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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귀르가즘을 잘 느낄 수 있는가? - 오디오의 성능과 감동의 상관관계

By Fullrange date 22-06-07 17:37 0 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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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가즘의 표준어는 오르가슴이 맞으나 오늘의 주제 단어인 귀르가즘이 ‘가즘’ 으로 쓰여 이와 맞추기 위해 오르가즘으로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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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명 귀르가즘(전율)을 느낄때 나타나는 피부의 변화

 

일명 ‘귀르가즘' 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귀+오르가즘’의 합성어로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오르가즘을 귀로 듣는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그와 비슷한 감동을 느낀다는 말로 사용된다. 당신은 이러한 소위 ‘귀르가즘’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말러 심포니 2번의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합창과 오케스트라 투티에서도, 슈베르트의 작은 소품에서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이 귀르가즘은 느낄 수 있을텐데 이것을 한번도 느끼지 못한 분들, 또는 잘 느끼지 못한 분들은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지 방법을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귀르가즘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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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Shine 의 한 장면

 

필자는 음대에 다니던 시절 영화 ‘샤인(Shine)’을 본 후 한동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빠져 한달정도 그 음악만 들었던 적이 있다.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아주 엄격한 스파르타(?)식으로 피아노 교육을 받은 주인공은 오로지 1등만 가치 있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행동에 상처를 받게 되고, 이 후 아버지를 떠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미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연주하기 어려운 곡’ 이라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을 연주하며 더 심하게 미치게(?) 된다. 그 후 좋은 사람들을 만나 피아노를 연주하며 다시 재기한다는 내용인데, 필자는 이 곡의 1악장에 나오는 피아노 카덴차(Piano Cadenza) 부분에서 자주 귀르가즘을 느끼곤 했다.

 


▲ 영화 샤인에 나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연주장면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이 클라이막스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면 현악기의 트레몰로 이 후 아르페지오로 피아노의 카덴차가 시작되는데 이 아르페지오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조되면서 절정을 만들게되고 이 절정을 피아노가 혼자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만들듯 주제 선율을 연주하게 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내가 귀르가즘을 느끼는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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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막스의 한 부분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첫번째 카덴차 부분

 

 

이 귀르가즘은 나의 목덜미 뒤로 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온 몸에 부르르 떠는 듯한 전율이 감싸게 되는데 나의 또 하나의 귀르가즘의 패턴은 이렇게 계속적인 긴장감이 반복되다 앞에서 등장했던 주제 선율이 커다란 볼륨과 스케일로 연주될 때 느껴질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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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루터(John Rutter)의 레퀴엠의 시작 부분

 

 

또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다. 이 시대 가장 유명한 레퀴엠(Requiem) 작곡자인 존 루터(John Rutter)의 레퀴엠은 모차르트부터 시작해서 베르디, 브리튼까지 이어 온 레퀴엠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현대적인 작품이다. ‘영원히 안식하소서' 라는 가사인 ‘Requiem Aeternam’ 곡에서 처음 시작부터 팀파니는 계속 같은 음을 반복하면서 긴장감을 만들고 거기에 비조성적인 첼로 선율이 더해지며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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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루터(John Rutter)의 레퀴엠에서 'Requiem Aeternam(영원히 안식하소서)' 의 가사 뒤 'Et lux perpetua luneta eis(그들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를 통해 긴장감 있는 어둠속에서 빛으로 확 바뀌는 부분

 

 

합창단이 Requiem Aeternam의 가사를 노래하기 시작하고 계속적인 긴장감의 고조가 이어진 뒤 ‘Et lux perpetua luneta eis(그들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부분에서 어둠에서 빛이 비춰지듯 갑자기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필자는 이렇게 음악에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다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의 전환에서도 귀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처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귀르가즘을 느끼는 포인트는 비슷하다고 하는데 귀르가즘에 대해 연구한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하모니의 갑작스러운 변화나 음악이 발전되어 역동적으로 큰 스케일로 넘어갈때에 전율을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참조 :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150721-when-was-the-last-time-music-gave-you-a-skin-orgasm).

