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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컬렉터스 아이템 - 하베스 Monitor 30.2
코난 작성일 : 2017. 11. 22 (15:13) | 조회 : 1091

FULLRANGE REVIEW

컬렉터스 아이템

하베스 Monitor 30.2


1904년생으로 약관 15세 나이에 데뷔한 재즈 피아니스트 패츠 윌러. 익살스럽고 코믹한 이미지에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했지만 그의 작품은 언제나 천재적이었다. 루이 암스트롱 또한 살아서 높이 평가받지 못했던 그를 안타까워했을 만큼. 그런데 재즈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패츠 윌러에게 누군가 “재즈란 무엇인가” 질문했을 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어봐야겠으면 듣지를 마라.” 과연 위트와 재기 넘치는 패츠 윌러답지만 사실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에게 “하베스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현재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다. 이론적으로 옳고 실제 음질적으로 그런 테크닉이 뒷받침되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테크닉이 음악 전체를 대변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테크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음질적 사각지대가 도처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를 뭉뚱그려서 코히어런스 또는 음악성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결론짓는 것은 오래된 상습적 레토릭이다.


40주년 기념

아마 하베스가 4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면, 누군가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30주년 당시에도 그랬든 10년을 주기로 다시 생각해볼만한 것은 단지 기술만이 아니다. 아니, 기술은 이미 다 개발되었던 것들의 변주일 뿐이라고 일갈해도 할 말이 변변치 않다. 핵심은 어떻게 이런 올드 스쿨 타입 스피커가 21세기 중반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현재도 대중적인 인기가 유효하냐는 것이다. 그것도 절대 세월의 가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말이다.

여전히 네모반듯한 캐비닛은 빈티지 오디오 샵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1960~70년대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전면에 두 개의 유닛을 단단히 박아 넣은 모습에 더해 여러 개의 나사가 보란 듯이 전면 배플을 고정하고 있다.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배플은 물론 각 패널의 접합부문까지 각진 부분을 없애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전면 나사까지 보이게 만들다니 하이엔드 오디오 엔지니어 관점에서는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른다.


KEF 나 B&W 등 과거 모니터 스피커를 만들던 메이커들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로 방향을 선회한 것과 하베스, 스펜더 등이 과거의 전통적 규범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계승하는 이유는 그들의 역사가 말해준다. 레이먼드 쿡, 스펜서 휴즈 그리고 더들리 헤어우드는 BBC가 나은 스타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추종하던 BBC 모니터 팬덤은 현재도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고 당시 그들을 선망하던 오디오 키즈들이 BBC 모니터를 모방, 리바이벌하고 있다. 과연 지대한 영향력이다.

그 중 더들리 헤어우드는 뒤늦게 BBC 모니터 시장에 승차했으나 현재까지 가장 정통 브리티시 모니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앨런 쇼는 여타 메이커가 수장의 교체 이후 발 빠르게 라인업을 변경하고 현대 오디오 설계 트렌드에 규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 BBC 모니터의 스피커 연구를 분석했다. 앨런 쇼는 하베스라는 새로운 옷에 꼭 맞는 RADIAL 유닛을 개발, 적용했다. 백스트린이 아니라 RADIAL 2가 하베스의 새로운 시대를 강력하게 이끌었다.


모니터 라인업은 하베스 전통을 스튜디오 모니터 차원에서 엄격히 구분하고 계승, 발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특히 모니터 30의 역사적 계보를 따지고 올라가면 LS 5/9 모델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출시된 모니터 30.2는 무려 4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생산된 모델이다. 하지만 하베스는 단지 기념 모델을 넘어 기존 모니터 30.1의 다음 세대를 30.2를 통해 표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M30.2의 마감은 기존 하베스와 동일하다. 기존에 소량 생산된 후 품절된 유칼립투스 한정판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담백함이 묻어난다. 우측 상단엔 1977년 설립된 하베스가 2017년 올해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기념 앰블럼이 붙여졌다. 한정판 ‘Limited Edition’ 마크가 선명하게 여타 모니터 30과 확실히 차별된다.


차이점은 또 있다. 후면 바인딩 포스트부터 내부 크로스오버 선재 및 커패시터까지 통째로 바꾸었다. 신호 인입에서부터 내부 케이블 그리고 커패시터의 변경은 조금 다른 의미다. 단순한 외관 변경과는 달리 이는 전기적 특성 및 음질 특성 변경을 유도한다. 그 시작은 스피커 터미널로서 WBT 넥스젠을 도입했으며 영국산 오디오 그레이드 품질의 폴리 커패시터를 크로스오버에 사용했다. 더불어 내부 크로스오버와 유닛 연결 케이블 등에서 순도 높은 OFC 선재를 사용했다.

유닛은 겉으로 보기엔 동일하다. 그러나 이 또한 자세히 보면 트위터 그릴망이 기존과 달리 회색 그릴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 자체는 25mm 소프트 돔 트위터, 중/저역을 담당하는 미드/베이스 우퍼는 200mm 하베스 RADIAL 우퍼를 사용해 M30.1과 유닛 변동 사항은 없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능률은 85dB 며 주파수 응답 범위는 50Hz 중간 저역에서부터 20kHz 등에 이르기까지 기존 사양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다.

