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 있는, 완벽하지 않은 기기들끼리의 매칭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디오 기기를 접하는 사람들은 제품을 접하고 난 후, 단점이 확인되었다면 그것을 크게 확대 해석하지 않고 그냥 단점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리가 거칠다던지, 소리가 너무 얌전하고 순하다던지, 혹은 너무 얇다던지, 혹은 반대로 너무 두텁다던지….

일반적으로는 단점이라고 느껴지면 그 제품에 대해서 정이 안가기 마련이고, 단점을 가지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좋은 제품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단점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위에 설명한 것처럼 음색적인 단점은 매칭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일종의 특성 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며, 되어야 될 기능이 안되거나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단점이라고 해야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음색적인 특색이나 단점은 무조건 단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곤란하겠죠?
음식맛으로 비유했을 때, 단맛도 장점이 될 수 있고, 장점이 될 수 있고, 짜고 매운 맛도 무조건 단점이 아니듯이 말이죠.

언젠가 방송을 보다가 김건모에 대한 작곡가들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를 듣게 되었는데, 김건모가 처음 데뷔를 할 때는 김건모의 목소리 톤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목소리 톤이었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그 목소리톤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때 당시에 유행하던 발라드 음악이나 트로트 가요등에는 어울리는 않는 음색이었던 것.

그렇지만, 김건모는 ‘핑계’라던지, ‘잘못된 만남’ 등의 노래를 독특한 창법과 목소리톤으로 성공을 시키며,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도 각종 오디션 프로들을 보게 되면 작곡가들이나 음악 전문가들은 기존에 없었던 독특한 음색에 상당히 많은 점수와 특혜를 제공하곤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가수의 목소리를 두고 이야기를 하면 의례 평소에 들어서 금방 감지를 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 목소리 자체는 가수라는 한사람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쉽게 평가할 수 있지만, HIFI기기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공간의 영향을 받고, 볼륨의 영향을 받으며, 스피커가 가수라고 가정한다면 앰프 매칭의 영향을 받으며, 소스기의 영향을 받으며, 근본 소스에 영향을 받으며, 케이블 및 액세서리의 영향까지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오디오 매니아들이 작곡가나 음악 전문가라고 가정했을 때는 독특한 음색을 경험했을 때, 그 독특한 음색에 큰 점수를 줘야 맞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독특한 음색만 가지고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완벽한 사운드를 완성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모호하다보니 독특한 음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유럽 오디오 제품과 일본 오디오 제품들 간에 비교를 하자면,
대체적으로는 일본 제품들이 기본기가 탄탄하고 중립적이며 음색적으로 단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대로 유럽 오디오 브랜드들의 경우는 하나하나 객관적인 수치나 특성들을 따지고 보면 일본 제품에 비해 단점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오디오를 잘 안다는 사람들은 일본 제품보다 유럽 제품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을 두가지 부류로 나누자면 하나는 단점이 없는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하나는 단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독특하면서도 다른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대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선이라면 객관적으로 평가를 했을 때, 단점이 없으면서 모나지 않고 평탄한 성향을 찾으라고 했을 때는 일본의 마란츠, 데논 같은 브랜드가 많이 나오는 반면, 식상한 소리를 싫어하고 독특하며 개성적이고 뭔가 다른 소리를 찾는 사람들은 음이 평탄하고 중립적이고 모나지 않는 것을 떠나서 유럽 제품이나 북미 제품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물론,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해서 문제되거나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그냥 취향 차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한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옷을 입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데요.
옛날에 가장 무난하게 옷을 입을 때는 무채색의 옷을 주로 입었었습니다. 어둡고 진한 색상의 옷을 주로 입으면 특별히 튀지 않을 뿐더러 얌전하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크게 모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위 멋쟁이들은 무채색(흰색, 회색, 검정색)보다는 화려하게 색상이 들어가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색상 매치를 잘 섞어서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최고의 매칭을 만들어 내는데요.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디오도 패션처럼 자기 고유의 패턴, 방식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있으며, 특화된 스타일이나 매칭법같은 것이 있을 수 있는데요.
패션에서도 일반인들이 소화하기 힘든 패션 아이템을 멋쟁이들이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이고 돋보이는 것처럼, 오디오에서도 단점이 분명한 제품이 어떤 주변기기들과 매칭이 되느냐에 따라 단점이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더 단점이 없었던 기기보다 훨씬 더 돋보이는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점이 일반적으로 적다고 하는 마란츠나 데논 제품으로만 앰프와 CDP, 스피커까지 매칭한다고 가정합니다.
대역 밸런스, 가격대비 구동력, 중립성도 나쁘지 않고, 거친 느낌도 별로 없고, 산만하지도 않고, 순하면서도 평탄하면서도 무난한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특별히 단점이랄 것도 없고, 특별히 가격에 비해 떨어질 것도 없는 소리를 들려주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별로 개성이 없고, 보편적이며 심심한 느낌이 든다는 평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마치 돈 들여서 미술관에 갔는데, 미술관에 걸려진 그림들이 대부분 포스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두께감이 있고 정보량이 풍부하며 깊이감이 있게 음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한 기기에 심심하지 않고 밋밋한 느낌을 살려줄 수 있는 기기를 매칭하고, 디테일과 해상력, 분해력을 살려줄 수 있는 소스기 정도를 매칭한다면 아마도 음이 가볍고 부실해지거나 음역대가 고르지 않다거나 그런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각 음역대에 고급스러우면서도 개성적인 색채감이 실리고, 해상력도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그런 기기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실상 아마도 어떤 기기들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그 기기들은 이래저래~ 이래저래~ 한 단점들이 있는 기기들 아니냐? 고 반문을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 이래저래~ 이래저래~ 한 단점들을 무시하고도 단점을 극복시킬 수 있는 매칭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매칭을 맞출 때는 단점보다는 매칭에 필요한 장점을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매칭에 필요한 약재를 개발하는 것처럼, 다양한 매칭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을 가진 기기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기기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오디오의 참 재미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소소한 제품의 단점에 너무 겁먹지 마시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장점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좋은 매칭법은 어떤 매칭법인지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매칭법은 어쩌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매칭법이기도 하며, 더 저렴한 제품으로 더 비싼 제품보다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매칭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매칭법은 남들의 매칭법을 절대로 따라 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본인의 취향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