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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Wind of Change - 올드스쿨 Music
코난 작성일 : 2017. 11. 14 (16:10) | 조회 : 1093

FULLRANGE REVIEW

Wind of Change

올드스쿨 Music

남자의 물건

태어나서 돌잔치에서 집어든 것이 곰돌이 인형이나 그런 것이었지만 자라면서 남자라면 갖고 싶은 것은 점점 더 변화한다. 걷기 시작하고 동네 친구, 형들과 어울리며 남자로서 정체성을 획득해간다. 그에 따라 누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어떤 만화를 보는지가 관심사가 된다. 건담 신화는 남자들의 로망을 지상을 넘어 창공과 우주를 넘나들게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도 마치 첫사랑의 기억처럼 남자들은 건담을 구입한다. 피규어를 모으는 성인 남성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키덜트’라는 신조어는 유년기를 추억하며 시장을 뒤흔드는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되었다. 아카데미 프라모델을 구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전차와 비행기, 탱크를 조립하던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남자. 이젠 결혼하고 어른이 되어 그 과거의 순수함과 남성성은 희석되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 회사원, 자영업자의 이름으로 짓눌려 산다. 남자의 물건은 세상에 지친 남자의 짓눌린 감성을 깨우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유일한 티켓이다.


올드스쿨

올드스쿨은 마치 그 시절 프라모델을 다시 손에 쥔 듯 형용하기 힘든 포름을 풍긴다. 비스티 보이즈나 런 DMC가 처음 나왔을 때의 신선함이 지금은 촌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그 올드스쿨 힙합은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회자되고 있다. 처음 스테레오 시스템이라고 누나가 생일에 선물해준 각지고 커다란 스테레오 카세트 데크. 노란 오디오테크니카 카트리지가 달렸던 오토매틱 턴테이블, 산스이와 AR, JBL 마란츠 리시버의 녹턴이 종종 그리워지곤 한다. 오디오의 역사는 돌고 돌아 다시 어린 시절 오디오를 소환하고 있다. 7~80년대 튜너가 내장된 투박한 리시버, 일명 궤짝이라고 불리며 톨보이라고 하기엔 작은 키에 북셀프라고 보기엔 크고 뚱뚱한 녀석들. JBL 이나 AR, 그 옛날의 하베스와 스펜더 키즈들이 성장해 보기 좋게 그 시절을 리바이벌하고 있다.

스펜더 SP100이나 하베스 모니터 40.1을 연상시키는 인클로저 비율에 더해 통 자체는 핀란드 스피커 메이커 펜오디오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무겁고 늠름한 모습이 마치 남자의 로망을 대변하는 듯 듬직하다. 처음 만남 올드스쿨의 장남 Classic One 이 그랬다. 또 하나는 차남이라고 할 모델 M2를 만났다. 이 둘째 녀석은 조금 더 작은 인클로져에 담았지만 날쌔고 호쾌했다. 큰형 Classic One 만큼 넉넉하고 바다 같은 품성을 지니지 못했지만 더 옹골차고 똑 부러지는 소리를 냈다. 웬일인지 M1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뭔가 알 듯 모를 듯 오묘한 소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6인치 미드/베이스 우퍼에 1인치 트위터를 담은 동축 유닛을 단 하나 네모난 통에 넣은 스피커다. 언뜻 보면 풀레인지 스피커 같지만 70~80년대 동네 카페 어디선가 마주칠 법한 심플한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뮤 직

이제 뮤직이다. 이 스피커는 엄밀히 말하면 Classic One에서 베이스 우퍼를 떼어내 좀 더 작은 사이즈로 만든 북셀프 타입 스피커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런 디자인이 내 눈에는 좀 더 예뻐 보인다. 요즘 생산되는 대다수의 스피커와 유사한 비율도 한 몫 한다. 실로 보편적인 비율이라는 것은 사용자에게 일단 안도감을 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뒤로 길게 뺀 인클로저는 깊이 있는 저역 재생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뒷면에 포트를 마련한 저음 반사(위상 반전) 스피커로서 제동 자체도 상당히 수월하다.

캐비닛을 보면 언뜻 떠오르는 스피커가 있다. 바로 펜오디오의 그것과 거의 유사해 보인다. 실제로 올드스쿨 스피커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곳은 펜오디오와 동일하다. 펜오디오는 몇 년 전 생산 공장을 라트비아로 이전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곳 ‘월드 디스트리뷰션’에서 생산하고 있다. 침엽수림 등 천해 자연환경, 그 중에서 양질의 자작나무가 우거진 핀란드지만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수출입이 자유롭지 못해지면서 이주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라트비아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작나무를 공수해 바로 제작할 수 있고 인건비 같은 경우도 더 저렴하다. 구 소련에서 한참 전 독립한 발틱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는 유럽, 러시아와 가까운 지리적 조건은 물론 기본적으로 인클로저 목제 공급이 풍부해 스피커 제조 요건은 충분히 훌륭하다. 바로 그 라트비아 리가에서 올드스쿨이 만들어진다.


