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는 1970년 중반에 캐나다에서 설립된 오디오 전문 메이커로 그동안 앰프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으나 국내에는 정식으로소개된 바가 없어 이력에 비해 생소한 메이커이다. 최근 들어 앰프는 음악뿐만 아니라 DVD를 포함한 디지털 AV 사운드에 대응하는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임장감 및 낮은 채널 간섭 등이 요구되자 유명한 수석 엔지니어 빅터 시마(Victor Sima)가 밀레니엄 버전으로 새롭게 설계, 디자인한 것이 모델 2 프리와 250 파워 앰프이다. 모델 2 프리앰프는 J-FET를 직결로 접속해 쓰는 퓨어 콤 직결방식으로 신호 경로에 커플링 콘덴서를 전혀 쓰지 않아 매우 스피드하고 시원한 해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원부에는 각 채널당 100㎌ 50WV 전해 콘덴서를 10개씩 도합 20개를 병렬로 묶음으로써 전원 부하 임피던스를 극도로 낮추어 전원 공급의 신속성을 보장하고 밀어주는 힘이눈에 띄게 향상됐다. 진동에 약한 트랜지스터에는 방열판 극 위에 불건성 댐퍼재를 코킹하여 진동을 억제하는 등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력단자 바로 뒤에 진공 릴레이를 설치한 것은 신호가 흐르는 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크로스 토크를 억제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회로설계이다. 특히 풀 밸런스 회로로구성되어 각 채널의 (+), (-)단 증폭용 앰프에 완전히 분리된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볼륨은 네트워크 저항에 의한 매트릭스 어테뉴에이터인데 별도의 추가 저항이나 회로 없이 자체적으로 밸런스까지 해결하고 있어 음의투명도를 보강하는 한층 세련된 컨트롤부로 설계되었다. 두 개의 언밸런스 출력과 한 개의 밸런스 출력이 있으며, 한 개의 밸런스 입력과다섯 개의 언밸런스 라인 입력단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 기능에서 리모컨 및 수동 조작이 가능하며 전면의 윈도우에 동작 상태가 문자로 표시되어 편리하다.

250 파워 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FET 4병렬 푸시풀로 제로 피드백의 하이트랜지언트 타입이라는 점이다. 특히 각 증폭 스테이지에 완전히 분리된 전원 공급 라인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가장 안전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이것이 종단 상하 증폭 신호의 결합점에서 생기는 크로스오버 디스토션을 최대한 줄여 작은 음량에서도 음이 거칠지 않고 윤기가 흐른다. 각 채널 별도의 토로이달 트랜스 두 개가 전면 패널 좌우에 설치되어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치우치며 진동을 후면 증폭부 PCB에서 막기 위해 히트 싱크와 섀시를 분리해 나사로 접합한 후 회로부는 중앙에 플로팅시켰다. 입력 임피던스는 56㏀으로 높지 않으나 프리 출력 임피던스가 50Ω 이하여서 이상적인 임피던스 매칭을 이룬다.

입력단은 밸런스 XLR(3번 HOT)과 언밸런스 입력 두 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각 채널 (+), (-) 표시 잭 중 (+)잭에 오디오 신호를 입력하고 (-)잭엔 별도의 쇼트 핀을 꽂아 밸런스 2번 콜드(cold) 핀을 그라운드와 쇼트되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쇼트 핀은 언밸런스 입력을 사용할 때만 꽂고 밸런스로 사용할 때는 제거해야 한다. 또한 밸런스 입력시, 일반적으로 2번이 HOT인 것과 달리 3번이 HOT이다. 물론 프리도 3번이 HOT이며 밸런스로 연결할 때 훨씬 S/N감이 좋고 힘도 좋아진다.

모델 2 프리앰프만 볼 때 섀시 후반부가 이유 없이 좋아져 의아했다. 비용만 높아지고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파워를 함께 놓고 보면 디자인 밸런스가 좋고, 파워의 히트 싱크를 전면 패널 폭으로 맞춰 설계하여 프리를 파워 앰프 위에 올려 놓아도 방열에 무리가 없도록 한 배려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원이 들어오면 프리, 파워 중앙에 있는 아크릴 판의 푸른 빛이 얼음을 넣은 페퍼민트 칵테일처럼 시원하게 들어와 보기에도 좋다.

전체 음색은 투명도가 탁월하지만 온도감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 사실 항상은 아니고 전원을 넣어 약 30분 정도 지난 다음부터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전에는 투명하지만 약간은 냉철하고 음의 두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몸체가 예열되어 히트 싱크가 손으로 만지면 온기를 느낄 정도의 시간과 일치하는데 이 시간이 지나가면 적절한 온도감과 샤프하면서도 따뜻한 음감과 여운이 적절한 홀톤의 임장감을 맛볼 수 있다.

성악의 재생에서 상위 고역까지 뻗침이 좋고, 훌륭한 디테일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현악에서도 마찬 가지이다. 대편성에서는 해상력이 매우 좋지만 스테이징의 형성이 중앙을 중심으로 뒤쪽으로 더 깊게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외에 좌·우 스케일과 음악성은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소편성부터 대편성 그리고 성악까지 두루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팝이나 국악에서도 예의 그 중립성을 잃지 않으며 항상 주관이 확실한 사운드 톤을 유지하는데 고능률의 스피커보다는 저능률 스피커에서 톤이 훨씬 두꺼워진다. 입력된 신호가 거침없이 증폭되어 나온다는 느낌은 특히 타악기 연주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댐핑 팩터가 1000을 넘어 최근 가정용 앰프의 거의 두 배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데 특히 저 임피던스 스피커에서 구동력이 뛰어나 좀더 윤곽이 선명한 저역을 재생하여 한결 산뜻한 느낌을 제공한다. 스피커와의 매칭이 좋지 않은 경우는 저역이 약간 빨리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느긋하면서도 볼륨이 풍부한 저역에 에지가 살아있으면 라이너와의 매칭은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