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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갈망이 빚어낸 꿈의 오아시스 - 쿠르베(Courbe) 트리니티(Trinity)

By Fullrange date 15-03-31 18:26 0 10,492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보면 기술의 발전과 디자인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알루미늄 합금이나 특수 화학 물질 등 과학적인 접근이 특히 눈에 띄며 그 디자인 또한 갈수록 상상을 넘어서는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좋은 음’, ‘아름다운 음’이란 무엇이며 이를 위한 하이엔드 스피커의 진보는 과연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생각에 잠기게 한다.
 
우리가 뛰어난 소리를 찾아 듣는 행위와 그 노력은 어떤 물질적 이득을 취하려는 투자 개념이 아니다. 물질을 통한 행복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단지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음악 감상을 더욱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갈망일 뿐이다. 자본과 경쟁의 논리로만 만들어진 제품은 볼 때마다 사람을 압도하며 불편한 긴장감을 부추긴다. 그런 하이파이는 기기 자체의 뛰어난 음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종종 사람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인식하게 된다.
 




 

쿠르베 스피커를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그러한 자본과 경쟁, 음향 과학 등 복잡한 단어들을 잊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색적이었다.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가 틀어 주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더욱 가슴을 움직였던 것은 쿠르베 스피커가 단순히 광고용 오브제를 뛰어넘어 음악과 디자인이 긴장의 이완과 감성의 자극제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남성의 전유물인 오디오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여성이 오디오를 다룬다는 면에서 우리의 일상과는 동 떨어진 환상을 자극하기도 했다. 99% 남성 중심의 여가와 취미에 여성성의 크로스오버는 신선했고 이로 인해 쿠르베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더욱 폭넓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대게 남성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하이파이 스피커들은 뛰어난 디자인에 음질을 갖춘 경우에도 거실에서 소박맞는 경우가 허다한 걸 생각하면 쿠르베는 여성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흔치 않은 스피커다.
 
한편 디자인 면에서 지나치게 조명을 받는 하이파이 기기의 경우 종종 진지한 오디오파일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실제로 디자인만 번지르르할 뿐 그 품질이 떨어지거나 음질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쿠르베는 상당히 억울한 쪽에 속한다. 실제로 그 면면을 보면 유럽의 초고가 목공예품이나 가구 또는 초하이엔드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조형미 속엔 상당히 견고한 장인정신과 음향적인 테트놀로지가 숨어 있다.





 
 
