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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EL34 로 치환한 올닉 사운드의 메타포 - 올닉 T-1800
Fullrange 작성일 : 2014. 12. 12 (14:53) | 조회 : 5386







 

바야흐로 차가운 솔리드스테이트가 아닌 진공관 앰프가 생각나는 겨울이 다가왔다. 종종 서브로 또는 메인으로 진공관 앰프를 써오지만 요즘 같아서는 그다지 당기는 진공관 앰프가 많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일반적인 KT88 이란 EL34 에 일반적인 회로를 가진 앰프들이 뭔가 특별하지 않다. 물론 출중한 앰프들이 많지만 뭔가 충격을 줄만한 진공관 앰프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오랜만에 올닉에서 EL34를 출력관으로 사용한 앰프가 나왔다는 소식에 기뻤다. 물론 이것은 기존에 T-1500 이라는 앰프를 아주 신선하게 들었던 경험에 근거한다. 찰스 한센의 에어 어쿠스틱, 댄 다고스티노의 크렐, 넬슨 패스의 패스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에 올닉의 T-1500 이 끼어 있을 때 나는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나 리스트를 재차 확인했다.






 T-1500 인티앰프

그리고 T-1500을 만든 메이커가 올닉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T-1500 이라는 300B 인티를 구입해서 들어보았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기존에 풀레인지 스피커로 듣던 중역 위주의 협대역 300B 앰프 소리에 길들여지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T-1500 이라는 인티앰프는 기존의 선입견을 한 번에 없애버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90dB 아래의 북셀프를 아주 재미있고 독특한 그네들의 방식으로 드라이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러 당시 자주 들르던 LP 바에 들렀다. 그 바에는 당시 쉽게 보기 힘든 클립쉬 혼 스피커가 세팅되어 있었고 오로지 턴테이블에 LP를 올려 음악을 틀어주어 종종 디지털 음악에 지칠 때 시원한 맥주 한 잔에 LP 로 음악을 들으러 지인들과 들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에 손님이 꽉 차서 좀처럼 앉지 않던 바에 자리를 잡았고 또 한 번 올닉과 만나게 된다. 평소 벽을 타고 튀어나오는 속이 뻥 뚤릴 듯 한 클립쉬 혼을 울려주던 앰프는 다름 아니라 T-1500이었던 것이다. 나의 리스닝 룸에서 듣던 소리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넓은 공간까지 채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지 못했다. 또 한 번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T-1500 의 성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T-1500 에 대한 미국인들의 극찬과 열띤 호응은 역시 이유가 있었다. 몇몇 누리꾼이나 수입사에 의해 주도되는 홍보나 마케팅에 의해 확 끓어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일회성 이벤트 같은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진공관 앰프와 친숙하게 지냈던 그들의 호응은 국내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논리적이었고 끈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T-1500 의 변주라고 할 수 있는 T-1800이 출시되었다. 300B 가 확실히 독특한 소릿결을 가지고 있고 클립쉬 혼과의 하모니도 좋았지만 EL34 나 KT88 같은 진공관을 적용해 잘만 만들면 또 새로운 매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다.






 

외관을 보면 이제 올닉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멋들어진 섀시 디자인이 돋보인다. 섀시는 일반적인 알루미늄보다 가공비용이 무려 다섯 배나 비싼 방식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표면을 만져보고 앰프를 들어보아도 묵직하고 견고해 보인다. 앞서 말한 대로 300B 자리는 EL34 가 대체하고 있으며 기존 앰프에서 전원 쪽을 더욱 보강했다. 특히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들이 3~4단계의 증폭 단계를 거치며 최초에 입력된 시그널이 왜곡되거나 소실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단 두 단계의 증폭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최소의 증폭 단계를 통한 신호 전송 거리의 최소화는 결국 취향이 아닌 객관적 사운드 퀄리티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내부에 사용된 부품들, 특히 커패시터의 경우 일반적인 범용 컨덴서가 아니라 올닉 앰프에 최적화된 특성을 필립스 코리아에 커스터마이징해서 내부에 사용했다. 올닉은 원래도 모두 중요 부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앰프에 투입하는 원 소스 엔지니어링 방식을 고집해왔는데 이번에 커패시터까지 커스터마이징한 것이다. 볼륨 또한 자체 제작이다. 인티앰프 중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데 올닉은 무려 41단 어테뉴에이터를 적용했다. 동경광음 어테뉴에이터보다도 그 접점이 적어 음질적으로 더욱 뛰어난 볼륨이며 리모트 컨트롤까지 적용할 수 있는 41단 어테뉴에이터는 프리앰프의 브레인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닉의 전매특허인 니켈 퍼멀로이 트랜스가 쓰였음은 물론이며 진공관을 보호해주는 침니(Chimny)는 진공관의 열에 강한 특성을 갖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사용되었고 전면엔 눈을 즐겁게 하는 레벨 메터 창을 마련해놓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좌/우 출력관의 전류 상태를 눈으로 체크할 수 있게끔 설계한 것으로 상단엔 작동상태를 선택해 체크할 수 있는 토글스위치가 장착되어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올닉은 세세한 기능들을 숨겨놓았다. 전원 스위치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급격한 돌입 전류로 인해 진공관이 손상되는 경우를 대비해 올닉은 슬로우 스타팅 기능을 가진 ‘웜업 타이머’를 내장시켜 혹시라도 진공관이 데미지를 입는 경우를 대비했는데 이것은 진공관의 수명을 연장시켜주기도 하는 참신한 기능이다.

