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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ZX-2 구입기 & 골방파이 운영기

By lacrimosa date 19-10-27 02:45 4 2,258 추천수 0 비추천수 0

안녕하세요.
미션 ZX-2 구입 후기 및 3~4평 방에서의 니어필드 청취 후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캐슬 워릭3보다 덩치가 큽니다)


1. 골방 청취환경에 대하여


저는 오디오 경험은 많지 않지만, 한 가지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산(스피커 등) 이상으로 부동산(방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10여년 전 퇴직한 제 첫 직장은 AV 기기를 만드는 회사라서 음향 테스트용 무향실이 있었습니다.
회사 테스트룸에 레퍼런스용으로 비치된 북셀프 스피커는 (지금은 모델명도 기억 안나지만) 당시 신품가 기준 고작 80만원짜리였고 인티앰프도 허접했는데,
제가 당시 원룸에서 운용하던 (두배 이상 고가의) 전설의 명기 Acoustic Energy AE-1 + Primare A30.1 조합보다 훨씬, 비교도 안될 정도로 소리가 좋았습니다.
충격을 받은 저는 큰 집으로 이사를 갈 때까지 스피커, 앰프는 물론 케이블 하나 바꾸지 않았습니다.

오랜 인고 끝에 이사를 간 지금은 아끼던 AE1 + A30.1 조합을 처분하고 
다인오디오 XEO 4 북셀프(침실) + XEO 6 톨보이(거실)를 세트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사용기: https://cafe.naver.com/hifikorea/99392

이 기변도 침실 및 거실에는 스피커를 뒷 벽에 밀착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 탓이 큽니다(아이들 때문에).
Dynaudio XEO 시리즈는 뒷 벽에 밀착해도 제 소리가 날 수 있도록 "Wall" 모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AE1 대비 음질적으로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면서 저의 공간 환경에 맞출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이지요.


침실과 거실이 가족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면, 저만의 공간으로 4평짜리 서재가 있습니다(옷장 면적을 빼면 실평수 3평정도).
서재에는 원래 KEF X300A를 PC-Fi로 만족스럽게 쓰고 있었는데, 이것을 친척에게 선물한 후 캐슬 워릭3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거실(넓은 공간)에서 웅장하고 그윽한 통울림을 내주던 캐슬 워릭3가, 서재(골방)에 들어오니 매우 산만한 소리로 변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처 집무실에 있었던 미션 QX-1를 제 서재방에 다시 가져왔습니다(캐슬 워릭3와 바꿈).

그러다가 이번에 미션 QX-1을 업그레이드 했는데, 결과적으로 같은 회사의 상위 라인업, 한 체급 위의 ZX-2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통상 골방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북셀프, 가상동축형 구조라면 괜찮을까?


원래 계획은 작은 제 방 크기에 맞게 소형 스피커를 고르려 했는데,
XEO 4, 6가 제 귀의 레퍼런스가 되어버렸으니, 소형 스피커를 어지간히 청음해도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동사의 Evoke 10 패시브 모델이 XEO 시리즈보다 더 고사양의 드라이버가 탑재되었음에도, 평범한 앰프에 매칭했을 때 소리는 XEO 4쪽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풀레인지 청음실에서 한 체급 큰 와피데일 Evo 4.2와 미션 ZX-2를 청음하게 되었고, 결국 ZX-2를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울림통이 큰 스피커가 좋은 소리를 내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물리법칙을 재확인한 계기였습니다.

와피데일 Evo 4.2는 3-way 타입, 미션 ZX-2는 가상동축형 배치의 2-way 타입이었는데, 둘다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골방파이·니어필드 환경에서는 후자쪽이 sweet spot을 찾기 용이할것 같았습니다.

예컨대 Evo 4.2는 맨 위쪽 리본트위터, 가운데 미드레인지, 아래 우퍼 중 어디에 귀 높이를 맞추느냐에 따라 밸런스 및 위상이 달라져서, 스피커와 귀의 거리를 제법 띄워놔야 할것 같았습니다.