프랑스어로 ‘Curved', 즉 곡선을 뜻하는 의미의 프랑스어 쿠르베(Courbe)를 브랜드명으로 하고 있는 본 Trinity 스피커는 그러나 순수 국내에서 디자인하고 국내에서 제작된 스피커다. 우선 그 소재가 특별한데 일반적인 유명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다수 사용하는 MDF 나 HDF 가 아니라 자작나무를 사용했다.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인클로저의 공진을 극도로 억제하고 착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속 또는 특수 합금 소재를 사용하거나 또는 목재를 사용하더라도 고밀도 MDF, HDF 등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완전히 다른 소재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결국 찾은 것이 바로 유럽에서 들여온 자작나무며 이를 적층으로 만들어 스피커의 캐비닛으로 가공해 사용했다. 대체로 악기의 바디로 사용하기도 하는 자작나무는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도 일부 이를 사용한 전례가 있으나 이처럼 모든 캐비닛을 자작나무 적층을 제작한 적은 거의 전무하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자작나무 재질로 인한 공진은 최소화했지만 특유의 울림은 쿠르베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음으로 유닛은 현재 전세계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닛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시어스(SEAS)를 핵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트위터는 시어스의 Prestige, 미드 베이스는 Excel 시리즈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우퍼는 10인치 사이즈의 데이톤(Dayton)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데이톤 우퍼의 경우 시어스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시어스와 대역 간 음색적 이물감이 적고 무엇보다 10인치라는 커다란 사이즈에서 타협할 수 없었던 쿠르베의 최상의 선택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다름이 아니라 스피커 인클로저를 모두 대역별로 나누어놓는 설계를 취하고 있다. 대게 이런 설계 방식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로 오면서 여러 시도가 있어왔던 방식이다. 각 대역간 간섭을 최소화해 마스킹 등 혼탁한 대역간 크로스오버 현상을 줄이고 최대한 깨끗한 음결과 대역 밸런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 중, 저역을 모두 나누어 수납할 경우 문제는 시간축 일치에 따르는 위상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왜냐하면 주파수 대역별로 속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고역은 빠르며 저역은 느린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여러 메이커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 포컬의 그랜드 유토피아 같은 경우 이를 위해 상단 모듈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한다. 추가로 윌슨 오디오 같은 경우는 한 술 더 떠서 상단 모듈을 전/후로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전용 앱을 통해 그 위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간축 일치를 위한 가장 간편한 예는 미국의 틸(Thiel)이 고안한 전면 경사 패턴 등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쿠르베는 완전히 독립된 캐비닛에 각 유닛을 탑재한 후 자작나무 또는 아크릴 스탠드에 거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여기서 각 유닛을 담은 캐비닛 용적은 각 유닛 제조사가 제안하는 최적의 용적을 그대로 반영했으며 이 때문에 스피커를 옆에서 바라볼 경우 대역별 캐비닛마다 깊이가 다르다. 그리고 각 캐비닛의 전/후 위치는 각 유저의 어쿠스틱 환경에 따라 각각 달리 조절해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패턴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저역으로 갈수록 트위터에 비해 앞 쪽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마치 윌슨 오디오 스피커처럼 별도의 계산식을 통해 청취자의 귀 높이와 청취자의 귀까지의 거리 등을 입력해 각 캐비닛의 위치를 알려주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쿠르베 같은 경우 그 전/후 조절 폭이 크지 않고 윌슨 스피커 같은 경우도 반드시 그 계산식만이 최선은 아니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 아니 오히려 각 캐비닛을 각각 다르게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절 폭이 더 넓어 사람에 따라서는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쿠르베 Trinity 의 전체 높이는 123cm 에 폭과 깊이 모두 50cm 가 넘는 쾌 커다랗고 중량감 넘치는 몸매를 자랑한다. 후면에는 각 대역을 담당하는 유닛이 설치된 캐비닛마다 싱글 와이어링 형태의 바인딩포스트가 마련되어 있고 이를 각각 연결하는 점퍼 케이블은 제조사에서 기본적으로 코드 컴퍼니 케이블로 제공하고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전체 시스템 능률은 88dB 로 핸들링 자체가 아주 어려운 스펙은 아니며 제조사에서는 70와트에서 3백와트 출력을 권장하고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할 것은 로딩 방식에 있다. 중역의 경우 이른바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으로 설계했지만 저역을 담당하는 맨 아래 우퍼의 인클로저는 밀폐형으로 설계해 로딩 방식으로 다르게 가져나가고 있다. 중고역 대역과 저역 대역의 로딩 방식을 달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형태로 저역 대역에 대한 많은 테스트와 고민이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크로스오버 설계에 있어서도 수많은 연구와 테스트가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제대로 설계했을 경우 베이스 드라이버의 인클로저가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로딩 시스템의 혼용을 통해 전체 퍼포먼스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Trinity 의 경우 250Hz 근처에서 끊는 1차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설계해놓은 형태다.
 
실질적으로 2.5웨이, 3스페커 시스템인 Trinity 의 주파수 커버리지는 저역의 경우 24Hz에서 고역의 경우 30kHz 까지로 저역 제한이 없는 레퍼런스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 해당한다. 국내 스피커 제조사에서 이러한 분리형 인클로저로 제작한 스피커를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고 더군다나 풀레인지급 대역을 소화하는 플로어스탠딩으로서는 굉장한 모험이다. 궁금한 마음에 테스트를 시작했고 시청은 양재동의 쿠르베 시청실에서 진행되었다. 시청에는 럭스만 CL-308u 진공관 프리앰프와 역시 럭스만의 M-7 파워 그리고 오포 BDP-103, 오디오퀘스트 Drangonfly USB DAC 등의 주변기기가 동원되었고 음원은 별도로 가져간 무손실 압축 음원을 사용했다.
 




 

아이유와 양희은이 함께한 ‘한낮의 꿈’을 들어보면서 파악한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는 묵직한 저역 양감을 중심으로 약간 아래로 내려와 있어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피치가 높지 않아 차분하며 목가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해상력과 정보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마도 시어스 유닛의 특성과 공진을 최소화한 단단한 캐비닛 덕이 크다고 보여진다. 특히 아이유와 양희은이 함께 한 본 레코딩에서는 마치 무대에서 공연한 것을 원테이크로 녹음한 듯 탁월한 음장감과 현장감이 뛰어나다. 공간을 수놓으며 펼쳐지는 2차, 3차 하모닉스에 담긴 레코딩의 공간 정보들이 누락 없이 전달되어 현장감의 표현이 탁월하며 눈을 감으면 스피커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시어스의 7인치 엑셀 미드레인지가 펼쳐내는 중역의 밀도감과 에너지는 대단하다. 모든 스피커의 핵심은 무엇보다 중역이다. 나머지 대역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중역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음악은 귀를 피곤하게 하며 어색하고 음악을 오래 듣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중고역 대역의 음색은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화사한 색채가 감돌며 고역의 듣기 좋게 달콤하다.
 

