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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지금 제자리에 있는 거 맞아요? - 다시 돌아보는 오디오 배치와 트위킹

By Fullrange date 20-02-19 14:30 1 2,712

FULLRANGE COLUMN

오디오, 지금 제자리에 있는 거 맞아요?

다시 돌아보는 오디오 배치와 트위킹


공간과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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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들어섰다. 국내에 정식 경로로 반입되는 오디오 브랜드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이래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음악과 맞물려서, 하지만 음악듣기와는 조금 다르게 오디오에도 문화라는 게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개인에게는 오디오를 품은 공간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사용자간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티와 다양한 얘기거리들이 쌓여왔다. 매니아라는 아마추어 전문가와 전업으로 오디오 제품을 다루는 저널리스트들도 늘어왔다.

몇 가지 좋은 지표랄까 가이드가 있었다. 오디오 문화가 생길 무렵 가장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인도자는 월간지와 격월간, 계간 등으로 풍성했던 오디오 매거진들이었다. 특히 우아하고 고급진 오디오 사진들을 보는 일 자체가 즐거움이요 나도 언젠가는 저 제품의 주인이 되어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던 세계가 오디오 매거진들이었다. 초심자들도 이 곳에서 멋진 공간에 배치된 오디오를 처음 마주칠 수 있었다. 지면매체를 통해 지구상에서 개인 공간을 이렇게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일본과 대한민국이 독보적일 것이다. 오디오 저널이 일찌감치 자리잡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사용자의 공간을 공공연히 오픈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국내 오디오 저널은 보는 입장에서는 큰 즐거움이자 오디오 정보에 대한 좋은 가이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월간지 지면에 나오는 멋진 시청실은 전용공간인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거실 그것도 아파트가 일반적인 시청공간이었다. 오디오 브랜드가 늘어갈 수록 이들 시청실의 모습 중에서 배치에 관련된 것들이 필자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필자의 사례, 다른 오디오 사용자들의 경우를 빈번히 마주치면서 생겨난 생각이었는데 오디오 배치와 설정이 아주 잘 돼서 보고만 있어도 좋은 소리가 들릴 듯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 거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심코 배치를 해놓은 공간을 보면 과연? 제 소리가 나올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필자가 아는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은 열성적으로 자신의 오디오 배치를 위한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크게 얻기도 한다. 원브랜드 앰프와 기기들을 제조사에서 공급한 랙에 수직으로 여러 단 쌓아놓고 스피커를 바짝 붙여놓은 광고를 따라 배치해놓고 음악을 듣는 곳이 부지기수였던 초기 오디오 배치 문화로부터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을 지난 지금, 오디오파일들이 자신의 오디오배치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실행해서 효과를 보고 있는 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은 오디오 자체의 선택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미처 몰랐던 경우가 의외로 많이 발견되니까 말이다.


오디오 배치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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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배치가 재생음악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잘 알려져 있다. 얼핏 복잡하고 신경쓸 게 많아 보이지만, 몇 가지만 이해하고 접근하면 그리 어려울 일은 많지 않다. 남의 공간을 세팅해주는 것까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사용자 자신의 공간을 최적화시키는 건 충분할 것이다. 우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오류를 범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들이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순서는 반대가 될 수도 있지만 보편적인 경우, 이 사안들을 먼저 세팅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공간 인테리어를 입히는 순서대로 하는 게 좀더 수월할 것이다.


