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스피커의 세계는 참 쉬운 듯하면서 그 깊이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하다. 한 번이라도 스피커를 직접 자작해 볼 생각을 가졌던 애호가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일단 스피커의 구성을 생각해 보면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미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유수의 유닛들을 적당한 용적의 인클로저에 담아 네트워크 구성을 하면 소리가나는 스피커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히 생각을 해보면 몇 천 만원씩 되는 유명한 브랜드의 스피커도 동일한 스피커유닛에 동일한 용적의 인클로저, 동일한 네트워크를 적용해 직접 제작한다면 반도 안되는 가격에 똑 같은 소리의 스피커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때 대한민국에도 복각제품들이 기승을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그 외적인 아름다움과 고급 유닛 구성으로 유명했던 아발론의 스피커들이 그 대상이 되었으며 개인의 규모가 아닌 몇몇 업체들이 생겨나며 복각에 가세하며 적지 않은 수의 제품을 판매 하였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일부 국내의 스피커 제조사들도 당시의 아발론 스피커의 모양을 본 딴 인클로저를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그 열기가 뜨거웠는지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떤 스피커도 당시 오리지널과 비교청음을 하거나 정말 오리지널에 근접한 수준인지 검증 된 제품이 없었다. 제조사들도 가격과 오리지널과 동일한 유닛 구성을 중심으로 홍보했으며 본인을 비롯한 복각제품을 구입하는 구매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고급 유닛의 성능을 체험해 보자’ 정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구입을 했기 때문이다. 본인도 아큐톤 중고역 유닛에 이톤 우퍼를 사용한 복각을 중고로 들였던 적이 있었는데，나름 처음 접했던 세라믹으로 이루어진 아큐톤사의 유닛과 이톤사의 우퍼라 한 동안 재미 있게 오디오 생활을 하긴 했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약 10년여 이상 지난 지금 복각은 중국으로 옮겨져 B&W부터 PMC까지 저렴한 제품으로 몇 종이 간간히 수입되고 있는 것외 에는 그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진 걸 보면 단순히 겉모습과 유닛, 네트워크를 동일하게 한다고 동일한 제품이 되기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많은 제조사들이 이렇게 복각으로 첫 시작을 비교적 똑똑하게(?) 시작한데 비해 힘사운드는 그 등장부터 고유의 디자인과 유닛구성으로 바보스러울 만큼 아이덴티티를 우직하게 구축해 나갔다. 아이어쇼에 처음 모습을 선보였을 때 오디오커뮤니티에서는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좋은 음질로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정공법이 먹힌 탓인지 비교적 단시간에 적지 않은 마니아가 형성되어갔고， 그렇게 10년 가까운 현재에까지 신제품들을 선보이며 한국의 스피커제조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힘사운드 전체 제품의 총괄 제작자 이기도 한 조무행 대표를 만나 볼 기회가 있었는데，인클로저와 내부구조 및 재질등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 노하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본인이 경험했던 것 들에 대해 한참을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정도 열정이 되어야 이렇게 한국에서 스피커도 만들고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V31은 SB61 모델때부터 선보인 배꼽이 눌린 모양의 SB어쿠스틱스의 1.1 “링돔트위터와 동사의 6.5” PP콘우퍼를 사용하였으며 지금까지 고수하던 곡면 인클로저대신 고전적인 사각박스형 인클로저를 택했다. 아무래도 박스형 인클로저가 마감처리에 좀 더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전작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로즈우드원목 마감에 중간 중간 들어간 라인까지 그대로구현되었다. 전면은 최근 제품에서 계속 사용되던 카본무늬 페브릭을 사용하여 회절이나 반사음에 어느 정도 대응을 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청 음

앰프는 ＤＡＣ가 내장되어 있는 코드사의 CPM2800 인티앰프，음원 소스는 오렌더를 사용해 타이달 스트리밍 서비스로 재생하였다. 일단 전작과 동일한 형태의 트위터를 쓴 탓인지 고역의 느낌은 유사한 느낌인데 전작보다 조금 더 잘 다듬어진 느낌으로 코드 인티앰프 성향 덕분인지 정보량이나 디테일이 상당히 우수했다. 우퍼는 전작이 PP진동판에 파피루스의 섬유를 부착한 우퍼를 사용 했었는데 이 대신 PP재질로만 제작된 우퍼유닛을 사용하여 PP콘 특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데 전작이 어느 정도 진동을 흡수하며 이불을 패대기치는 듯한 느낌의 중저역이었다면 고무공 같은약간의 탄력이 가미된 소리로 중역대에 살짝 말랑한 듯한 느낌과 저역의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듯 울리는 느낌이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전적인 박스형 임에도 음상이 잘 잡히며 공간감도 뎁스는 약간 촘촘한데 비해 좌우로 펼쳐짐이 좋다.

• Make it rain - Sofia Karlberg
  어느 정도 성향을 감잡은 뒤에 왠지 재즈 여성보컬에 딱일 것 같다는 생각에 최근 인상 깊게 봤던 드라마 시리즈의 OST중 한 곡을 걸어 보았다. 애드쉬런의 Make it rain을 Sofia Karlberg라는 싱어（singer）가 커버한 곡인데 특유의 끈적한 목소리 뿐 아니라 한 곡에서도 여러 가지 창법을 구사하며 다양한 색깔이 돋보이는 가수다. 역시 중고역대의 표현력이 돋보이며 보컬의 목소리를 받쳐주는 저역의 공간감 또한 묵직하게 잘 표현된다. 특히 보컬의 분위기에 따라 목에 힘을 넣었다 풀었다 하는 게 뛰어난 정보량을 바탕으로 잘 묘사되며 가성으로 치 닫는 부분 역시 시원하게 터져주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겠는데，중간대역이 살짝 어두운 느낌으로 진득한 곡들에서 그 매력을 십분 잘 살려준다.
• Mahler Symphony no,5 rondo-finale allegro
  그럼 대편성의 클래시컬 한 곡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본 곡을 타이달에 검색해 들어보았다. 각기의 악기가 표현하는 고유의 느낌이나 배음에서 느껴지는 각 악기간의 거리나 공간이 청취자를 감싸며 표현이 되는 만큼 정보량과 표현력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교향곡 특유의 엄중한 느낌도 잘 살아나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난 표현력에 감탄했다. 고역과 중역의 묘사력은 더 뛰어난 앰프를 매칭하면 할 수록 잘 받쳐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유닛자체가 갖고 있는 실력이 꽤 뛰어나다. 다만 이러한 대편성에서는 저역 한계가 약간 아쉬운데 2-way 구성에서 낮은 저역을 표현하기 위해 중역을 희생하는 것 보다는 중역대나 높은 저역대 표현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점에서 이 이상 가자면 3-way 구성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치며

최근까지의 힘사운드의 행보는 아큐톤을 비롯한 고급 유닛 및 새로운 인클로저 형식을 채용하면서 그 전체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이번 V31은 거기에서 얻어진 결과물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 안에 담고자 했던 제작자의 노력이 느껴진다. 전작들이 좀 더 예민하고 분석적인 사운드에 가까웠다면 V31은 아마 전작보다는 많은 분들이 좀 더 익숙한 느낌을 가질 듯 하며 앰프와의 매칭도 그 만큼 수월할듯하다. 힘사운드의 첫 번째 작품이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던 B620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던 오디오파일이라면 본 V31로 힘사운드의 새로운 발전이 얼마만큼 이루어 졌는지 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S P E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