한층 세련된 하베스

  • 하지만 동일한 전기, 물리적 사양과 달리 음색적인 부분에서는 꽤 다른 늬앙스 차이를 만들어낸다. 샤데이의 ‘Smooth operator’같은 곡에서 중, 저역 중심으로 낮게 내려앉는 밸런스 자체는 예의 그 하베스가 맞다. 패스 INT-250 인티앰프와 오렌더 N10 플레이어 그리고 반오디오 Firebird MKII 는 M30.2 가 가진 능력을 모두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풍부한 배음, 따스한 온기가 충만한 보컬 톤 모두 하베스를 대변한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서도 좀 더 표면이 매끈하며 둥글둥글하게 들린다. 음상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하면 좀 더 커다랗게 형성되지만 꽤 뚜렷해졌다 특히 베이스와 드럼이 두터운 덩어리로 묵직한 리듬파트를 부드럽고 육중하게 이끈다. ATC 나 스펜더에 비하면 중, 고역은 확실히 해맑고 풋풋하게 들리지만 캐비닛 변경으로 인한 배음 구조와 잔향 특성이 바뀌었다. 그 방향은 좀 더 풍윤하고 세련된 쪽이다.
  • 음색적으로 하베스는 보편적으로 광대역에 고해상도를 지향하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와는 다른 양상을 가진다. 그들이 걸어온 역사적 서사는 항상 고해상도보다는 약간 해상도를 손해보더라도 음색적 장점을 훼손시키지 않는 가치관 아래 진행되어 왔다. 해상도를 높이면서 자칫 거칠거나 금속성에 파삭하고 메마른 소리를 내기보단 촉촉하고 윤기 있는 사운드 스펙트럼에 비중을 두었다. 예를 들어 클레어 슈발리에와 요스 판 이머젤의 ‘Hungarian Dances’를 들어보면 잔잔한 통울림으로 인한 여음이 악기에 겹겹이 스며들어 말랑말랑하다. 칼같은 해상도과 세부묘사보다는 미려한 음색적 특징이 돋보이며 특히 토실토실한 중역대 뉘앙스가 중독성을 일으킨다.
  • 과거 하베스를 처음 들었을 때 90년대 음악도 70년대 레코딩처럼, 70년대 레코딩도 70년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M30.2 로는 듣는 레코딩은 음악의 시공간을 좀 더 엄격히 구분해준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Will you be there’ 전주로 나오는 조지 셸 지휘,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9번 ‘환희의 송가’ 전주에 이은 마이클 잭슨 녹음은 두 개 녹음의 시공간이 분명히 구분되면서도 그 교차가 무척 자연스럽다. 아득히 먼 시간과 공간을 뚫고 1991년으로 ‘페이드 인’ 되는 ‘Will you be there’의 비트와 멜로디가 더욱 부각된다.
  • 필자는 2015년 M30.1을 리뷰하면서 기존 오리지널 M30에 비해 좀 더 자연스럽고 원활한 저역 다이내믹스 등을 그 차이점으로 피력한 바 있다. 물론 이번 M30.2에서도 그런 특질은 그대로다. 하지만 저역 양감이 좀 더 증대되고 배음이 더 풍성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50~60Hz 부근 이하로 저역 하한이 확장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피에를 블레즈 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를 들어보면 강력한 하이라이트 또는 급격한 타격감 등에서 저역 및 전체 스케일 자체가 커진 느낌을 받게 된다. 좀 더 우람하고 풍부한 저역 표현은 대편성 교향곡 등에서 쾌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재즈 팬이 아니라면 왜 매일 밤 동일한 재즈 클럽에서 다른 멤버들로 구성된, 또는 퀸텟 중 한, 두 명은 겹치는 멤버들이 동일한 스탠다드를 연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수백년 전 작곡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따위 작곡가들의 진부해 보이는 악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콩쿨까지 여는지, 클래시컬 뮤직 팬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다. 하베스는 스스로를 40년간 리바이벌해오고 있다. 게다가 하베스가 4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스피커는 동일한 사이즈에 동일한 스펙이다. 하베스 팬이라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피커 터미널 및 크로스오버 커패시터 및 내부 선재, 트위터 그릴 등의 변경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분명히 또 다른 음질적 차이를 만들었다. 단지 사양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튜닝을 음질적 사각 지대 위에 투영하는 하베스의 문법이다. 하베스를 포함 BBC 모니터 역사를 이해하고 경험해온 유저라면 분명 이 제품은 분명 ‘컬렉터스 아이템’으로서 그 소장가치가 높다. 하베스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이번 M30.2는 또다시 하베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오디오파일 본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S P E C

Speaker Array Two-way
Cabinet Type Vented
Freq. Response 50Hz–20kHz ±3dB
Nominal Impedance 6Ω
Sensitivity 85dBSPL/1W/1m
Dimensions (HWD) 460 ×277×287mm
Weight 11.6kg
수입사 다웅 (02-597-4100)
가격 516만원

리뷰어 -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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