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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특주 드라이버로 만나는 브리티시 하이엔드 - 쿠도스 Titan 606
이종학 작성일 : 2018. 01. 29 (14:44) | 조회 : 1953

FULLRANGE REVIEW

특주 드라이버로 만나는 브리티시 하이엔드

쿠도스 Titan 606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요즘도 가끔 야구장에 간다. 아무 생각없이 관중석에 앉아 활짝 펼쳐진 필드를 바라보면, 그 자체로 속이 시원해진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일종의 정신 건강 차원에서 가끔 야구장을 가라고 권하고 싶다.

고등학교 다닐 때엔 무척 야구에 열광했었다. 하긴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나 PC가 없었고, 핸드폰도 없었으니, 달리 즐길 게 없기는 했다. 저 멀리 1970년대를 둘러보면, 영화, 팝송, 프로 복싱 그리고 고교 야구 정도가 오락거리였다. 아주 부유층이나 스키장에 갔고, 대학생 정도가 되어야 당구장에 출입할 수 있었으니까.

따라서 고교 야구에 몰입할 땐, 도시락을 두 개 싸서 하루 네 경기를 꼬박 관람한 적도 있다. 동대문 구장은 말 그대로 시내 한복판에 있다. 공기가 좋을 턱이 없다. 당시 버스나 승용차는 싸구려 기름을 쓰고 있었고, 그 매연이 엄청났다. 쉽게 말해, 요즘의 동남아에 가면 접할 수 있는 그런 공기라 보면 된다.

그러므로 꼬박 야구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온통 먼지투성이다. 그래도 응원하는 팀이 이기거나, 멋진 장면을 본 것으로 만족감이 높았다.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보면 대부분의 타구가 내야쪽에서 끝난다. 의외로 땅볼이 많은 것이다. 가끔 외야 플라이가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관람객들이 벌떡 일어선다. 그러다 펜스 근처에서 잡히면, 가벼운 한숨이 나온다. 왜 그럴까? 모두 홈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확실히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아무리 강속구 투수가 삼진을 팍팍 잡고, 키스톤 컴비가 멋진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켜도, 그 때뿐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뇌리에 남는 것은 쭉쭉 하늘을 가로질러 외야석 상단에 꽂히는 대형 홈런뿐이다.


쿠도스의 드라이버

이런 공식을 축구에 대입하면 어떨까? 두 말할 것도 없이 골(Goal)이다. 심지어 중계진조차 골이 터지면 하던 말을 멈추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인생의 꽃은 청춘이고, 생선의 꽃은 참치다. 전체 생태계 최고의 꽃은 당연히 미인이다. 그럼 오디오는 뭘까? 바로 스피커다.

그 스피커의 핵심, 심장은 다름 아닌 드라이버.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드라이버를 뭘 쓰냐에 따라 스피커의 성격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나머지 컴포넌트가 구성이 된다. 케이블이나 전원 장치까지도 이 드라이버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드라이버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들의 평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평이 좋은 드라이버를 가져다가 솜씨 좋게 요리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느 쪽이 낫다, 라는 시각보다는, 대체 어떤 계통의 드라이버를 쓰느냐, 이 부분에 집중하면, 보다 깊이 오디오 취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쿠도스(Kudos)라는 회사는 좀 독특하다.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회사라 따로 드라이버 제조쪽에 인원을 두지 않는다. 대신 보다 현명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정평이 있는 전문 드라이버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 개발이라는 전선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제조에 있어서도 일정한 특주 방식을 취해서, 다른 회사에 파는 것과는 다른 스펙을 갖는다.

물론 쿠도스의 회사 규모가 엄청 크지는 않으니, 생산되는 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드라이버 메이커의 주가가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어스(SEAS)다. 이 회사의 브랜드 명은 다음과 같은 긴 이름에서 따왔다. “Scandinavian Electro Acoustic Systems”. 노르웨이에 소재한, 무려 6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메이커다. 따라서 그 퀄리티나 노하우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

그런데 이렇게 직접 유닛을 제조하거나 혹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면, 여기서 얻어지는 이점이 많다. 아무래도 드라이버의 성격이나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해서, 크로스오버를 꾸밀 때 되도록 간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이 부분은 B&W, 다인오디오, JBL 등 직접 유닛을 만들고, 스피커를 제조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쿠도스가 유니크한 것은, 비록 크지 않은 회사지만 대 유닛 메이커와 공조해서 신제품에 쓸 것들을 직접 설계, 제조하고, 크로스오버를 간략화해서 제품을 마무리한다는 점에 있다. 그야말로 현명하지 않은가?