1) 좌우 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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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피커의 경우, 좌우가 대칭이 되도록 배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좌우대칭이 되지 않은 채로의 문제는 정상적인 대칭구조에서의 문제보다 해결이 대략 몇 배는 복잡해질 것이다. 좌우 대칭의 의미는 막연히 음원 속 좌우 채널의 소리를 대등하게 구분하는 것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좌우 채널은 정확히는 전체 음원정보를 둘로 나누어 재생할 뿐이다. 그러니까 좌우 스피커는 물론이고 상하 및 중간 지점까지 이어져 있는 음원속 상황을 총체적으로 전달하는 두 지점일 뿐이다. 그래서 대칭이 되지 않으면 전체 정보가 왜곡되기 시작한다.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그 스피커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듣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다소 충격적인 경우도 있다. 닭을 잡는 데 엑스칼리버와 같은 보검을 쓰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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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시청실이 되곤 하는 일반적인 아파트 거실의 경우, 주로 티비 랙 용도로 쓰이는 거실장이 붙박이로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오디오 구매자들은 이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래서 티비가 중앙에 있고 그 아래쪽에 앰프와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그리고 그 좌우 끝에 스피커를 둔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스피커가 있는 이 좌우 끝이 서로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유리창이 있고 다른 한쪽은 트여진 채로 멀찍이 주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잠시 환기를 해보면, 특정 하이엔드 스피커는 높은 대역과 낮은 대역의 도달시간을 동일하게 하려고 몇 백 몇 천만원 가격을 요구하는 기술이 더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배치를 이렇게 불균형으로 하게 되면 그 비싼 스피커를 구한 의미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는 ‘소리가 명성만 못한데? 앰프를 더 좋은 걸 사야하나…’ 이런 그릇된 유추로부터 논리의 왜곡이 시작된다.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용자라면 굳이 그 정도의 오디오를 구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좌우 불균형의 문제는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스피커 배치는 심사숙고할 일이다. 나중에 스피커를 교체할 때도 그 자리가 확보되는 것은 중요하다. 답이 물론 있다. 약간의 용기와 가족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일단 거실의 경우라면 거실 창이 있는 중앙베란다를 바라보라. 대부분의 경우 좌우가 완벽히 대칭이다. 그러면 이 곳에 벽에서부터 50센티 미터 이상 거리를 둔 지점에 스피커를 둔다(스피커에 따라서 다르지만). 여기에 닻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면 음악을 듣는 이에게는 이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음악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하고 그 스피커의 특성이 어떤 지 정확히 파악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얀손스의 로열 콘서트허바우의 라이브 어쿠스틱이 어떻고 다이아나 크롤이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어떤 표정으로 노래를 하고 있는 지 얼굴이 얼마만한 지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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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치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장점은 층간소음의 감소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파트 공법에 따르면 바닥을 발로 구르는 일 이외에 음향적으로 층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벽을 진동시키는 낮은 대역이다. 아파트는 벽이 상하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전의 거실장 쪽에 배치한 스피커는 바닥진동보다는 실은 반대편 벽을 울리게 되어 층간소음의 결정적 문제를 일으킨다. 베란다쪽으로 배치한 좌우대칭 구도에서는 음파가 진행하는 시청자 쪽이 멀찍이 트여져 있어서 그런 문제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 배치가 가족들과 협의되어야 하는 이유는 베란다로의 출입을 자제하거나 이동시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스피커 사이에 굵고 복잡한 케이블들과 앰프나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길을 막을 것이다. 배열을 하기에 따라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킨 케이블들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수월치는 않다. 대신 거실장이 있던 곳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쪽을 가족에게 제공한다. 티비를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과 협의가 안된다 싶으면, 그 다음 방법은 공간을 조금 줄여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물론 공간이 작아지기 때문에 공간에 맞는 스피커를 고르는 요령이 필요하다. 특히 키가 크고 음압이 높은 스피커들은 시청거리가 멀게 설계된 경우가 많아서 무작정 크기에 욕심을 낼 게 아니다. 갈수록 작은 사이즈의 광대역 스피커들이 늘어가는 이유가 작은 공간에서도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니 정보반경을 늘려보면 좀더 다양한 좋은 스피커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여하튼 방에 스피커를 배치하게 되면 일단 좌우대칭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곤 하니 나머지 배치와 튜닝의 문제는 한결 수월해져 있을 것이다.


