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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오리지널 BBC 모니터의 화신 - 팔콘어쿠스틱스 LS 3/5A
코난 작성일 : 2017. 04. 25 (15:01) | 조회 : 3404

FULLRANGE REVIEW

오리지널 BBC 모니터의 화신

팔콘어쿠스틱스 LS 3/5A

빈티지 그리고 LS3/5a

현대인이 즐겨 마시는 와인, 그것을 만드는데 주 원료가 되는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든 해 또는 그 와인을 빈티지라 부른다. 올해가 다르고 내년이 다른 기상 조건, 일조 시간은 물론 강수량 등은 같은 지역에서 만들더라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빈티지는 현대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케케묵어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다시 되살리려는 노력. 현대사회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시간의 역사 어딘가에 슬쩍 잃어버리고 내린 것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으면서도 고유의 가치가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들. 때로는 당시엔 별 볼 일 없었던 것이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오히려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되는 것. 모두 빈티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이런 빈티지의 유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와인 같은 것과 달리 오디오는 생명이 한정되어 있다. 오디오에서 빈티지라면 기본적으로 하이파이 역사에서 혁신을 이루었던 계기가 된 제품. 오래 되었으나 당시 최고의 소재와 뛰어난 내구성으로 현재도 실제로 어느 정도는 제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 우리는 LS 3/5A 라는 역사적 아이콘과 같은 스피커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처음 접했던LS 3/5a 는 요즘 출시되는 스피커와 달리 작고 각진 캐비닛이 무척 신기했다. 마치 아버님이 과거에 듣던 스피커를 다락방 깊은 곳 어딘가에서 발견한 듯한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 소리는 범상치 않았다. 몇몇 대역에서 피크와 딥이 있었으나 그것 때문에 오히려 고유의 매력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LS3/5a 에 대한 오디오파일의 관심과 열망은 아마도 빈티지 열풍의 그것과 유사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입고 마시고 그저 실내를 조금 특별하게 장식하는 것과 구분해서 생각해야한다. LS3/5a 는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와 분위기의 답습이 아니라 당당히 현대 하이파이 스피커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오디오에 대한 일종의 안티테제로서 제작자에게 반성의 여지도 남겼다. 결국LS3/5a 에 대한 오디오파일과 오디오 메이커의 재평가는 많은 리바이벌을 가능케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하베스 P3ESR, 스펜더 S3/5R², 스털링 브로드캐스트의 LS3/5a, 그라함의 LS3/5a 에 이르기까지 이 조그만 모델의 수많은 현대적 재해석은 단지 빈티지에 대한 열망을 넘어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팔콘 어쿠스틱스 LS3/5a

이번엔 또 하나의 새로운 메이커 팔콘 어쿠스틱스가 LS3/5a 리바이벌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 전통성 측면을 따진다면 역사적 줄기를 가장 넓고 깊게 BBC 모니터에 대고 있는 메이커다. 1970년대 중반 개발된 오리지널 LS3/5a에 팔콘 어쿠스틱스의 손길이 지문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조 LS3/5a의 유닛이 다음 아닌 팔콘 어쿠스틱스 대표의 작품이다. 팔콘 어쿠스틱스는 1972년 말콤 존스가 설립한 회사다. 말콤 존스는 다름 아닌 KEF 의 첫 번째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KEF 의 더들리 헤어우드가 그랬고 스펜더의 스펜서 휴즈가 BBC 출신이라면 말콤 조스는 KEF 가 여러 스피커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KEF 레퍼런스 시리즈에 들어가는 B139, B200, B110은 물론 T15, T27 등의 트위터 등 당시 KEF 의 대다수 유닛을 개발한 인물이다. 이후 1974년 KEF 레퍼런스 104 프로젝트를 끝낸 뒤 KEF를 떠나 팔콘 어쿠스틱스의 일에만 전념한다.

현재는 팔콘 어쿠스틱스에서 은퇴하고 2009년 제리 블룸필드에게 회사를 넘겼으나 여전히 그는 제품 컨설턴트로서 일하고 있다. 팔콘은 영국에서 대단히 다양한 드라이브 유닛을 배급하며 직접 인덕터 등의 키트를 제작하는 회사다. 또한 B110 우퍼와 T27 등 원조 LS3/5a용 유닛 개발회사다. 어느 샌가 말콤 존스와 제리 블룸필드는 우리 시대의 LS3/5a의 환생을 도모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리뷰 제품이다.

대게 많은 메이커들이 BBC LS3/5a 스피커의 디자인을 그대로 보존하되 현대적인 재해석을 위해 노력하며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팔콘 어쿠스틱스는 BBC 라이센스를 얻은 후 70년대 당시 LS3/5a의 재현을 꿈꿨다. 따라서 후기 11옴 버전이 아닌 초창기 15옴 버전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무려 40여년 전 LS3/5a를 다시 동일하게 재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말콤 존스는 오리지널 유닛을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모든 제품 조립은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팔콘 어쿠스틱스에서 모두 수공으로 조립, 제작되었다. 유닛 뿐 아니라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도 오리지널을 거의 그대로 따랐으며 네트워크 제작에 사용하는 인덕터까지 모두 자사가 직접 제작한 고품질 소자를 활용했다.


