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오디오 가격 비싸다 비싸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오디오 가격이 전세계에서 제일 싼 경우도 있다. 반대로 그런 경우라면 고마워 해야 될 일이겠다. 예를 들자면 JBL의 Studio 500시리즈의 경우도 현재 국내 가격이 많이 착한 편이다. 참고로 아래 링크를 보면 국내 실제 대리점의 판매 가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 풀레인지에도 Studio530 과 Studio580에 대한 리뷰가 있다. 



 

 
사람에 따라 음악을 듣는 취향도 다르고 디자인을 보는 시선도 다르기 때문에 이 스피커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역시 JBL 은 JBL 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역시 JBL 은 JBL 이다"는 표현은 칭찬도 욕도 아니다. 그냥 JBL 스럽다란 정도로 해석해 주길 바란다.) JBL의 상급 기종은 구동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Studio500 시리즈는 의외로 구동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필자의 경우 Studio580에 크릭 애볼루션 인티앰프를 물려서 테스트 했는데 더 좋음 앰플 물리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굳이 더 좋은 앰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소리라고 할만큼 잘 울려주었다.

JBL은 6천만원이 넘는 스피커도 제작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제법 판매가 되고 있지만, 세계 최정상급 브랜드답게 저가 입문용 스피커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제작을 하고 있다. 다른 글에서도 한번 언급을 한 것 같은데, 스피커 제작사들은 입문용 스피커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구동이 쉽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앰프가 약하더라도 소리가 쉽게 나오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대에서 아무리 스피커를 좋게 만들어봤자 저가 앰프에서 제 성능이 안 나오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에 대해 험담하고 깎아내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단은 저렴한 앰프에서 고음과 저음이 빵빵하고 시원스럽게 잘 나오기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JBL의 입문용 스피커들이 그런 점에서는 잘 만들어진 편이다. 


 
 

덕분에 뭔가 음이 꽉찬 느낌이거나 짜릿한 엣지감같은게 있지는 않지만 앰프가 좀 부실하더라도 저음도 잘 터져 주는 편이고, 고음도 밝고 개방감이 살아나는 편이다. 솔직히 그것만 해도 정말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까다롭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일단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Studio500 시리즈도 장점이라면 구동이 쉬워서 소리가 잘 펼쳐져 난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약간 묵직한 중량감이나 진득한 느낌, 명쾌하고 강렬한 느낌이 좀 아쉽다는 것인데, 그래서 저같은 경우는 이런 성향의 스피커에는 까칠하고 선명한 류의 앰프보다는 중립적이고 묵직한 성향의 앰프를 주로 추천하는 편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일본 앰프들이 되겠다. 앞서 언급했던 크릭도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제법 묵직하고 두툼한 소리를 내는 편이고, 캠브리지오디오나 나드(NAD)같은 브랜드도 괜찮은 편이다.

국내 출시 초기에는 Studio580이 180~220만원정도 했었고, Studio530이 120만원정도 했었는데, 솔직히 그때 가격만 하더라도 그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특히 Studio580이 180만원이라면 그런대로 거품이 약간 끼어있긴 하지만 다른 경쟁 브랜드에 비해서 딱히 비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Studio530이 120만원이라면 좀 비싸긴 하다.그렇지만 요즘은 병행수입품까지 국내에 유통이 되면서 공식 수입원의 제품들까지도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편이다. Studio580이 100만원 초반에 Studio530이 40만원대이니 이 정도면 추천할만 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이 두 스피커에 스피커 가격 신경쓰지 않고 제법 힘좋은 앰프를 물릴 수 있다면 소리는 보장할만 하다. 전형적인 JBL 사운드를 기대해 볼 수 있는거다. 당연히 다른 경쟁 스피커들 중에서도 나름 이름값 하는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까지 모두 커버가 되는건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라면 모니터오디오, KEF, FOCAL, NHT, 클립쉬 등과 경쟁을 해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위의 스피커들과 비교를 하자면 모니터오디오보다는 구동이 쉽고 음이 넓게 펼쳐지는 편이며, 개방감이 쉽게 형성되는 편이다. 다만 꽉찬 느낌이나 명징하고 다부진 느낌은 모니터오디오가 좀 더 좋다. KEF와 비교를 하자면 역시 전체적인 개방감과 넓게 펼쳐지는 느낌, 걸리적 거리는 느낌 없는 무대감과 리듬감과 경쾌하고 가볍게 나와주는 음의 발란스가 좋은 반면, KEF가 가지고 있는 중음의 고운 결의 표현이나 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등은 KEF가 더 낫다고 봐야할 것이다. NHT의 경우도 구동이 쉽지 않은 스피커인지라 바람처럼 음이 나와주는 느낌이나 경쾌하게 음이 뿌려지는 느낌, 가볍운 듯 하면서도 음이 쉽게 펼쳐지는 느낌, 저음이 방실방실하면서도 넓게 펼쳐지고 어쿠스특하고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느낌은 JBL이 더 나으나, NHT 특유의 오디오적인 진중함이나 쾌감, 명징하고 투명한 엣지감, 단단한 밀폐형 스피커 특유의 탱글탱글함은 NHT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성향이 클립쉬와 비슷한 면이 많을 수 있는데, 깔끔하게 음이 똑똑 떨어지는 느낌이나 스피드감같은 부분은 클립쉬가 더 나은데, 좀 더 자연스럽고 어쿠스틱한 느낌, 음이 좀 더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느낌 등은 JBL쪽이 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Studio580같은 경우는 아파트 거실에 놓고 앰프 매칭을 약간 두툼한 쪽으로 매칭해서 중역대의 살집과 저역대의 탱글탱글함을 좀 보강해 준다면 클래시컬한 듯 하면서도 제법 라이브감도 잘 살려주는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오디오적으로 뭔가 화려하고 튀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음악 매니아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음악의 전체적인 연출력도 제법 괜찮고 밸런스도 제법 나쁘지 않으면서도 어디 한구석 막히는 느낌이 없이 음악을 펼쳐주는 스피커이다.

그리고 아마 우퍼 유닛의 실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기 때문에 분명히 저음이 빈약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앰프가 약하면 솔직히 체구에 비해 약간 속이 살짝 빈듯한 가벼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앰프을 밀도감이 좋고 중저음의 살집과 중량감이 있는 앰프로 매칭해 주면 그런 단점이 보완이 된다. (솔직히 이정도 매칭을 해주고 나서 음질이 좋느니~ 나쁘느니 해야겠다) 

그 저음의 느낌은 뭔가 꽝꽝 때려주는 느낌의 퍼포먼스가 강한 저음은 아니지만 대단히 근사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찰흙 두덩이를 힘차게 부디쳤을 때 나는 소리같은 그런 느낌의 찰지고 탄력적인 저음을 내준다. 그게 JBL 종이 유닛의 근사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마감이 시트지 마감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디자인도 뭔가 전위적으로 생겼다. 아마 좋아하는 분들은 엄청 좋아하는데, 취향에 안 맞는 분들은 뭔가 기괴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격적으로 요즘 이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격려할만한 가격 정책이다. JBL을 가장 많이 취급했었던 정규 대리점에서 제시하는 가격이니만큼 표기된 가격도 낚시성 가격은 아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