▲ 쿠도스 수석 디자이너 데릭 길리건(Derek Gilligan)

데릭 길리건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이런 방식을 취할 수는 없다. 사실 시어스만 해도 전세계를 상대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드라이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간을 들여 특주품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무래도 쿠도스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또 이 메이커의 디자이너인 데릭 길리건(Derek Gilligan)씨를 믿기 때문이다. 아무나 컨택해서 나와 함께 일합시다,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사실 길리건씨는 그야말로 황금의 귀를 가진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생 자체도 스피커를 제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원래 그의 가족이 하는 비즈니스가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만드는 것이니까. 즉, 여러 메이커의 오더를 받아서 원하는 방식으로 캐비닛을 직접 제조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릴 적부터 오디오에 몰두하고, 프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나중에 여러 하이파이 회사에 설계를 해주다가, 드디어 쿠도스와 만나 스피커 디자이너로서 활짝 만개한 것이다.

이런 경력을 보면, 당연히 과학적인 데이터나 계측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길리건씨도 이 부분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그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땅벌(bumblebee)은 절대 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들이 날아다닙니다. 예를 들어 스피커가 하나 있다고 칠 때, 두 명의 전문가를 고용해서 각각 계측하게 해봅니다. 결과가 어떠냐고요? 두 사람의 계측 평가서가 서로 다릅니다. 다시 말해 과학적인 계측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길리건씨에 따르면, 스피커라는 존재는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도구다. 그 음악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듣는다. 따라서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지 않으면, 스피커를 아무리 과학적으로 훌륭하게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사실 맞는 말이 아닌가?

그러므로 그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다양한 음악을 듣고, 그에 따라 미세하게 튜닝하면서 꼼꼼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절대 계측기를 들이대지 않는다. 이윽고 여러 애호가와 전문가를 모아놓고 여러 차례 시연을 해서 그 반응을 본다. 여기서 평가가 좋으면, 그때야 계측을 해본다. 이 대목에서 아주 치명적인 오류가 있지 않으면, 다소 피크나 딥이 있어도 그대로 출시한다. 그게 맞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개 엔지니어들을 만나면, 사인파쪽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직선처럼 평탄하게 이어져야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신호를 넣어 체크하는 것일 뿐, 음악 자체의 모습을 담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편성이 복잡한 오케스트라의 사인파을 어떻게 계측할 것인가? 결국 귀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 대목에서 연주라던가 녹음이라던가 여러 부분에서 일한 길리건씨의 감각이 올바르다고 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쿠도스를 구매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탄 606

이번에 만난 타이탄(Titan) 606은, 동사가 내놓은 톱 클래스 시리즈의 일환이다. 그 내용을 보면, 동사의 플래그쉽이라 할 수 있는 808이 있고, 그 밑으로 707이 있다. 606이 막내인 셈이다.

그러나 세 모델 공히, 같은 트위터를 쓰고 있다. 그게 바로, 쿠도스와 시어스가 공동 개발한 K3라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K2를 개량한 것으로, 패브릭 돔 형태로 만들어져, 방사각이 넓고, 다이내믹스가 뛰어나다. 구경이 29mm에 달하는 만큼, 특히 고역 특성이 좋아서 무려 30KHz까지 커버한다. 수퍼 트위터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에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동사의 수퍼 20A라는 모델을 개발하면서, 역시 시어스와의 협력으로 완성된 드라이버다. 매우 사양이 좋고, 와이드레인지한 특성을 갖고 있다.

진동판은 하드 페이퍼 콘을 쓴 가운데, 더블 코팅을 통해 내구성과 댐핑력을 높였다. 구경은 180mm에 불과하지만, 스피커의 앞과 뒤에 각각 배치해서, 일종의 아이소배릭 형태로 저역의 리스폰스 능력을 향상시켰다. 덕분에 무려 30Hz까지 양호하게 커버한다. 스피커의 사이즈를 보면 통상의 톨보이 정도지만, 30Hz~30KHz라는 광대역을 실현한 것은, 가히 경이적이라 하겠다.