LS3/5a의 상징처럼 기억되는 각 잡힌 나무 캐비닛은 무척 세심하게 선택된 목재를 활용해 제작되었다. 발틱 플라이 우드와 너도밤나무를 캐비닛 소재로 삼아 BBC가 정한 스펙에 가장 가까운 자연산 우드 배니어 느낌과 진동 특성을 살렸다. 또한 전면도 거의 동일한 모습과 소재를 활용했다. 우선 유닛은 5인치 B110 미드 베이스 우퍼와 0.75인치 트위터를 사용한다. 스털링 브로드캐스트 등이 노르웨이 SEAS나 스캔스픽 등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팔콘은 오리지널 모델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진동판, 즉 우퍼는 벡스트린 그리고 트위터는 마일러 소재 진동판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오리지널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트위터 주변 설계도 동일하다. 트위터 외곽에 두터운 펠트를 붙여 주변 캐비닛 배플로 인한 회절을 막았고 고역의 방사 패턴 자체는 오히려 줄인 모습이다. 또한 전면 그릴 소재도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Tygan 소재로 만들어 부착한 모습이다.

팔콘 어쿠스틱스의 LS3/5a 는 오지지널과 동일하게 밀폐형 캐비닛이며 2웨이 북셀프 모니터 타입으로 완성되었다. 크기는 높이 304mm 에 넓이 190mm, 깊이는 165mm 로 품에 쏙 안길만한 사이즈다. 무게는 고작 5.35kg. 주파수 응답 범위는 70Hz에서 20kHz 로 중간 저역 상단에서부터 높은 고역까지 대응하고 있다. 소형 밀폐형답게 능률은 고작 83dB/2.83V/m 로 앰프 출력이 일정 이상 높을 필요가 있다. 오리지널의 경우 매칭 앰프 출력을 25와트로 잡았지만 말 그대로 최소 수치일 뿐이다. 공칭 임피던스의 경우 앞서 말했듯 오리지널의 경우도 귀해 가격이 더 높은 15옴이다.


오리지널 버전에 한없이 가까운

수년 전 어느 오디오 모임에서 매우 많은 종류의 오리지널 LS3/5a을 비청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 생산된 버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해서 11옴, 15옴 등 정규 버전 외에도 시그니처 버전 등 다양하며 로저스, 하베스, 스펜더 등을 포함 무척 여러 가지다. 이 외에도 직접 몇 가지 당시 LS3/5a를 사용해보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토널 밸런스와 대역 특성을 기억하고 있다.


  • 이번 팔콘 어쿠스틱스의 LS3/5a를 처음 듣자마자 나는 과거 오리지널 버전의 토널 밸런스를 다시 기억해냈다. 희미하게 기억하던 그 소리가 무척 선명하게 끄집어내졌다. 우선 레베카 피존의 ‘Spanish harlem’같은 보컬 레코딩을 들어보면 중앙에 보컬이 정확이 맺히며 약간 후방으로 형성되어 앞으로 돌격하는 느낌 없이 심도 있는 원근감이 형성된다. 저역 한계가 70Hz 로 한계가 높지만 높은 저역이 풍성한 편으로 더블 베이스 소리도 밀도높게 감지된다.
    원래 BBC에서 모니터 스피커로 개발하고 여러 스피커 메이커에 라이센스를 준후 생산, 공급한 스피커가 LS3/5a다. 그러나 모니터라고 하기엔 지금처럼 자로 잰 듯한 평탄한 주파수 반응을 가지진 않는다. 팔콘 어쿠스틱스의 LS3/5a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약간 높은 고역, 1Kz 부근에서의 피크는 LS3/5a의 중역을 매우 묘하게 만든다.
  • 예를 들어 밴 모리슨의 ‘Astral weeks’를 들어보면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 코맹맹이 같은 느낌이 더 강조된다. 원래 목소리에도 그런 느낌이 있지만 LS3/5a로 듣는 밴 모리슨의 목소리엔 더 호소력 짙고 감성을 움직이는 힘이 더 강열하게 다가온다. 기타 사운드도 무척 시원하고 상쾌하게 앞으로 다가와 감상자에게 어필한다. 시종일관 반듯하게 소리가 날아와 꽂히며 음표들이 담백하게 읽힌다.
    얼마 전 구입한 밴 모리슨의 [Astral weeks]의 워너 재발매 LP와 오리지널 초반 LP 로 비교에서 느꼈던 것은 고역의 차이였다. 나는 팔콘 어쿠스틱스 LS3/5a에서 극도로 평탄한 주파수 반응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먼지 가득한 초반 LP에서 향불처럼 폴폴거리며 공간을 감싸는 비브라폰과 플륫 등의 소리를 어떤 다른 스피커보다 더욱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었다.
  • 최근 리뷰와는 별개로 다프트 평크의 ‘Get Lucky’를 청음 해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의 세밀한 다이내미즘과 헤드룸을 정확하고 기분 좋게 재생하는 시스템이 의외로 없다는 사실이다. 잘 짜여 세밀하게 조정된 베이스와 드럼의 레벨은 무척 컴팩트하며 억지스럽게 압축된 느낌이 없다. 팔콘 어쿠스틱스 LS3/5a 는 높은 저역이 도톰하며 무척 리드미컬하게 표현해준다. 더 평탄한 반응 특성을 가진 케프 LS50보다 더 절제되고 에지가 충분하며 당당한 소리다.
  • 팔콘 어쿠스틱스 LS3/5a 의 고역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걷는 길과는 무척 다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굉장히 묘한 질감과 주파수 반응을 보인다. 빌데 프랑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1Khz 주변의 높은 중역이 강조된 것과 달리 이후 고역이 약간 감쇄되어 있어서 이런 고역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 묘한 고역은 바이올린의 고역에 농염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청감상 느낌을 만들어낸다.
  • 이 스피커는 저역 한계가 70Hz 로 청감상으로도 중간저역 하단으로는 거의 내려가지 못하는 것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청음해보면서는 과연 작은 방에서 즐기게 될 대다수의 국내 오디오파일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크게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댈러스 윈드 심포니의 ‘Crown imperial’을 들어보면 확실히 낮은 저역은 생략되어 있고 입체적인 표현은 약한 편이다. 그러나 안드레스 넬슨스가 지휘한 보스턴 심포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어보면서 거침없이 질주하는 추진력과 관악과 현악의 중심 중역대 표현은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음악 듣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준다. 독보적인 중역 표현이 다른 모든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앰프 매칭