2) 진동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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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대칭 배치를 달성했다면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대략 절반의 성과가 이미 생겨나 있을 것이고 스스로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작업은 진동에 대한 대책마련이다. 좌우 대칭의 확보 보다는 훨씬 수월한 개념이 될 것이니 비교와 관찰을 즐기며 접근해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오디오 제품들은 크고 작은 자체 진동을 필연적으로 달고 다니고, 진동이란 결국 왜곡으로 연결된다. 완벽한 재생이란 진동이 없는 상태로 신호가 전달되어 정교한 비율로 확장되고 스피커를 정확히 운동시켜 만든 파동이 되어 귀에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디오 컴포넌트 중에서 진동이 가장 많은 부문은 역시 스피커이다. 진동이 크기도 하지만 다양한 진동이 복합되어 연속 생성되는 공장이 스피커이다. 제작사가 최대한 이러한 공진을 억제시켜 제작하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시청 환경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파악하고 튜닝을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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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있고 없고의 차이, 진동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단순무식한 방법은 무거운 걸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스피커, CDP 위에 무거운 걸 올려놓고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확인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진동은 오디오 거의 전 부문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들이 이미 오디오 제품 어딘가에, 그리고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게 스피커 스탠드와 스파이크 혹은 방진재이다. 스피커의 진동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실험과 대안들이 마련되어 왔는데 대원칙은 두 가지이다. 단단한 바닥에 정확히 지지를 해서 진동에 따라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그 다음에 스피커의 진동을 흡수하거나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스피커를 방이나 거실 바닥에 그대로 배치해서 흔들리지 않는다면 일단 합격이다. 이제 바닥면과의 접촉면을 최소화하면 진동의 흡수와 제거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스피커의 경우 평평한 바닥 전체가 바닥과 밀착되면 스피커의 진동이 그대로 바닥에 전해진다. 바닥면이 그 진동을 흡수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스피커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이 때, 단단한 바닥의 지지효과는 유지하면서 접촉면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스파이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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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는 스피커쪽이 되어도 바닥쪽이 되어도 무관하지만 주로 스피커쪽에 부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뾰족한 스파이크를 스피커 바닥에 단단히 붙여서 지지를 하게 되는데 4점 혹은 3점 지지가 되기도 한다. 스파이크 사용이 여의치 않을 때 좀더 간단히 바닥면과의 밀착을 해결하는 방법은 방진패드를 부착하는 것이다. 보통은 단단한 고무, 반대로 탄력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손톱만한 동그란 패드를 말한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스파이크와 방진패드 이 둘의 진동방지 역할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으로 스피커의 소리를 바꾸어 준다. 전술한 접촉면의 최소화가 우선 그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커를 바닥면에 최대한 고정시켜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속적인 진동에도 불구하고 스피커는 자리를 이탈해서 미끄러지지 않고 원래 자리를 지키게 된다. 스피커 스탠드의 원리와 역할은 소형 스피커를 아래쪽으로 연장시켜서 고정시키는 것이고 스탠드의 아래쪽과 위쪽면은 스파이크나 방진재로 조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술한 이유에서 설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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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개념을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써 대리석 혹은 오석 등을 사용해서 스피커의 하단을 받치는 경우가 한동안 유행을 했었는데 사실 이 방식은 중요한 전제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그냥 관상 차원의 효과 밖에는 없게 된다. 무거운 대리석이나 오석의 아래쪽은 견고하게 바닥에 밀착되어 단단한 지지대가 된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 상단에 스피커를 고정시키는 일이 종종 간과되곤 한다. 이런 고급 마감의 석재들은 보통 표면이 매끄러운데, 뾰족한 스파이크를 내리게 되면 스파이크가 고정되지 않고 진동에 따라 미세하게 이동을 하게 된다. 견고한 스탠드나 스파이크의 의미가 반감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다시 스파이크슈즈를 받치게 되면 상황은 좀더 악화된다. 스피커를 좀더 잘 미끄러지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런 매끈한 석재들을 안쓰는 게 좋은데, 미관상 꼭 쓰고싶다면 석재의 상단을 어떻게든 스피커와 고정시켜야 한다. 스파이크 대신 방진패드를 쓰면 효과적이고, 어쩔 수 없이 스파이크 방식이어야 한다면 스파이크 자리에 홈을 파서 고정시켜야 한다. 혹은 스파이크 슈즈를 접착제로 석재표면에 단단히 붙이는 방법도 있다.

