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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가 있는 공간 - 오디오 인테리어
작성일 : 2020. 04. 03 (12:54)
Fullrange0P 조회 :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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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REVIEW

오디오가 있는 공간

오디오 인테리어


공간과 오디오

개인적인 습관이지만, 인테리어 매거진에 나온 카페나 주거 공간을 보게 되면 습관적으로 오디오를 찾고 있다. 사진이 아닌 카페나 다른 사람의 집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실물이든 사진이든 일단 사람이 앉아서 생활하는 공간이 보이면 습관적으로 오디오가 있는 지 확인을 하고, 없다면 적당한 걸 골라서 이미 머리 속으로 배치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멋진 공간인데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면? 여긴 이 좋은 공간에 왜 근사한 스피커 하나가 없는걸까… 내가 다 불편해진다. 반대로, 그리 대단한 제품이 아니라도 스피커와 앰프가 살짝 보이기라도 하면, 얼굴도 모르는 주인장의 감각에 무한 칭송을 하곤 한다. 이 사람 참 멋진 사람일 거라며 주인장의 모습이 머리속을 달리고 있다.

그러니 어쩌다 정말 감각돋는 스피커와 앰프, 조명을 받고 회전하는 턴테이블이 있는 그 공간 자체에 빠져든다. 어쿠스틱이나 소리까지 훌륭하다면 분위기는 좀더 고조되겠지만 소리가 나든 아니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학시절, 학교 앞 카페에 있는 코발트 블루 패널이 묵직한 JBL에 눈이 번쩍~ 발길이 멈춰지곤 했었다. 서서히 전설이 되어가고 있지만 80년대 카페나 음악 바에서 JBL 4343, 4344 만큼 인테리어적으로 뛰어난 스피커는 많지 않았다. 보풀거리는 패브릭 소파 너머로 트위터 렌즈가 살짝 보이는 JBL 블루 모니터의 모습은 사운드 인테리어의 결정판이었다. 흔히 발견되는 보스의 901은 배치가 자유롭고 큰 음량으로 오랜 시간 음악을 재생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인테리어적인 존재감이나 가치는 크지 않았다. 선반이나 벽에 붙어있는 AR 2a나 3a 도 마찬가지였다. 드물게는 탄노이의 오토그라프나 GRF 메모리는 극강의 존재감을 (연대 앞 독수리 다방의 오토그라프는 소리까지 괜찮았던 명물이었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상수동 창가에 있던 마틴 로건의 에어리우스 또한 소리를 논하기 이전에 참으로 근사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음악감상실까지 거슬러가면 얘기가 원래 경로를 다소 벗어나게 되겠지만, 몇 년 전 한동안 LP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런 레트로 사운드 인테리어는 다시 부흥을 하는 듯 했으나 오래지 않아 거품이 가라앉고 결국 몇 곳 만이 생존하게 되었으며 그 중에서 다시 이런 음향 인테리어를 논할 만한 공간은 많지 않다. 이 꼰대같은 얘기는, 필자만의 사견일 지 모르지만 스피커를 주축으로 하는 오디오가 있는 공간은 세대를 초월해서 꽤나 격조높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음악이 흐르고 있는 듯한 이런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근에도 오디오를 그렇게 고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오디오 이외에 유사한 가격대의 소품을 배치한다 해도 대신할 만한 오브제가 딱히 없어 보인다. 환기시켜보자면 오디오 사용자에게 궁극의 과제는 사운드와 인테리어,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의 스트록으로 잡아내는 데 있다. 사용자 자신의 성향에 근거한 미적 감각과 어쿠스틱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 시각과 청각의 조화를 이룬다면 꽤나 행복한 성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집 같은 카페 vs 카페 같은 집

공간이 크든 작든 자신의 집을 카페풍의 인테리어로 꾸미는 건 꽤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반대로 어디 가서 카페 분위기가 마음에 들면 내 집 같아서 좋다고 한다. 집과 카페, 서로를 부러워하는 관계 메커니즘을 가만 들여다보면 서로 배경이 조금 다르다.

