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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EF R300 - BBC와 함께 한 50년 전설의 현재형

By Fullrange date 12-07-03 12:47 0 8,317










 

KEF가 50주년이 넘었다는 소식을 어딘가에서 접한 이래 최근 제품이 궁금했었는데 시청의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설립한 지가 50년이 넘었지만 KEF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필자가 아는 한 제품 개발이 가장 활발한 스피커 제조사 중의 하나다. BBC 프로젝트의 규범이 되었던 유닛 인증으로 시작해서, 한 세대 이상을 풍미하며 수많은 스피커들을 명기로 만들어낸 B110, B139 등의 유닛들과 불세출의 동축형 드라이버 UNI-Q,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하이엔드의 심장부에 깃발을 휘날렸던 레퍼런스 라인업, 그리고 메이드 스톤과 뮤온 등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하이엔드 그룹 등 제조 라인업에 따른 제품의 카테고리, 그리고 시간의 순서에 따른 히스토리 양면에 걸쳐 그것은 일종의 지독한 창작욕이 아니라면 인위적으로는 어려운 50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긴 그림자가 이어져 2012년 현재 KEF의 라인업은 한편으로는 정돈이 잘 되어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구색을 보여준다. 특히 KEF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BBC 모니터의 전형을 구현한 창립 50주년 기념 모델 LS50 등이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왕성하게 진행 중인 영국 스피커의 생명력을 실증하는 모습이다.
 
KEF는 몇 가지 면에서 같은 영국의 포트폴리오 그룹 B&W와 좋은 비교가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801과 105의 사례가 된다. B&W가 벌집 구조의 대역별 체임버 분리형 매트릭스 801을 개발하며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 무렵 KEF는 유사 컨셉트의 제품을 이미 완성해 놓고 있었는데, 바로 105 시리즈의 출범이다. 105 시리즈는 이후 몇 가지 업버전을 거쳐 107로 이어지며 정점을 구가한 바 있다. 지금도 오디오파일들의 표적이 되는 스피커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이런 일련의 사례를 통해 정리해 보면 KEF 사운드의 핵심은 대역간 간섭을 해결한 광대역 다이내미즘 기반 초정밀 사운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고역은 섬세하고 저역은 위력적인 독특한 대역 밸런스를 트레이드마크로 한다.

 

 
 
R300은 이러한 KEF의 기저에 흐르는 사운드 컨셉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얼핏 그 모양새로 짐작해서 이 스피커를 평범한 북쉘프로 볼 지도 모르지만, 귀에 익숙한 곡을 1분만 들어본다면 잠시 동작을 멈추게 될 것이다. 외람되지만, 원래 고전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필자에게는 R300의 동축 유닛의 꽃잎 모양 여성스러움은 사실 크게 어필하지는 않았다. 기천만원을 호가하는 스피커에서도 마치 고분자 소재로 제작된 듯한 정교하지 못한 사출흔적(흔히 ‘바리’, 혹은 전문용어로 ‘버(burr)’라고 하는)이라도 발견되면 일단 필자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약 3주에 걸친 시청 시간이 기여한 바도 크지만, R300의 디자인은 그 사운드 속에 묻혀버렸다.

 
 
“날렵하고 열 발산 대책이 뛰어난 디자인은 경쾌하고 정확한 리듬을 구사하게 해준다”
 


