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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흔적을 지운 스펜더 새 라인업의 맏형 - 스펜더 D9
By Fullrange date 18-03-08 17:05 0 7,336
FULLRANGE REVIEW
영국 공영방송 BBC는 모니터 스피커 개발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68년 3웨이 LS3/6을 시작으로 1970년 LS3/5(이하 2웨이), 1974년 LS3/5a, 1979년 LS5/8, 1983년 LS5/9 등을 개발, 전문 제작사에 라이센스를 주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성능의 모니터 스피커를 양산케 한 것이다. 그리고 ‘LS’가 붙은 이들 스피커는 지금도 오디오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BBC 모니터 스피커 개발사에서 빠질 수 없는 제작사가 있다. 스펜더(Spendor)다. 설립자인 스펜서 휴즈(Spencer Hughes)는 1960년대 중반부터 BBC 모니터 스피커 개발에 연구진으로 참여, 페이퍼 펄프 대신 처음으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벡스트렌 콘 우퍼를 채택한 LS5/5를 탄생시켰다. 1968년에 나온 LS3/6도 따지고 보면 그가 스펜더 이름으로 내놓은 BC1의 BBC 버전이었다.
스펜더의 이러한 BBC LS 혈통은 지금도 ‘Classic(클래식)’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각각 BC1(LS3/6)과 BC3(LS5/8)의 직계인 Classic 1/2와 Classic 100을 비롯해 밀폐형 2웨이 Classic 3/5, 베이스 리플렉스형 2웨이 Classic 3/1과 Classic 2/3 등이 건재한 것이다. 모델 작명법부터 시작해 박스형 인클로저와 가벼운 통울림 등 한눈에 봐도 LS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 클래식 시리즈도 필자가 보기에 ‘오리지널 순혈주의’를 외치는 몇몇 브랜드와는 걷는 길이 다르다. 그 결정적 증거가 2016년에 나온 Classic 200이다. LS의 인기비결이 결코 스펙에 기반했던 것은 아니지만, Classic 200은 요즘 대세인 메탈 인클로저에 메탈 트위터, 신소재 미드우퍼 등을 투입한 경쟁제품과의 ‘스펙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우퍼 재질이 전통의 벡스트렌 콘인 점만 빼놓고는 밀폐형 인클로저, 배플 좌우폭을 최소화한 스타일, 더블 우퍼 배치 등 스펜더 애호가들마저 깜짝 놀랄 만큼 환골탈태했다.
이처럼 꿈틀대던 스펜더의 변신 욕망은 이미 2014년에 그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D1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의 2웨이 스피커로 아예 ‘D’ 시리즈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탄생시킨 것이다. D1은 밀폐형과 150mm 미드우퍼라는 것만 빼놓고는 그동안 스펜더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던 BBC LS의 거의 모든 흔적을 지웠다. 대신,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과 함께 광대역 주파수응답특성과 해상력, 저역의 펀치감 등 현대적인 스펙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위터부터 달라졌다. 스펜더가 직접 개발한 22mm LPZ(Linear Pressure Zone) 폴리아미드 돔 트위터를 채택했다.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플레이트와 그물망이 달린 점도 특징. 이 LPZ 소프트 돔 트위터는 2015년에 나온 플로어 스탠딩 D7, 2016년에 나온 이번 시청기인 D9에도 채택됐을 만큼 새 스펜더 스피커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한편 Classic 200의 트위터도 같은 직경의 폴리아미드 돔 트위터이지만, 클래식 시리즈의 전체 패밀리 룩을 위해서인지 플레이트와 그물망은 채택되지 않았다.
중저역대를 책임지는 150mm 미드우퍼의 콘 재질도 스펜더가 개발한 ‘EP77 폴리머’로 변화했다. LS 모니터 스피커에서 즐겨 사용하던 폴리프로필렌(LS5/8, LS5/9) 혹은 벡스트렌(LS3/6, LS3/5) 콘 미드우퍼와 완전 결별한 것이다. 이 EP77 폴리머 콘은 D7의 180mm 두 미드우퍼/우퍼, D9과 Classic 200의 180mm 미드레인지 유닛에도 채택됐다.
BBC LS 모니터 스피커의 강렬한 키워드였던 ‘얇은 벽’(Thin wall) 설계도 버렸다. 얇은 자작나무 합판 대신 훨씬 투꺼운 MDF를 인클로저 재질로 쓴 것. 다들 잘 아시겠지만, BBC는 진동방지를 위한 고강도 인클로저가 오히려 핵심 중역대의 공진을 일으키기 때문에 얇은 인클로저와 내부 댐핑재를 통해 공진 대역을 덜 민감한 저역대로 끌어내린 이른바 ‘얇은 벽’ 이론을 주창했다. LS3/5a의 경우 9mm에 그치는 얇은 자작나무 합판 안쪽에 거의 비슷한 두께로 역청을 바른 것은 이 때문이었다.