집같이 편한 카페를 좋아하는 경우는 안락함이 주요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공공장소나 사무실, 기타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공식적 공유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그런 상황에서 해방되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심리적 물리적 휴식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내 자신의 공간처럼 되어준다면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카페가 그런 마음을 다 이해하고 채워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최대다수에 의해 ‘집과 같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연출을 한다면 많은 이들이 찾게 될 것이다. 물론 집과 같은 분위기가 카페 인테리어의 진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컨셉이 먹히는 건 감성적 교감의 반경이 넓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공감하듯 집과 같은 카페에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 입과 코를 즐겁게 하는 마실 것들, 그리고 휴식을 극대화시켜줄 음악을 채운다면 이상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집같은 카페가 주는 안락함의 매력과 공간에 대한 기획의 재미, 공간 자체가 주는 다이나미즘 등에 심취해서 카페를 직접 마련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로망 중의 하나일 것이다. 카페 운영에 대한 일반론은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고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음악이 흐르는, 오디오가 있는 공간에 대한 얘기에 있다. 오디오파일들의 관심은 무엇보다 멋진 오디오가 있다는 사실과 그곳에서밖에 들을 수 없는 매혹적인 사운드에 있다. 그게 그 카페의 가장 큰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학교 음악수업 시간엔 느낄 수 없었던 음악의 감동을 가르쳐준 곳이 젊은 시절의 카페이다.


반대로 집을 카페처럼 만들고 싶은 경우 또한 공감의 폭이 클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도 왜인지 잘 모르는 조금씩 다른 이유들이 있긴 한데, 작게는 너무 평범한 내 집을 때마다 뭔가 새롭게 바꿔보고 싶은 리프레쉬의 경우부터, 가족과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로서의 치밀한 공간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들이 있다. 우선 자신의 공간꾸미기의 심리를 살펴보면 원천적으로는 유년기의 소꿉놀이에서 기원하는 상상속 공간에서 출발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사의 쓴 맛을 인생의 필연으로 달고사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고민과 고통이라곤 모르던 유년시절의 파라다이스를 마음 속에 품고 있다. 누구나 가끔 그때를 회상하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보곤 한다. 집은 지친 하루의 휴식과 눈을 뜨면서의 하루의 시작이 있는, 처음과 끝이 있는 곳이다.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제자리’가 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곳은 유년기의 파라다이스로 통하는 문이 가끔 자기도 모르게 열리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집 공간을 연출하고 싶은 마음의 움직임이 있다. 대도시 아파트로 일률화되어있는 대한민국 평균가정의 주거환경을 감안하면 집에 유년시절 성을 쌓거나 동굴을 파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 그 영혼을 자유롭게 펼쳐본 현실적인 공간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 인테리어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집 거실을 둘러보면 참 재미었다. 푸짐한 소파 뒤로 꽤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고 옹기종기 쌓아놓은 와인랙과 새로 나온 큰 화면의 티비, 그리고 존재감 있는 공기청정기? 등으로 채워진 공간이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그냥 티비나 보는거지. 매일 똑같은 잠을 자고 어쩌다 시간이 생기면 집이 아닌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차를 타고 카페에 간다. 거실에 모기장 하나만 쳐도 즐거운 기분이 되는 건, 그 때까지 집에는 없던 아늑한 새로운 공간이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집 같은 카페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별도의 테마로 다루어보기로 하고, 이번은 목하 확산일로에 있는 나만의 음악 공간 인테리어에 대해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카페보다 좋은 내 공간 만들기

애써 마련한 집을 두고 밖으로 나가서 집 같이 편안한 카페를 찾는 모순적인 라이프스타일,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물론 로망이 있고 유년시절의 파라다이스가 몸 속 어딘가 숨쉬고 있다. 이들에게 집은 가족의 집합을 위한 거점 혹은 그냥 투자를 위한 대상의 개념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집에 좋은 것들도 많이 채워져 있기도 하지만 주로 하드웨어로서의 의미가 크다. 한편 주변의 어떤 사람들 중에는 뭘해도 내 집이 좋다고 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집에 가보면 음악이 흐르는 인테리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운드 인테리어’라는 표현은 최소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테리어를 갖춘 음악공간을 의미한다. 집안 곳곳에 오디오기기들이 이리저리 널려있고 오디오 이외의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매니악한 공간은 지금 얘기에서 논외이다.

음악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건 리듬과 유희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원적 생리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음악에의 접근을 두고 각자마다 방법과 심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쳇말로 음악을 폼나게 듣고 싶은 환경은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1) 위에서부터 아래로