R300은 곳곳에 고성능을 숨기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우선, 외관상 2웨이로 보이지만 동축형 중고역 드라이버를 가진 3웨이 구성, 그리고 투티시에도 뒤틀림이 없도록 보강 설계한 내부 체임버가 R300 사운드의 틀을 만들어내는 포인트들이다. 뒷면 중앙에 그리 크지 않은 포트를 가진 베이스 리플렉스형으로서 포트 또한 자동차의 머플러처럼 공기 이외의 노이즈 배출을 저감시키고 배출 공기를 순간 확산시키도록 입출구를 나팔형으로 설계하고 있다. UNI-Q 드라이버처럼 1인치 알루미늄 트위터가 마치 생크림을 짜놓은 듯한 9개의 꽃잎모양 가이드 뒤쪽에 앉혀져 있다. 이 꽃잎 날개를 포함하는 견고한 어셈블리 주변으로 마그네슘 합금의 미드레인지가 감싸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전체 중고역 유닛 어셈블리는 온통 실버톤 일색이다. 이 날렵하고 열 발산 대책이 뛰어난 디자인은 경쾌하고 정확한 리듬을 구사하게 해준다. 베이스 유닛은 독특하게도 덕트 커버 없이 통으로 유닛을 구성한, 혹은 커다란 덕트 커버가 전체 유닛을 덮고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중앙으로 살짝 만곡한 곡선을 가진 거의 평판에 가까운 각도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각도로 설계한 이유는 지향 각도를 넓혀서 스윗 스팟을 크게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 실제로 시청 시에 토우인과 뒷벽과의 거리만 유지시켜 주면 시청자의 좌우 이동에 따른 포커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바인딩 포스트는 바이와이어링 설계인데, 독특하게도 노브를 사용해서 점퍼선 역할을 하게 제작되었다. 따라서 노브를 돌려서 싱글로도 바이로도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터미널 구조를 하고 있다.

 

 
 
 
음색 특성
 
이 스피커는 사이즈나 규모로 보아 다인오디오의 스페셜 25를 떠올리게 한다. 40Hz까지 반응하는 저역과 45KHz까지 떨려주는 고역 끝 극한의 뉘앙스도 그렇지만, 묵직하고 크게 자리 잡는 스테이징에서 순간 대형기의 면모를 풍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6dB의 감쇄 특성도 저역의 느낌을 그다지 약화시키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다만 제대로 된 스탠드를 꼭 권장하고 싶은 건,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러한 타이트한 저역 다이내믹스와 건장한 스테이징이 잘 구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트의 크기와 확산형으로 설계된 포트 구조로 인해 큰 공간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대략 50cm 이상은 뒷벽에서 떨어져야 스테이징이 좀 더 분명하고 저역의 해상도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필자의 귀를 의심케 한 부분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인클로저를 빠져 나와서 램프 속으로 신속히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낮은 저역의 느낌이다. 중고역이 섬세하면서도 왜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밸런스를 맞춘 저역이다. 꽤 낮은 옥타브까지 내려가면서도 서브우퍼와 같은 위화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일체감을 잃지 않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일부 곡에서 이 부분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들어보면 팀파니의 강한 타격음과 함께 뚝 떨어지는 저역의 느낌이 공포스럽다거나 이 소리만 내고 파장을 하자는 식의 극한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전후간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을 만큼의 강렬함을 안겨주고 정교한 그러데이션을 그리며 사라진다. 울림의 윤곽도 선명하게 여울지고, 절도 있으면서 무대의 상황을 잘 그려낸다. 정명훈 지휘의 ‘미사 탱고’ 글로리아에서는 밝은 분위기와 바닥을 순간 가득 채우곤 하는 매시브한 느낌이 상하로 잘 연결되어 들린다. 뛰어난 순발력을 보이면서도 안정감이 있는 구조다. 좌우간 보컬의 위치가 매우 선명하게 잡힌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 두터워도 좋을 듯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전후간 레이어링이나 입체감은 정밀하게 그려졌다.

 
 
“특히 남성 보컬에서 유연하고 섬세한 음의 운행이 뛰어난 일체감으로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이 스피커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보컬이며 특히 남성 솔로의 영역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성 보컬의 첨예하고 상쾌한 느낌도 좋지만, 낮은 대역의 느낌을 끌어와 원래 하나인 듯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음색은 음악 속으로 쉽게 이끌어간다. 괴르네의 슈베르트 가곡집 ‘An Mein Herz’를 들어보면 시청자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가득 채워오는 느낌이 일품이다. 유연하고 섬세한 음의 운행이 뛰어난 일체감으로 들려온다. 어느 옥타브와 다이내믹스에서도 선명한 콘트라스트와 매끄러운 음색은 흔들림이 없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R300의 가치는 빛날 만큼 훌륭한 연주였다.
 
