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의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한 TR앰프 – 일렉트로꼼빠니에 ECI-3

TR과 진공관, 어느정도 경험이 쌓인 오디오 애호가에겐 일면 잔인하기까지 한 선택이 아닐까, 진공관의 따스함과 포근함에 안기고 싶다가도 TR의 넓은 대역과 옹골찬 속시원함에 또한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그때그때 주력 앰프로 진공관과 TR을 바꿔 가면서 음악감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도 진공관 특유의 두터운, 그리고 뜨거운 중역을 정말 좋아하는데 역설적으로 TR 대비 떨어지는 내구성, 여름에 특히 괴로운 발열, 상대적으로 좁은 대역폭 때문에 답답할 때도 또한 있다. 밥만 먹고 살다 보면 가끔은 짜장면 먹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라 이러 저러 바꿈질병이 도지는데 그러다보면 아예 ‘짜장밥’으로 좀 정착 좀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처음 이 앰프를 스피커에 연결하고 든 생각이다. ‘이거 짜장밥이다!’

첫인상은 우습게도, 얼핏 진공관같았다. 두툼한 중역, 따뜻한 소리. 처음엔 ‘이거 하이브리드앰프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그러나 앰프가 어느정도 열이 오르고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하자 진공관적인 특성에 광대역에 스피드가 결합되기 시작했다. 진공관의 두툼함에 TR의 광대역이 결합된 소리는 이루 말 할수 없이 매력적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일면 촌스럽게 보였던 전면 아크릴판도 직접 보니 촌스럽기는커녕 정말 세련된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TR앰프이니 내구성은 진공관 앰프에 비교할 바 없이 좋을 것이다. 소리도 그렇다. 진공관 중에서도 정말 하늘하늘한 관(300B가 아마 대표적일 것이다)을 써서 그 특성을 제대로 살린 앰프에 비해서야 당연히 진공관적인 특성이 떨어지겠지만 그런 앰프야 당연히 구동력은 기대할 수 없을거고 진공관 앰프중에서도 힘, 즉 구동력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앰프라면 어지간한 고가 앰프가 아닌 담에야 이 ECI-3가 그다지 많이는 밀릴 것 같지 않다. 일반적인 광대역 TR앰프에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중역이 강조되다 보니 얼핏 광대역이 아닌 것 같지만 1~20분정도만 파워를 올려놓고 있으면 TR 특유의 힘과 대역 특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떤 장비를 평가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매칭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왠만하면 평점으로 10점 만점을 안 주려고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도 (다시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전제 하에) 이 장비는 10점을 주고 싶다.

두툼한 중역대를 갖고 있는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지만 발열과 내구성이 신경 쓰이는 분이 있다면 책임(?)은 질 수 없으니 사시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청음을 정말 ‘강려ㅋ하게’ 권해본다. 만약 내 친구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냥 차 옆자리에 태워서 청음하는곳으로 데려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