ZX-2도 같은 체급의 대형 북셀프로 니어필드용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사이즈지만, 가상동축형 구조 덕분에 자리잡기에 따른 소리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참고로 가상동축형이란 가운데 트위터 위아래에 동일한 소리를 내는 두 우퍼가 각각 배치된 구조로, 꼭 센터스피커를 세로로 세워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사람 귀는 대칭되는 두 우퍼에서 똑같은 소리가 나오면 마치 두 우퍼의 지름을 합친 하나의 대형 우퍼에서 나는 소리처럼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트위터가 들어있으니 가상의 동축(同軸)이 되는 셈입니다(진짜 동축은 KEF, 탄노이 등에서 나오지요). 물론 그 전제는, 귀 높이를 가운데 있는 트위터 높이에 맞추어야만 두 우퍼가 대칭이 되지요.


제가 미션의 최근 출시된 하급기인 QX-1을 이미 서브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상급기인 ZX 시리즈에 대해 이미 신뢰가 있었다는 점도 선택에 한 몫 했습니다.

ZX-2는 QX-1과 같은 구경의 5.25인치 우퍼가 하나 더 달려 있고(우퍼 소재는 다릅니다),
ZX-2는 QX-1과 비슷해보이는 외견의 링돔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5인치대 우퍼 하나 더 달린 것이 과연 소리에 큰 영향을 줄까 싶지만, 저는 그 차이를 XEO 4, 6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XEO 6는 XEO 4와 인클로저 단면적이 동일하고, 고작(?) 같은 5인치대 우퍼가 하나 더 달렸을 뿐인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XEO 6가 훨씬 더 쉽게 풍성한 소리를 내어 준다는 느낌입니다.

대개 동일한 구경의 우퍼 두 발이 달린 스피커는 대개 2.5way 방식으로, 우퍼 하나는 (트위터 영역을 제외한) 미드부터 베이스까지 광대역의 소리를 내고(북셀프 우퍼처럼), 나머지 우퍼 하나는 예컨대 600Hz 이하의 저음만 담당하는 식으로 거드는(서브우퍼처럼) 방식 위주인 반면,
* 2.5way 예시: https://www.dynaudio.com/home-audio/xeo/xeo-6

ZX-2는 두 발의 우퍼가 미드부터 베이스까지 광대역을 '동시에' 내는 방식이 채용되어 있습니다. 즉, 쌍둥이 광대역 우퍼가 장착된 2-way 방식입니다.
* ZX-2 스펙: https://www.mission.co.uk/lx-series/zx2/

덕분에 중저역 전반에서 상당히 탄탄한 소리를 내며, 하이파이의 핵심인 중역대의 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극저음 또한 40Hz대 서브베이스 드럼의 육중하게 떨어지는 소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상 이 정도 저음은 소형 북셀프에서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기대하기 어려운데, 아무래도 ZX-2는 덩치가 크니 극저음 표현이 되나봅니다.


두 발의 미드베이스 우퍼와 밸런스를 갖추기 위해,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도 미션이 신경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트위터는 링돔 트위터라고 해서 (패브릭 트위터와 메탈 트위터만 익숙한 저에게 링돔은 생소한 방식인데),
부드러운 트위터 돔의 중앙이 메탈 심으로 고정되고 돔을 가로질러 보이스코일이 연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정적인 고음을 낼 뿐만 아니라, 우퍼와도 조화로운 튜닝이 이루어져 중저역 악기의 배음(harmonics)를 아름답게 잘 표현해냅니다.

* 참고: 예컨대 Crossover가 2400Hz라고 해서 그 아래 음정의 소리가 트위터에서 안 나는 것이 아닙니다. f=800Hz 바이올린 소리는 2f=1600Hz, 3f=2400Hz, 4f=3200Hz, 5f=4000Hz, ... 이러한 복합 wave가 섞여서 각 악기 특유의 음색이 나오므로(harmonics) 1f와 2f는 우퍼 담당이지만 3f부터는 트위터 담당입니다. 즉, 우퍼가 볼륨 표현을 담당한다면 트위터는 질감 표현을 담당합니다. 


