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레빈슨 No.585.5 / No.5802 / No.5805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저는 구형 No.585가 나왔을 때, 그 음질이 역시 마크레빈슨답게 자연스럽고 매끄럽고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다는 생각은 했지만, 과도하게 얌전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구동력이나 음의 이탈력도 너무 약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소리의 분명함이나 댐핑이나 텐션감이 너무 약하더라는 것입니다. 부드러운건 좋은데 너무 부드럽기만 했던 것이죠. 그래서 사실 No.585는 브랜드 네임밸류에 비해 인기를 별로 끌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국내에 들어온 물량이 버티다 버티다 결국 국내 대표의 할인판매점에서 덤핑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제품이 나오면서 마크레빈슨측에서는 구형에 비해서는 좀 더 트랜디한 음을 내도록 제작되었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그 말이 맞았습니다.

마크레빈슨은 확실히 밸런스 음질의 기준이긴 합니다.
마크레빈슨의 음질을 딱 한줄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바로 “자극 없는 섬세하고도 뛰어난 해상력과 최고의 밸런스”

말 그대로 마크레빈슨은 과도하게 어마어마하게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를 매칭해서 서로 극단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자극적인 음을 내지 않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당연히 섬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그냥 밋밋하기만 한 경우도 있지만, 신형 마크레빈슨은 분명하게 생글생글하면서도 섬세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죠. 해상력이 아주 훌륭합니다.

해상력이 좋다고 하면 뭔가 짜릿한 음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마크레빈슨은 광적으로 짜릿하지는 않습니다. 의외로 전형적으로 짜릿한 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섬세하면서 모든 장르와 모든 악기의 음이 균일하게 잘 들리는 음을 원한다면 마크레빈슨이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저음 강력하고 빵빵한 앰프가 꼭 좋은 앰프는 아닙니다. 저음이 어느정도 나와주는 스피커를 매칭해서 감상했을 때, 마크레빈슨의 음은 정말 긴장을 풀어주고 가슴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의 근심과 피로를 내려놓게 하는 음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고음의 해상력이나 하모닉스, 풍부한 표현력을 제시하며 저음은 근사합니다.
미국 설계자가 이런 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워주고 싶네요.

그리고 블루투스 기능과 제법 성능 좋은 DAC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너무 냉정하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장 DAC의 성능은 별도의 독립된 DAC들 중에서 대략 250만원정도의 DAC와 성능이 비슷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경험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번 마크레빈슨 인티앰프 신제품들 중에는 거의 같은 제품인데 약간의 기능 차이로 No.5805 와 No.5802 로 나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고급 유저들 중에는 고성능의 DAC를 별도로 따로 사용하거나 혹은 턴테이블 등을 연결하기 위해 아날로그 단자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일한 앰프 성능에 의외로 합리적인 가격에 No.5802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마크레빈슨 인티앰프의 눈에 띄는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고급 인티앰프를 찾는 분들..
No.585.5를 청음해 보세요. 구형과 설계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이상하게 구형보다 음질이 한결 낫구요. 굉장히 완성도 있는 음을 들려줍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게 흠이긴 하네요. 많이 파는데 별로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성능은 확실히 현존 최고의 인티앰프를 논할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