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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영화수첩: 제66회 칸영화제 통신-2013 칸영화제와 그 매혹들, 그리고 한국영화
작성일 : 2013. 06.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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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제66회 칸영화제 통신

2013 칸영화제와 그 매혹들, 그리고 한국영화


2013 칸영화제(15∼26, 현지 시각) 현장의 중간 분위기를 전하면서, 어느 중앙 일간지 지면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어느덧 열여섯 번째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맘때 프랑스 남부도시 칸은 늘 어떤 설렘을 일으킨다. 언제 어떻게 어떤 매혹, 놀라움이 출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폐막 목전에 새로운 매혹·놀라움이 출현, 제66회 칸을 후끈 달구면서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등 수상 향배에 그 어느 해 못잖은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
대표적 새 매혹·놀라움은 튀니지 태생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LA VIE D'ADÈLE - CHAPITRE 1 & 2)이다. 영화제 종반인 23일 공식 선보이며, 현지 전문 평자들을 사로잡았다. 쥘리 마로의 코믹 북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Le Blue est une couleur chaude)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유롭게 각색해 빚어졌다. 열다섯 살 여학생 아델(아델 에그자쇼풀로스 분)과 연상의 급우 에마(레아 세이두) 간의 격정적 동성연애를 축으로 펼쳐진다. 그것도 3시간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예외도 없지 않으나 이처럼 긴, 그것도 동성애 같은 민감한 소재를 극화한 영화는 극찬은커녕 호평을 끌어내기조차 여의치 않기 십상이다. 무려 3시간을 일정한 연출 호흡으로 끌어가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사랑 이야기란 식상하다 못해 진부해질 위험이 농후하다. 헌데 이 영화, 평단으로부터 전례를 찾기 쉽지 않은 열광적 찬사를 끌어내며 황금종려상 최강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 간 유력 황금종려상 후보로 점쳐오던 조엘 & 에단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다국적 평자들로 이뤄진 스크린인터내셔널 10인 평가단으로부터 4점 만점에 3.3점을 받았다- 나, 같은 날 선보이며 스크린 평점 3.1점의 호평을 끌어낸 <네브라스카> 등 다른 경쟁작들에 대한 관심 등을 일거에 잠재웠다. 가짜 싸이 사건 등 비 영화적 해프닝 등에서 영화 자체로 눈길을 돌리는데도 성공했다.

프랑스 평론가 및 저널리스트 15인으로 구성된 르필름프랑세의 경우, <파랑은…>에 15인 중 12명이 4점 만점에 4점을 부여했다. 종합 평균 3.6점이 넘는다. 그 간의 칸에서 목격한 적 없는, 열광이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 앤 뷰티풀>(스크린 평점 2.4점), 아르노 데스플레셍의 <지미 P>(2점), 발레리아 브뤼니-테데스키의 <이탈리아의 성>(1.6점), 마하마트-살레 아룬의 <그리그리>(1.8점) 등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프랑스 출품작들의 열세를 반전시키기 충분하다. 프랑스 평자들만 열광한 건 아니다. 스크린 평점도 3.6점이다. 5명이 4점 만점을, 3명이 3점을 줬다. 내가 기억하는 최상의 스크린 평점 3.7점-유감스럽게도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평가다. 참고삼아 말하면, 2012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의 스크린 평점은 3.3점이었다. 대체 열광의 이유들은 뭘까.

우선 두 여 주연 배우의 열연이 으뜸 요인이다. 고작 스물 살의 어린 나이에도 10편 가까운 출연작을 확보하고 있는 관록의 신예 아델과,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프랑스 연기계의 블루칩 레아의 실감 연기, 특히 기념비적 (레즈비안) 섹스 연기다. 스크린 리뷰어는, 그들의 연기에 대해 '놀라운'(astonishing), '굉장한'(terrific) 등 최선의 수식어를 동원해 극찬했다. 더 중요한 요인은 그 섹스 신들이 철저히 극적 콘텍스트에 위치한다는 것. “대다수 사실주의 내러티브가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신경을, 한층 더 만족스럽게 건드리는,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풍요로운 드라마의 맥락 안에.” 긴 러닝 타임 탓에 배급업자들이 불안해 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은 단 한 순간도 낭비되질 않았다고 느낄 것이라고까지 평한다.

▶<세이프>
이러저러한 화제작들에도 불구하고, 올 칸은 그 무엇보다 한국 장편 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 받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보다 정확히는 다름 아닌 그 사실이 우리에겐 올 칸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 언론 매체들을 장식한 기사들은, 축제의 주인공인 영화나 영화를 만든 주역들이 아닌 가짜 총격 및 싸이, 크고 작은 도난 등 영화와는 무관한 해프닝성 사건 기사들이었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 지면 낭비들이 대세였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영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니 '세이프'(문병곤 감독, 경쟁 부문), '선'(김수진, 시네파운데이션), '울게 하소서'(한은영, 비평가주간)까지 세 편의 수작 단편들이 초청됐다는, 유의미한 성취 따위는 별 의미가 없었다.

