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 공신력이고 뭐고 그냥 재미삼아서 읽어 주십시요.
 

PMC FACT8이 국내에서 굉장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PMC는 사실 국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입니다. 물론 과거부터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이긴 했지만, 과거부터 요즘처럼 알아주는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국내에 형성되어 잇는 PMC의 인기와 평판은 최근 2~3년여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FACT8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FACT8이 출시되기 전부터 국내에서는 PMC에 대한 분위기가 일어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PMC TB2i, OB1i 등이 북쉘프 스피커 군에서나 톨보이 스피커 군에서 최고의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OB1i가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도 기존 영국제 HIFI 스피커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PA시장에서의 전문적인 이미지와 HIFI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효과로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사실 OB1i의 그 당시 가격이 700만원대였는데, 700만원대면 같은 체구의 스피커로는 초 하이엔드급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 가격대인지라, 가격대가 오른 “I” 버전으로써는 적지 않은 가격대로 금방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그리고 나서, PMC의 인기가 한창 오르고 있을 때쯤, 기존 모들들과는 다른 뭔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FACT8 이라는 모델이 나왔는데, FACT8이 초기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는 바로 디자인적인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현업에 실무를 담당하면서 관련 리뷰나 칼럼까지 작성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FACT8의 경우는 분위기 편승이 잘 된 격이었습니다. PMC라는 브랜드 자체의 분위기가 워낙에 상종가를 달리고 있을 때에, 기존 PMC제품들과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아닌, 일반적인 HIFI적인 마인드로 봤을 때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디자인의 Special Edition 제품이 떡 하니 나온 것입니다.

오디오를 좀 아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슬림하고.. 이렇게 부피가 작은 스피커가 1300만원이라고 하니.. 이것은 성능이 좋을 것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궁금해 지는 것입니다.

PMC정도 되는 브랜드가 디자인을 위해서 이런 스피커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고, 너무나도 파격적으로 슬림하고 작은 부피의 스피커지만, 디자인상으로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이미 나온 해외 평가들이 굉장히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너무나 의외의 디자인에, FACT8을 출시한 브랜드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였거나 전문성이없는 브랜드였다면, 디자인과 부피만 보고도 돈값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받지 못했겠지만, PMC라는 네임밸류와 전문적인 이미지, 거기에 호기심이 곁들여져서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 것입니다.

설마 호기심만 가지고 제품의 인기가 이렇게 좋아지겠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인기를 높여주고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은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이 끝내는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FACT8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 “치명적인 오디오적 에센스”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더불어 현존하는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부피가 작으면서도 가장 비싼 스피커 중 하나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좋다는 표현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분명 대구경 우퍼 유닛을 탑재한 스피커가 내는 사운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구경 우퍼 유닛을 탑재한 스피커의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도 FACT8이 치명적이며 에센스가 놀랍다고 말을 했던 것은 스포츠에 있어서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와는 달리 기교와 센스, 타이밍, 예리함, 정교함을 요하는 스포츠들을 볼 때면 정말로 놀라운 센스와 일반인들은 흉내낼 수 없는 궁극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FACT8은 대형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양감이나 웅장함, 진득함, 풍부함과 넉넉함, 자연스러움과 평탄함, 평화로움과 여유로움 등은 없지만, 반대로 치밀하고 정교하며 하이테크적으로 빠르고도 극도로 정확한 음과 짜릿한 음을 내는데 있어서는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뛰어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에 해외 리뷰도 좋게 나오고, 국내 리뷰도 다른 제품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칭찬들을 사용해가며 좋은 평들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품을 무조건 칭찬하기 위한 칭찬이 아니라, 그만큼 기존 제품들과 달랐기 때문에 가능한 평가였던 것입니다.
오디오 평가는 최고를 뽑기 위한 평가가 아닙니다.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 다른 특징이 긍정적인 요소이며, 그 요소가 경쟁기종들에 비해 탁월히 좋을 때는 이례적인 칭찬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 좀 더 진실에 다가선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FACT8은 높이 103cm에 가로 폭이 15.5cm밖에 안되는.. 뒤로 깊이를 빼고 외관을 비교하자면 100만원대 톨보이 스피커보다도 더 부피가 작은 천만원이 넘는 스피커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인 그랜져나 소나타의 경우는 그래도 사람이 4명 이상은 탈 수 있는 차지만, 같은 가격에 2명밖에 탈 수 없는 차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은 어련히 가족용차로는 맞지 않겠다는 것을 잘 알고 판단하지만, 오디오는 그렇지를 못합니다.
가격에 비해 크기와 부피는 가장 작고, 대형 우퍼 유닛을 탑재한 스피커들과는 경향이 다르다고 말을 해도, 2인승 자동차와 5인승 자동차의 차이를 알고 판단하듯, 자연스럽게 스피커 부피에 따른 음질 차이를 알아차리기 보다는, 그저 이름 모를 회원 몇 명이 댓글로 “이거 소리 죽여줘요~” 라는 댓글 몇 개면 객관적이고도 자세한 제품에 대한 사실과 성향이나 특징에 대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어 버립니다.