아름다운 자작자무 적층 인클로저의 결을 살펴보다가 전면을 보면 멋진 유닛들이 상/하로 두 개 보인다. 일단 트위터를 실크 돔 트위터 타입이다. 다름 아닌 이스라엘의 보석 같은 존재 모렐 트위터다. 보이스코일에 헥사테크(Hextech)라는 알루미늄 와이어를 사용했고 모렐의 독보적인 기술인 Emmiter, Acuflex 등이 적용된 유닛. 특히 프레임 자체 디자인이 특별해서 진동판을 안쪽으로 쏙 집어넣고 혼 타입 개구부를 마련해놓았다. 전면 표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회절을 피하는 동시에 혼 유닛의 확산성, 개방감을 노리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드/베이스 우퍼는 노르웨이 유명 스피커 유닛 메이커 시어스(Seas). 워낙 많은 메이커서 사용하면서 과거 스캔스픽보다 최근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고품질 드라이브 유닛이다. 5.5인치 구경에 더스트캡이 위치하는 부분에 마치 총알처럼 정교하게 매끈하게 디자인된 페이즈 플러그가 장착되어 있다. 황동 페이즈 플러그를 사용한 마그네슘 콘이 아니라 페이퍼 진동판에 넥스텔(Nextel)을 코팅한 유닛이다. 기본적으로 시어스의 최상위 라인업 ‘엑셀(Excel)’ 에 속한 모델로서 아마도 이 가격대에서 이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는 자작을 하지 않은 이상 보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이 스피커는 라트비아 그리고 월드 디스트리뷰션이라는 제조 환경 덕분에 가격대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 없는 상급 유닛을 탑재할 수 있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내게 배달되어 온 스피커는 종이 박스가 아니라 나무 박스다. 마치 와인 박스를 열 듯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에 박힌 나사를 풀고 스피커를 꺼내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 큰 북셀프다. 평소 붙박이로 사용하는 타겟 스탠드 위에 올리니 좌/우 약 1cm 정도만 비고 사푼히 올라가 멋진 자태를 뽐냈다. 시청은 혹시나 해서 캐리 300B 인티앰프 CAD-300SEI를 걸었다.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WDAC 3T, 튜브 버전. LP는 트랜스로터 ZET-3MKII와 레가 Exact 카트리지, 레가 Aria 포노앰프 등을 활용해 테스트했다.


