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al Special Edition: Fact Series 
 

어떤 제작사든 스페셜 에디션을 선 보이곤 한다. 그런데 스페셜 에디션의 의미를 어디서 어느 정도로 찾아야 할까? 단순히 내부 부품만 조금 바꿔서 SE 마크를 붙이고 가격을 약간 인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특별히 SE 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브랜드 자체로서는 분명히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제작한 제품도 있을 것이다.

PMC는 홈용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제작하기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프로용 장비 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브랜드로 가장 먼저 꼽히는 스피커 제작사이다. 그 기술을 통해 홈용 시장에서도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자사의 최고 인기 모델들을 전부 Signature 모델로 새로 제작하더니, 이번에는 FACT 라는 이름으로 기존 라인업들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FACT8 은 서로 공존하기 힘든 특별한 혈통을 이종교배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의 스피커이다.








Feel the Aura: Fact 8 Floorstanding Speaker

FACT8은 아직까지 보아온 PMC의 스피커들 중에 진정한 Special Edition 이다. PMC에서 FACT 시리즈를 발표한 것을 리뷰를 진행하기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FACT8이 과연 가격에 걸맞는 훌륭한 소리를 내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스피커는 어느정도 외관만 봐도 대략의 사운드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 PMC가 추구하는 음악성이라는 것은 의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PMC가 FACT8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뭔지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 출시가 되고 나서 너무나 슬림한 외모 탓에 과연 기존 라인업을 능가할만한 파격적인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PMC스피커가 스피커를 정말 잘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과거 PMC의 구형 명기 스피커들을 몇가지 사용해 보면서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외형적으로 보기에 의아하리만큼 외소한 사이즈라 하더라도 PMC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기술적 시도 자체가 타 스피커 브랜드들과는 너무나 다른 면이 있다보니 분명히 뭔가 일반인으로서 청음해 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나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우회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본인 입장에서는 PMC가 FACT8을 저런 디자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뭔가 상상하기 힘든 대단한 도전이 있었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높은 가격을 책정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FACT8을 청음해본 소감은 역시나 PMC는 흔한 말로, 꽂히면 어쩔 수 없이 반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를 탄생시켰기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을 가지고도 초 하이엔드의 아오라를 체감할 수 있게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떤 점이 이 외소한 스피커에서 아오라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게 되었을까? 실제로 PMC FACT8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도 더 작게 느껴진다. 이렇게 작은 스피커가 천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FACT8을 제작한 PMC로서도 엄청난 자신감의 표출이며, 수입 유통을 하는 국내 딜러로서도 굉장한 포부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보자면 본 필자가 아직까지 보아온 톨보이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작고 가벼우면서도 가장 비싼 스피커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스피커를 분석해 본 입장에서 분명히 이 스피커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Sound

이 스피커는 엄청나고도 치명적이라 할만큼 정교하교도 정확한 음을 들려주며, 입체감과 놀라운 스테이징감에 있어서도 엄청난 크리티컬을 느끼게 한다. 거기다 중저음의 표현력은 대구경 우퍼 유닛의 저음과는 다소 느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듯한 엄청난 펀치감과 타이밍은 정말 폭발적이라고 표현해주고 싶을만큼 격정적이고 눈이 부실 정도이다.



 

외관만으로는 이 스피커가 그렇게 대단한 사운드를 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기 힘들지만, 이 스피커에는 기존의 i시리즈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소재나 시도를 모두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은 고음부와 저음부에 사용된 드라이버 유닛들부터가 모두 신개발품이다. 트위터는 2개의 진동 영역을 가지고 있는 링 라디에이터 형식의 유닛을 사용하였는데, 중점적으로 확산력이 최고조로 뛰어난 특성의 SONOMAX™ 신개발 트위터를 탑재했으며, 우퍼 유닛 역시 낮은 전력으로도 가장 스피드하게 원하는 주파수를 재생할 수 있게끔 초경량으로 엣지부와 진동판부가 설계된 신개발 140mm 우퍼 유닛을 2개 탑재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동안 쌓아온 PMC 기술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미로형 인클로져 기술인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이 된 것도 FACT8 사운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특히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우퍼 유닛의 직경이 작고 ATL 인클로져 설계가 잘 되었으면서도 전면 인클로져 폭에 비해 후면 깊이가 매우 깊다는 것도 다이내믹하면서도 극도로 이미징이 뛰어난 사운드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면 인클로져 폭에 비해 깊이가 두배가 넘는 스피커는 그다지 흔치 않지만, FACT8의 경우는 뒤로 깊이가 388mm로 전면 폭이 155mm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 폭에 비해 뒤로 깊이가 2배가 훨씬 넘는 구조이다. 이것은 어쩌면 기형적인 구조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런 PMC의 의외의 스피커 설계는 상식을 넘어선 시도라는 보다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Listening

제한된 지면상 스펙적인 설명은 지양하고 본격적인 감상평을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PMC와의 매칭에 유리하다는 심오디오의 최근 라인업을 이용해 매칭한 FACT8의 사운드를 들어보고는 에센스(Essence)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었다. 에센스라는 단어를 통해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에센스(Essence)라는 단어에는 '진수' 혹은 '정수', '본질',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FACT8을 통해 오디오적 사운드가 추구할 수 있고, 본질적으로 정수라 할만한 하나의 축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으로 듣는 TOTO의 "Georgy Porgy"는 정말 에센스의 느낌이 전율토록 느껴진다. 그다지 격렬한 곡은 아니지만 한마디로 기타 소리 하나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운드이다. 아마도 팝송이나 여성보컬은 다들 좋게 들리쟎아? 라고 하는 이들은 이 사운드를 한번쯤 들어보고나 그런 이야기를 해야 될 것이다.

