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옛날 오래전, 영국 BBC 방송국에서 업무용으로 스피커를 사용해야 되는데, 그게 필요해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스피커 중, 가장 크기가 작은 사이즈의 스피커이다.

알려지기로는 스펜더의 창립자는 BBC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스펜더의 창립자가 처음 방송국에서 사용할 여러가지 크기의 모니터 스피커들을 기획하던 중, 자신이 직접 제작도 하고 그러다가, BBC 방송국을 그만두고 나가서 세운 회사가 스펜더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 후, BBC에서는 하베스, 로저스, KEF 등에 추가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스피커 제작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KEF는 시간이 꽤 지난 후의 일이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BBC 방송국의 스피커들을 제작하면서 성장한 세 업체를 묶어서 로하스(로저스, 하베스, 스펜더)라고 많이들 부르는 것이다.

그중에서 3/5 스피커는 그 크기가 가장 아담하면서도 중역의 표현력에 가장 중점이 맞춰진 스피커이면서 가격도 게중에서는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애용되는 스피커이다.

대표적으로 스펜더, 하베스, 로저스, KEF 등 다들 3/5 스피커를 제작했었지만, 가장 다양한 품목을 전통적으로 제작해온 업체는 스펜더이며, 현재 국내에는 스펜더와 하베스 제품이 수입되고 있는 중이다.

스펜더는 이번에 클래식 라인업이 새로 출시가 되면서 S3/5 R2 라는 제품이 정식 출시 되었으며, 하베스는 BBC방송국에 3/5라는 이름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이름만 P3 ESR이라고 사용할 뿐, P3 ESR이 3/5 제품이라 보면 된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피커의 부피 대비 우퍼 사이즈도 동일하고 심지어는 우퍼 유닛의 생김새도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외관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스펜더의 3/5 와 하베스의 3/5 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둘다 영국 제작이고, 만듦새도 좋지만 외관상 미세하게나마 크기는 하베스의 P3 ESR이 약간 더 크다. 아무래도 만들어진 구성이나 크기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다보니 소비자 가격은 하베스의 P3 ESR이 약간 더 비싸진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스피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리에서의 차이를 찾아봐야 될텐데,
소리에서의 차이는 스펜더는 역시 중역과 그 아랫도리 대역이 좀 두텁고 꽉찬 느낌이 있지만, 하베스는 꽉찬 느낌이라기 보다는 네추럴한 맛이 있다.

동일하게 단점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스펜더는 다 좋은데 무대감이 약간 좁게 표현이 되는 것이 있고, 하베스는 자연스러운 맛은 아주 좋은데 농염하거나 음색적으로 특별한 색채감은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점만 빼면, 두 제품은 단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 하면, 단점이 아예 없는 제품을 찾는 이들도 있겠지만, 장담하건데 그런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펜더의 S3/5 R2는 작은 스피커지만, 중역이 굉장히 두터우면서도 농염하게 재생된다. 이런 소형 북쉘프 스피커에서 이렇게 중저음이 진하게 나오는 것도 참 드물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소리가 어둡다거나 답답하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스펜더 스피커가 과거에는 어둡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신제품 R2 시리즈는 지극히 농밀하면서도 예쁜 중고음을 내준다. 말 그대로 예쁜 중고음..
앰프가 그다지 고가형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중저음이 깊고 두툼하고 무게감 있게 나온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스피커 리뷰에서 아무리 좋다는 리뷰들이 즐비해도 대부분 비싼 앰프를 물렸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저렴한 앰프를 물려도 좋은 소리를 내는 고급 북쉘프 스피커라는게 별로 없다. 그런데 스펜더 S3/5 R2는 앰프를 특별히 가리지 않으면서도 중저음의 두께감이나 깊이감만큼은 굉장히 우수하게 표현된다.

