를 예로 들면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대량생산에 유리하도록 진화해온 볼펜에 비해 만년필은 제작이나 사용시에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실전에서 종이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만년필의 매력은 볼펜을 가볍게 따돌린다. 사각사각 종이에 마찰시켜가며 잉크를 번지게 하는 펜촉의 질감은, 매끄럽게 종이 위를 글라이딩을 하며 선이 생겨나는 볼펜의 단편성을 능가하는 친화력이 있다. 쓰여진 글씨라는 결과물만을 놓고보면 볼펜과 만년필의 차이는 거의 없다. 몇 백원 짜리 볼펜이나 수백만원 하는 만년필이나 글씨의 정보전달은 동일하다. 하지만, 글씨를 쓰는 과정 심지어 글씨를 쓰지 않고 있을 때에도 만년필이 주는 교감은 볼펜과 비교불가이다. 손에 쥐었을 때의 감촉과 존재감, 클래식한 비주얼, 각도와 힘에 따른 획의 변화, 그리고 수많은 제품 선택의 폭과 잉크를 수시로 바꿔서 쓸 수 있다는 점 등 매우 넓은 반경에 걸쳐있다. 문제는 글씨 쓰는 재미를 아는 사람만이 만년필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번거롭고 비싸고 몇 백원 짜리 볼펜에 비해 나을 게 별로 없다. 이 만년필 샘플에 진공관앰프의 본질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클래식한 레이아웃 속 멀티 플레이어

처음 이 제품 에어론(Aeron) AP990C의 이미지를 얼핏 보고, 매그넘 다이나랩? 이 시절에 왠 튜너가 나왔다지?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공관앰프, 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이미 한 두 번 마주친 듯한 클래식한 모습이다. 에어론은 여러 해 전 에스프레소 머신을 축소해 놓은 듯한 컴팩트 진공관앰프로 알려진 다레드(DARED)의 풀사이즈 시리즈 타이틀이다. 1995년에 홍콩에 설립된 다레드는 기타앰프로 시작한 진공관앰프 전문 브랜드이다. 우리가 이 브랜드의 제품을 알 때 쯤 이미 20년 가까이 제품을 출시해오고 있었으며 이제는 벌써 4반 세기의 관록이 쌓였다. 홍콩산 앰프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다레드 DR-100을 한 번 시청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 Dared DR-100 Mk 2

▲ Aeron AP 990C

제품을 살펴보면 앰프를 오래 만들어온 경험과 관록이 구석구석에서 잘 느껴진다. 제품의 만듦새도 꽤 훌륭하며 디자인도 컨셉이나 세부적인 칼라와 구조에서 감각이 발휘되어 있다. UI 환경을 잘 이해하고 제작했다는 인상이 든다. 진공관앰프는 우선 관을 갈아끼울 일이 없다 하더라도 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사용자가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보인다.

상단의 보호커버를 제거하고 수직으로 내려다 보면 또 하나의 콘트롤 패널이 펼쳐진다. 좌우 끝에는 KT-150이 상하로 두 개씩, 그 안쪽으로 입력단의 12AX7과 6SN7 이 채널별로 한쌍 씩 상하 가로로 배열되어 있다. 다시 그 안쪽 정중앙 위쪽에 있는 동그란 레벨미터 창이 플레이트 커런트 미터, 그러니까 4개의 출력관 플레이트 전류를 모니터할 수 있는 레벨미터이다. 아래쪽에 있는 파워튜브 셀렉터를 돌려 V1부터 V4까지 각 출력관의 바이어스를 모니터해서 서로 맞지 않을 경우 각 진공관 옆에 있는 까만 색 포텐시오미터를 드라이버로 돌려서 조절하도록 했다. 참고로 KT-150의 적정 플레이트 전류는 28-34mA이다. 일단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패널의 맨 위쪽에는 좌우 각각 2개씩의 전원트랜스와 출력트랜스, 총 4개의 트랜스가 똑같은 사이즈의 육면체 캔에 병풍처럼 수납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선을 옮겨 정면에서 프론트패널을 바라보면 안정적인 레이아웃으로 좌우대칭 구조를 하고 있다. 중앙에는 아날로그 VU 레벨미터가 있고 그 좌우끝에는 각각 입력 셀렉터와 볼륨노브가 배치되어 있다. 좌측의 셀렉터 왼쪽 아래로는 전원 버튼이 있고, 우측의 볼륨 오른쪽 아래에는 3.5mm 핀 출력을 두었다. 그 바로 옆을 보면 이 앰프가 멀티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본 제품은 외부 프리 입력을 받아 파워앰프로도 사용하도록 제작되었으며 뒷 패널에 있는’다이렉트 파워’ 모드 토글 스위치로 전환시키면 바로 전면패널 오른쪽 끝 이 작은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파워앰프로 작동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소스입력에도 충분한 배려가 되어있어 보인다. 2개의 언밸런스입력 이외에 밸런스 입력을 별도로 하나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포노단이 기본장착되어 있다는 점이 큰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술했듯이 외부 프리앰프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돋보인다.