오리지널 LS3/5a 출시 당시 최소 출력 25와트를 기준으로 했지만 사실 이 스피커는 좀 더 높은 출력은 물론 충실한 전원부를 가진 앰프를 요구한다. 개인적으로 리뷰용 모니터로 사용 중인 KEF LS50이 2.83V/1m 기준 85dB 인 반면 더 작은 사이즈의 팔콘 어쿠스틱스 LS3/5a 의 능률은 83dB 정도에 그친다. 캐비닛 내부 볼륨이 더 작은 것은 물론 포트를 생략한 밀폐형 설계 덕분이다. 대신 제대로 제동되면 무척 밀도 높고 단정하며 응집력이 뛰어난 중저역을 얻을 수 있다.

테스트 중 캐리 300B 앰프를 매칭했으나 저역 다이내믹스를 양보해야했고 오라 Spirit 으로 매칭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듣기 좋은 리듬 & 페이스와 다이내믹스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볼륨 같은 경우 동일한 크기를 얻기 위해 LS50보다 좀 더 올려야 했다. 시간 관계상 나의 제프 롤랜드 프리와 플리니우스 A클래스 파워앰프까지 매칭 해보진 않았으나 분명 더 질 좋은 앰프를 매칭할수록 더 뛰어난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무작성 높은 댐핑에 저역 드라이빙이 쎄고 빠른 쪽 보다는 A클래스나 최소 AB클래스에 전원부 설계 수준이 뛰어난 고순도 앰프가 잘 어울린다. 오라 Spirit 과의 매칭은 음상이 높지 않고 차분하며 LS3/5a에서 약간 부족한 촉촉한 음결을 보태주는 훌륭한 매칭이었다. 때로는 어설픈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에서 훨씬 더 나은 음질로 보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대다수의 D클래스 앰프는 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총 평

말콤 존스와 블룸필드가 오리지널 버전에 가장 완벽히 일치하는 LS3/5a 스피커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어스나 스캔스픽 등 여러 더 우수한 유닛들이 많다. 또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도 더 우수한 설계를 통해 재탄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혁신 또는 진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들, 예를 들어 더 평탄한 주파수 반응과 더 정교한 위상 특성은 LS3/5a 의 매력을 완전히 앗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팔콘 어쿠스틱스를 단지 최근 발매된 더 상위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비교할 이유는 없다. 내가 들어본 몇 가지 LS3/5a 리이슈 버전과 비교 해봐도 팔콘 어쿠스틱스 LS3/5a은 무척 유사하며 마감 및 유닛 등의 퀄리티도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한다. 약 일주일 동안 오라 Spirit 및 바쿤 DAC-21과 즐기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왜 더 값비싸고 뛰어난 스펙의 스피커가 출시되는데도 오히려 하이파이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지. 팔콘 어쿠스틱스 LS3/5a 는 팝과 록, 가요에서 클래식까지 장르 편식 없이 음악을 즐기게 만든다. 올 해 들었던 스피커 중 가장 매력적인 북셀프 중 하나다.

S P E C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3.8cm Falcon Acoustics B110, 트위터 1.9cm Falcon Acoustics T27
재생주파수대역 7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kHz
임피던스 15Ω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크기(WHD) 19×30.4×16.5cm
무게 5.3kg
수입원 에이엠사운드 (02-704-1478)
가격 로즈우드: 400만원, 월넛: 370만원
리뷰어 -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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