음악듣기 환경은 가장 중심이 되는 메인시스템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종종 반대의 경우로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이 있지만, 작게 시작하면 작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가 구현하고 싶은 것 그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메인 스피커를 마련할 곳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곳에 설치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스피커의 리스트를 적어본다. 반경을 좁혀가며 결정하되 내가 사고싶은 그 스피커를 꼭 마련한다. 스피커 배치는 모든 음악생활의 시작이다. 지난 시간에 다룬 좌우대칭 기반 오디오 배치에 대한 매뉴얼?을 참조해서 메인 시스템을 배치한다. 그리고 이 음악 시스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오디오 프렌드로 주변을 채워간다. 예컨대 카펫과 러그, 세상사를 잊을 수 있는 안락한 소파, 자주 꺼내 보고싶은 책들이 있는 책장과 애장품들이 밖에서 보이는 장식장, 키가 조금 큰 나무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꽃 화분, 방향을 틀면 가족과 함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가능한 큰 화면 사이즈의 티비,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작은 커피 테이블, 잡지 꽂이, 그리고 상체를 반듯이 세웠을 때 스피커와 귀높이가 맞는 감상전용 의자를 하나 마련한다면 바랄 게 없겠다. 스피커와 앰프 주변에 크고 작은 쿠션이나 패브릭 인형들, 피규어 등을 놓아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스피커를 중심으로 하는 메인 시스템이 완성되면 이제 그보다 작은 공간에서 가볍고 작은 음량으로 편히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거실에 주로 두는 블루투스 스피커, 서재나 컴퓨터 책상에 두는 작은 스피커, 부엌에서 설겆이 하면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아이들 방에서 쓰는 헤드폰이나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된다. 집중해서 감상을 하는 게 아닌 BGM용이나 캐주얼한 시청을 주로 사용하게 될 이들의 공통점은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혹은 무선수신으로 낮은 음량으로 사람이 있건 없건 하루종일 틀어놓아도 상관없는 시스템이다.

이들 시스템의 특징은 이동이 가능해서 어딘가에 올려놓으면 공간의 분위기를 적지 않게 바꿔놓는다는 사실이다. 고유의 제품칼라가 있고 크고 작은 램프가 반짝거리기도 하며 생일 아침과 저녁에 축하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고 전화통화를 할 수도 있으며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오디오 시스템과 그에 어울리는 살림살이들을 모아놓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윤택하고 아기자기한 생활공간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다소 억지스러운 얘기가 될까.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기로 한다.


2)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우선 큰 곳을 먼저 구성하면 작은 곳은 그리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넓은 곳에서의 경우가 성공적이라면 응용을 해도 된다. 집에서의 대표적인 큰 곳은 거실이 되겠다. 거실 음악 인테리어가 상기와 같은 순서로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그 다음은 침실과 안방, 서재, 부엌, 아이들 방 순으로 이동한다. 거실 메인시스템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거실에 있는 티비를 보기 위한 서브 오디오로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티비를 붙박이 거치대위에 올려놓는 경우라면 깔끔하고 슬림한 사운드바를 하나 구하면 좋을 것이고, 영화를 많이 보는 경우라면 앰프가 내장된 컴팩트한 액티브 스피커를 배치하고 미디어 플레이어로 콘트롤하면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최근의 티비는 무선 음성 전송이 지원되니까 지저분한 케이블 흔적 없이 대부분의 미디어 플레이어와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침실과 안방은 보통 거실보다 작은 티비가 하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이 곳은 오디오적으로 보아 티비와 라디오를 보고 듣는 곳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시작하는 결정적인 장소이고 잠이 스르륵 오는 은은한 조명과 음악을 틀어 알람을 해주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으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커튼 혹은 블라인드가 이 곳에서 적절한 잔향의 어쿠스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똑같은 음악이 어쩌면 거실보다 좀더 좋은 앰비언스로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재는 대부분 남자들의 로망이다. 책과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책장과, 각종 필기도구와 사무용품 그리고 큰 모니터의 컴퓨터가 자리잡고 있는 책상이 있다. 이 곳에 제 2의 음악 시스템 혹은 거실을 포기한 메인 시스템이 자리잡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거실에 비해 방음과 차음효과가 뛰어나고 좌우대칭 구도를 좀더 치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다. 혹은 컴퓨터 책상에서 데스크 파이, 피씨 파이를 구성할 수도 있다. 유무선 헤드폰으로 작업을 하거나 메인시스템과는 또 다른 정밀한 모니터를 할 수도 있고 액티브 스피커를 하나 고른다면 어쩌면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도 가능하면 스피커는 책상 위에서 내려놓고 전용 스탠드를 구해서 책상에 바짝 붙여서 배치하면 아주 매력적인 서브 시스템이 완성된다.

