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력으로 음악 속에 머물다
[실텍] 로얄 시그니처 시리즈,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

오디오를 평가할 때, 인간의 청각 능력을 따라야할까? 아니면 실험측정치를 따라야할까? 아마 대부분의 오디오업체들은 실험측정치를 바탕에 두고 최종적으로 귀로 들으면서 판단하지 싶다. 1983년에 창립한 네델란드의 실텍(Siltech) 역시 그러하다. 실텍은 오디오 케이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이다. 실텍을 창립한 네델란드의 엔지니어들은 인간의 귀가 매우 미세한 소리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감지한다는 사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실제로 인간의 청각 능력은 하이엔드오디오에서 다양하고 미세한 소리와 특징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오디오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음악 재생에서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 신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맡고 있기에, 케이블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기존의 케이블이 커다란 신호보다 작은 신호를 정확하게 즉 가감이나 왜곡 없이 전달하기 어렵고, 따라서 재생음악의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텍의 창립자들은 일찍이 발견하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케이블 개발 사업에 남보다 앞서 뛰어든 것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서 실텍은 오디오 신호 전송에서 매초마다 수 천 번씩 발생하는 미세한 신호 왜곡을 최소한 30배 이상 줄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재생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고자 자신만의 컨덕터를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1984년에 은 도체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여 G1 은 도체를 개발해온 이래로, 은 도체의 결정 경계부분에 금 입자를 채우는 기술을 G3부터 개발하여 현재 G7 실버골드까지 이어져왔다. 또 단 하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즉 결정경계가 없는 모노 크리스털 실버 S8까지 기술력을 쌓아오면서 도체의 왜곡율과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여왔다.

그런데 케이블에 대한 이런 주장과 노력은 다른 대부분의 케이블업체의 주장이고 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텍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와 기반연구시설에 보다 규모가 큰 투자를 해왔고 또 이런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텍은 유럽에 위치한 지리상의 유리한 점을 적극 활용해온 업체로 유명하다. 네델란드, 독일, 스위스의 전문 연구시설을 활용하여 전문적인 컨덕터 개발을 위한 물리적, 전기적 연구를 해오고 있다. 또한 그라운딩과 실딩 기술, 신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한 연결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고의 오디오 케이블 업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첨단 소재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컨덕터로 활용하여 보다 나은 제품으로 오디오 매니아의 요구에 대응해오고 있다. 이렇게 실텍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주장을 실행에 옮기고자 남보다 한걸음 더 빨리 움직였고 더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한편 최근 디지털 영상 시대에 요구되는 깨끗한 비디오 신호와 오디오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이즈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서, 창립 이후 실텍 케이블은 세계적인 고급 제품으로 자리잡아왔고, 수많은 잡지와 리뷰어로부터 찬사를 받아왔다.

필자가 시청한 실텍의 프린스(Prince) 스피커 케이블은 실텍의 중심라인에 해당하는 로얄 시그니춰(Royal Signature) 시리즈에 속한다. 이 시리즈는 실텍이 창사 25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개발했는데, 이 시리즈에는 전설적인 FTM3, FT12, SQ88-Gold, LS288-Gold, Emperor와 같은 이전 모델들에 축적된 비결이 들어있다. 즉 실텍만의 하이테크 야금술, 고급 절연 기술, 정교한 구조적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또 이 시리즈의 스피커케이블에는 실버 골드 야금 기술과 모노 크리스탈 실버 기술을 적용한 엠페러 더블 크라운, 엠페러 크라운, 엠페러2, 프린스, 킹 등이 있다. 한편. 로얄 시그내춰 시리즈에는 전원코드, 인터커넥트, 스피커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이 있다.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은 7번의 개량을 거친 G7 실버골드 도체를 사용하였는데, 은 결정 구조 사이를 순금으로 채운 도체로서 매우 낮은 저왜율 특성을 제공함으로써 매끄러운 신호전송이 가능하여, 노이즈와 왜곡이 크게 줄어들어 스피커가 보다 순수한 음향을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청을 위하여, 소스기기로 네임 NDS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고, 벨칸토 블랙 시리즈 ASC1 프리앰프와 동사의+MPS1파워앰프에 프로악 K8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시청실에 비치된 중저가의 다른 스피커 케이블과 비교하면서 시청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먼저 총평을 하면,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은 비교 스피커 케이블에 비해서 해상도, 에너지, 입체음향무대에서 훨씬 뛰어남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야신타가 부르는 ‘고엽’의 첫 부분에서부터,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은 풍부한 음향으로 자신의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다. 투명함 속에서 3차원 입체음향무대를 빈틈없이 그려내는데, 악기와 목소리 사이에 풍부한 울림이 가득 차 있었다. 야신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매력적이었고, 반주 악기들은 목소리를 전후한 레이어 속에서 풍부함과 잔향 속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악기의 배음과 잔향들이 풍부하게 표현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음색의 아름다움이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풍부한 음악의 흐름 속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템페스트’의 제3악장을 연주하는 백건우의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오른손과 왼손의 건반음은 풍부한 배음 속에서 확연히 구분되어 들린다. 주제 선율과 반주 선율이 아름답고 명료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그랜드 피아노의 명료하면서도 풍부한 울림이 자연스럽게 재생된다. 내 앞에서 백건우가 풍부한 표정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싶다. 특정한 부분적 울림에 귀를 기울이게 하질 않고, 전체적인 연주 속으로 빠져가게 만든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울림이 풍부하다.

그뤼미오의 ‘헨델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에선, 가늘지 않고 제법 두툼한 그뤼미오의 바이올린 연주가 개방감 있는 고역과 미세한 통울림의 변화에 따라서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바이올린의 풍부한 울림은 생생한 에너지와 함께 시청실을 가득 채운다. 바이올린의 존재가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으며, 반주하는 쳄발로의 자연스럽고 싱그러운 울림도 무척 편안하게 들린다.
 

엄청난 다이내믹 레인지와 타격감, 풍부한 울림으로 유명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이지 오우에가 지휘하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어보았다. 역시 시청실을 가득 채우는 큰북과 팀파니의 타격감과 풍부한 울림에 이어서, 스피커 뒤에서 나를 향해 앞으로 쭉 뻗는 트럼펫, 스피커 근처 공간을 가득 채우며 풍부하게 울리는 호른 등의 표현이 매우 깨끗하고 정확하며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 연주장에 있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음악을 분석적으로 듣게 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실텍에서 7번의 개선을 통해서 진화시켜온 로얄 시그내춰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은 앰프의 성능을 고스란히 스피커에 전달하여, 스피커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그 결과 연주장처럼 자연스러운 음향을 악기와 목소리의 풍부한 배음과 잔향을 통해서 재생하도록 돕는다. 연주장의 음향을 최대한 재생하려는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목표라면 로열 시그니춰 프린스 스피커 케이블은 이런 목표에 가장 근접한 케이블처럼 보인다. 음악 이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게 만든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이 스피커 케이블은 음악의 유려하고 풍부한 흐름 속으로 감상자를 계속 머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