기본 정보량 자체가 풍부하고 두툼하게 나오다보니 일반적으로 고음만 야리야리하게 재생되는 요즘 스피커들과는 많이 다른 인상의 음으로 다가옵니다. 좋게 말하면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윽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풍부하고 두툼한 정보량에 다른 주변기기들도 적절한 색채감과 영롱함 같은 것만 좀 가미해 준다면, 사실상 이런 소형 스피커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베스 P3 ESR은 스펜더에 비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음장이 펼쳐지고 특별히 과장하거나 착색이 전혀 없는 소리를 내줍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언급을 하자면, 오디오 제품을 소개하면서 착색이라는 말은 절대로 초보자들에게 이 제품의 소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착색이라는 말은 음이 왜곡되었다기 보다는 음에 개성이 있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P3 ESR은 아무래도 외관적으로는 크기가 작고 담백하고 수수해 보이는 스펜더의 S3/5 R2보다 좀 더 화려한듯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법 가격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3/5 스피커라는 것이 본래 방송국 모니터용 스피커로 사용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인데, 음의 표현력이 평탄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생각하자면 하베스 P3 ESR쪽이 모니터 성향에 좀 더 가깝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어떤 장르의 음이던 중용을 지키며 충실하고 있는 그대로 화장기 없이 재생해 준다는 것이 하베스 P3 ESR의 특징입니다.
중저음도 단정하게 재생해 주는데, 특별하게 각종 리뷰에서 사용하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단정하게 재생한다는 것이 다른 스피커들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음을 단정하고 자연스럽게 재생해 주는 특성.. 그게 다른 스피커들에서는 그렇게 힘든 것이지만, 하베스 P3 ESR은 딱 그런 음을 내기 위해 잘 만들어진 스피커인 것이다.

전형적인 영국 정통의 소형 모니터 스피커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고급 소형 북쉘프 스피커라는게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
영국 제품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다인오디오 EXCITE 시리즈나 FOCUS시리즈, PMC의 DB1i나 TB2i, 그리고 엘락정도가 인기가 좋은 초하이엔드급을 제외한 고급 북쉘프 스피커인데, 거기에 스펜더와 하베스도 전통적으로 꾸준히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스피커이다.
스펜더 S3/5 R2와 하베스 P3 ESR은 엄밀히 따진다면 같은 3/5 계열 스피커이긴 하지만, 음색에서 추구하는 경향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딱히 둘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가격 차이도 소비자 가격이 238만원과 179만원이면 적지 않은 차이이다. 어떻게 하든 50만원정도의 가격차이는 발생을 하기 때문이다.
같은 3/5 스피커를 계승 발전시킨 스피커라지만, 어차피 초기 BBC 3/5의 스피커를 그대로 보존할 필요는 없으며, 계승 발전이라는 것은 각 제작사가 추구하는 방향데로 최근의 트랜드에 맞게끔 계승/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음색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스펜더 S3/5 R2는 요즘의 해외 유명 스피커들의 신품 가격을 고려하자면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스피커에 3/5 라는 이름을 붙이면 유명세가 보장이 되기 때문에, 타사에서도 3/5 계열의 스피커를 생산중이긴 하지만, 고유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스펜더에서 국내 소비자 가격 179만원에 제품을 내놓은 것만 하더라도 타사 제품들에 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타사 제품들보다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지만, 직접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정통한 영국제 스펜더 클래식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하게 느낄 수 있는 스피커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하베스 P3 ESR은 현재 일본에서 비슷한 가격대 소형 북쉘프 시장 판매 1위를 왔다갔다 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 스피커이며, 가장 뛰어난 만듦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강력함이나 화려함, 오디오적 쾌감, 짜릿함 같은 것보다는 말 그대로 음악의 느낌을 감미롭고 자연스러우며 편안하게 잘 전달해 주는 스피커가 필요하다면 아마도 스펜더 S3/5 R2와 하베스 P3 ESR 두 스피커를 가장 먼저 염두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