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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악명 높은 300b에서 저음의 쾌감을 느끼다. - 올닉(Allnic) A-311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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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
작성일 : 2015. 04. 02 (12:34) | 조회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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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뚝딱 만든 자작품은 아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성을 쏟아 부은 외관, 받아 들고는 출력관은 모르겠지만 미니어처관을 감싸는 보호 장식을 보면서 이 보호망이 깨지면 진공관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싼 모델이지만 해외 메이저 하이엔드 업체 제품인 나의 모노 파워앰프 위에 올리고는 바로 보니 마감이 오히려 올닉 쪽이 더 좋고 있어 보인다.
한번 쓱 만들어 뿌려 한철 장사하는 제품도 아니다. 몇 해 전 국산 고가의 진공관 앰프를 리뷰 하였었는데, 정말 소리가 뛰어 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품, 다른 곳에서 다른 제품으로 들어보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는 점에 당황스러웠다. 과거 실바웰드의 설계자로 시작하여 독립적으로 올닉을 만들게 된지도 이젠 꽤 오래되어 올닉 자체도 이젠 신뢰도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우선은 우리 집에 배송된 것은 L3000 신형 프리앰프와 we300가 꼽힌A311m 모노 파워앰프이다. we300b 가 아니고 PX-25, AD-1 의 희귀관이 꼽힌 모델도 있다. 이들이 출력은 더 낮고 가격은 더 높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급 3극관인 WE300b가 이쪽 세계에서는 대중적인 관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대중적인 제품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생산량이 많고 아직도 생산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특성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에 나는 최고의 명관을EL34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가장 흔하고 만드는 업체도 많고 오디오 말고도 아직 사용되는 곳이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일렉트릭 기타 앰프에 많이 쓰인다. 그만큼 가격대비 특성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만일 EL34 가 이렇게 많이 생산되고 있는 관이 아니라면 엄청나나 고가의 희귀관이 되었을 것이다. We300b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가 오디오에 입문하였을 때 화제도 온통 we300b가 새로 복각되었다는 뉴스였다. 일본 한 업체에서 만든 300조 한정 앰프를 가지는 것이 애호가의 꿈이었고, 한번 실물 구경해 보는 것이 영광이었다. 여전히 고급관이긴 하지만 이제는 만드는 곳도 많고, 오리지널만 고집하지 않으면 그리 귀한 소재는 아니다. A311m에는 안정적 품질의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이 사용된다.
사실 내 시스템에 we300b가 묶인 것은 처음이다. 5극관의 경우 매우 좋은 인상을 주었고 특히 KT 88과 내 스피커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문제는 3극관으로 제대로 울릴 것인가. 원래 이런 스피커를 울리라고 만든 앰프는 아닐 것이다. 빈티지 혼과 같은 90dB 이상의 고능률 스피커를 목표로 한 것이겠지만, 정확한 특성을 파악하는 데는 맨날 듣던 것에 묶어 놓는 게 좋으니까. 또 이전에Kt88을 3극관 버전으로 전환해 들을수 있던 시스템의 경험, we300b의 부족한 저역이야 익히 알고 있고 감안해서 들으면 되니까 말이다.
특이한 연결방식이나 제한적인 입출력 등등은 없다. 다만 현재 사용하는 파워가 오토 파워로 스위치 켤 필요조차 없는데, 이 A311m은 파워를 올리고, 바이어스 조정을 해주지 않으면 어느 진공관 앰프들이 그렇듯 노이즈가 생긴다. 게다가 예열까지 시간이 걸려 처음 연결하고 한쪽이 소리가 안 나자, 얼마를 못 참고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on off를 반복하는 멍청한 짓을 하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며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야 이 we300b는 여태 내 스피커가 만들어 내지 못한, TR은 물론 KT88 이나 EL34와는 결이 다른, 마치 나는 고급이다 라고 말하는 듯 느낌이 전해져 온다.
본능적으로 자주 듣는 바이올린을 먼저 올린다. 힐러리 한의 소품이 마치 과거 레전드 급 거장의 연주처럼 차지게 뽑아내면서 고급스러운 감촉으로 나와준다. 상큼한 활질(보잉)의 느낌이 전혀 얼음공주 같지가 않고 일면 따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것 이런 감촉과 따스함을 이유로 음이 둔하거나 두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짐머만의 연주는 오히려 TR보다 더 세밀한 고역해상도를 들려 주면서 엣지를 칼같이 세우고, 음의 입자가 가늘고 작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악기 하나하나를 칼같이 분해하지는 못하여도, 원근과 주된 악기 부수된 악기의 음량차이를 정확히 가려내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에 오히려 오래된 녹음들, 마르치나 시케티의 연주도 낡은 느낌 없이 상큼하게 만들어 낸다. We300b 특유의 명불 허전의 상큼한 고역 특성이 잘 드러난다.
또 하나 성악을 듣지 않을 수 없다. 3극관의 명관이 만들어내는 마리아 칼라스의 Mon coeur s'ouvre a ta voix. (너무 멋져서 LP를 주문했는데… LP버전에는 이 곡이 없었다.) 칼라스의 선명한 음색이 부각되면서 현악의 튜티가 마치 약간의 양념을 뿌리듯 흩어지면서 맛의 깊이를 더해준다. 무대가 칼라스를 감싸면서 넓게 펼쳐지면서, 결코 양념의 맛이 과하여 본 맛을 해치지 않는다. 육성의 느낌은 압권이다. 이전까지는 진가를 잘 몰랐던, 비교적 요새 녹음인 율리아 네스네바의 음성 역시 무척 깊이감 있게 들려준다. 이렇게 좋은 오디오는 좋은 연주의 가치를 알려주기도 하고 거품이 낀 연주의 허상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럼 가장 우려했던 저음 스케일 그리고 다이나믹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사실 큰 기대도 없었고 we300b처음 듣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일까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물론 일반적인 동 가격대의 파워앰프가 가지는 물리적 특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런 면을 중시하면서 we300b를 선택할 일도 없을 테고 일반적으로 we300b앰프들이 가지는 저음 특성보다 매우 뛰어났다.
저역의 특성은 중음이나 고역보다는 약간 입자가 두꺼운 풍성함이 있고, 중 저역대의 다이나믹은 좋았지만 최신 오디오용 음반이나, 강한 팝송류의 툭툭 떨어지는 초 저역의 스케일과 양감 복잡한 대 편성의 오케스트라의 재생은 쉽지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악명 높은 we300b 싱글 앰프이다. 힘이 없음은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들어가야 되는 진공관이다. 이 정도의 저음과 이 정도의 다이내믹을 만들어내는 실력이라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금은 파워앰프만을 내 시스템에 묶어서 매칭 안 할 것 같은 스피커에 절대로 같이 사용 안 할 것 같은 프리앰프를 써서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 말고도, 분명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앰프이지만, 아직 프리앰프조차 물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색을 가지고 생각 외의 특성이 나와주는 이 파워앰프에 올닉의 프리앰프를 연결하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그래서, 원래 일주일 정도 듣고 나서 프리를 연결하려 하였는데, 며칠이 되지 않아 파워보다 훨씬 더 무겁고 가격이 월등히 비싼 신작 프리앰프 L3000 슈퍼 트랜스 버전을 연결하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다음 편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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