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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쉘프 스피커계의 타이탄, 다윗과 골리앗 그 사이 - 라이언(Ryan) R610
By Fullrange date 15-07-20 18:20 0 7,011
고급 오디오 세계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가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전략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격을 잘 알려져 있는 제품보다 싸게 만드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잘 알려져 있는 제품들과 다른 음을 내도록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무수하게 많은 제품들이 경쟁하는 세계에서 기존 것과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서 좀 더 싸게 판다는 것은 생필품이나 아주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들에서나 통하는 방법이다. 오디오 제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백 만원이 넘는 제품을 선택하면서 싸기 때문에 구입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르거나 좋아야 한다. 그렇지만 좋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과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좋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 일단은 다르기라도 해야 되는 것이다.
RYAN R610이라는 스피커를 처음 봤을 때는 당연히 디자인적으로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육안상으로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스피커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밖에 없다. 하지만 스피커 이야기를 하면서 디자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디자인은 굳이 리뷰어가 꼭 설명해 줘야 될 요소는 아니고 구매자가 사진으로 확인해도 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스피커는 울림을 통해서 음을 내는 물건이기 때문에 울림통을 살펴보면 그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음의 상당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스피커를 한번 손으로 들어보고 나서는 약간 이 스피커가 다른 음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한 짝에 15KG으로 상당히 무거운 것이다. 디자인 자체는 투박한 모양이지만 왠지 모를 궁금증에 이끌려서 ‘이 녀석 소리가 좋으면 용서해 준다’ 라고 생각을 하며 이 스피커의 테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RYAN 스피커는 미국의 스피커 제작사이다.
구글로 RYAN 스피커의 연혁을 찾아보니 트레버 라이언(Trevor Ryan)과 토드 라이언(Todd Ryan) 두 형제가 1980년대 중반부터 스피커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30년은 되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라스베가스 CES쇼에 다녀온 적이 있다. 라스베가스의 여러 호텔을 배정해서 진행되는 박람회인데 그 중에 오디오 제품이 전시되는 호텔이 몇 군데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중 미국 내에서 제작되고 유통되는, 소위 자국 브랜드는 별도의 호텔에 모여 있다. 그것은 바로 그만큼 단일 시장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인 미국에서 자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시장 규모와 위상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미국 내에서만 제작되고 유통되는 브랜드라고 해서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다.
RYAN 스피커도 그 동안은 그런 마케팅을 추구했던 스피커 제작사로서, 적극적으로 해외 수출을 진행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고 RYAN 스피커의 품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RYAN은 의외로 스피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오래 전부터 직접 제작하던 제작사이며 특히 유닛의 진동판 콘지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다든지, 특주 유닛을 직접 개발해서 사용 한다. 이렇게 제작된 세부적인 부품들을 다른 스피커 제작사나 해외에 수출하는 것으로써 그 역량을 알려왔던 업체다.
실제로 RYAN측에서 제작한 스피커 유닛 부품은 유명 제작사에서 제작한 유닛들에 비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품질은 유명 제작사의 레퍼런스 제품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고성능 유닛이다. 특히 일본에 많이 수출되고 있는데, 일본에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특화 상품을 고급화해서 소량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아마도 그런 곳에서 제법 이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RYAN R610은 정말 보기와는 다른 스피커이다. 스피커의 무게가 개당 15KG인데, 15KG이라는 무게는 천 만원 미만에서 이 정도로 무거운 북쉘프 스피커는 한 두 가지 정도가 있을 뿐이다. 손으로 스피커통을 두들겨 보면 돌처럼 단단하고, 북쉘프 스피커치고 키는 큰 편이지만 좌우 폭과 깊이는 그리 큰 편은 아니어서 체감상 무게는 더 무거워져서 이걸 옮기다가 손가락이 미끄러져서 떨어트리기라도 한다면 발가락 뼈가 으스러질 수도 있다.
스피커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은 그만큼 통 울림을 억제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며 가볍지 않고 최대한 묵직하고 밀도감 있는 음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설계법이다. 내부에는 두껍고 밀도가 높은 MDF가 사용된 것도 무거운 이유이며, 짜임새 있고 견고하게 버팀목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한몫 한다.
그리고 스피커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구동이 어려워지기도 하는데, 앰프가 약해도 가벼운 음을 내지 않는 것은 장점이지만 완벽한 음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 좋은 앰프가 필요해 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설계된 스피커들은 소위 내입력이 좋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 앰프가 다소 거칠더라도 힘이 좋은 앰프를 무한대로 어울려주는 기본 스킬을 갖고 있다. 쉬운 말로 일반적인 다른 스피커들은 음이 다소 투박하더라도 힘이 좋은 앰프를 물리게 되면 그 그대로의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 괴팍한 음이 나와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걸 경우에 따라서는 오버 드라이빙 상태라고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RYAN R610은 전혀 그런 경우가 발생되지 않도록 제작되었다. 부피만 북쉘프 스피커다 뿐이지 마치 60톤의 무게에도 빠른 움직임으로 달리면서 포를 쏴대는 최신 탱크 같은 느낌의 스피커인 것이다. 이런 스피커를 보면 오디오 리뷰어로서 도전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고 상당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앰프 매칭이 다소 까다로운 점은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 정도의 스피커는 쉬운 것을 찾으려 관심 갖는 스피커는 아니다. 반대로는 어렵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것이 이렇게 돌덩이 같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스피커 유닛은 트위터와 우퍼 유닛 모두 RYAN에서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 모델이다.
