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는 비싼 취미이다.

비싸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면 무조건 비싼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감정 같은 것이 생길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렴하게 오디오 생활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되고 매칭을 잘 맞춰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어느 분야나 다 마찬가지인거죠.
공부하기 싫고 매칭 맞추기 싫으면 수업료를 많이 쓰면 되는거구요. ^^

그런데, 제품간 매칭도 매칭이지만, 초보자분들께서 가장 무시하면서 나중에 후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초보자분들이 제일 간과하는 것이 바로 공간에 맞는 스피커 선정입니다.

초보자분들은 아무리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리뷰가 있더라도 그 내용은 중요하지 않게 봅니다.
우수한 리뷰 한편보다 덜 우수한 사용기 3편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문제겠지요.
문제는 모든 아마추어 사용기들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지만, 아마추어 사용기는 각기 자신의 취향대로만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기의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분석하거나 구분하지 않고 딱, 그 당시의 결과로만 판단을 하기 때문에, 상황이나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그냥 단순하게 리뷰나 사용기의 전문성이나 객관성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그 사용기를 쓴 사람이 어느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어떤 조건하에 제품을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단순히 좋다는 말에만 현혹되어 제품을 선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여기저기 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전문의 한사람이 정확하게 진단을 해주는 말보다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옛날에는 거기다 된장을 바르면 그냥 나았어~ 뽕잎차를 하루에 1리터씩 꾸준히 3개월만 하면 깨끗이 나아~~ 혹은 무당을 불러서 궂을 한번 하면 걱정 없어~~ 라는 말들을 더 믿는다는 것이죠.

그런 말들을 믿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말들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들이 소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업계 종사자나 평론가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리도 아니구요.

그러다 보니, 무분별한 아마추어들의 의견들이 진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아마추어들의 경우는 과반수 이상이 공간이나 매칭 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제품 평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공간이나 매칭은 고려하지 않고 제한된 조건하에서 자신이 직접 테스트한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소리는 공기를 타고 이동을 하며 공간내에서 반사를 직접음과 반사음을 통해 사람에게 소리로 느껴진다는 사실은 알고 가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스피커에서 재생되어 다이렉트로 청자에게 들리게 되는 직접음이 30%이며, 나머지 70%는 반사음이라는 것도 알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은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 중에서 반사음을 빼면 스피커의 재생음 중 30%만 우리는 듣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북쉘프 스피커를 놓고 운동장에서 음악을 듣는다면 반사음이 거의 없는 소리가 들리겠지요.
반대로 톨보이 스피커를 2평 방안에서 듣게 되면 반사음이 너무 왜곡이 되어서 들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항상 오디오를 거실에서 사용할건지, 방에서 사용할건지, 원룸에서 사용할건지, 혹은 사무실에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여쭙곤 합니다.

초보자분들은 좋은 오디오라면 어디서 사용하든 무조건 좋은 소리를 내줄 것이라 생각하고 제품을 선정하지만, 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평론가들이나 실제 사용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하는 스피커라 하더라도 공간과의 매칭이 맞지 않아버리면 개 같은 소리가 나면서 돈값을 못하기 마련입니다.

일부 오디오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은 톨보이 스피커를 사야 되는지, 북쉘프 스피커를 사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사용하기 간편한 북쉘프 스피커로 먼저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께서 이 북쉘프 스피커에 그렇게 대단치 않은 앰프를 물려서 거실에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러면 중역은 얇아지고 저역은 횅~~~ 한 소리가 나오겠죠.

좀 더 쉽게 생각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북쉘프 스피커는 2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고, 톨보이 스피커는 5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병입니다. 넓은 거실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을 물고기라고 가정합니다. 그릇으로 물을 퍼서 계속 나르면 머지않아 물은 바닥으로 새거나 증발을 해서 없어진다고 가정합니다.
만약 그 공간이 3평짜리 밀폐된 방안이라면 20리터짜리 북쉘프로도 충분히 금방금방 물을 채울 수 있겠지요. 그런데 기본적으로도 일반적인 방보다는 공간이 더 넓고 부엌으로 뚫려있고 현관으로 뚫려있고 다른 방으로 통하는 통로로도 뚫려있는 거실에서는 20리터짜리 북쉘프로는 꾸준하게 물을 공급하기가 어렵겠죠?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직접적으로 정확하게 이해가 안되는 분들은 역시나 이 글을 읽고도 별 것 아니다 싶어서 무시를 할 것입니다.
정작 새겨 들어야 하는 분들께서 이런 정보들을 무시하고 단순히 그냥 아마추어들이 쉽게 쉽게 이야기 하는 단순히 좋다는 말에만 솔깃솔깃하다보니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지식을 무리해서까지 전달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간별 스피커 선택의 요령으로는 단순히 북쉘프 스피커냐? 톨보이 스피커냐? 의 선택에서 벗어나 우퍼 유닛의 크기에 따라 공간별 소리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혹은 정해진 공간에서 배치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소리가 또 어떻게 다르게 진동하는지에 대해서까지도 분석하게 됩니다. 같은 톨보이 스피커라도 우퍼 유닛이 큰 스피커가 있는가 하면 작은 우퍼 유닛을 여러 개 사용하는 스피커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클로져 구조에 따라 저음이 잘 나오는 스피커가 있는가 하면, 구동이 어렵거나 인클로져 구조가 독특해서 중저음이 왠간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 스피커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앰프와의 매칭이나 배치 등으로 어느정도는 극복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오디오의 전문가가 오더라도 해결이 안되는 것은 공간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스피커를 사용할 때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해결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간혹, 아주 작은 소형 미니 모니터 형태의 스피커를 거실 한 가운데 놓고 사요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음악을 들으시는 분께서 깊은 초저역이나 느긋하게 깔리고 퍼지는 중저역, 밀도감이 느껴지는 중저역 등은 포기하고 듣는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의 경우는 대게 음악을 선명한 고음만으로 듣는 경우이거나 혹은 구동력이 대단히 좋은 앰프를 물려서 북쉘프 스피커의 한계 때문에 초저역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중역의 윤곽감만 정확하게 만들어서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저역만 포기를 한다면 그 방법 또한 나름 중역의 밀도감과 형태감을 살리면서 대부분의 장르를 즐겁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오 초보자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구동이 안되거나 소리가 방방 튀고 날라다니는 고음만 재생하면서 그것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도 구분 못하고 음악을 듣는 경우가 허다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공간에 맞게끔 스피커 선정을 하자는 것이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소형의 스피커를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더라도 부실한 스케일감이나 중저역의 품질을 스피커 배치나 혹은 구동력 좋은 앰프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 대비 너무 작은 스피커의 경우는 아무리 배치 바꾼다고 쌩쑈를 하고 매칭 바꾼다고 이거저거 다 붙여보고 해봤자. 소용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매칭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고 어려워 하시겠지만,
그 근본이자 기본은 공간입니다.

이것만 일단 이해를 하고, 좌우 대칭에 따른 차이점, 좁게 배치했을 때의 차이점, 넓게 배치했을 때의 차이점, 8inch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를 거실에서 놓고 썼을 때의 차이점, 방에서 놓고 사용했을 때의 차이점 등등을 두루두루 경험해 보고 나면 공간에 따른 튜닝법이나 세팅법 등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오디오는 재미있는 것이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