시청제품의 프론트패널 마감은 골드톤이며 VU 레벨미터의 백라이트는 블루톤이다. 은은한 푸른 색이 아니라 비비드한 코발트 블루에 가까운 젊은 푸른 색이다. 골드톤 마감이 디폴트인 듯 한데, 제품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블랙 혹은 군청색 마감 옵션도 볼 수 있었다. 간략하지만 반응이 꽤 빠르고 에러가 거의 없는 리모콘이 제공된다.


사운드 품질

회로구성에 따른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KT150으로 제작한 앰프들의 공통점으로서 섬세한 입자감으로 생기와 에너지를 동시에 불어넣어주는 스타일이 느껴진다. AP990c도 그 반경내에 있지만 결코 유사한 스타일이 아닌 독자적인 성향을 따라 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몇 곡을 듣는 동안 필자는 특이하게도 90년대말 BAT의 제품을 처음 시청했을 때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선을 굵게 만들어내지 않고 배음의 효과도 크지 않으며 응집력 있고 간결하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5극관 푸쉬풀 구성이라기보다 싱글 3극관 앰프의 느낌에 가까웠다.

시청은 베리티 오디오의 레오노레로 진행했는데 드라이브가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이 많지 않았다. 굳이 더 파워풀하게 몰아붙일 필요는 개인차로만 남겨두어도 좋을 듯 싶었다. 처음 시청했을 때는 높은 대역이 마치 하드 클리핑처럼 약간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몇 곡을 듣고나서 다시 들어보니 완전히 사라졌다. 진공관은 워밍업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5극관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고 있어 보인다는 게 눈에 뜨였다. 전체 스트록은 안정적이고 그리 두텁지 않은 채로 베리티오디오에서 중저역대의 프레이징이 날렵하게 나온다. 오히려 하모닉스가 여유있고 풍성하지 않은 쪽이라 약간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베이스의 동작이나 박두하는 느낌은 선명하고 적극적이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이나 오디오슬레이브와 같은 다이나믹 레인지가 큰 폭으로 반복되는 곡들을 들어봐도 어색하지 않고 열기가 잘 전해진다. 헤비한 리프와 중량감이 혼탁하지 않은 채로 잘 실려서 파워풀하고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전체 구성이 잘 정돈되어 나타나고 스테이징이 깔끔하다. 순화되거나 간결해지지 않은채로 정리가 되어있는 느낌이다.

또한 빠르게 반복되는 비트의 일렉트로니카에서도 응집력있고 단정하고 해상도 뛰어난 베이스비트가 나온다. 공간의 표현도 입체적이고 깔끔한 스타일이며 베이스 콘트롤 좋아서 규칙적으로 실려오는 양감이 반복되는 중에도 보컬의 위치가 또렷하게 지라집고 디테일하다. 진공관의 음색이 느껴지지만 드라이브 스타일을 보면 솔리드 앰프의 스트록과 간결한 하모닉스를 떠올리게 한다.

  • Adele - Hello

    아델의 ‘Hello’에서 보컬이 등장하면서 생겨나는 이미징의 느낌이 솔리드에 가깝다. 온기가 느껴진다기보다는 뭔가 선명하고 배음의 그림자가 거의 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이미징이다. 그래서 오히려 약간 차가운 느낌으로 보컬의 음색이 청순하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보컬이 끝나고 등장하는 베이스 슬램이 매크로적인 중량감이나 슬램까지는 아니지만 적당한 권위감으로 내려간다. 그것보다는 울림의 잔재를 거의 남기지 않는 단정함이 좀더 큰 이 앰프의 가치로 보인다.

  •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다이아나 크롤이 부르는 ‘How Insensitive’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풍성한 베이스가 아니라 간결하고 눈에 보이도록 간결한 스트록이 역시 진공관 스타일은 아니다. 진공관이라면 3극 모드인가? 싶은 청순한 느낌의 다이아나 크롤이다. 체구가 날렵하고 여운이 적으며 심플하게 노래한다. 악기들의 울림도 적고 단촐하다. 댐핑이 크게 걸린다고 해야할까? 울림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 시종 간결해서 눈에 잘 들어오는 느낌은 좋으나 이 곡 특유의 나른하고 흉금을 풀어헤친 듯한 느낌은 다소 약하다.