CDP나 턴테이블 등 태생적으로 진동을 안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바닥에 기본적인 방진재들이 부착되어 있다. 고급의 제품일 수록 그러하고 더 고급의 제품들은 제품의 섀시를 특수 소재 처리를 하거나 방진구조로 설계하거나 아예 무겁게 만든다. 가끔 제품 가격이 이해할 수 없이 비싼 제품들의 경우 이런 설계에 대한 연구 개발 제작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대략 맞다.


3) 대역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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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배치가 되고 진동을 해결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이미 매우 다른 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다. 특히 스피커의 정확한 위치라는 건 기종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시청공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고급기술이 발휘되어야 한다. 스피커의 위치를 잡고 소리를 정상적이지 않게 만드는 환경요인을 개선해야 한다. 모두 사용자의 귀를 통해서 달성되어야 하는 일이다.

스피커의 위치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전체 주파수대역 중에서 주로 낮은 대역, 소위 저역 쪽에서 생긴다. 대표적으로는 저역이 너무 많아서 벙벙거린다거나 반대로 저역이 너무 없어서 썰렁한 경우 두 가지이고, 둘 중에는 저역이 넘치는 경우가 좀더 많다. 다른 조건이 맞아 있는 경우라면 스피커의 위치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고, 주로 벽에 가깝게 바짝 붙여놓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 대역밸런스가 별스러운 게 아니라 원래 스피커에서 나오는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의 균형을 배치를 통해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일인 것이다. 이런 대역밸런스가 무너지면 그냥 단순히 특정 대역이 더 많아지고 다른 대역은 줄어드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해상도에 문제가 생기고 다이나믹스가 왜곡되는 등 전체 음악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오류는 낮은 중역대에서 발생하는 울림으로 이보다 위쪽 대역이 흐려지는 현상이고 이렇게 되면 음원이 고음질이고 스피커나 앰프가 고가의 최신기종이라고 해도 무용지물에 가깝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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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 밸런스를 망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저역이 과다하게 울리는 부스팅의 사례에서 생기고, 이렇게 되는 만드는 오류는 스피커를 벽 쪽에 바짝 붙여서 배치하는 습관 때문이다. 관념적으로 오디오란 마치 책장이나 티비처럼 벽에 맞닿아 있어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한 세대 전 스테이징이나 이미징 등의 공간재현 개념이 희박할 때의 오디오가 그랬었고 최근에도 간혹 그런 스피커가 있긴 하지만 그런 오랜 기억 속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어서 스피커를 벽에 바짝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스피커를 벽에 붙이면 낮은 대역이 자연스럽게 공간 속에 확산되는 경로를 막고 마치 거울처럼 반사를 시켜 과장된 울림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된다. 스피커 자체에서 원래보다 울림이 늘어나면 저역이 원래 들려야 하는 모습도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보다 위쪽 대역 또한 흐려지게 한다. 흔히 마스킹이라고 하는 왜곡이 이렇게 생겨난다. 그랬거나 말거나 저역이 쿵쾅거려서 좋다고 듣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렇게 들어도 되는 일부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그 제품에 지불한 가격은 많이 사라져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소리를 듣는거라면 싸고 좋은 제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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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제조사들이 스피커의 위치와 공간에 따른 설치요령을 매뉴얼이나 자사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는 건 자신들이 어렵게 설계한 고유의 소리를 제대로 듣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윌슨 오디오의 매뉴얼을 본 적이 있는 사용자들은 알고 있겠지만, 시청거리와 공간의 거리에 따른 스피커 각 부위의 위치를 조정하는 표가 있는데 마치 열차 시간표를 보는 듯 복잡하고 세세하다. 윌슨오디오라는 스피커의 특성에 따른 특수한 상황이라서 일반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스피커를 뒷벽과 옆벽에서 떼어놓고 들어보면 일단 성공이다. 마치 스피커가 숨을 쉴 공간이 생긴 것 처럼 뭔가 음악을 실은 공기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써 마련한 좌우 대칭 구도가 비로소 효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스피커에 있는 리플렉스 홀의 위치가 뒤쪽에 여러 개 있다면 뒤쪽으로부터 많이 떼어놓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얼마나 떼어놓아야 할까?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는 스피커의 울림통의 길이를 대략 파악해서 그 만큼 뒤쪽과 거리를 두면 된다. 도저히 거리가 나오지 않으면 전용 베이스트랩이나 스펀지와 같은 재질을 스피커 뒤쪽에 두어 베이스를 흡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퍼지고 소멸되는 것 만큼은 아니다.


