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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음악듣기 - 거리두기가 바꿔놓은 음악듣기 문화
작성일 : 2020. 05. 25 (15:34)
Fullrange0P 조회 :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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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COLUMN

코로나 시대의 음악듣기

거리두기가 바꿔놓은 음악듣기 문화


더 큰 침묵의 봄이 왔다. 사람의 말소리까지 잦아든, 좀더 깊은 정적이 지구 전체에 찾아온 것이다. 새소리가 사라진 들녘과 가뜩이나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던 거리에서는 소리를 내던 사람과 소리를 듣던 사람 모두가 사라져 갔다. 음식점과 카페에 복닥거리던 인파는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하고 그나마도 해가 지기 무섭게 매장 문을 닫고 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과 회사에 갈 수 없는 아빠 엄마들은 집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기회를 맞이했지만 점차 각자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혼자가 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대안이자 위안은 보고 듣고 먹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 대형 온라인 사업자들은 연일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OTT 플랫폼사업자인 넷플릭스에는 최근 한달 사이에 1600만 명의 신규가입자가 몰려들었고 독보적인 온라인 영상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의 시청률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업계의 스마트오더 주문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두 배가 늘었다. 실내에만 있는 게 정 답답해서 오프라인 레스토랑을 찾는 운전자들을 위해 개설한 드라이브 스루의 매출도 유사한 비율로 급증했다. 온라인 교육서비스와 교육상품 관련 매출 또한 두 배로 뛰었다. 특정 브랜드 학습컨텐츠는 7배의 매출을 기록한 곳도 있다.

한편, 오프라인 공연업계는 기약없이 모두 멈춰섰다. 상반기만 해도 글래스톤베리 콘서트나 빌보드뮤직 어워드 같은 대규모 연례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잠정연기되었다. 처음엔 랜선 페스티벌이나 언택트 콘서트 등의 힐링 이벤트로 시작된 온라인 콘서트는 발빠르게 온라인채널로 활로를 모색한 공연과 음악회, 연극과 미술전 등이 주도해서 기존의 매출을 넘어설 수 있었는데 향후 이 방식을 어떻게 발전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음악듣기 산업의 판도 역시 격변하고 있다. 영상, 음악, 게임 등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 보내는 시간이 60% 급증했다는 리포트 이면에 출퇴근 시간대의 라디오 청취율은 급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집콕족의 음악 듣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드와 소프트 산업에서는 기존의 희비 판도가 엇갈리고 있다. 음향기기 매출은 근래 가장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어 보인다. 최근 블루투스 스피커 매출이 30% 이상 급증한 온라인 샵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의 특정 음향기기 브랜드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잠시 이런 판도변화를 좀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모든 판매자와 서비스업자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원서비스 업체들 중에는 매출이 곤두박질한 곳도 있으며, 음향기기 판매점 중에는 최악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음악 관련 상품 전반에 대한 이런 매크로적 수요증가와 업체별 차별적 매출증감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관찰해보면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1) YOLO 문화 + 집콕 문화의 결합

코로나 바이러스로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한 환기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집에 가만히 멈춰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바쁘게 살 때는 그건 호사스러운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화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비로소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도 죽기 전에 한 번 나를 위해 좋은 오디오를 마련해서, 오랜 동안 음악을 듣고 싶어진 것이다.


2) 음악듣기 문화의 확산

듣는 음악이 버라이어티해졌다. 미스터트롯이나 팬텀싱어와 같은 버라이어티 음악장르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 확산됨에 따라 음악듣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이전의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음악듣기에도 롱테일 법칙이 반영되어 다양한 그룹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모바일기기가 불씨를 지핀 수많은 음악서비스 앱의 영향이 주도해서 그 그룹의 크기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3) 사운드 품질에 대한 관심

역시 모바일기기가 기여한 영역으로서 컴퓨터에서는 구현되지 않았거나 빈번히 접촉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던 고품질 사운드에 대한 소비자그룹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상과 사운드를 보다 나은 품질로 감상하기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 기기는 물론, 모바일 기기와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등에 대한 선별을 사용자가 직접 정보수집과 제품체험을 통해 결정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4) 풍부해진 영상 & 음악 소스

음반이나 영상패키지를 구매해야만 시청이 가능했던 십여 년 전과 비교하자면 현재는 다양한 유무료 서비스가 공존하게 되었다. 유투브의 무료 공유 스트리밍만으로도 웬만한 음악을 찾아듣는 일이 가능하며, 음원서비스 회사들은 고품질과 서비스 방식에서의 차별화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버라이어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절을 보내고 있고 듣는 방식과 채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넓은 반경이 주변에 펼쳐져 있다.