이런 특성을 극한으로 달려준 곡이 바하의 ‘미사 B단조’였다. 헤레헤베 지휘의 이 고전은 현란하다는 표현에 잘 들어맞을 만큼 전후 좌우간의 정확한 간격과 보컬의 사이즈만으로도 합격점을 쉽게 줄 수 있지만, 이 팽팽한 긴장감이 팀파니와 베이스 악기의 저역이 깔려오기 시작하면 일종의 안도감이 번지기 시작할 것이다. 미세한 그러데이션을 잘 처리해서 공간 표현이 구체적이면서도 밝은 무대를 그려준다. 짙은 느낌의 저역과 밝은 고역이 절묘할 정도로 어울리며 공존한다. 12번 엔딩에서 관악기가 약간만 더 강렬하게 치솟아준다면 바랄게 없을 듯하다.

 

 
 
머룬 5의 ‘Moves Like Jagger’는 예상대로 날렵하면서도 뛰어난 리듬 앤 페이스로 시청자를 쉽게 들뜬 분위기로 몰아간다. 쉽게 강렬한 비트를 구사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동작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저역의 양감 또한 많은 편인데도 중고역이 흐려지는 듯한 부분은 없이 분명하고 절도 있는 보컬이 귀를 파고든다.
 
폴 아웃 보이의 ‘Thanks For the Memories’는 후련한 다이내믹스의 느낌도 좋았지만 혹시나 밝게 그려내지 않을까 싶었던 도입부의 어둡고 탁한 앰비언스도 의외로 잘 연출해준다. 다만 좀 더 거칠게 드라이브해도 좋은 부분들이 일부 있어서 끝까지 달려보고자 하는 사용자에 따라서는 다소간의 욕구불만이 생길 수도 있을 듯하다.

 
 
정리
 
필자가 처음 KEF의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LS3/5a부터였다. CEO 레이먼드 쿠크의 서명이 각인된 그 반짝이는 금도금 브레이스도 이채로웠지만, 그보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건 레이먼드 쿠크가 직접 권장하는, 스피커를 마주 대고 음악을 틀어놓는 번-인 방식이다. 이후 새 스피커가 필자의 시청실에 입장할 때마다 그들은 한동안 바짝 마주 대고 소리를 질러대는 신고 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제 그도 전설이 되었지만, 필자에게 레이먼드 쿠크에 대한 신뢰감은 각별했다. BBC 사운드의 키를 쥐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사실도 크게 기여했지만 그가 세상에 뿌려놓은, 마치 모차르트 같은 왕성한 창작욕의 산물들이 잊을 만하면 그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R300은 필자에게 다시 흐려져 가고 있던 KEF와 레이먼드 쿠크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산뜻하게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모양새는 예전의 것들과 조금씩 위화감도 있지만, 글쎄? 그건 KEF의 문제라기보다는 세상이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KEF의 최신 제품을 들고 다소 회고조의 기분이 들었다는 사실이 이채롭긴 하지만, 어쨌든 R300 또한 KEF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스피커다.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에게 어필할 만한 장점들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레이먼드 쿠크가 지향했던 실용정신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스피커의 정교함과 대형 스피커의 매시브한 저역을 작은 사이즈에 상당히 잘 접합시킨 제품이다. 시청을 거듭할수록 보컬 곡을 좋아하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의외의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기본적으로 전천후 성향을 지닌 광대역 북쉘프라는 점을 부언하고자 한다.
 
 
Specifications
PRODUCT R300
BRAND KEF
TYPE Bookshelf Speaker
PRICE 2,450,000원
Design Three-way bass reflex
Drive Units Uni-Q driver array: HF: 25mm (1in.) vented aluminium dome, MF: 125mm (5in.) aluminium,
Bass Units: LF: 165mm (6.5in.) aluminium
Frequency Range (-6dB) 42Hz~45kHz
Frequency Response (±3dB) 50Hz~28kHz
Crossover Frequency 500Hz, 2.8kHz
Amplifier Requirements 25~120W
Sensitivity (2.83V/1m) 88dB
Harmonic Distortion <0.4% 130Hz-20kHz
Maximum Output 110dB
Nominal Impedance 8Ω (min. 3.2Ω)
DIMENSIONS W210×H385×D345mm
WEIGHT 12kg
CONTACT 에스엠더블유 070-7579-7253
http://www.smw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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