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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만들어 낸 실재감의 극치 - 브로드만 F2

By Fullrange date 16-12-09 15:32 1 6,243

FULLRANGE REVIEW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만들어 낸 실재감의 극치

브로드만 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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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다스린다는 것

공명(共鳴), 하나의 진동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같은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같이 떨어대는 현상을 일컫는다. 배음(倍音), 공명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하나의 진동수의 위/아래 주파수 대역에서 일정 수율의(보통은 옥타브 단위)추가적 여진동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본래 발생하는 소리 주변에서 함께 울리는 소리의 여운과 잔향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악기, 특히 어쿠스틱 악기 쪽에서는 이 공명이라는 현상을 이용하여 소리의 대부분을 만들어낸다. 기타 현의 작은 퉁김으로도 기타 통의 큰 울림을 만들어내며 피아노의 해머가 때리는 현의 울림을 금속제 프레임을 통해 공명시키는 원리로 그렇게 풍부하고 복잡한 하모닉스를 만들어낸다. 작은 진동을 보다 크게 만든다는 관점에는 일종의 증폭의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공명 특성은 악기 제작자의 설계와 노하우에 따라 극적으로 바뀌며 해당 악기의 퀄리티를 결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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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는 해머가 때리는 현의 울림을 금속제 프레임을 통해 공명시키는 원리로 하모닉스를 만들어낸다.

일렉트릭 기타나 베이스 같은 전자 악기들 또한 이 “공명”이라는 현상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일반적으로는 금속제 현의 울림을 픽업(pick-up)이라는 전자석 장치를 통해 전기 신호로 바뀌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현의 울림이 기타의 바디를 울리고 그 진동이 다시 현에 진동에 관여하는 피드백(feedback)의 결과물이 전기 신호로 바뀌는 것이다. 일렉트릭 기타에서의 통울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목재의 소재나 가공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들, 그 공통점이자 이슈는 다음과 같다.

제작자의 의도대로 공명을 컨트롤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우연에 맡기어 잘 뽑아져 나온 샘플만을 취하는가?

통울림에 대한 오해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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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제는 오디오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음의 파형을 최종적으로 소리로 만들어내는 스피커, 그 스피커의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의도치 않은 진동”은 제거해야 할 대상에 속한다. 착색과 간섭이라는 네거티브한 단어로 표현되는 모든 “불필요한 진동” 이것이 현대 스피커들이 공통적으로 적대시하는 대상에 다름없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을 좀 더 이어가 보자면, 통울림을 이용하여 자연스런 배음과 여음을 만들어내는 스피커들은 과거 빈티지 오디오 시절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과거에는 현재와는 달리 드라이버 유닛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커의 능률을 확보하려면 통울림(일종의 공명)을 이용해서라도 음량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과거 알니코나 페라이트 등의 자석이 네오디뮴 등의 고자속 제품 등으로 바뀌는 등, 드라이버 유닛의 성능이 향상되어갈수록 스피커 캐비닛, 즉 인클로저에의 의존율은 현격히 낮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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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로하스 계열의 전통적인 박스형 스피커들은 통울림을 그대로 살리는 컨셉이라고들 말하는데, 사실과는 거리가 제법 있다. 하베스만 하더라도 원목이 아닌 MDF소재의 인클로저에, 내부에는 원치 않는 진동을 제어하기 위해 역청 등의 댐핑재로 처리가 되어 있다. 막연히 스피커 통을 둥둥 울려대는 설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피커 인클로저에 똑똑 노크를 해보면 의외로 통통거리는 울림이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공명의 종류를 구분하여 원치 않는 성분만을 댐핑해 버리는 컨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가청 주파수 대역에서는 각 드라이버 유닛 사이의 크로스오버 주파수 대역, 그리고 특정 대역의 피크 부분의 공명만 깨끗하게 도려내고 나머지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것이 보다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금까지 출시된 일반적인 스피커 형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저음 컨트롤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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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브로드만(Brodmann)의 F2는 악기의 공명현상을 스피커에 접목시킨 보기 드문 컨셉트의 스피커다. 물론 브로드만이라는 브랜드가 어디서 많이 들어봤음 직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될 것이다. 짐작대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 피아노 브랜드, 그 브로드만이 맞기 때문이다.

