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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서 숨 쉬는 음악적 앰비언스 - Boenicke W5
By Fullrange date 16-04-11 16:26 1 9,760
현장의 음악을 아무리 정교하게 녹음한다고 해도 오디오 기기에서 이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음향기기를 설계해온 수많은 엔지니어와 음향, 음악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를 위해 연구를 거듭해오고 있다. 특히 스피커의 표준을 만들어 스튜디오 모니터로 활용하는 엔지니어들의 연구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BBC 모니터가 그 한 예이며 B&W, PMC, ATC 등은 가정과 스튜디오를 오가는 스피커 메이커들로 유명하다. 고품질 녹음을 안방에서 고품질로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당연히 스피커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차이의 원인은 주파수 대역 간 구분 그리고 시간차 정합으로 모아진다.
초고역에서 초저역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유닛에서 소리를 재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역 한계와 다이내믹레인지 확장이 어려워 보편적으로는 2웨이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만일 3웨이, 4웨이로 넘어가게 되면 크로스오버가 복잡해진다. 각 유닛들에 재생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고 겹치는 구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크로스오버 설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접점도 많아지고 순도는 낮아진다. 이를 위해 베이스 모듈을 별도로 분리 설계하기도 하며 동축 유닛을 개발해 채용하기도 한다.
여러 유닛들로 소리를 내는 스피커들의 문제점은 또 있다. 다름 아닌 각 주파수 대역에 따라 소리의 속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고역이 빠르며 저역으로 내려갈수록 느리다. 한편 고역은 방향성을 가지지만 저역은 방향성이 없으며 대신 캐비닛을 공진시키고 이를 바닥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이를 여러 유닛들이 따로 재생해야할 경우 청취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차가 생기면 공간 이미지를 뒤죽박죽 엉키게 만들어버린다. 악기의 위치를 알아챌 수 없는 것은 물론 보컬의 포커싱조차도 잡히지 않는다. 때로는 중역이 부풀며 빅 마우스 현상이 생긴다. 원근감, 악기의 위치와 세밀한 공간 이미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경우 실제 녹음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정전형 패널이 개발된 이유이기도 하다.
Boenicke Audio 의 W5를 처음 보았을 때 캐비닛 형태와 유닛 구성에서 당장 떠오른 것은 주파수와 타이밍 오차에 대한 매우 영민한 타협이다. 우선 전면 유닛이 마치 풀레인지처럼 거의 전 대역을 커버한다. 그리고 트위터와 옆구리 우퍼는 그저 중심 대역의 재생을 거들 뿐이다. 거의 대부분의 소리는 전면의 일명 와이드밴더(Widebander) 드라이버가 담당하고 있다. 3인치 와이드밴더 유닛은 Fountek FE85 유닛으로 알루미늄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역의 앰비언스를 보강하기 위해 매우 작은 트위터를 후면에 탑재했다. 마지막으로 전면 유닛이 구경과 진폭의 한계로 인해 부족한 저역을 5.25인치 Peerless 우퍼로 보강하고 있는 설계다.
5.25인치 Peerless 우퍼는 캐비닛의 옆구리에 장착시켰으며 단 한 쪽에만 단 한 개 장착해놓았다. 내부 선재는 실크로 감싼 리츠 구조 케이블을 사용했으며 후면 바인딩포스트는 싱글 타입으로 WBT 단자를 사용했다. 옆구리 우퍼는 65Hz 까지 재생이 가능하며 1차 오더 크로스오버를 적용했고 전면의 메인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또한 1차 오더, 하이패스 필터를 거치는 형태다. 중심 대역을 커버하는 전면 와이드밴더 드라이버에서 거의 모든 대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유닛간 이물감은 적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시간차 왜곡으로 인한 공간 이미지 재현 능력 저하나 음장감 훼손이 적을 수밖에 없다. KEF LS50 같은 동축 스피커를 보라. LS50 이 그 작은 사이즈에서도 정교한 이미징 능력을 가지는 데에는 동축 유닛의 역할이 지대하다.