지금 저는 FACT8이 가격에 비해 과대평가가 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난리법석이던 제품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좋은 제품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평가를 받고, 그 에 맞는 인기를 지속적으로 누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국내에서 순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자면 그렇게 소비자들이 순간적인 관심을 끌었던 제품치고 현재는 이렇게 조용한 제품도 별로 없습니다.

FACT8이 한순간 국내에서 관심을 갖는 유저들이 예상보다 많아지다 보니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은 몇대 안되는데, FACT8의 인터넷 최저 가격이 1000만원 미만까지 떨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인터넷 최저 가격이라는 것은 대리점이 아닌 곳에서 경쟁 대리점의 인기 제품의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서 악의적으로 제품 가격을 표기해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리고 나서 그 업체에 전화연락을 하거나 제품을 주문하게 되면 교묘한 말투로 FACT8같은 제품을 깍아 내리면서 다른 제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상적으로 PMC FACT8을 전시하고,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재고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대리점들을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이며, 결국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품에 대해 가치를 훼손되는 상황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현업에 종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 수입원과 근무하던 업체 관계자들과 의견을 잘 나눠서 FACT8을 좀 더 수입을 하되 좀 더 공격적으로 판매를 해보는 것을 고민했었지만, 딱히 저도 자금이 없었고 준비된 것이 많지 않았던터라 서로의 입장차이가 맞지를 않아서 진행이 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공격적으로 판매를 하자는 것은 공식 가격을 좀 더 낮춰서 많이 팔리게끔 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마도 작년 이맘때쯤에 한창 FACT8이 화제였었는데, 그때 당시에 FACT8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중에 아직도 FACT8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중고로 나온다면 한번 사보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FACT8이 그 당시에는 마치 모든 것이 완벽한 환상의 스피커인 것처럼 포장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새로우면서도 파격적인 개성으로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줄 수 있는 기기라면 최소한 그러한 새로운 시도와 남다른 개성과 음악성에 대해서는 존중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이용되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면 좀 낮춰지는 것도 필요할 수 있으며, 여러 대리점에 전시가 되어져서 소비자들이 편하게 시연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많은 투자를 해서 전시장에 고가의 제품을 전시하고 직원들을 고용해서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품을 시연시켜 주는 곳에서 가능하면 제품이 판매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경쟁 대리점이나 오픈몰 등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대리점 가격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소비자들도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중고도 신품이 팔려야 중고가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활발한 오디오 시장 환경의 형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신품 판매도 무조건 손가락질 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됩니다.
활발한 중고장터의 매물은 활발한 신품 시장의 순환에서 오는 것입니다. 신품 시장이 적절히 운용이 되어야만 제품의 원가도 낮춰질 수 있고, 소비자 가격도 낮춰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FACT8의 갑작스런 인기는 FACT8의 순조로운 판매와 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하, 그리고 중고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PMC 스피커 매니아들에게 신품이든 중고든 더 많은 가치있는 상품의 공급을 통해 해당 브랜드에 대한 가치 상승과 매니아들의 오디오 생활 활성화로 이어지기에 좋은 기회였었는데, 그다지 그런 정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측면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고라도 매력적인 신품이라면 자주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신품 판매가 비난 받아서 중고가 나올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
FACT8같은 독특한 제품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소비자 입장에서는 FACT8을 볼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사용하고픈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격에 판매가 가능해져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소비자가 그 제품을 볼 수 있고, 좋은 가격에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전시된 업체가 있어야 하고,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대리점이 있어야 하고, 수입원에서 필요한만큼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이나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품은 무시되어도 되겠지만,좋은 제품에 대해서는 부디 그렇게 이루어져야만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이 즐거워지고 유익해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비단 판매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디오 매니아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점입니다.

아마도 FACT8 외에도 그러한 제품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에 FACT8이 판매된 몇가지 사례가 생각나는군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지 말라고 다른 스피커를 추천드렸는데도 결국은 맞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시더니 3박 4일만에 중고장터에 내놓으시는 경우도 있었고, 오디오를 전혀 모르는 분께서 취미 좀 붙여보자고 구매하시는데 다른건 모르겠고 무조건 작은걸로 해달라고 하셔서 FACT8로 한 경우.. 당연히 별로 쓰시질 않습니다. 그리고 모 음반 제작 및 메니지먼트 회사의 시청각실에 들어간 경우 등등..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라, 저는 FACT8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와 나눠야 하나?
비싸게 판매되고 싸게 판매되고를 떠나서 FACT8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써, 나는 누구와 FACT8의 매력에 대해서 논해야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샵에 보니 FACT8을 장식장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는걸 보면, 다른 판매점도 딱히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 같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