브로드만의 핵심 개발자인 한스 도이치(Hans Deutch)는 1960년대부터 스피커 제작에 공을 들여온 인물이다. 본래 음악을 공부해왔던 한스는 우연한 기회에 걸출한 마에스트로였던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으로부터 스피커 제작을 권유 받게 된다. 카라얀이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다는 기록은 필자도 처음 발견하였는데, 그 영향이 어느 정도였길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버린 것인지 매우 흥미롭다.

브로드만 F2 스피커는 혼 레조네이터(Horn Resonator)라는 특허 받은 기술을 사용한다. 스피커 외관만 보자면 소프트 돔 트위터 하나만 눈에 띌 뿐 여타의 미드레인지나 우퍼 유닛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스피커 측면의 길게 슬롯 타입으로 구성된 그릴(이라기보다는 아주 중요한 음향 파트이다.)을 뜯어보면 그리 크지 않은 미드/우퍼 유닛이 2개 발견된다. 스피커 자체도 비교적 가벼운 편이며 슬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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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레조네이터라는 것이 F2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장문으로 언급했던 공명현상에 기반하는 기술 되겠다. 간단히 그 원리를 살펴보도록 한다.

일반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스피커는 스피커 전/후면 중 한 부분에 덕트구멍을 내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역 위상의 저음(우퍼 유닛의 후면으로 발생하는 음파)을 울려내는 방식이다. “울려낸다.”는 의미는 일종의 공명현상이다. 의도치 못한 공명으로 발생하는 왜곡을 레조넌스 피크(resonance peak)라고 한다. 드라이버 유닛이 열심히 진동해대는 상황에서의 스피커 내부는 일정 압력의 공기가 베이스 덕트를 향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 레조넌스 피크는 저음 왜곡의 주범이며 전통적인 스피커 구조에서는 그 극복 방법이 대단히 어렵다. 하이엔드 급 스피커나 되어야 내부의 브레이싱이나 격벽처리 등을 통해 아쉬운 대로 처리 가능한 수준.

F2의 혼 레조네이터 방식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최대 난제인 레조넌스 피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드라이버의 저음을 덕트로 몰아 뿜어내지 않고, mm단위로 벌어져 있는 길다란 슬롯을 통해 방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커의 레조넌스 피크를 최소화 시킴과 동시에 특별한 크로스 오버 회로나 내부 흡음재 없이도 손쉽고 정확하게 저음 크로스 오버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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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본다. 밀폐된 방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했을 때 방문을 활짝 열어둔 상황이라면 당연히 모든 소리가 옆방으로 흘러나온다. 방문을 절반 정도 닫고 음악을 다시 틀어보면 고음역부터 커트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을 거의 닫은 상태에서 아주 약간의 틈만 준다면 대부분의 소리는 커트되고 저음만 울려나오는 원리와 동일하다. 또한 미드/베이스 유닛의 바깥 쪽으로는 또한 Acoustic SoundBoard라는 길다란 슬롯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다. 드라이버 유닛을 통해 방사된 중저음은 이 보드들 사이를 통과 하면서 리니어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로 바뀌게 된다.

앞서 설명한 악기의 공명, 그 관건은 공명의 컨트롤이라 언급한 바 있다. 스피커에 있어서도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의도한 바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명제에 해당한다. 타 브랜드들이 값비싸고 복잡한 크로스 오버와 커다란 인클로저, 그리고 음 왜곡에 일조하는 흡음재 등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브로드만은 원천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고안해 쓰고 있는 것이다. F2를 포함한 브로드만의 모든 스피커들의 특징이자 장점, 스피커 내부에 흡음재를 쓸 필요가 없으며 복잡한 크로스오버 회로로 인한 중저음 왜곡이 적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운드는 간결하고 정확해지며 극도로 자연스러워 질 수 있다.