  • The Weeknd - Bliding Lights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는 의외였다. 앞의 두 곡을 듣는 동안 이 곡이 오히려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앰프는 오히려 이런 ‘자극적으로 짧게 반짝이는’ 곡이 잘 어울린다. 솔리드앰프 못지않다. 적당히 두텁고 중량감있는 베이스 스트록을 구사하면서 비트가 간결하게 끊어지고 있으며 베이스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강렬하다. 지나치게 중량감을 줄 필요가 없는 이 곡을 잘 표현하고 있다.

  • Eagles - Hotel California (1976 Remastered Version)

    오디오적으로 이 평범한 곡이 어떻게 들릴 지가 궁금해졌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76년 오리지널 버전의 리마스터를 들어보면 그 프레즌테이션이 재미있다. 도입부 기타 리프를 배경으로 깔리는 해가 진 고속도로의 까만 밤이 아니라 약간 회색빛으로 느껴지는 어스름이다. 컨트라스트가 강하지 않은 채로 드럼과 베이스 비트 잘 실린다. 또한 기타가 아주 밝게 빛나지는 않지만 울림이 청량하다. 끈적이지 않고 좀더 시원한 호텔 캘리포니아가 되었다. 후반부의 베이스 연속 스트록이 울림없이 잘 들린다. 마지막 드럼의 연타 필인이 약간 더 중후하게 나오면 베스트가 될 것 같았다.

  • Helene Grimaud - Brahms: 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Op.15 - 2. Adagio (Live)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브람스 협주곡 2번에서 호른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역시 그렇다. 앞서의 팝과 록에서 들었던 내용들의 연장선상에서 음색의 느낌이 마치 회색빛 글씨처럼 대비가 강렬하지 않고 수채화같은 톤으로 전해진다. 다시 한 번 진공관의 일반적인 음색과는 다소 다른, 거의 반대 방향쪽에 있는 성향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피아노는 오히려 잘 보인다. 무게도 잘 실리고 타건이 잘 구분된다. 중량이 실리는 부분이 좀더 강렬하게 잘 부각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엘렌 그리모의 이 연주를 살려줄 정도의 중량감과 대비는 충분한 편. 물리적으로 무대를 펼쳐내는 해상력과 분해력, 그리고 스테이징도 좋다.

무심코 듣기 시작했던 에어론의 첫 제품, 한 시간여를 듣고나서 이 앰프의 설계자가 궁금해졌다. 닥터 할리(Dr. Harley), 이 분은 아마도 진공관을 오랜 동안 다루어오면서 컨템포러리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진공관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쨌든, 판에 박힌 진공관 소리를 내는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추가하는 게 아닌, 신선한 조류가 느껴진다. 시청하는 동안에도 시청을 마친 후에도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공관의 재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진공관앰프는 오랜 방식을 고수하고 퇴색하지 않았다. 트랜지스터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기지개를 켜거나 뭔가 눈에 뜨이게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것도 없었다. 그저 트랜지스터 이전의 방식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에어론의 제품을 들어보면 진공관앰프가 향수나 추억팔이를 하는 단순한 레트로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또 하나의 새로운 조류를 의식적으로 창안하고 있어 보인다. 특정 장르에서만 장점을 발휘한다거나 특정 장르는 잼병이라든가 하는 노병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AP990C(제품 이름도 왜 이렇게 되었는 지 궁금하다)으로 맘에 드는 스피커를 드라이브해서 가장 자주 듣는 음악 한 소절을 시청해본다면 진공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이 제품은 신선하고 앰프의 본분에도 충실해 있다. 진공관이든 아니든 앰프가 필요한 오디오파일에게 시청을 권하고 싶다. 앰프는 스피커를 명쾌하게 드라이브해서 음악의 감동을 전하는 데 그 본분이 있다. 에어론의 AP990C는 그런 철학에 따라 제작된 제품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Power Output 50@x2 (KT-88)
Frequency Response 20Hz-50kHz (5W)
Distortion 0.1% (10W)
S/N Ratio (LINE) 86dB
Input Sensitivity 300mV
Input Impedance 80k ohms
Balanced Impedance 95k ohms
MM Impedance 47k ohms/68pF
MM Input Sensitivity 3.5mV
S/N Ratio (Phono) 78dB
Output Impedance 4ohms or 8 ohms
Max Power Consumption 320W
Power Supply AC115V/230V/50-60Hz
Tubes 4xKT88, 2x12AX7, 2x6SN7
Dimensions 430x350x180mm (LxWxH)
Weight 30kg
Note Power tubes can be replaced by matched pairs of KT-100, KT-120, KT-150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다웅 (02 - 3472 - 7300)
가격 460만원

리뷰어 - 오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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