우퍼 유닛은 적층 노멕스 콘을 적용했다. 노멕스라는 소재는 소방관의 방화복이나 자동차 타이어 등에 사용되는 케블라와 비슷한 소재이다. 금속이 아니라 섬유재질인데 섬유재질 중에서는 가장 내구성이 좋은 재질이다. 이 노멕스로 진동판 재질을 만들었는데 그걸 또 적층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만큼 한번에 재생할 수 있는 저음의 깊이감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다. 트위터는 높은 주파수 재생력과 넓고 평탄한 응답 특성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마그넷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다이캐스트 플레이트로 감싸고 있다. 그리고 유닛의 전면 하우징에는 패브릭 재질의 펠트 링(두꺼운 헝겁 재질의 안쪽은 별 모양이며 바깥은 원형으로 디자인 된 마감 처리 형태)까지 디자인해서 부착했는데, 1차적으로 트위터의 진동판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서 발생되는 초기 반사와 회절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인지 R610의 음은 볼륨을 아무리 높여도 자극적인 느낌이 없으며 매끄러우면서도 평탄한 느낌을 준다.
후면 스피커 단자는 구리를 깎아서 만든 고급 단자를 이용했으며,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는 문도르프의 Metal Oxide 저항과 Clarity 폴리프로필렌 캐패시터를 사용했다.
이 정도면 확실히 싸게 만든 스피커는 절대 아니다. 독일의 유명 스피커 브랜드에서도 200만원 후반대의 소형 스피커를 SE 버전으로 제작했을 때, 호화스러운 물량 투입을 했다고 말할 정도의 동일한 수준의 물량 투입이 적용되었으며, 유닛도 어느 하나 밀리지 않는 구성이지만 스피커통의 제작 방식은 확실히 다른 가벼운 북쉘프 스피커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차별화 된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진하고 능숙한 울림이다. 깊고 중후하다. 무게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음이었지만 실제 감상했을 때의 느낌은 기대 이상이다. 은유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돌덩어리에서 음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 음의 흔들림이나 날림의 느낌이 전혀 없고 당연히 음이 가볍지도 않다.
차분하고 중후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인 사견을 조금 늘어놓자면 클래식에서 아무리 투명하고 해상력이 좋은 음이라 하더라도 얇고 가벼운 음보다는 중후하게 안정감이 있는 음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RYAN R610은 그냥 단순히 중 저음이 많은 정도의 음이 아니라 6.5인치 우퍼 유닛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두 배 정도는 될법한 에너지가 몸으로 전달이 된다. 중 저음의 양감도 부피를 가늠하기 힘든 수준으로 슬램하지만 퍼지는 느낌이 많지 않으면서 깊은 저음이 재생된다. 그 깊은 저음은 딱딱하게 뭉쳐져 있는 저음의 느낌이 아니며 체구를 감안한다면 가장 깊은 곳에서 농익은 저음의 느낌이다.
북소리에서도 북쉘프 스피커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유독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골격감의 저음을 선사해 준다. 마치 부피가 두어배 정도는 더 큰 프로용 모니터 스피커에 200w 이상의 고출력 PA 스타일 앰프나 탄탄한 A클래스 앰프를 물렸을 때 나는 느낌의 그런 사운드이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도 중 저음이 양감이 펑퍼짐하게 쏟아져 나오는 느낌은 아니다. 중 저음이 아주 깊고 진하게 재생되기는 하지만 펑퍼짐하게 양감이 많은 저음은 아니다. 과거에 10여 년 전쯤까지 유행했던 일부 유명한 모니터 스피커 전문 브랜드의 제품들이 힘 좋은 앰프를 물리면 흡사 이런 느낌이었다.
볼륨을 많이 올려도 산만하지 않고 가슴의 흥분을 가라 앉혀 주면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차분하고도 중후하게 잘 전달해 주는 느낌이다. 중역대의 질감도 진하고 매끄러워서 다른 스피커들과 상당 부분 차별화되고 있다.
타이탄은 신화속의 거인이고 토성의 위성 중에서 가장 큰 위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이름이 영화나 게임 등에서는 지진을 일으키는 거인이나 신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북쉘프 스피커에 거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RYAN R610은 지진의 중량감과 골격감,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는 몇 안 되는 북쉘프 스피커일 듯 하다. 흔히들 돌덩이같은 저음이라는 표현을 많은 오디오 유저들이 흔하게 사용하곤 하는데 정말로 그 돌덩이 같은 저음이 나온다는 스피커들과 RYAN R610 중에 어떤 스피커가 더 돌덩이 같은 저음을 내주는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본 필자도 그 돌덩이 같은 저음을 낸다는 스피커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RYAN R610은 단순히 돌덩이 같은 저음만 내는 것이 아니다. 6.5inch 우퍼 유닛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앰프의 힘이 어느정도인지에 따라 넓은 아파트의 거실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깊고, 진하고, 한없이 든든한 밀도감에 매끄럽고 부드러움과 보드랍고 맑은 결의 느낌까지 담겨져 있다.
당연히 이런 탁월한 존재감과 깊이감이 부실한 앰프에 물려서도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앰프들 중에 마치 PA용 앰프같은 강력한 파워를 내주는 앰프들도 찾아볼 수 있으며, 혹은 이정도 존재감을 내주는 것을 일단 체감하고 나면 RYAN R610에게 좀 더 아낌없는 투자를 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확실히 이 녀석은 다른 음을 내는 스피커이다. 다른 음이 아니었다면 30년쯤 최고의 단일 시장인 미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입장으로 섣부른 도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체급이 다른 듯한 밀도감과 매끄럽고 은은한 고급스러운 질감의 표현력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흔치 않고 멋진 스피커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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