Boenicke W5 라는 이 작은 북셀프는 스위스 태생답게 매우 품격 있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캐비닛 디자인을 한껏 뽐내고 있다.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MDF 나 HDF 등 고밀도 가공 목제가 아니라 CNC 밀링 머신으로 내부를 미로처럼 깎아 만들었다. 외부 표면을 만져보면 매우 매끈하면서도 고급스럽다. 한편 캐비닛 표면의 모서리에서 일어나는 스탠딩 웨이브를 억제하기 위해 거의 모두 라운드 형태로 만들었다. 이것은 내부 브레이싱도 마찬가지다. 전면 유닛의 후면은 동그란 형태로 깎아 브레이싱을 만들었고 사이드 우퍼의 후면으로 방사되는 에너지는 그 아래 마련해놓은 포트를 타고 마치 강물이 협곡을 굽이쳐 흐르듯 후면으로 빠지게 설계해놓았다. 이런 설계 때문에 후면에서 보면 마치 백로드 혼 스피커처럼 긴 포트를 구경할 수 있다.
Boenicke Audio 는 나무를 적극 활용한다. 기존에 리뷰한 W8 같은 경우엔 심지어 드라이버 중앙의 페이즈 플러그까지 금속이 아닌 나무를 사용했다. 매우 말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이며 단단한 목제를 사용했으나 자연스러운 배음을 제거하지 않기 위함이다. 유닛의 운동으로 인한 공진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여러 부분에서 취하고 있으나 일단 방사된 주파수 정보를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제어하고 있다. 스탠드만 해도 그렇다. 스피커와 완전히 결합되도록 디자인한 앙상한 스탠드는 대게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굵은 기둥을 가진 스탠드와 완전히 상반된다. 스피커 하단과 단단히 고정시키되 4점 지리 형식의 하단과 결합시킨 후 스피커에 힘을 가하면 전/후,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마치 물 위에 스피커를 둥실 띄어놓은 듯 스피커가 휘청인다. 스피커 무게가 고작 3.5KG 으로 가볍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공진 소멸 방식이다.
W5 스피커의 능률은 87dB 로 사이즈와 설계에 걸맞는 능률이라고 판단되며 대신 공칭 임피던스는 4옴으로 낮다. 스피커를 옆에서 보면 약간 뒤로 누운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스피커를 전용 스탠드와 결합시켜놓았을 경우 청자의 귀와 드라이버가 이루는 각도에 따른 시간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틸, 아발로, 오디오피직 등의 스피커들의 전면 패널 디자인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앰프 매칭은 W8에서 제프 롤랜드 컨티넘 S2를 매칭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그리폰 Atilla 인티앰프를 매칭했다. 8옴 기준 채널당 100와트, 4옴에서 200와트를 내주는 선형적인 증폭이 가능한 아날로그 증폭 앰프다. 듀얼 모노 디자인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전혀 걸지 않은 현대적인 하이엔드 앰프로 W5를 제동하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여기에 더해 소스기기는 캠브리지 851N을 사용했다. 미리 준비해간 USB 메모리에 저장된 음원을 재생했는데 덴마크 앰프와 스위스 스피커의 매칭은 매우 적절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오디오피직의 창립자이자 스피커 설계에 한 획을 그은, 우리 시대의 천재적 스피커 전문가 게르하르트 요하임. 그는 Boenicke Audio 의 스벤 뵈니케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 인물이다. 실제로 직, 간접적으로 Boenicke 스피커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이드 우퍼 형식과 입체적인 정위감이 오디오피직의 그것을 닮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다르다. 와이드밴더 유닛을 중심으로 후면의 트위터 그리고 사이드 우퍼는 그저 전면 유닛을 거들 뿐이다. 마치 풀레인지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처럼 풍부한 배음을 지녔고 동축 스피커처럼 탁월한 시간축 일치와 음장 재현 능력을 갖추었다. W5 는 밀도 높고 팽팽하게 당겨진 소리가 아니기에 지나치게 분석하기보다는 차분하고 편안하게 음악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스피커다. 레퍼런스 3A 또는 데보어 피델리티, WHT 같은 일군의 스피커들이 펼쳐내는 음악적 표정에 오디오피직 등 일군의 스피커들이 확보한 입체적 정위감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인상이다. 품 안에 쏙 들어온 W5 는 누군가의 서재를 음악적 앰비언스로 가득 메워줄 것이다.
▲ 디자이너 스벤 뵈니케 (Sben Boenicke)
Sensitivity | 87 dB / watt /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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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 impedance | 4 ohms |
Weight | 3.5 kg / piece (speaker on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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