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한국에서 KEF는 하이엔드와는 거리가 먼, 입문용 스피커로 많이들 인식하는 듯 하다.
워낙 인정하는 제품들만 인정하고 북미 제품들을 타 지역의 제품들에 비해 더 높게 평가하는
한국의 인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인, B&W, 골드문트, 그리폰과 같이 예외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사실 지표만 놓고 봤을 때 KEF가 마이너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MUON이라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우면서 가격적으로도 영국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입문형부터 레퍼런스까지의 판매량은 영국과 유럽은 물론이요,
일본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하고, 신규 라인을 출시할 때마다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잡지나
인기순위 내에도 꾸준히 자리를 꿰차왔다.
엄밀히 말해 마이너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요, 명실공히 메이져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KEF 제품들 중 많은 판매고를 올린 라인은 대표적으로
Q시리즈와 레퍼런스 라인이 있는데, 어찌보면 입문형과 고급형으로
약간 양극화 되어서 판매된 경향이 있다.
이는 사실 중간에 마땅히 인기를 끌만한 라인의 부재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 중간 갭을 매꿔줄만한 시리즈가 바로 R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이드

일단 외관의 완성도는 굉장히 뛰어나다. 굉장히 수준 높은 하이그로시 처리가 되어 있으며
인클로져는 굉장히 단단하고 무겁다. 게다가 사용되는 유닛들 또한 Blade 라인을 갖다 썼으니
할 말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들어보면 현재 신품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수준을 들려주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엄청난 정보량
* 3way 제작으로 인한 탁월한 음 분리도
* 매끄러운 이음새
* 뛰어난 밸런스
* 적절한 두께감과 밀도감
* 고급스러운 음색
* 뛰어난 표현력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KEF 공식 사이트에는 물론 Fullrange 내의 리뷰 및 추천기기에도
충분히 서술되어 있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음색 성향에 대해 얘기해보자.


음색 성향

KEF 하면 예로부터 산뜻하고 예쁜 고음역대와 적당한 질감과 포근함이 장점이었다.
반면에 밀도감과 저음은 상대적으로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R시리즈는 이러한
단점들을 십분 보완해서 출시된 제품이다.

일단 전체적인 음색은 전형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산뜻하고 포근하다는 얘기인데 거기에 더해 매우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컬러를 입힌 느낌이다.
모니터 성향의 스피커들을 듣다 들으면 기분 좋은 착색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만한 정도랄까? 

음역대별로 나눠서 얘기해보자면 고음역대는 예상하다시피 산뜻하고 예쁘다.
놀라운 건 중음역대이다. 중음의 밀도감이 꽤나 높은데, 그러면서도 답답하거나
꽉 막힌 듯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질감을 세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중음이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 저음은 꽤 깊게 내려가면서 풍성하고 단단하다.


마치며

Fullrange의 글 중에 이 제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는 부분이 있다.
"음의 깊이감과 다양한 표현력, 꽉찬 정보력과 그 많은 정보력을 표현하면서도
생생하게 분리되는 채널 분리도"
"스펜더와 하베스의 어쿠스틱함과 포근함을 더 우수한 품질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인오디오
 X16을 능가하는 꽉차고, 찐한 사운드에 패러다임을 능가하는 고음 해상력을 가지고 있다."
"연주자가 얼굴에는 얼마나 심오하고 오묘한 표정을 지어가면서 몸을 슬쩍슬쩍씩
비틀어가면서 연주를 하고 있는가가 느껴지는 표현력이다."

너무 현실성 없다고, 뻔하디 뻔한 뽐뿌성 홍보문구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들어본 사람으로서는 저 내용 중 틀린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순순히 동의한다.

작성하다보니 결국 풀레인지에 이미 있는 얘기들을 다시 읊은 것 같다.
전문 리뷰어가 이미 리뷰를 해 놓은 판에 뭔가 길게 서술하는 건 별 효용이
없는 것 같아서 무력해지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이 제품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표를 첨부하고 이 제품 평점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