주방은 기능성 공간이기도 하지만, 하루 중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주로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이동을 한다는 게 다른 공간과 다른 주방의 특성인데, 음악이나 소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크다. 조리를 할 때도 그렇지만 혼자 혹은 여럿 모여앉아 식사를 할 때,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하면서 얘기를 나눌 때 거실보다 더 친근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가끔 작은 영상기기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라디오 를 시청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최선의 선택이다. 생활방수기능이 있는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싱크대 옆에 두거나 식탁 위에 두면 음식을 준비하거나 먹는 동안, 그리고 식후의 휴식 때 좋은 친구가 된다. 식탁에서 글이 잘 써진다는 하루키 같은 주인장이라면 음악은 좀더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아이들 방에 대해서는 인테리어를 논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공부와 휴식 모두의 역할을 하는 게 오디오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걸 우선으로 내구성이 좋고 고장이 적은 제품을 고르면 될 것 같다. 블루투스 스피커는 스스로도 큰 것을 고르지도 않지만, 학창시절 내내 인강을 들을 일이 빈번한 학생들에게는 음성이 또렷하고 오래 쓰고 있어도 턱이나 볼이 아프지 않은 헤드폰이나 귀가 편안한 이어폰이 중요하겠다. 공부에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작은 안락의자를 하나 마련해주면 좋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일체형 뮤직 시스템이 있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와는 용도가 다르다. 사실 작은 사이즈의 블루투스 기기들보다는 조금 넉넉한 자신만의 시스템이 있으면 좋다.

화장실에서도 음악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장실은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삭막한 공간이다. 양치질이나 세면, 샤워를 할 때는 상관없지만, 변기 위에 앉아있는 시간은 매우 무료할 수도 있고 사색에 도움이 될 음악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음향기기는 일단 방수기능이 제일 중요하고 그런 용도로 많은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큰 시설의 화장실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느꼈을 것이다. 왜 거기에 음악을 나직하게 틀어놓는 지 말이다.


3) 보편에서 특별함으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만간 그보다 더 나은 소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음향기기의 숙명이기도 하고, 끝이 없다고도 얘기하지만 그렇게 막연하지만은 않고 사실은 어느 선에 도달하면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결정도 이 지점부터는 가능하니까 말이다.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처음에는 유명세나 모양새를 보고 제품을 고르기도 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좀더 현명한 제품 선택이 가능해져 있을 것이다. 역설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오디오는 돈을 쓰는 게 사실은 절약이다. 먼저 사서 들어본 시행착오가 결국 나중에는 최적의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오디오생활을 한 주변인 중에는 여전히 새로 나온 화제의 제품을 다 사서 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 몇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직 내게 맞는 오디오를 선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음악감상을 하기 위해 오디오생활을 해왔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고싶은 오디오의 폭은 점차 줄어갈 것이다.

최근 오디오의 경향을 봤을 때 보다 나은 오디오란 높은 성능, 다양한 기능, 넓은 대역, 고급의 디자인과 마감, 내구성 등이 될 것이다. 얼핏 그 다음 오디오를 고를 때 생각할 게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이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성능은 많이 평준화되어 음악적 성향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나를 위해 만든 제품이라는 강한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대동소이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디자인과 색깔, 그리고 튼튼하게 만들었는 지를 주로 살펴보면 제품 선택의 폭은 많이 좁혀질 것이다. 일단 내게 필요없는 제품들은 과감하게 지워버린다. 내 공간에 둘 수 없는 큰 스피커, 내가 주로 듣는 음악을 잘 재생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역시 리스트에서 지운다. 내 취향이 변해서 되돌아올 때까지는 다시 쳐다볼 일이 없다. 하지만, 이런 선별된 시선으로 보아 여전히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진지하게 그 다음 제품으로 편입시키도록 한다. 내 음악 인테리어에 들어와서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이렇게 숙고하고 여러 번 검토된 오디오는 실패가 적다. 그게 꽤 비싼 제품이라해도 말이다. 오디오에서의 낭비란 나와 맞지 않는 다양한 제품의 반복구매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며, 그런 일을 삼가고 진정 내게 맞는 그 다음 제품을 선택하는 능력은 절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타 자신의 음악공간을 구현하는 방식과 요령은 좀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요컨대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일은 최우선으로 선결되어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내 로망에 접근하는 카페, 카페보다 더 멋진 공간이 어느 날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내 공간의 매력

점차 싱글화되어가는 주거공간은 어쩌면 남과 다른 내 공간에 대한 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예컨대 공유주택도 늘고 있고, 탈 아파트 현상도 서서히 눈에 뜨이곤 한다. 주거와 투자가 동시에 고려되어져왔던(투자가 좀더 중요한 요인인 경우가 많은) 대한민국의 주거환경은 같은 이유로 먹고 자는 일 이외에는 그리 풍요롭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카페에 가서 그 단조로움을 달래곤 한다. 최소한 음악과 오디오를 매개로 하는, 머리 한 편에 음악듣기가 늘 자리잡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은 조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했으면 싶다. 내 맘 속 파라다이스를 내 손으로 만들어 누리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전염병이 만연되어 우울증이 다 생기는 2020년의 봄에 음악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건강하고 행복한 부류가 아닐까 싶다. 나만의 음악공간속에 푹 빠져서 그리고 애호가들의 음악적 연대로 이 우울한 세상을 극복했으면 싶다.


리뷰어 - 오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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