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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오디오

By 금봉이 date 12-05-25 01:23 3 2,921 추천수 0 비추천수 0

내 유년시절 기억에는 없지만 아버지는 전파사 일을 하셨다고 한다.

전기 제품을 수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스피커를 만들고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일까지 하셨다

아버지의 오디오는 취미이자 직업이셨던 것 나는 이 이야기를 어머니의 회고를 통해

내나이 35살에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 감짝 놀랄수 밖 에 없었다.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셨던 어머니의 회고에 의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화이트 노이즈를 잡기위해

밤새 스피커 유닛에 귀를 바짝대고 앰프를 튜닝 하신적이 많으셨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 걸음마를 막 시작할때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나 또한 오디오에 대한 취미를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아버지는 칠순이 넘어 노인이 되셨다. 어렴풋 옛날 앰프 만드셨던 얘기를 꺼내면 지금도

회로를 보면 만들수 있다고 호언 장담을 하시지만 글쎄^^ 불가능 하시다..

지금의 아버지는 읍내에 일을 보러 나가셨다가 가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번호를 잊어 버리시고 집에 전화를 하시는

뇌병변으로 치매가 있는 노인이시다.

그래도 아버지는 그때 당시에 사용했던 출력관 몇개 모델에 대해 읊조리시는 것을 보니 희미하게 기억은 하시나 보다.

만일 아버지가 건강 하셨다면 지금쯤 아버지와 함께 오디오라는 취미를 공유하면서 내가 앰프를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을지도 모른다.ㅎㅎ

나는 국민학교 때 방과후 집에 들어서자 마자 턴테이블에 LP를 얹고 보니엠이나 비지스 데뷔앨범이나

폴모리아 악단의 연주를 듣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당시 스피커와 턴테이블이 무슨 모델인지는 기억을 못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아버지는 관심있게 보셨는지 어느날 인가 휴대용 워크맨이 국내에 나오기가 무섭게 사들고 오셔서

내귀에 헤드폰을 얹고 play 버튼을 누르시더니 어때 소리 좋지? 하고 흐뭇하게 웃으시는 모습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80년대 아버지 오디오는 JBL L시리즈 스피커와 마란츠 리시버앰프 테크닉스 턴과 티악 테크 였는데

한참 공부를 해야할 내 나이에 책은 멀리하고 취미 생활로 LP를 사모으고 슈어 카트리지의 바늘끝이 닳아지고

또 닳아질 정도로 음악을 듣다가 바늘 수명이 다하면 용돈을 쥐고 잽싸게 전자상가에 한걸음에 달려가 슈어 바늘을

사서 끼웠던 기억이 지금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오디오를 내 마음대로 다루어도 아버지는 나에게 혼 한번도 낸적이 없으셨다.^^

지금 나는 아들 하나를 둔 아버지로 이세상을 살고 있다. 아들이 태어나 서너살 까지는 내 무릎위에 앉혀 놓고

음악을 같이 들었는데 이녀석이 5살이 되던 해에는 나에게 항상 신청해서 즐겨듣는 곡은 우습게도

고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이다.

이제 국민학생이 된 아들 녀석은 밤마다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여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

그런 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때 지금의 나처럼 아버지의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들었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 해줄까? 하고 말이다.

두서없이 쓰는 짧은 글이지만 맺음말로 이말을 남기고 싶다.



음악을 소리로 듣는 오디오는 기억으로 남지만,

음악을 음악으로 듣는 오디오는 먼 훗날 추억으로 남을수 있을 것 이라고 말이다.



5월 어느날밤 Still Got The Blues 앨범을 듣고 게리무어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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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 Fullrange

    12-05-25 14:01

    부친분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계시다니.. 부친께서 건강하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취미생활이네요.
    저희 아비지는 증상이 좀 안 좋으셔서 병원에 계십니다만 글을 읽으니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
  • Fullrange

    12-05-26 14:50

    좋은글 잘 봤습니다.
    근데 선생님 시스템도 왠지 전파상 분위기가 나네요. ^^
  • 금봉이

    12-05-28 16:34

    ㅎㅎ 턴테이블 빈자리에 LP 악세사리만 잔뜩 있어서 그렇습니다. 조만간 다시 영입을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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