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좋다고 다들 구동력 좋고 매칭 좋은 앰프가 아니다.
앰프를 바꾸게 될 때, 혹은 스피커와 앰프를 함께 바꾸게 될 때 앰프의 매칭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는 HIFI 시스템의 매칭 문제에서 앰프에 의해 변화되는 음질이나 음색의 폭도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힘이 일단 좋아야 매칭이 수월하고 힘이 좋아야 구동력도 좋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힘이 좋은 앰프가 구동력이 좋고 매칭이 좋은 앰프는 아닙니다.
특히 힘으로 제압하기 힘든 스피커를 무턱대고 힘으로만 제압하려 하다가는 질감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모두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앰프가 스피커를 제어하는 방식을 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힘으로 제압하는 스타일과 다른 하나는 힘은 별로 없지만 잘 달래고 다스려서 소리를 잘 내게끔 하는 방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말이지만, 비유를 하자면 이런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아이가 있는데 매를 들어서 말을 듣게 하는 것과 잘 달래고 설득해서 말을 듣게 하는 것. 이 두가지 방법과 비슷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힘이 좋다고 알려진 대부분의 앰프들은 첫번째 방식으로 스피커를 제어합니다. 무조건 힘으로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의 앰프들은 확연히 드러나는 힘에 의해 능력이 되는 선에서 특정 스피커들은 확실히 제어를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실히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으로 완벽하게 제어가 안되는 스피커를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앰프보다 더 힘이 좋은 앰프를 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매칭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래고 다스려서 소리를 잘 내게끔 하는 스타일의 앰프들은 스피커의 성향에 따라 미묘한 음의 차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힘으로 제어하는 스타일의 경우가 최종 출력된 사운드에서 앰프의 성향이 많이 드러난다고 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잘 달래고 설득하고 중재해서 나오는 사운드이기 때문에 앰프의 성향 보다는 스피커의 성향이 더 드러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스피커의 성향이나 개성이 워낙에 강한 경우는 어떤 앰프를 물리더라도 어느 한쪽의 성향만 치우쳐져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 글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출력이 높고 무게가 무거우며 힘만 좋은 앰프가 오로지 좋은 앰프의 기준은 아니며, 만족할 수 있는 앰프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무 현대적이고 힘을 강조한 스타일의 앰프를 줄곧 사용해 왔다면 기회를 내서 잘 만들어진 진공관 앰프의 소리를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를 물리더라도 소리는 막힘없이 나오며 잔잔하고 낭랑하게 산란되는 사운드가 몸을 둥실둥실 떠오르게 하면서 살포시 어깨 근육과 종아리 근육을 주무르면서 피로를 풀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무간도’ 에서 경찰청 특수강력반에서 요직으로 근무하는 유덕화는 허름한 오디오샵에 들어가 진공관을 통해 나오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듯, 살며시 날아와 코끝을 살랑살랑 건드린다고 했습니다.
굳이 진공관 앰프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진공관 앰프는 정말로 스피커를 잘 달래고 다독거려서 스피커가 노래를 잘 부르게끔 중재하는 능력이 TR앰프보다 한수 위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진공관 앰프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적 고집을 가지고 제작된 진공관 앰프는 분명 음악을 들음에 감동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TR앰프들 중에서도 그러한 소리를 내는 앰프들이 있지만, 힘으로 상징되는 TR앰프계에서 진공관과 같은 질감을 유지하면서 힘까지 겸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TR앰프의 힘으로 스피커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뚝 떨어지는 강력한 저역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타협을 하더라도 스피커를 잘 달래고 다독거려서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르는 사운드를 추구하는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라는 것입니다.
무조건 힘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려는 경우 앰프값이 500만원이 든다고 가정했을 때,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500밖에 없는 경우 250정도선에서 가장 힘이 좋은 앰프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힘은 좀 떨어지더라도 질감이 좋음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500만원짜리만큼의 만족도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가격에 힘만 좋은 앰프보다는 소리가 좋을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한번 모험을 해보세요. 너무 변강쇠들만 좋아하다가는 지겨워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