D 시리즈의 진짜 얼굴은 2015년에 나온 D7과 2016년에 나온 D9에서 본격화됐다. 두 모델 모두 전면폭이 슬림한 형태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로 D7은 2.5웨이 3유닛, D9은 3웨이 4유닛 구성이었다. D1에 채택됐던 LPZ 트위터와 EP77 폴리머 콘이 투입됐고, D9에는 케블라 콘 우퍼가 2발이나 추가됐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구조 또한 포뮬라1 레이싱카들이 즐겨 사용하는 더블 디퓨저 형태로 변신했다. 금속망을 단 트위터에 케블라 우퍼, 더블 디퓨터 포트 등 그야말로 새로운 스펜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D9은 기본적으로 27Hz~25kHz의 주파수응답특성을 보이는 4유닛 광대역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2유닛의 D1은 55Hz~25kHz, 3유닛의 D7은 29Hz~25kHz였다. 공칭 임피던스 8옴, 감도 90dB인 점은 D7과 같다. 높이는 1125mm(D7은 950mm), 가로폭은 210mm(D7은 192mm), 안길이는 398mm(D7은 333mm)를 보인다. 인클로저 재질로 두꺼운 MDF를 쓰고 7인치 우퍼 2발이 달린 덕분에 무게가 35kg(D7은 21kg)이나 나간다. 바인딩 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일단 외관상으로만 보면 22mm(0.87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 위에 180mm(7인치) EP77 폴리머 미드레인지 콘 유닛이 하나 있고, 트위터 밑에 역시 180mm 직경의 케블라 우퍼 2발이 나란히 세로로 장착됐다. 미드레인지 유닛을 트위터 위로 올린 것은 역시 트위터 위치를 청취자의 귀 높이에 맞추려는 의도가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 아래에 마련됐는데, 손을 집어넣어보면 약간 폭신한 분리대가 중간에 설치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트위터는 위에서 언급한 LPZ 폴리아미드 돔 트위터. 폴리아미드(Polyamide)는 일종의 나일론으로 폴리에스터, 패브릭, 실크 등과 함께 소프트 돔 트위터 재질로 사용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에지가 2중으로 접혀 있어 실제 27mm 정도로 넓은 방사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 앞에 붙은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그물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펜더에 따르면 이 그물망은 1) 동근 돔 표면에서 어쩔 수 없이 불균등하게 나오는 고역대 주파수를 가지런히 해주고, 2) 트위터 각 표면에 고른 압력을 가해 보다 리니어한 특성을 내게 한다. 스펜더에서 이 트위터 이름을 ‘Linear Pressure Zone(리니어 압력 존)’이라고 지은 이유다.
미드레인지와 우퍼 배치는 전작인 D7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D7에서는 똑같은 유닛 2개가 하나(페이즈 플러그 장착)는 중저역대, 다른 하나는 저역대만을 책임지는 2.5웨이 구성이었던 데 비해, D9에서는 각 대역을 완전 분리한 3웨이로 변모했다. 즉, 트위터 위로 올라간 EP77 폴리머 재질의 미드레인지 유닛이 중역대, 트위터 아래에 도열한 같은 7인치 직경의 케블라 콘 우퍼 2발이 저역대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크로스오버 설계도 바뀌었는데, D7에서는 미드우퍼가 3.2kHz 이하 대역 전부를, 우퍼가 900Hz 이하 저역을 추가 담당하던 것이 D9에서는 미드레인지가 500Hz~4.2kHz, 우퍼가 500Hz 이하를 각각 커버한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설계도 눈길을 끈다. 후면의 포트를 자세히 보면 안쪽에 쐐기 모양의 칸막이가 있어 우퍼 유닛 뒤에서 나오는 후면 방사음이 두 갈래로 나눠져 포트 바깥으로 나옴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칸막이로 인해 포트 안쪽 직경이 급격히 좁아졌다는 점. 즉, 직경이 좁은 관을 음파가 통과할 때 속도는 빨라지고 압력은 낮아지는 ‘벤튜리 효과’(Venturi Effect)를 활용, 포트 노이즈를 최소화한 것이다.