중음이 착착 치고 빠지는 느낌이라거나 마치 최고 수준의 프로 댄서가 무대 위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탄력성으로 춤을 추는 것처럼, 너무나 현란하면서도 탄력감 넘치는 화려한 음을 들려준다. 이 화려한 음이라는 것은 단순히 소리가 깨끗하고 해상력이 뛰어나서만 하는 말은 아니다. 최근 TV에서 한 프로를 통해서 전문 프로 댄서들의 몸놀림을 보게 되었는데 이건 춤 잘춘다는 비보이들의 춤과는 또 다른 탄력성과 화려한 회전과 스텝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정말로 눈을 뗄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너무나 현란했는데 마치 지금의 심오디오와 PMC FACT8의 사운드는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빠르고 현란하며 화려하지만 그 움직임이 단순히 빨라서 화려한 것도 아니고, 격정적이고 거칠어서 나의 감정이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음을 내는 다양한 기교가 더해진 테크닉에서 오디오 사운드의 진수와 정수, 에센스가 느껴진다는 말이 되겠다.

일반 팝 음악이나 다소 EASY한 장르의 음악에서는 정말 가슴이 후련해질만큼 탁 트이는 시원한 음을 들려주는데, 이건 단순히 시원하다는 표현만으로는 FACT8 이 서운해 할 정도의 소리이다. 마치 최정예 군악단이 최고 통수권자 앞에서 사열을 펼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면서도 한치의 어긋남이나 일체의 틀어짐이 없는 음이다.








Billy Joel의 "Goodnight Saigon" 의 후반부에서 보컬의 톤이 호소력 강하게 치고 나올 때 PMC 특유의 마초적인 음색톤이 발휘가 된다. 다소 거친 느낌이 있지만 특유의 두께감있는 밸런스톤에 적절한 에너지감과 볼륨감, 두께감같은 것으로 거친 느낌을 내포하면서도 사실성을 살리는 사운드 특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적인 음색톤은 듣는 이에게는 진하고 강한 호소력과 탁월한 카리스마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Honesty" 를 들을 때는 도입부에서 피아노 반주가 나오고 빌리 조엘의 목소리가 시작될 때쯤, 이 음악이 녹음된 공간의 공기감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공기감이 느껴진다는 말은 그만큼 탁 트이면서도 걸리적 거리는 느낌이 없이 피아노 솔로 반주와 빌리 조엘의 목소리에 다른 음에 방해되지 않고, 다른 음이 섞이지 않는 상태에서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녹음 된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다. 그리고 PMC가 추구하는 이상에 걸맞을만큼 이 연주들을 충분한만큼의 볼륨으로 듣고 있으면 진정으로 라이브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크기적인 제한때문에 그 라이브 공연장의 넓이에서는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실제로 감상자에게 느껴지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음색 톤이나 사실적인 소리 하나하나의 정교함과 실체감은 동급 최강이라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편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음악을 듣더라도 앞뒤 정위감이나 포커싱이 깊고 정교하며 좌우 스테이징도 탁월한 수준이다. 소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진정으로 명료, 명쾌, 정확하게 표현한다. 유독 중음의 재생력에 정확성을 가지고 있어서 중음이 얇지는 않지만 중음에 이정도 두께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정도로 명쾌하고 딱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스피커도 아마 드물 것이다.

바이올린 현의 활 시위도 매우 격앙되게 표현될 때는 거칠다 싶을 정도로 앙칼지게 표현되는데 거칠고 시끄러운 사운드를 제일 싫어하는 본 필자가 듣기에도 전혀 싫지 않은 느낌이다. 원래 녹음이 거칠었으면 재생음도 거친게 맞는 것인데, PMC는 이런 원음을 싫지 않게 들려주는 재주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연주되는 피아노 음에는 강한 임펙트가 있으며 음의 심지와 공기를 울려주는 형태감과 정위감같은게 매우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PMC FACT8에서 재생되는 피아노 음과 다른 스피커들의 피아노 음을 비교해 보면 다른 스피커들의 피아노 음은 왠지 흐릿흐릿하게 들리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렇다고 다른 스피커들의 피아노 음이 특별히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FACT8의 피아노 음은 무척이나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곡을 들을 때, 뒤에 숨어있는 소리도 유독 그렇게 잘 잡아낸다. 이미징이 놀랍도록 생생하고 정교하다. 음장이 풍부하고 풍윤한 스타일은 아니라 해야겠지만 어쩜 이렇게 첨예하면서도 극명하게 음을 처리해 주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런정도로 정확하고 개성적으로 음을 내는 스피커는 흔치 않았던 것 같아서, 진심으로 놀랍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Conclusion

하이엔드 제품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공적 변화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천당과도 같은 영역이다. 아마도 이 제품을 가격대비 성능으로 따지려는 유저들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돈을 적게 내면서도 만능에 가까운 제품을 찾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적쟎은 실망감을 안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오디오 마니아라면 충분히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PMC FACT8의 Essence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들끓어 오르는 호기심과 오디적 사운드의 쾌감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을 주체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이 스피커는 출시하기가 무섭게 전세계 여러 유수의 메거진들을 통해 최고의 찬사를 독차지 하고 있으며, 단연 올해의 최고의 제품으로까지 선정하고 있다. 아마도 모든 이들을 놀래켜줄 담대한 녀석을 기다려 온 오디오 전문가 및 소비자들의 욕구에 충분한 만큼의 놀라운 재능으로 놀라움을 선사해 준 FACT8에 대한 어쩌면 당연한 평가들인지도 모르겠다. 본인도 PMC FACT8에 대해서는 놀라움이라는 말로 간단히 평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