4) 시청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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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스피커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오 배치가 제 자리를 찾게되면 이제는 시스템이 거의 완성되어있을 것이다. 그 제품을 그렇게 설계한 이유가 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그 반대편에 있는 시청자의 위치에 대해 살펴보는 일이 그 다음이다. 두 가지 포인트만 염두에 두면 된다. 거리와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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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아파트 거실에서 시청위치와 스피커와의 거리는 대략 3미터 내외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음악을 듣기에 충분하다. 일단, 스피커 사이의 중앙지점을 잘 파악해서 필요하면 거리를 재서 그 지점에 표시할 수 있는 뭔가를 두는 게 좋다. 앰프가 되어도 좋고 세로로 반듯한 트로피를 두어도 좋다. 음향판 등의 전문 디퓨저를 두는 경우도 흔하지만 뒷벽이 유난히 반사가 많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필수조건은 아니고 취사선택할 일이다.

중앙 위치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음악, 가능하면 위치정보가 분명한 음악을 틀어서 스피커의 각도를 조금씩 안쪽으로 기울여보자. 토우인(toe-in_이라는 작업이다. 이걸 해본 분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각도에 따라 공간의 좌우폭과 깊이가 함수관계를 갖고 변화한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만큼의 공간의 구도와 연주자의 위치와 사이즈가 맞춰지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마치 아날로그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듯 최적의 지점이 발견될 것이다. 이게 맞춰진 다음 다시 시청 위치로 와서 자신의 시청위치도 뭔가로 표시를 해둔다. 바닥에 칼라 테이프를 붙이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고 이 자리가 흔히 말하는 내 시청실의 스윗 스팟이 된다. 종종 스피커나 다른 기기가 변경되거나 가구가 바뀌는 등 어쿠스틱에 변화가 생기면 이 위치표시는 좋은 지표가 되니까 기기든 공간이든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이 작업을 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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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디오 꽤나 들락거린 오디오파일들의 경우에도 높이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높이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앞서의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좌우대칭이 아니어서 생기는 문제 만큼의 심각한 왜곡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높이까지 맞추게 되면 좀더 정답에 가까와진다는 의미이다. 높이는 어떻게 맞춰야 할까? 여러 스피커를 살펴보면 반드시 트위터라고 하는, 높은 음을 내는 전용 유닛이 있다. 귀높이가 이 트위터에 맞춰지면 된다. 다만 스피커마다 트위터의 높이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스탠드거치형 북쉘프 스피커의 경우라면 어떤 스탠드를 쓰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한다. 귀높이는 스피커를 통한 음원의 위치정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종종 소파에 앉아서 편하게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푹신한 소파는 위치가 많이 낮게 들어가서 음악감상, 특히 높이 정보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음악감상을 위해서라면 소파를 고르더라도 높이가 낮지 않은 전용 의자가 필요하다. 어떤 사용자는 고개를 기울여 각도를 맞추면 되는 거 아니냐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누워서도 하이파이 스피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귀높이라는 건 스피커의 트위터 높이와 바닥으로부터 시청자의 귀높이까지의 정보를 일치시키는 일이지 각도를 맞추는 일을 말하는 건 아니다.

