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PC-Fi를 제외하고는 오디오를 논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고음질 음원을 기반으로 한 PC-Fi는 빠르게 그 세를 확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오디오에 대한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뀔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에 풀레인지에서는 PC-Fi에 관한 6회의 연재를 준비했다. 이번 1회는 그 출발점으로 PC-Fi는 왜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지 짚어보기로 한다.
바야흐로 PC-Fi의 전성시대다. 최근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은 바로 DAC이며, 오랜 전통을 지닌 하이파이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디스크를 구동하는 CD/SACD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메인 소스 기기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CD/SACD 플레이어 신제품들은 그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으며, 나오더라도 USB DAC 기능을 필수적으로 추가, PC-Fi와 연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이제 CD/SACD 플레이어에서 USB 단자를 확인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하이파이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MP3 플레이어가 급속도로 대중화될 때에도 CD/SACD를 중심으로 한 하이파이 시장은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IT 관련 분야의 디지털-네트워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철옹성 같던 하이파이 시장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등의 등장으로 인해 PC의 역할은 이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PC가 없이는 할 수 없거나 불편한 게 많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펌웨어 업데이트 시에도 PC는 필요하며,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PC를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앞으로 PC의 비중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PC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는 뮤직 네트워크 서버도 실은 HTPC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PC-Fi가 이토록 맹렬하게 그 세를 넓히고 있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편의성과 확장성이다. PC-Fi에 Net-Fi까지 더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로 간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게 익숙해지면 디스크로 음악을 듣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음반이나 시대를 빛낸 역사적인 명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좋아하는 곡들만 선택해서 듣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두 곡만 듣고 음반을 뺐다 넣었다 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 PC-Fi의 리모컨으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를 활용할 경우 그 편의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확장성은 PC-Fi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기존 컴포넌트 오디오의 경우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간혹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해당 제품이 특정 기능을 지원하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새로운 기능을 경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모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구 모델은 애물단지가 돼버리고 만다. 그러나 PC는 소스 기기로서 가장 넓은 확장성을 갖고 있다. 적절한 소프트웨어만 설치한다면 어떤 파일이든 문제없이 재생할 수 있으며, 직접 또는 NAS 등과 연계해 간편하게 네트워킹을 행할 수 있다. 특히 영상 소스를 재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양이 높지 않아도 된다.
► 고음질 음반들은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생명력은 길지 못할 것이다.
음질적인 면에서도 PC-Fi가 전통적인 하이파이보다 한 수 위다. 디스크 플레이어를 운용할 경우 SACD라는 막강한 존재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가 되는 것은 레드북 CD다. 혹자들은 HDCD, XRCD, SHM-CD, Blue-spec CD 등을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디스크에 취향을 맞추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레퍼토리를 찾을 경우 여전히 허탕을 치기 십상이다. 특히 CD는 포맷 자체가 불안정해 고가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지터라는 노이즈를 피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들은 CD 플레이어를 CD 트랜스포트와 DAC로 분리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런데 PC-Fi에서는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로 읽어 들이는 방식이므로 지터 문제는 애초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PC 자체의 소음만 확실히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96kHz/24bit, 192kHz/24bit 소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이미 일본에선 2.8MHz/1bit DSD 포맷의 정식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시작된 만큼 고음질 소스가 부족하다는 불만은 금세 과거지사가 될 것이 자명하다.
► SACD의 핵심이었던 DSD. 이제는 PC-Fi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PC-Fi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DAC를 비롯한 일련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디지털 음원이다. 디지털 음원을 확보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CD를 FLAC이나 WAVE, ALE(Apple Lossless Encoder) 파일로 리핑하는 것이다. 리핑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번거롭긴 하지만, 그 작업 자체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CD를 리핑할 경우 샘플링 주파수와 다이내믹 레인지가 44.1kHz/16bi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즘 출시되는 DAC의 기본 스펙은 192kHz/24bit를 넘어 384kHz/32bit에 이르고 있는데,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수치다. 이에 고음질 음원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몇 곳을 소개한다.
고음질 전문 레이블 체스키 레코드의 데이비드 체스키, 노먼 체스키에 의해 설립된 HDtracks는 2007년부터 하이 퀄리티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HDtracks는 팝, 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방대한 음원 DB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96kHz/24bit, 192kHz/24bit 음원을 맹렬하게 확충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 온쿄가 직접 만든 이곳은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고음질 음원 사이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e-onkyo music은 96kHz/24bit, 192kHz/24bit 음원을 넘어 이미 2.8MHz/1bit의 DSD 포맷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5월 30일부터는 세계 최초로 돌비 트루HD 포맷(5.1채널)의 192kHz/24bit 및 96kHz/24bit 음원 제공 서비스도 개시될 예정. 온쿄의 이런 전략은 단연 두드러지는 것이다. 사실 소스가 있어야 하드웨어도 제 기능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쿄는 빠르면 이달 말 DSD 포맷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재생할 수 있는 AV 리시버 TX-NR818과 TX-NR717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 ‘즐겨찾기’ 해둘 만한 고음질 음원 사이트들은 아래와 같다.
HIGHRESAUDIO
Blue Coast Records
Linn Records
12-06-10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