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가 그려낸 유리액자 속의 투명한 수채화

외부 마감을 보면 정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기판을 둘러싸고 있는 6면에 모두 알루미늄 섀시를 이용하여 매우 깔끔하면서도 강건한 이미지를 내세운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만듦새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게끔 하였다. 일찍이 이 가격대는 물론, 두 배가 더 비싼 앰프들에서도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마감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Verdi는 채널당 70W의 인티앰프로 내부를 보면 전면 패널 가까이 토로이덜 전원트랜스가 배치되고 중앙에는 좌우 대칭형 회로 구조에 채널마다 각각 6DJ8 진공관이 사용되고 있다. 바로 TR로는 살려내기 힘든 진공관 특유의 색채감을 살려내고 전원부는 TR 앰프 본연의 파워를 이용하여 두 가지 타입의 장점을 고루 섭렵하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단 듣고 나면 Audio Analogue의 Verdi Settanta는 Verdi의 오페라처럼 아름답고 진실성이 느껴지는 음을 만들어 낸다. 비유를 하자면 Verdi의 사운드는 새 하얀 눈 입자가 손바닥 위에 떨어진 후 손 바닥의 온기 때문에 금세 살며시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티없이 맑고 투명한 중고역을 들려주지만 전체적인 음조는 나긋나긋하고 공기 중에 번짐과 잔향감이 좋은 정통 이탈리아 음조이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운드는 정말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미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구동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어떤 스피커를 물리더라도 투명하면서도 티없이 맑은 음을 재생한다. 그렇다고 가볍고 야윈 음은 아니다. 온기와 윤기를 갖춘 중역이 너그럽게 퍼져나오는 그 울림은 가느다란 중고역을 쏘아대는 질 낮은 사운드와는 격을 달리한다.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보면 역시나 티없이 투명한 피아노 공명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마치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들어 있는 수채화를 보는듯하다. 그 울림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피아노 공명 음에 윤기가 가득하다. 여성보컬의 사운드도 색채감이 풍부하게 살아나며 깊은 감정 표현력을 살려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재즈의 선율도 리드미컬하고 에어리(airy)한 그낌까지 예사롭지 않다.

Verdi에 너무 깊게 빠진 나머지 국내 수입원에 부탁하여 Pucci Settanta도 들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둘의 차이는 매우 흥미로웠다. Verdi 지면이기에 더 이상 언급은 않겠지만 분명 Audio Analogue의 Verdi는 훌륭한 앰프이다. Audio Analogue, 놀라운 그들의 튜닝 능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 WHAT HI★FI 2006년 9월호 글 중에서 -

• 출력 : 70W/8Ω, 100W/4Ω
• 노이즈 레벨 : 2
• 라인스테이지 게인 : 12dB
• 파워앰프 게인 : 26dB
• 포노 게인 : 40dB(MM), 60dB(MM)
• 라인 입력 임피던스 : 47kΩ
• 포노 입력 임피던스 : 47kΩ(MM), 100Ω(MC)
• 크기 : 445 x 85 x 405mm (WxHxD)
• 무게 : 10.9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