사운드에 대해서도 오해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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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의 아틸라(Atilla) 인티앰프로 구동해 보는 F2의 사운드는 네츄럴 톤 그 자체에 가까웠다. 무언가 의도된 긴장감이나 임팩트는 없었는데, 마치 잘 만들어진 정전형 스피커의 느낌과도 비슷했고 오래 전 MBL의 무지향 스피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만한 공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저음역의 정확하고 빠른 반응과 뚜렷한 음의 윤곽은 F2라는 스피커가 막연히 편안한 소리만을 추구하지만은 않는다는 반증으로 다가왔다.

브로드만이 피아노 브랜드라고 해서 F2가 피아노 소리에만 최적화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다. 물론 피아노 녹음 고유의 풍부한 배음과 명징한 타건음의 연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긴 하지만, 다른 모든 표현력에 있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 크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스피커 인클로저에서 만들어진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묵직하고 타격감 넘치는 저음의 다이나믹스 또한 F2의 특장점 중 하나이며,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느껴지는 각 악기의 세세한 자리잡음과 스케일도 평균치 이상이다. 특히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스테이징의 깊이 표현력은 이 스피커를 음장형으로 분류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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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스피커들과는 분명 그 소리의 궤가 다르긴 하지만 무언가 생소하고 낯선 느낌은 아니다. 특히나 저음 특성에 대한 인상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사실 스피커의 동작 원리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저음의 응집력이나 밀도감 이었으나 생각보다 탄력 있는 저음재생 능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편견 없이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브로드만은 브랜드 히스토리상으로도 이야기꺼리가 많은 브랜드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카라얀과의 인연이라든지, 비슷한 방식으로 피아노와 스피커를 만들어 온 뵈젠도르프와의 관계 등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지만, 본 글에서는 F2라는 스피커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까지 보아온 수백 종류 이상의 비슷비슷한 스피커들, 그리고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도 고만고만한 스피커 관련 기술들 -공진과 정제파의 제거, 음의 순도 유지 등등- 에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적용한 아이디어는 분명 그 결과물로서 납득할만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사운드라는 타이틀이 결코 다이나믹스를 희생하고 장르를 편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소리가 본래 이랬어야 하지 않나 싶은 타당한 설득력을 지닌 매우 흥미로운 스피커이다.

S P E C

Frequency Range 36 - 25,000 Hz ±3 dB
Acoustical Active 130 Hz - 4.5 dB/oct
Electrical 2.15 kHz - 6 dB/oct
Operational Output 1.8 Watt for 91 dB/m
Nominal Load 84 Watt
Music Load 168 Watt
Nominal impedance 8 Ohm
Dimensions (H x W x D) 1112 x 216 x 275 mm
Weight 19 kg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1,000만원
리뷰어 - 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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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 proto

    16-12-12 12:41

    뵈젠도르퍼 VC시리즈 시절부터 구조에 대해 궁금해하던 스피커네요. 혼레조네이터의 slot를 통해 고음이 제거된다면...그럼 미드/우퍼 유닛(본문에서 이렇게 불렀으니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은 크로스오버 부품이 없이 직결되어 있다는 건지. 아니면 저차로 간단한 구조의 크로스오버가 있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트위터에 콘덴서 1개 달려서 1차(6db/oct)로 간단히 끊고, 미드레인지 직결을 하긴 하는데 물리적으로 원래 고역이 안나오는 모렐6.5인치를 달았던게 이글스톤씨의 기발한 생각이었는데. 설명대로라면 브로드만은 혼레조네이터를 통해 고역을 제거한다면 코일 같은거 없이 스피커의 옆면에 달려있고 (고음이 직진성이 강한 걸 이용)
    직결된 미드/우퍼 유닛 앞에는 혼레조네이터라는 장애물이 또 있어서...코일 같은거 1도 없게 설계되었다는 뜻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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