잔인하다고까지 표현되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낯선 건, 그만큼 했으면 교훈 정도를 남기고 사라져가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전염성 질병은 모두에게 처음이었을 것이다. 마치 대지진 후의 세상처럼 결코 복귀되지 않을 이전의 지형에 대해서도 서둘러 인정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곧 사라질 것으로만 기대하고 상호접촉을 삼가하는 언택트(Un-tact) 문화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활로를 찾아 비대면 접촉활동인 온택트(On-tact)로의 대전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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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달도 넘은 일이지만, 핸드폰에 있는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앱이 무료시청 시간이 이틀이 남았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면서 필자는 망설였다. 무엇보다 그 뛰어난 화질과 음질, 그리고 명연들로 조합이 된 아카이브를 밤을 새우더라도 서둘러 감상해야할까? 이제부터 돈을 내고서라도 봐야할까?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팀은 코로나 기금 자유기부를 타이틀로 해서 로얄 알버트홀 공연 실황을 이틀 동안 무료로 서비스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음악과 영상을 가까이에서 주로 듣고 보는 애호가들에게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움직여야하고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가리워져 있던 곳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환기의 시간이 되었다. 길어봤자 봄이 지나면 원래 모습을 되찾겠지 했던 생각들은 두려움과 생존, 그리고 인생에 대한 관조의 기회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고 준비하고 있어보인다. 릴케의 시처럼, 이제는 가을이 와도 새로 집을 짓지 않고 혼자놀기를 즐기며 잠자지 않고 긴 영화를 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바람에 나뭇잎이 날리는 거리를 불안한 걸음으로 헤매는 대신 나를 즐겁게 하고 고양시키는 음악을 듣고 있을 것이다. 최신 버전 블루투스 이어폰과 무손실 파일 스트리밍으로 말이다. 집에 오래 있는 일도 익숙해질 것이다. 주말에도 눈만 뜨면 사람들을 만나고 차를 몰고 맛집을 찾아다니던 습성은 점차 내 공간 속에서 나를 위해 즐기는 방식을 찾게될 것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걸 잊고 살았던 자신을 탓할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철학과 환경에 따라 하고싶은 일도 반응하는 방식도 다르다. 샤넬 백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사재를 털어 바이러스 백신개발에 써달라고 돈을 보내오는 엔젤 기부자도 있다. 각자에게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의 방식을 놓고 일률적으로 뭐가 더 맞는 것이라는 정답은 없다. 다만 서로 다른 가치와 양식이 있을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순기능은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고 떠돌던 삶을 멈춰세워 자신의 내면 속 깊이 침잠시키는 시간을 제공했다. 내면에 깊이 들어가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도락가들은 이제 집에서 스마트 오더 시스템의 재미와 함께 맛집 메뉴를 즐기거나 아예 셰프가 되어 요리를 만들어 보면 되고, 영상 애호가들은 큰 스크린과 디스플레이로 죽기 전에 봐야할 영화들을 파헤치면 될 것이며, 음악 애호가들은 평생 들어도 다 듣지 못할 고전들과 최신곡들에 빠져들어가면 된다. 음악듣기를 좋아하지만 야근에 크고 작은 모임에 시간이 없어 음악을 듣지 못했던 애호가들에게는 이제 안팎으로 조건이 갖춰졌다. 원래 그게 생활이던 애호가들은 익숙하겠지만, 마음만 있던 지원자들은 이제 좀더 진지해져 갈 것이다.

대표적인 다국적 투자기업 골드만삭스는 얼마전 리포트에서 2020년대말 쯤이면 온라인 음악시장의 규모가 현재의 2배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후에도 다른 방식으로 다양화를 거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모여서 듣던 문화와 산업은 이제 다른 국면으로 들어서서 저변 확대되어가며 시간이 갈 수록 좀더 많은 그룹들이 모여 음악을 얘기하고 음질을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오디오파일이자 음악애호가로서 필자는 이 우연치 않은 새로운 질서에 기대가 된다. 사람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진원지가 되었다는 건 애석하지만, 바쁘게 떠다니던 인생을 살던 사람들을 자리에 앉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위한 일에 좀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음악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환영하고 싶다. 좋은 음악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질병과의 긴 전쟁으로 지친 이들에게 음악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리뷰어 - 오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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