인클로저도 튼실하여 울림통이 크면서도 불필요한 진동이 억제될 수 있도록 다듬어져 있습니다.
QX에서는 상/하판 3mm 두께의 알루미늄 베플이 인상적이었는데(오석 까는것보다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지요, 스피커에 아예 붙어있으니깐요),
ZX의 경우 플레이트 대신 두터운 피아노 블랙/화이트 마감이 진동억제를 담당하는듯 합니다.

각 파츠의 마감도 미려하여 상급기라는 감성이 있습니다.
Made in China이기는 하지만, 미션의 최대주주인 IGA Group이 중국 회사여서 그런지, 여타 중국생산 제품보다는 확실히 만듦새가 좋습니다.


3. 골방에서의 ZX-2 성향

일반론적으로 니어필드·골방파이 환경에서는 통상 두 가지 어려움이 따릅니다.
첫째는 음상이 어색하게 맺히는 문제, 둘째는 boomy한 베이스 컨트롤입니다.

첫번째 문제의 주요 원인은, 니어필드 환경에서는 스피커 내 트위터~우퍼 간격에 비해서, 스피커와 귀의 거리가 충분히 멀지 않은 것 때문입니다. 
ZX-2는 유닛이 3개 있는 대형 북셀프이지만, 가상동축형 구조여서 이 문제가 비교적 덜 생기는 편입니다.

두번째 문제의 원인은, 저음이 좁은 방에서 이리저리 반사되고 회절되어 서로 섞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방에서 대형 스피커를 쓸 때는 소리가 맑지 못하고 boomy하게 들리기 쉽습니다.
심지어 소형 스피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방 공간의 고유진동수와 스피커 유닛의 고유진동수가 공명할 경우 하울링(웅~웅~ 하는 노이즈)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전자의 지저분하게 boomy한 소리는 제가 캐슬 워릭3를 서재방에 놓았을 때 경험했구요, 흡음제를 비롯한 룸튜닝으로써 해결해야 한다던데 엄두가 안나더군요.
후자의 하울링은 그나마 잡기 쉽습니다. 하울링이 발생하는 주파수를 Spectroid 앱으로 측정해서 EQ로 그 주파수 대역을 5~10dB정도 낮춰주면 바로 해결됩니다.

ZX-2를 제 서재방에 가져왔더니 200Hz 부근에서 하울링이 생기더군요(풀레인지 청음실에서 들을 때는 하울링이 없다고 느꼈는데). 일단 EQ로 잡아두었습니다.

(c.f. 중고역은 직진성이 강하고 회절성이 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간의 제약을 덜 받습니다. 두 스피커 정 가운데 앉았을 때 트위터가 귀를 향하도록 토우 인만 잘 하면 됩니다.)


이렇게 ZX-2를 세팅한 후 극저음 성향을 스마트폰 Spectroid 앱으로 측정해보기 위해
40Hz대 서브베이스 드럼이 주기적으로 '콰앙 콰앙' 떨어져주는 곡으로 테스트했습니다.
Ar Tonelico 3 EXEC_COSMOFLIPS https://www.youtube.com/watch?v=bfKqHzDRD7o

아래 4개 그래프는 40Hz 저음이 약한것부터 강한 순서입니다.
(XEO-4, XEO-6 측정시 음악 볼륨이 조금 높았던 듯 합니다. 감안해서 보셔요.)

