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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BBC 정반합의 최종 선택 - 그라함 The BBC LS 5/9 스피커
지오 작성일 : 2018. 11. 21 (17:48) | 조회 : 564

FULLRANGE REVIEW

BBC 정반합의 최종 선택

그라함 The BBC LS 5/9 스피커


리뉴얼, 리부트, 레크리에이션, 리바이벌… 각각 뉘앙스와 쓰임새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다 한 가지 의미지음의 뿌리를 가진 단어들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것을 무언가 다시 새롭게 만들어낸, “다시 지은” 그 무엇. 이 단어들에 공통적으로 붙임된 “RE”라는 전치사는 공공연히 “다시”라는 뜻에 다름없다. 다시 만들고 싶은 그 무엇은 분명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기에 대한 재 해석은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 있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는 작업이다.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창조의 막다른 길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유턴하는 그런 의미는 아닌 것이다. 적어도 오디오나 악기 같은 사운드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그러하다. 단순히 옛 추억을 끄집어 내는 희소성의 재 창조 수준도 아니다. 희소성의 재 창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 바람의 개념으로 느낄 수 있는 단순 골동품의 이미지를 지양하기 위한 연유이다. 가령 클래식 카, 빈티지 가구나 소품, 심지어 최근에 특정 영화로 인해 품귀현상이 촉발된 소니 워크맨 같은 아이템들은 단순히 귀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오디오와 악기는 그 수준 이상의 “그 무엇”이 분명히 있다.

오디오, 특히 스피커의 경우에는 현재 기준으로 어느 정도 기술적 포화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본 펀더멘탈이 되는 드라이버 유닛,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인클로저 이 세 가지에 대한 기술적 발전이 이미 극한까지 도달한 상태라는 것이다.

십 수년 전, 필자가 스피커 제작에 몰두할 즈음만 하더라도 일본 모 자동차 회사의 엔진 설계팀에서 슈퍼컴퓨터 접근 권한을 가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스피커 인클로저의 음압별 스트레스 모델링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는 정도였다.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회로의 전기 전자적 테크니컬 이슈는 물론, 드라이버 유닛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연구도 이미 “갈 데까지 간”상황이다. 다이아몬드와 베릴륨을 미크론 단위로 가공할 수 있고, 각종 물리엔진을 사용한 모델링이 가능한 브랜드도 몇몇 존재하는 현 상황, 신규 스피커 브랜드가 향후 생긴다면 그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들이 기술적으로만 무언가 새롭게 일구어낼 여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새롭게 접하게 되는 스피커 브랜드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인 기술력이 아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혹은 과거 레퍼런스 급으로 칭송 받아왔던 제품들의 리부트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리부트하고자 하는 레퍼런스의 존재 자체가 승부수가 될 수 있겠다.

스피커의 경우 과거 레퍼런스 명기를 재해석/재창조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새길 수 있다. 첫째, 스피커의 사운드 튜닝은 상당 부분 사람의 청감에 의지할 수 밖에 없으며, 둘째, 최종 아웃풋되는 대상 자체가 음악이라는, 지극히 감성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과 음향은 전혀 다른 가치이며 두 개념이 동조할 수도, 정반합의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새롭게 영국 BBC라이선스를 취득한 그라함 오디오의 스피커가 현 시대의 오디오 파일들을 홀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중음역의 가치를 역설하는 BBS 라이선스

BBC모니터, 정확히는 BBC 스튜디오 니어필드 모니터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 목소리의 정확한 재생이었다. 사람 목소리라 함은 사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고 또한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 대역이다. 비단, 가수의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클래식 기악곡이나 재즈 연주곡 등을 듣더라도 이 중음역대(사람 목소리의 음 대역)는 여전히 우리 귀와 뇌를 지배하고 있다.

상당 수의 관악기(특히 색소폰 등)가 사람 목소리 대역을 참조하여 만들어져 있으며, 각종 현악기에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음 대역 역시 중음역대, 사람의 목소리 대역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태고로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고, 즉 말을 하고 듣는 커뮤니케이션 작용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해당하는 음 대역에 특히 민감하도록 진화한 것 말이다. 쭉 뻗어가는 고음역이나 바닥을 울려대는 저음역의 존재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높은 음과 낮은 음은 자연의 음, 중음대의 소리는 사람의 그것이라는 구분은 분명히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다소 옆 길로 샜지만, 중음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영국 BBC모니터 라이선스의 핵심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 없는 가치라는 점을 역설하고 싶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하스 브랜드 제품들이 그러했고, 오늘 다시 소개하는 그라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의미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는데, 중음역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전체 사운드 밸런스의 망가뜨림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숙지할 필요가 있다. 중음대역이 물리적으로 부스트되어 생기는 빅마우스 현상 같은 것들은 그냥 단순하게 망가진 사운드일 뿐 특정 스피커의 개성이라든지 특이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LS 5/9의 하드웨어적 구성

그라함오디오의 소형 모니터인 LS 5/9모델은 우리에게 익숙한 로하스 스피커 기준으로 보자면 하베스의 Compact 7ES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졌다. 34mm 구경의 오닥스 트위터와 200mm 크기의 미드/베이스 유닛의 2웨이 구성이다. (미드/베이스 유닛은 볼트 제품) 또한 약 9mm 정도 하는, 두껍지 않은 자작나무 합판을 적층하여 만든 인클로저에 원목 무늬목으로 장식하였다. 하지만 드라이버 유닛이 장착된 전면부 배플은 예외적으로 두껍게 만들어졌다.