한편 앞서 소개했지만, 크로스오버의 역할을 최대한 줄였다. 따라서 음을 들어보면 대역간의 이음새를 거의 느낄 수가 없고, 마치 파워를 직결한 듯, 생생하고, 선도가 높은 음을 들려준다. 공칭 입력 감도는 6오옴에 87dB이지만, 불과 25W로도 넉넉하게 구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에 기인하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쿠도스는 린(Linn)과 드비알레와도 계속 교류중이다. 그래서 린의 엑스잭트(Exakt)와 드비알레의 엑스퍼트와 특별한 매칭을 자랑한다. 거의 액티브 스피커 형태로 작동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본 기뿐 아니라, 타이탄 707, 808, 수퍼 10A, 수퍼 20A 등에도 해당한다. 일렉트로닉스쪽을 간략화해서, 보다 쉽고 편하게 본 기를 즐길 수 있는 옵션이 있는 셈이다.

청 음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코드의 CPM-3350을 걸었고, 오렌더 W20에 반 오디오 파이어버드 DAC를 소스기로 해서 들었다.


  • 첫 곡은 피에르 불레즈 지휘, 말러의 “교향곡 6번 1악장”. 당당하게 관악기가 뿜어대고, 저역이 활달하게 터진다. 말러의 독(毒)이 흉폭하게 뻗어 나온다고나 할까? 그러나 결코 고삐 풀린 음은 아니다. 적절히 조율되고, 정리정돈이 되어 있다. 빈 필 특유의 유려하면서 서정적인 바이올린군의 움직임이 마음을 적시는 가운데, 퍼커션의 돌진이 바닥을 칠 정도. 대역이 넓으면서, 밀도감이 높다. 확실히 고급 드라이버를 사용, 제대로 음원의 성격을 포착하고 있다.
  • 이어서 키스 재릿 연주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글렌 굴드의 연주로 익히 알려졌지만, 여기서는 좀 다르다.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가운데, 투명함과 명료함이 돋보인다. 마치 모든 베일을 다 벗겨낸 듯, 음원 그 자체가 순수하게 떠오르는 형상. 맑은 시냇물을 들여다보면 안에 돌멩이며 물고기가 다 보이지 않는가. 바로 그런 느낌이다. 발군의 투명도와 해상도다. 따라서 연주자가 건반을 누를 때, 그 에너지의 세기가 정교하게 묘사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하다.
  • 안네 조피 무터의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 초반에 거세게, 압도하듯 오케스트라가 밀고 온다. 확실히 힘이 느껴진다. 음 하나하나가 기세가 좋고, 살아서 꿈틀거린다. 무터로 말하면, 물찬 제비처럼 빠른 속도로 비상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긁고, 당기고, 튕기고, 아무튼 자유자재의 테크닉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스페인의 열정과 에너지가 이국적인 정서로 살아있는 가운데, 무터의 기백이 당당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역으로 쭉 뻗을 때 바이올린의 음이 결코 가늘어지는 법이 없는 점도 좋게 다가온다.
  •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Come Together”. 저역을 체크하기 좋은 소프트인데, 베이스라인이 꿈틀거리고, 라지 탐탐을 강력하게 두드려대는 모습이 사실적인 임팩트로 다가온다. 중앙에 우뚝 선 레논의 보컬은, 특유의 시니컬한 느낌이 살아 있어, 감상에 묘미를 더한다. 단순한 편성이면서 체크할 것이 많은데, 여러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매칭된 코드 앰프의 성격을 반영해, 빠르게 치고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격이 다른 앰프와 매칭한다면, 본 기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싶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 론

본 기의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가격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브리티쉬 사운드 계통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와이드하고, 다이내믹하게 뻗는 음엔 분명 매력이 있다. 너무 중립적이고, 모니터 성향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맛을 잘 품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30Hz까지 떨어지는 저역의 박력과 에너지는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미드레인지의 밀도감 높은 재생력 또한 특필할 만하다.


S P E C

Type 2-way, isobaric bass reflex, floorstander
Recommended amplifier power 25W – 250W
Sensitivity 87dB / @ 1 W / 1 m
Nominal impedance 6 ohms
Frequency range 30Hz – 30 kHz AIRR (average in-room response)
Tweeter SEAS-Kudos K3 29mm fabric dome
Mid/bass driver 2 x SEAS-Kudos 180mm unit with double coated paper cone, 26mm voice coil with copper shorting ring and aluminium phase plug
Dimensions 950mm (h) x 256mm (w) x 320mm (d)
Weight (per loudspeaker) 35 kg
수입원 헤이스(02-558-4581)
가격 1350만원

리뷰어 -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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