Mission QX-1 (5인치대 싱글우퍼 with Cyrus 6 DAC) @서재(3~4평)

Dynaudio XEO-4 (5인치대 싱글우퍼, 액티브) @침실(6평)

Mission ZX-2 (5인치대 더블우퍼 with Cyrus 6 DAC) @서재(3~4평)

Dynaudio XEO-6 (5인치대 더블우퍼, 액티브, 톨보이) @거실(10평)

'콰앙'하는 드럼을 타격할때마다 40Hz 대역의 그래프에 색깔이 칠해지는데, 
아무래도 톨보이인 XEO-6의 저음이 가장 많고(색깔이 진하고), 그 다음이 ZX-2입니다.


XEO-4는 제가 들어본 북셀프 중 가장 저음이 깊고 양이 많은 축에 드는 모델이었는데, ZX-2의 저음이 더 많게 측정되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들으면 두 모델의 저음 양은 비슷할듯 한데, ZX-2가 좁은 방에 있어서 저음 양이 많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QX-1에서 40Hz 드럼은 임팩트가 덜 합니다.
이건 QX-1의 성능이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소형 북셀프 본질적인 물리적 한계로 보아야 할겁니다(오디오샵 청음실에서 100만원대 북셀프를 다양하게 청음해 보았으나 40Hz대까지 뚝뚝 떨어져주는 모델은 적었습니다).


4. 결론

ZX-2 골방파이·니어필드 환경에서 운영하기에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톨보이급 굵직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기한 스피커입니다. (물론 넓은 공간에서 들어도 소리 좋습니다.)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서 흔히 제약요소가 되는) 저음을 위주로 사용기를 쓰기는 했습니다만, ZX-2는 중고역도 훌륭합니다.
링돔 트위터가 제 역할을 하는지 (저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밸런스가 잘 맞아 있고 심벌, 하이햇 등의 소리도 생동감있게 들려주며, 
중역도 다른 대역에 잡아먹힘이 없이 밀도있고 선명하게 나오고, 소리선이 가늘지 않고 굵직하게 느껴지며, 질감 표현력도 좋습니다.
과거에 썼던 AE-1의 윤기있는 질감에다가 대형기의 풍성함을 더하면 이 소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Mission사가 중국에 인수되면서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전성기 시절(영국에서 스피커 매출 2위까지 했을 때) 국내에도 잘 알려졌던 77, 78 시리즈를 설계했던 엔지니어가 최근 다시 참여하여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이 작년에 출시된 QX, 이어서 올해 출시된 상급기 ZX라고 합니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물량투입, 이 정도 고급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가진 신제품의 등장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아직까지 QX, ZX 시리즈의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용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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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 Fullrange

    19-10-27 13:34

    핸드폰에 재미있는 기능이 있군요.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분석적인글 잘 봤습니다. 스피커도 예쁘네요.
  • Fullrange

    19-10-27 19:14

    오디오에 공부가 되는 좋은글 잘 봤습니다. 공부하듯이 정독했습니다.
  • lacrimosa

    19-10-28 00:43

    어제는 오케스트라 또는 instrumental 음악을 위주로 들으며 사용기를 적었는데, 오늘은 보컬 위주로 들어보고 있습니다.
    중역대가 강하다보니 보컬이 앞으로 나온 느낌이 들고 호소력이 강합니다.
    유닛 많은(4개 이상) 스피커들이 베이스 유닛은 2개 이상을 쓰는 경우가 흔하지만 미드레인지는 대개 1개를 쓰는 반면,
    ZX-2의 2개 우퍼는 (트위터 음역대를 제외한) 미드~베이스 전체를 내니, 미드가 중첩되어 풍성한 중역대를 만들어내는듯 합니다.
    저는 센터스피커를 써본 경험이 없지만, 센터스피커로 보컬을 들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습니다. 들을수록 매력이 있네요.
  • 아님말고

    19-10-29 00:17

    제가 투명 윤기 달콤 촉촉 보컬강조 이런성향의 스피커를 좋아하는데...

    제가 찾는 성향의 스피커인거같네요 게다가 가상동축형이라서 더 맘에드네요

    리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간을 좀 고민해보고 zx-2 나 zx-3 를 구매해야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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