▶<울게 하소서>
가령, 재학 중인 학생 감독들 영화들이 자웅을 겨루는 섹션인 시네파운데이션은 세계 277개 영화학교에서 출품된 1,550편 가까운 후보작들 중 엄선된 18편으로 구성됐다. 수상엔 실패했어도 초청 그 자체가 크디 큰 기회요 인정이었다. 다른 두 단편 역시 마찬가지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영화라면 으레 2시간 전후의 극장편영화Narrative Feature Film를 가리킨 지 100년가량의 오랜 세월이 흐르지 않았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큐멘터리나 단편 등은 장편극영화의 들러리쯤으로 간주되어온 것이 현실 아닌가.

1996년 양윤호 감독의 '유리'가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칸과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맺어진 이래, 국산 장편 영화가 올해처럼 칸영화제에서 외면당했던 적은 1999년과 2001년, 2003년 세 차례다. 2003년 이후 10년만이다. 그때도 단편영화가 체면을 유지했을 따름이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수 세계 6위(1억9천5백만 명), 다큐 포함 장편 제작 편수 7위(229편), 극장 기준 매출총액 8위(13억 1천만 달러) 등 산업적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했다는 점 등을 상기하면 불상사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도대체 왜 이런 불상사가 벌어진 걸까?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이 갑자기 저하된 것일까?

그에 대해 어느 매체의 기자는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이창동, 홍상수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신작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나,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존에 소개된 작가 외에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작가의 등장이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는 것. 기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66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철저히 배제된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로 인해 작가주의 영화가 소멸되어 가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한 셈”이라고.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흥미로운 진단이다. 우리 영화가 극단적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현실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펼쳐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리-르네상스 내지 빅뱅도 극심화되고 있는 빈익빈부익부 현상 등으로 인해 그 함의가 퇴색되고 있다. 건강한 영화 문화를 위해서라도 상업(주의) 영화들과 병행·제작돼야 할 저예산 독립·작가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비평적으로 주목할 만한 수준을 갖추기란 더욱 힘들다. 개인적 재능도 문제지만, 구조적 여건이 그 수준을 불가능케 하기 십상인 탓이다.

그럼에도 위 기자의 지적엔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우선 지적의 비중이 뒤바뀌었다. 영화 스터디 30여 년, 영화 평론 20년, 칸영화제 방문 16차례 등의 경험으로 판단컨대 기자가 든 표면적 사유가 더 결정적 변수이기에 하는 말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은 칸 행을 위해 급히 만들어 출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말도 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칸을 건너뛰었다는 말도 있으니 그러려니 치자.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후반 작업 중이라 출품을 하지 않았다지 않는가.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한창 중이다.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미국 영화 <스토커>도 자의든 타의든 칸이 아니라 선댄스에서 월드 프리미어됐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영화의 성격상 칸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당초 칸에 입성할 후보작들이 적었던 것이다.

상황은 또 다른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 주목할만한시선은 말할 것 없고 병행섹션인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칸만이 아니라 세상의 거의 모든 영화제들이 영화를 선정할 때 최우선시 하는 요인은 이른바 '작가주의'다. 달리 말하면 감독의 명성 내지 이름을 중시하기 마련이다. 경쟁 부문에 한정하면, 올해처럼 신예 감독의 데뷔작이 한 편도 없거나 있다고 해도 한, 두 편에 지나지 않는 건 그래서다.

2006년 주목할만한시선 초청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윤종빈) 같은 걸출한 데뷔작은, 국적 불문 흔히 조우할 수 있은 것은 아니다. 2012년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돼지의 왕'(연상호) 같은 문제적 수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 선댄스영화제 월드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 등에 빛나는 '지슬'(오멸)이나,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등에 입성한 '가시꽃'(이돈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칸에 초청되지 못한 건 수준의 문제라기 보단 해당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영화적 성향·지향과 직결된다.

더욱이 칸영화제 프로그머(들)의 개인적 기준들이 결코 좋은 영화의 일반적 척도로 통용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지 않겠는가. “경고”, 운운은 따라서 과도한 자기비하인 감마저 없지 않다. 심지언 칸영화제가 상업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 비난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더러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힐난할 수 있겠는가.

올 칸의 불상사가 한국영화의 오늘 및 내일을 규정지을 순 없다. 보다 거리를 떼고 사태 추이를 지켜볼 여유가 필요할 때이다. 그나저나 과연 어떤 나라, 어떤 감독, 어느 영화가 2013 칸의 최종 승자가 될까? (계속)

전찬일(영화 평론가)







<출처 :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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