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규격이 1996년 처음 등장하였을 때, 이것이 하이파이 업계의 고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무렵 PC 업계는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 새로운 장치를 인식시킬 방법이 없었고, 외부와의 데이터 전송의 애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제정된 규격이 USB 였다.
하지만, 초기의 USB는 애플에서 개발한 파이어와이어의 전송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PC를 끄지 않고도 핫 플러깅을 통해 외부 장치를 인식시키고, 부족한 내부 저장 공간을 커버리지 할 수 있는 외부 저장장치를 추가할 수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봄에 USB 2.0 규격이 제정되면서 파이어와이어의 전송속도를 따라잡기 시작했고, PC가 사무용, 게임용 같은 기존의 역할에서 확장하여 CD에서 벗어난 하이 레절루션 음원을 품을 수 있는 음원용 디지털 트랜스포트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면서 하이파이 제조사들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즉, 언제까지나 16bit 44.1kHz의 레드북 규격의 음원을 금과옥조로 여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에 부딪친 하이파이 제조사 중 유연하게 대처한 그룹은 USB를 기존의 광, 동축과 함께 음원의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나 상당수의 제조사들은 USB 전송 방식에 비타협적인 입장으로 고수하는데, 스코틀랜드의 린은 HDMI 규격 까지는 받아들였으나 USB 단자를 추가할 뜻이 없어 보이며, 영국의 네임 또한 비슷한 행보 (DAC-V1 에 이르러 타협의 제스처를 취한다.) 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분야의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플레이백 디자인스나 버클리 오디오 같은 브랜드는 자신들이 만든 USB DDC를 쓸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USB 전송의 완결성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단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디오 기기와는 달리 적응형 기기인 PC는 설치된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목적에 부응하는 기기로 변화한다.
그러나 다목적의 기능을 수행하는 PC는 오디오 기기로 여기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