 

 


 


우리가 음악에 중독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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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김에 위의 BBC 기사 내용을 좀 더 소개 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뇌는 태어나는 순간 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작곡되는 방식의 틀이나 규칙을 배우기 시작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노래에서 1절이 나오고 2절이 나오고 반주(브릿지)가 나온 다음 후렴을 반복 한 후 엔딩으로 노래가 마무리되는 아주 일반적인 음악의 발전 패턴이 그러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C장조에서 I도 화음(도-미-솔)이 나오면 그 다음은 IV도 화음, VI도 화음 등 여러가지 화음이 나오다가 마지막에는 꼭 V도 화음(솔-시-레)이 나온 다음 다시 I도 화음으로 마무리되는 패턴도 그렇다.

이러한 음악이 너무 규칙을 밀접하게 따라간다면 단조롭기 때문에 우리의 뇌를 자극하지 못한다. 반대로 이 규칙이나 패턴을 너무 많이 깨면 시끄러운 노이즈처럼 들린다. 조성이 없는 아방가르드한 음악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음악이 친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해 갈때 우리의 뇌는 귀르가즘, 즉 전율을 느끼기 쉬운 상태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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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정은 음악에 중독되게 되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는데,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먹이를 달라고 벨이 울릴 때 침을 흘리는 것처럼 어떤 한 노래에 대해 알게되고 그 노래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들을 때마다 귀르가즘을 느끼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귀르가즘은 이것을 느낄때 뇌를 자세히 모니터해보니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거나 성관계를 가지며 오르가즘을 느낄 때 유사한 반응이라고 한다. 이렇게 전율을 유발하는 노래가 중독성이 있어 그 음악이 질리도록 반복해서 듣는데에는 계속적으로 음악을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함 있을 알 수 있다.

 

 


 

 

오디오에서 귀르가즘을 잘 느끼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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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이전에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 오디오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만원짜리 싸구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도 이러한 귀르가즘은 쉴새 없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현재 나의 귀의 상태는 수천 수억원에 이르는 오디오에도 노출되었기에 이전과는 다른 상태이긴 하지만, 음악을 공부하며 열심히 귀를 훈련한 결과로 원래부터 일반인보다 휠씬 예민하고 잘 들을수 있는 상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귀르가즘에 대한 강한 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은 특정한 신경학적 특성과 성격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강력한 귀르가즘을 경험한 10명의 피험자의 뇌를 스캔하여 전혀 경험하지 않은 10명의 뇌와 비교했다. 그들은 귀르가즘을 경험한 그룹의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청각 피질과 보상 및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 사이에 훨씬 더 많은 양의 연결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당신이 귀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뇌에서 귀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또한 예민하지 않은 귀를 가지고 있거나 제대로 음악을 재생하지 못하는, 즉 다이나믹의 표현부터 해상력, 고중저역의 밸런스 등 원래 음악이 녹음된 것을 제대로 재생 표현해주지 못하는 오디오를 듣기에 그러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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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원래 실제 연주된 음악은 다이나믹이 5 레벨 정도의 작은 다이나믹에서 95 레벨까지의 다이나믹을 표현하도록 녹음되었지만 당신이 가진 오디오에서는 20레벨에서 80레벨까지만 다이나믹을 재생하지 못하단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귀르가즘을 느끼는 확연한 음악의 발전성이나 아주 큰 다이나믹에서 작은 다이나믹을 표현하는데에서 남들보다 덜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한 예산절약으로 인해 공간에 맞지 않게 너무 작은 스피커를 사용함에따라 본래의 소리보다 저역이 부족하게 재생되어 말러 심포니와 같은 크나큰 스케일 표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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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 중 한명은 주구장창 예술의 전당을 가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양질의 오디오도 좋긴 하지만 실제의 공연을 보며 감동을 받는것만큼만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이 사람은 실제 연주라는 최고의 사운드에 귀가 노출되어 왠만한 양질의 오디오에도 만족하지 못할수 있다. 그는 아마도 실연과 아주 흡사한 고가의 오디오를 사야지만 실연을 듣는걸 멈출 수 있을것이다. 그동안 수 차례 실연을 들으며 귀의 수준이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스스로가 판단했을때 예민한 귀를 가지고 있어 귀르가즘을 잘 느낀다면 양질의 오디오가 아니어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충분히 귀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지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라면 꼭 양질의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더 귀르가즘을 느껴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것이 하이파이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가 그렇게 얘기했다… 음악은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오늘도 합법적인 마약을 취하기 위해 오디오를 다시 켜본다.

 

 

[참고 자료] 실제로 귀르가즘을 느끼기 쉽다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dCNGoNr0dbnS5kKe-hbJms1jWN-QhX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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