높이가 맞는 한도내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하자. 음악듣는 일은 일단 편해야 한다. 그래야 음악의 맛이 비로소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업무상 녹음을 하거나 시청기를 써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야한다. 음악 속에 묻혀서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줄 좋은 의자들이 많으니 잘 골라보기 바란다.


5) 방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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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나 겨울에 리뷰를 위해 제품시청을 하다보면 무심코 에어컨이나 난방기가 돌아가고 있을 때가 있다. 나중에 발견하고 끄고나서 시청을 해보면 음악에 따라서는 거의 다른 소리가 되어 들린다. 특히 높은 대역의 어쿠스틱이나 노이즈 관련 품질은 희비가 엇갈릴 만큼 차음의 마련은 중요한 조건이다. 아파트 거실에서의 방음은 사실 한계가 있다. 외부로 나가는 음을 차음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외부로부터의 소리를 막는 일도 그리 간단치는 않다. 그래서 가장 완벽한 방법은 방에 시청실을 꾸미는 일이다. 스피커와 앰프가 축소되고 시청공간이 작아지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넓은 대역을 원활한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듣는 일은 오디오파일의 로망이라서 가능한 넓은 공간일 수록 음악감상의 기쁨은 커질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방음 팁을 시행해보면 그나마 한결 나아질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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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실에 외부 소음이 들어오는 가장 큰 경로는 창문이다. 일반적인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 창문은 넓고 방음기능은 거의 없다. 가장자리가 모두 오픈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곳을 막아주는 작업을 해야한다. 전문시공을 하면 물론 가장 좋겠지만, 이 칼럼의 의미는 누구나 일반적으로 최대한 간단히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해야한다는 나름의 조건이 있다. 보통 단열을 위해 창틀에 붙이는 스펀지를 흔히 구할 수 있는데, 그걸 이중으로 붙여놓으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요령이 생기면 좀더 찰지고 탄력이 있는 재질을 찾아서 틀에 끼워보기 바란다. 베란다 창은 그리 자주 열지 않기 때문에 아예 폐쇄할 생각을 하고 밀봉을 해볼 수록 좋다. 베란다 창에도 스펀지를 둘러 막아놓는다. 그 다음으로 막아야 할 곳이 현관문의 아래쪽이다. 어쩌면 가장 큰 소음의 경로일 지도 모른다. 인테리어까지 감안해서 현관에 별도의 문을 만든다면 이중의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문 아래쪽이라도 막아보시길 바란다. 아마 이웃에서도 그 집 음악소리 요새는 크지 않더라 하게 될 것이다.


기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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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배치와 세부적인 조정에 대해서는 파고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좋아서 하는 거지,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일로 시킨다면 그렇게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오디오를 피곤하게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면서 자신이 쓰고있는 오디오나 음악을 듣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나 의지가 없는 오디오파일들을 의외로 많이 발견하게 된다. 내가 사고싶은 그 오디오는 대부분 오디오 자체만으로는 그 소리가 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이해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몇 가지만 갖춰주면 되는 그 일을 등한히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로 많이 다른 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다.

위에 나열한 얘기들은 오디오파일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일들인데 막연하고 절실하고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제품을 이해하고 정성을 조금 들여보면 주인을 향해 미소를 짓기도 하고 어루만져 주기도 하는 게 오디오가 아닐까 싶다. 오디오라는 것도 결국 교감에 따라 들리는 음악이 달라지기도 하는 정신과 관련된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집에 가면 내 스피커가 좌우 대칭이 되어있는지 부터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리뷰어 - 오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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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 린리

    20-03-16 22:12

    너무 좋은 글 입니다. 오다오 정말 좋아 하지만.최근에야 좌우 발란스를 위해 정확한 이미징을 위해 우리 아파트 구조에선 좌우  수평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과 고음 보다 저음 좌우 발란스가 힘들 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후 모든 음악을 다시 발견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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