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좋습니다.
청음회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다 자는 중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혼자서 들으며 가슴이 울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보다는 2악장을 좋아합니다. 뭔가 한결 더 선율이 아름답고 환상곡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피곤한 상태에서 들으니 더 가슴을 메워줍니다.

조만간 이것도 청음회에서 한번 틀어야겠네요.

Helene Grimaud 의 연주 동영상을 링크해 봅니다.

 

 

확실히 클래식을 들을 때는 배음이 많으면서 편안하고 섬세하며 따스한 음이 듣기가 편하고 좋습니다.

너무 음이 화려하기 보다는 담백하고 중립적인 음이 듣기가 좋습니다.

정말입니다. 솔직한 말입니다.

그렇지만, 청음회에서는 아주아주 중립적이라기 보다는 그것보다는 좀 더 선명하고 화려하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상력과 선명도가 부각되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면, 비교적 젊은 분들이나 오디오에 입문하지 얼마 안되신 분들은 답답하다거나 밋밋하다거나 하는 말씀으로 불평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청음실 공간은 대부분 일반 가정 공간보다는 더 넓기 때문에 그렇게 음의 이탈력이나 펼쳐짐을 극대화 시키지 않으면, 공간의 넓이 대비 스테이징이나 펼쳐짐, 입체감 등이 둔하게 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은 공간적인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둔하고 덤덤한 음질보다는 화려하고 생생한 음질을 만들어서 청음하는 것이 더 칭찬을 들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중립적인 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청음회 내내 그런 이야기를 하죠.

여기서는 이렇게 볼륨의 크기가 강하고 다소 쏘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고 부담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앰프를 중립적인 쪽으로 바꾸거나 실제 가정 환경에서 사용하면 청음실 공간보다 볼륨을 일단 10dB 정도는 더 작게 듣게 됩니다.

그런데 저음은 더 늘어나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동일한 제품과 동일한 매칭으로 사용해도 청음실에서 들었던 것보다는 한결 더 얌전하고 중저음이 부각된 음이 되게 됩니다. 심지어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넓은 청음실에서는 약간 중고음이 과잉이라고 생각되는, 그렇지만, 입자감이 좋고 정보량이나 하모닉스가 풍부한 음이 실제 가정공간에서는 좋게 들리게 됩니다.

 

다~~~~ 해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매우매우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한가지 이야기 하자면요.

구동이 어렵지 않으면서 광대역 재생력이 좋고 풍부하게 하모닉스와 입자감 표현을 잘해주는 스피커는,

그 어떤 음질도 만들기가 쉽습니다.

다만, 청음회 한번으로 그런 다양한 매칭과 음질을 모두 듣기가 힘들 뿐입니다.

 

 

저도 그냥 딱 한두분 하고만 와인 마시면서 볼륨 크게 안 올리고 담백하면서도 나긋하며 섬세한 음을 듣고 싶습니다.

혼자 음악 감상할 때는 정말로 그렇게 듣습니다.

그리고 10분 이상의 긴곡들도 차분하게 잘 듣습니다.

 

그렇지만, 청음회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에 단순 감상회도 한번 해봤더니 그것도 좋기는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