드라이버 유닛은 과거 BBC레퍼런스 5/9 타입에서 사용된 오리지널 그대로이며, 인클로저 제작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피커 전면부에, 납땜식으로 조절 가능한 트위터 음압 조절부도 고스란히 재현해 내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 트위터 음압 조절 패널은 실제 사용 의미 보다는 전통의 재현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조절해 보았을 때의 소리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이 조절장치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케이블이나 기타 튜닝 수단을 쓰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직경은 현대의 대부분 스피커들 보다 제법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또한 LS 5/9가 중음대역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유닛간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칼로 두부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과 음이 이어지고 헤어지는 포인트는 그래프상으로는 곡선으로 표현되며 감쇄와 출현의 일정 정도가 각각의 드라이버 유닛에 할당되는 것이다.


트위터가 오로지 고음역만 “재생”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위터가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는 중음역대의 퀄리티는 트위터 자체의 크기와 상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현대 상당수의 스피커들이 크로스오버를 최대한 정교하게 잘라내려고 시도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양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직경이 다소 큰 트위터를 쓰겠다는 것은, 해당 유닛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트위터의 직경은 작을수록 고음재생에 유리하다는 원칙을 생각해 본다면 분명 그러하다.

LS 5/9가 표현하는 사운드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Coherence라고 말할 수 있는데, 전 대역의 사운드가 같은 시간대에서 일제히 쏟아져 내리는 압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상급의 ATC 에서 느껴봤음 직한 밀도 높고 쫀쫀한 근육질의 사운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언급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드라이버 유닛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사운드의 특징에 다름없다.


인클로저가 얇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흔히들 로하스 계열 스피커들이 통울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음압을 구현해 낸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얇은 나무판을 적절하게 이어 붙이고, 그 이음매를 다소 헐겁게 함으로써 적절한 댐핑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리가 맞는 이야기이다.

드라이버 유닛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여진동을 얼마나 빠르고 쉽게 드레인 시킬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가 익히 보아 온 것 같이 단단하고 무거운 인클로저를 쓰는 방법이 최선이 아닌 경우가 있다. 드라이버 유닛에서 빼 내어야 하는 여진동을 다시 드라이버 유닛으로 돌려 보내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라함에서 인클로저를 만드는 방식은 이미 발생한 여진동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외부 드레인시키는 방법을 인클로저에 구현한 것인데, 이를 동사에서는 “Thin Wall Construction”이라고 표현한다. 얇은 합판 재질을 사용하되, 그 이음새 부분을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밀착시키지 않는것이다. 면과 면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적절한 댐핑과 진동 전달이 구현되며, 결과적으로 매우 깨끗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는 원리이다.


의미있는 미니마이징, Chartwell LS 3/5A와의 연계성

▲ Chartwell LS 3/5A

LS 5/9로 들어보는 실내악의 현악기 소리는 기존의 로하스 스피커들보다도 한층 투명함을 느낄 수 있는데(비슷한 가격대 등급의 스피커들 기준) 아마도 인클로저 제작 방식에서 추구하는 이러한 원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같은 원리에 의해, LS 5/9는 단단한 스탠드나 바닥이 매우 중요하다.

Harbeth P3ESR ▶

LS 5/9의 음압은 약 87dB로 울림이 손쉬운 타입은 결코 아니다. 만약에 적절한 통울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 정도 크기의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의 음압은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어느 정도 힘이 동반되는 앰프와의 매칭이 중요하며 앰프의 힘이 여유로울수록 음과 음의 이음매가 보다 매끈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그라함오디오에 편입된, 동사의 계보로 볼 수 있는 Chartwell LS 3/5A 모델도 있는데, 하베스의 P3ESR과 거의 비슷한 사이즈의 소형 모니터 스피커이다. LS5/9는 스피커 자체의 크기보다 훨씬 드넓은 스테이징을 구현하는 특성이 있는데, 여기에서 스테이징의 넓이와 깊이 등 공간적 요소만을 양보하고 그대로 사이즈를 줄인다면 바로 LS 3/5A라는 스피커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중음역의 충실한 재현과 앰프 출력에 따라 소리가 자연스러워지는 특성 등은 모두 동일하다.

작은 스피커가 필요한 상황에서 LS 3/5A가 LS 5/9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이 두 스피커가 사용처에 따라 상호 보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의미있는 리부트, 새로운 경쟁력으로 보아야

그라함 LS 5/9모델은 국내 대부분 청취 환경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범용적 사이즈의 모니터 스피커이다. 다만 방송국에서의 모니터링이 아닌,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들이 과연 그 본래의 그러함으로 재생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의 모니터링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기술적 포인트는 전시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며, 이미 과거에 소개된 가치이지만 공교롭게도 현대 스피커 브랜드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 든 흔적이 매우 주효한 스피커라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음악을 음악답게, 감성의 전달은 비교적 정확하고 과하지 않게 완급을 조절하는 중용의 스킬이 매우 세련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System 2 Way, reflex loading
Enclosure Thin wall construction, birch plywood
Finish Real wood veneer
Dimensions (w/h/d) 28cm by 46cm by 27.5cm
Weight 14kg
Frequency response 50Hz to 16kHz, ±3dB
Nominal impedance
Sensitivity 87dB SPL (2.83V, 1m)
Maximum output Over 100dB for a pair at 2m
Bass/midrange 200mm Diaphnatone polypropylene
Tweeter Son Audax HD13D34H
Recommended amplifier power 50 to 200 watts unclipped programme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6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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