스펜더에 따르면 이 포트 설계는 레이싱카의 벤튜리를 벤치마킹했다. 레이싱카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코너를 돌아야 하는 속성상 타이어가 지면에 최대한 밀착돼야 하는데, 이같은 다운포스를 늘리기 위해 뒤쪽 바닥면에 설치한 것이 바로 벤튜리다. 차체 밑바닥을 관통하는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하고 다운포스를 방해하는 압력은 줄이는 벤튜리의 원리를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스피커 포트에 응용한 셈이다. 스펜더에서는 이 포트 설계를 ‘쌍둥이 벤튜리’(Twin-venturi)라고 명명했다.
내부 인클로저 설계도 창의성이 가득하다. 1) 중저역 특성을 악화시키는 내부 댐핑재 대신 음파 에너지가 집중되는 곳에만 작은 폴리머 재질의 댐퍼를 투입했고, 2) 내부 지지대 및 제진 역할을 하는 브레이싱(버팀목)에 비대칭 구멍을 뚫어 유닛 후면에서 나오는(그래서 음질에 영향을 주는) 음파를 최대한 분산시켰으며, 3) 중역대를 담당하는 상단 미드레인지 유닛을 별도 챔버에 수납, 트위터와 우퍼 후면에서 나오는 음파의 간섭을 차단시킨 점 등이 눈길을 끈다.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W20’, 반오디오의 R-2R 래더 DAC ‘Firebird MK2’, 인티앰프로 심오디오의 ‘Moon 600i V2’를 동원했다. 풀밸런스, 듀얼 모노 설계의 솔리드 스테이트 ‘Moon 600i V2’는 8옴에서 125W, 4옴에서 250W를 낸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필자가 자택에서 쓰는 스피커 중 하나는 탄노이의 ‘D700’이라는 옛 모델이다. 10인치 동축 유닛 밑에 역시 10인치 폴리프로필렌 우퍼를 단 3웨이 플로어 스탠딩인데 예전에 사무실에서 썼던 ‘스털링 SE’와는 외관만큼이나 확연히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한마디로 모니터 성향에 저역의 펀치력이 보태졌다. 탄노이는 누가 뭐래도 스털링이나 캔터베리 같은 ‘프레스티지’ 라인이 최고라는 애호가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D700이나 요즘 나온 ‘데피니션’ 라인이야말로 젊은 유저들을 끌어들이려는 탄노이의 회심의 한수다.
스펜더의 D시리즈도 이처럼 업력이 오래된 제작사의 ‘투 트랙’ 전략으로 읽힌다. BBC 모니터 스피커의 적장자로서 클래식 시리즈를 계속 가져가되, 다른 한켠에서는 요즘 트렌드에 부응한 D시리즈로 젊은 유저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요즘 트렌드’란 물론 슬림하고 모던한 디자인, 통울림이 극도로 억제된 인클로저, 고역대 특성이 좋은 트위터, 소출력 앰프로도 구동할 수 있는 높은 감도 등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D시리즈의 맏형 D9은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거뜬히 수행했다.
정리해본다. D9은 전체적으로 해상력이 돋보이는 광대역 스피커다. 기름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음들을 말쑥하게 뽑아내는 솜씨가 일품. 어느 경우에서나 음들이 혼탁해지지 않았다. 이는 LPZ 트위터, 미드레인지 전용 챔버, 케블라 우퍼, 트윈 벤튜리 포트의 시너지 효과일 것이다. 또한 재생음에서 오이냉국처럼 신선하고 싱싱한 맛이 도는 것이 특징. 클래식 시리즈와 비교해본다면 스펜더 특유의 쌉싸름한 질감보다는 신세대 스피커다운 명랑하고 쾌활한 촉감에 튜닝 포인트를 맞춘 듯하다. 7인치 우퍼 2발이 선사하는 저역은 예상대로 탄탄하고 쫄깃했다. 중년 신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젊은 귀공자의 모습을 D9에서 보았다.
DESCRIPTION | 3-way floorsta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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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UNITS | 1 x MF & 2 x LF 180mm, HF 22mm |
H x W x D | 1155 x 210 x 398mm |
WEIGHT | 35kg |
RESPONSE | 27Hz - 25kHz |
IMPEDANCE | 8 Ohms |
AMPLIFIER | 25-250watts |
SENSITIVITY | 90dB |
CROSSOVER | 500Hz, 4.2kHz |
수입사 | 에스엠더블유(070-7579-7253) |
가격 | 1200만원 |
대표자 : 서동인 | 사업장소재지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304 에이치원bld 1층,b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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