호프 앙상블(Hoff Ensemble)의 [Quiet Winter Night] 앨범 중 ‘Dronning Fjellrose’ 의 건반 터치는 맑고 투명하며 풍부한 하모닉스로 공간을 충분히 적신다. 이 곡에선 특히 적층 자작나무로 제작된 캐비닛의 울림에서 그 특유의 울림이 전해지는 것이 포착된다. 대게 캐비닛 표면으로 인한 공진과 이로 인한 착색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중역대역에 특히 관여하는 것으로 텁텁하거나 혼탁한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쿠르베의 경우는 자작나무 특유의 캐비닛 착색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착색이 과도하지 않고 깨끗한 하모닉스로 영민하게 사용한 케이스다. 특히 보컬, 피아노, 드럼 등 수시로 각 대역간 겹치는 구간에서 발생하는 마스킹이 포착되지 않아 악기의 구분이 분명한 편이다. 따라서 특정 악기가 다른 악기에 묻히거나 숨어버리는 현상이 웬만해선 보이지 않는다.
 




 

나무를 활용하되 최대한 공진을 줄이고 각 대역을 별도의 캐비닛에 나눈 보람은 이런 부분에서 특히 장점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자작나무의 목질감과 시어스 유닛의 상쾌한 광대역 특성이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최근 리뷰한 펜오디오, 조셉오디오 등의 모든 스피커들 또한 시어스 유닛에 목재 캐비닛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케이스로 중고역대에서 살짝 유사한 특성이 보인다.
 

Jean-Guihen Queyras와 Alexander Melnikov가 함께 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5번에서는 적층 자작나무의 오묘한 울림과 시어스 유닛의 화사한 색채감이 어울리며 농밀한 중역과 깊게 우려낸 듯한 진한 음악적 여운을 남긴다. 마치 JBL 의 통쾌한 한 방과 현대 하이엔드의 특성들이 적절히 하이브리드된 듯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쳐낸다.
 




 

쿠르베 Trinity 의 대역별 양감은 꽤 두터운 편에 속한다. 특히 중역과 저역 대역의 양감은 슬램하며 헤비해 특히 교향곡에서는 가슴이 후련한 쾌감을 어렵지 않게 선사해준다. 초하이엔드 스피커처럼 무대가 후방으로 빠지며 섬세한 레이어링을 형성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폭발적으로 공간을 크게 장악하기에 특히 교향곡 또는 강력한 비트의 헤비메탈까지도 중후장대한 펀치력과 쾌감을 선사한다.
 

발레리 게르기에프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에서는 여러 악기들이 총주로 이어가면서 커다란 다이내믹 레인지가 입력된다. 각 악기들이 담당하는 주파수 대역도 다르며 레코딩 당시의 위치 정보도 제각각이지만 Trinity 스피커의 공간 연출 능력 등은 상당히 뛰어나다. 대역간 시간축 일치 부분에서는 약간 걱정했던 부분들이 있었으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위상의 왜곡 등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저역 캐비닛을 일부러 앞으로 당길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단지 외형적 아름다움에 궁금증을 자아냈던 쿠르베 Trinity 는 그러나 오디오파일로서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치밀한 설계와 아이디어가 곳곳에 심어져있는 심도 높은 스피커다. 해외의 현대 테크놀로지의 끝단에 위치한 초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경향과는 다소 다른 표정을 가진 쿠르베는 그 자체로 독보적인 사운드와 디자인으로 승부할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비유하자면 외유내강형의 인격체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인간에 대한 다정한 감수성을 아름다운 외형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는 음향적으로 피나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독보적 테크놀로지와 현장의 음질 재현이라는 과녁만을 향해 냉철한 시선으로 일관하는 일반적인 하이엔드 스피커와는 구분되는, 확실히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내고 있다. 기술과 소재, 음악에 대한 철학이 유려한 커브 디자인의 예술적 조형미를 입고 나타난 Trinity 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음악적 갈망을 채워주고 있다.
 
 
 
Specification
WHD 503 x 1230 x 523 (mm)
Nominal Impedance 4 Ohms
Frequency Range 24 ~ 30000 Hz
Power Handling 70 ~ 300 W
Sensitivity 88 dB
제작사 쿠르베 오디오(http://courbeaudio.com/)
연락처 02-575-9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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