  • 올드스쿨 Music 은 보편적인 현대 하이엔드 지향 스피커들과 방향 설정이 다르다. 플랫한 주파수 반응과 빠른 스피드, 다소 홀쭉하고 밀착된 소리와는 출발부터 다르다. 소리를 응축하고 말끔하게 다듬어 안으로 흡착시키기보다는 밖으로 자연스럽게 분출한다. 리키 리 존스의 ‘We belong together’에서 속삭이는 내레이션이 마치 흑백 영화의 한 장면, 필름 속 아련하게 흐르는 여배우의 독백처럼 아련하다. 흡사 말론 브란도와 나탈리 우드의 그것처럼. 특히 중역과 고역을 오가는 그녀의 보컬은 혼 개구부를 채용한 트위터 덕분에 상쾌하게 뻗는다. 실크 돔의 풍부한 잔향을 가졌지만 금속 트위터처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고역이 인상적이다.
  • 이런 특유의 잔향 특성은 현악이나 관악 등 중/고역에 그대로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따스하고 농밀한 텍스처를 가지고 있어 어떤 음악이든 올드스쿨의 묘한 컬러에 빠지면 중독이 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La Campanella’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진행은 거침없이 고유의 바이올린 음색을 쏟아낸다. 처음 며칠간 약간 거친 질감이 느껴졌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엷게 흩날리던 고역도 안정을 찾아나갔다. 단지 곱고 예쁘게 치장한 미음이 아니라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특별한 음색을 자신 있게 뽐낸다.
  • 능률이 충분히 높아 저역 제동에 관한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의 캐리 300B 인티앰프와 매칭했을 경우에도 4mX5m 정도 크기 룸에서 볼륨 10시 이상을 넘기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참고로 이 앰프는 300B 싱글 구성에 단 15와트짜리 인티앰프다. 닐 영의 ‘Tell me why’에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는 에소타 트위터보다도 몽환적이며 풍부하고 상쾌하게 작은 리스닝 룸을 가득 메운다. 음원과 LP를 반복해서 청취해보면 디지털 음원도 LP만큼 포근하고 풋풋한 아날로그의 느낌을 비교적 잘 살려주는 편이다.
  • 이어 ‘Lover, You Should've Come Over’에서 다듬지 않은 건반이 날 것의 현장 앰비언스를 북돋운다. 마치 피가 낭자한 듯 선연한 녹음 현장의 차분한 분위기 배경과 달리 제프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뒤편에 앉은 맷 존슨의 드럼이 깊게 하강한다. 다른 저역 테스트 노트로 들어보아도 청감상 약 50Hz 부근 중간 저역까지는 하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홀쭉하게 밀착된 저역이 아니다. 일부터 세밀하게 조정한 게 아니라 시어스 엑셀의 기본 성능 자체를 존중해 네추럴하게 풀어놓은 중, 저역이다. 약간의 부스트가 있으나 그런 면 덕분에 오히려 곡 자체의 뉘앙스가 점층적으로 고조되고 드라마틱하다.
  • 미시적인 다이내믹스보다는 거시적인 다이내믹스 표현이 돋보인다. 더불어 무대 사이즈가 크고 사이즈에 비하면 무척 우렁찬 저역 표현력 덕분에 포만감 있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Take five’에서 폴 데스몬드의 알토는 풍부한 금빛 일렁임이 느껴질 정도로 깊고 진한 하모닉스 표현이 가능하다. 드럼은 마치 과거 어셔718BE를 사용할 때처럼 임팩트 있는 소리다. 그만큼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크고 웅장한 아티큘레이션이 돋보인다. 폭포수처럼 몰아치는 저역은 아니지만 사이즈를 감안할 때 충분히 만족할만한 양감과 펀치력을 보여준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올드스쿨 Music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기존 Classic One 이나 M2의 축소형이며 베이스 우퍼 외엔 동일한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이후 총평을 쓰는 지금에야 내게 도착한 본사 스펙시트는 다행히도 나의 예상과 거의 동일했다. 예를 들어 청음 테스트에서 예상했던 저역 하한 점은 실제 스펙에서도 48Hz 정도로 드러났다. 고역은 모렐 트위터의 상한점 25kHz 로 가청 주파수를 살짝 뛰어넘는 수준.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능률이 고작 86dB(2.83V/1M 기준) 정도에 머무른다. 하긴 케프 LS50의 능률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청감상 능률은 스펙 수치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어렸을 적 처음 본 푸르다 못해 시퍼런 전면 배플의 JBL은 뭔가 심지 곧고 굳센 남자의 물건임을 자랑했다. 김민기, 양희은, 노찾사의 음악을 들을 때면 더 그랬고 종종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을 들을 때면 내 마음 속 못 다한 이야기를 그 푸르른 가슴으로 울어내는 듯 우렁찼다. 올드스쿨 Music 은 붉은 배플에 남자의 정열을 대변하는 듯하다. 약간 투박해 보이고 조금은 거칠어 보이지만 삶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정념을 쏟아 넣은 듯 뜨겁고 투철하다. 며칠 동안 테스트하는 동안 형광등이 깜박이듯 본분을 잊고 음질 대신 음악에 빠졌다가 헤어 나오곤 했다. 특히, 포크와 록, 재즈 그리고 아날로그 레코딩과 디지털 레코딩을 가리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는 음색은 주파수 반응 특성과 별개로 최근 만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1989년 8월 모스크바 평화음악 축제에서 스콜피온스가 불렀던 ‘Wind of change’를 마지막으로 들었다. 올드스쿨은 스콜피온스가 그랬던 것처럼 하이파이 스피커에 불어온 동유럽발 변화의 바람이다.


S P E C

바디 유형 위상 인버터, 후면 덕트 형
트위터 유형 모렐 (Morel) 특주 트위터
MF / LF 위상 평형 장치가 장착 된 1 x 133mm (5.25 ") 중 / 저 드라이버
주파수 범위 48 Hz - 25000 Hz
공칭 임피던스 6 옴
감도 86 dB (2.83 V, 1 m)
권장 앰프 전력 25-100 W
입력 커넥터 2 개의 스크류 터미널 WBT
크기 (WxHxD) 180x320x310mm
수입사 헤이스(02-558-4581)
가격 350만원

리뷰어 -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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