청음은 탄노이의 DC 10T 현역 스피커를 매칭했고 앰프는 소스기기는 심오디오 380D, 그리고 맥미니를 사용해 푸바 2000 으로 시청하며 퍼포먼스를 테스트했다.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Dual Concentric™ Driver)를 채용한 DC 10T 는 탄노이의 전통적인 스튜디오 모니터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35kHz 의 고역한계, 30Hz 의 저역한계를 갖는 현대화된 탄노이 스피커다. 그러나 8옴에 92dB 로 구동이 어렵지 않고 진공관 앰프와 매칭이 뛰어나 올닉과 좋은 매칭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소스기기로 매칭된 심오디오 380D 또한 별도의 DSP를 설계하지 않고 음원에 담긴 모든 신호를 그대로 앰프에 전달해주는 성향의 DAC 다. 높은 정보량, 가감 없는 음결과 섬세한 디테일 등으로 중간에 증폭 역할을 담당한 올닉 T-1800 의 성향을 낱낱이 밝혀 주리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우선 올닉 T-1800을 리뷰하기 전에 익숙한 인티앰프인 아큐페이즈 E-260 으로 DC 10T를 들어본 후 올닉 T-1800 으로 테스트했는데, 여러 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보컬 곡으로 사라 K 의 ‘Stars'를 재생해보면 아큐페이즈와 우선 음상이 다르다. 음영이 상당히 뚜렷해지며 보컬 위치가 좀 더 정확히 잡힌다. 음상이 약간 더 위로 올라가면서 상큼한 파스텔 톤이 탄노이 사운드 위에 얹혀진다. 탄노이의 듀얼 콘센트릭 유닛을 제대로 구사해주는 느낌인데 그 음결이 수정처럼 정갈하고 깨끗하지만 그 안엔 올닉 특유의 색깔이 담겨 있다. EL34 진공관을 출력관으로 사용했지만 올닉의 전매특허인 니켈 퍼멀로이 트랜스가 내뿜는 오묘한 색감의 소리는 T-1800 에서도 여전하다. 전면 패널에서 반짝이는 레벨 메타의 색상처럼 음악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인다.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를 들어보면 빌 에반스의 피어오르는 듯 한 청초한 피아노 소리가 멜랑콜리한 느낌을 자아낸다. 모니터적인 강건함보다는 약간 멜로우하면서 분위기를 돋우는 하모닉스가 아련하다. 스콧 라바로의 베이스가 왼 쪽에 피아노가 우측에서 연주하다가는 어느새 왼 쪽 편에서 드럼 파트가 뒷벽에서 가세하며 피아노 트리오가 리듬감 넘치는 인터플레이를 시작한다. EL34 는 태생적으로 저역에 에지가 없고 약간 무른 특성이 있다지만 T-1800 에서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고 리듬감도 상당히 뛰어나다. EL34 치고는 당당하고 리드미컬한 재즈 리듬의 흥을 반감시키지 않는다. 물론 최신 하이엔드 TR 앰프처럼 광활한 대역과 음장, 핀 포인트 포커싱까지 보여주진 않지만 기존의 스피커가 탄노이 최신형 광대역 스피커인 DC 10T 인 것을 감안하며 기존의 T-1500보다 음장감 측면에서는 좀 더 진보된 성능을 보인다. 무려 50년대에 녹음된 본 앨범에서도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추억 속에 잠기듯 작은 콘서트 홀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포근하며 근거리에서 느껴지는 라이브의 온도가 느껴질 듯 현장감이 정겹다.






 

송년의 밤을 기다리는 12월의 베토벤 9번 ‘합창’. 작고한 아바도의 베토벤이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빛나는 감동적인 녹음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성악 파트의 움직임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경건함과 감동으로 가득하다. 중반에 가까워지면서 합창에 더해 빛나는 관악 파트 등을 중심으로 총주가 펼쳐지며 탄노이를 통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여본다. EL34 의 단순히 부드럽고 온기 있는 소리만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EL34를 누가 KT88, 6550 보다 스피커 드라이빙이 떨어진다고 했던가. 볼륨이 겨우 10시를 가르키고 있지만 4평 정도의 리스닝 공간을 충분한 음압으로 가득 메운다. 스피커, 힘의 완급 조절도 아큐페이즈보다 위급이다.






 

T-1500 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T-1800 에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선입견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어서 부담스럽다. 그러나 T-1800 과 탄노이의 매칭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다만 T-1500 과 T-1800 은 그 음의 기조가 상당히 다르다. 니켈 퍼멀로이 트랜스를 통한 음색적인 부분은 공유하지만 스테이징, 다이내믹스 등에서는 확실히 T-1800 이 여유롭고 보편적인 입맛을 가진 오디오파일의 기준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여전히 올닉 사운드의 핵심엔 직렬 삼극관이 자리한다. 올닉 사운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특히 직렬삼극관이 그렇다. 하지만 이번 T-1800 은 입문기로써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12월의 눈 내리는 골목 어귀 어디에서인가 눈을 비추는 맑은 오렌지색 가로등 아래 서있는 느낌이랄까. 올닉 인티앰프는 그런 아련한 느낌을 선사해주고 있다. 보편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거부한 올닉은 기존의 진공관 설계와는 다른 독창적인 설계와 튜닝으로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만들었다. 선입견을 깨버리는 탁월한 성능과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음색 등 역설적이면서도 보석 같은 표현력이 그렇다. 올닉의 소리엔 내정한 현실을 약간 아찔하게 비춰주는 싸이키델리아 같은 메타포가 있다.


 Specification

Output: 40W +40W ( 8 ohms)  4/8 ohm switchable
Frequency Range: 20 Hz -20 kHz Flat
Voltage gain: +38dB
Distortion: Less than 0.1% at 2.83V/8ohms/ 1 kHz
Damping Factor: 8 at 1 kHz/8 ohms/ on-off method
Tubes: EL34 x 4, E180CC x 2, 12AY7 x 1
Dimension: 430mm 330mm 210mmWDH
Weight: 2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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