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카피 문구를 내세우며 믿음직한 사운드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다인오디오의 생산 공장과 장인들은 덴마크 사람인 것은 맞지만 이 회사의 사장은 독일인이다. 거짓말일까?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대담한 일을 벌였다. 이들이 새로 내놓은 스피커의 이름은 'EXCITE'로 지은 것이다. 너무도 놀라운 이름이 아닌가? 그동안 다인오디오 스피커의 사운드야 하이 퀄리티 퍼포먼스로 정평이 나 있지만 흥분 지수 요소에 대해서는 바로 또오르는 이름은 아닌데 말이다. 특히 이 스피커의 생김새를 보면 기존 시리즈의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전혀 Exciting하게 보이지 않는다. 과연 EXCITE도 그들의 주장처럼 흥분 지수가 높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어떤 점들이 그럴까? 일단 가장 최근에 다인오디오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킨 포커스 시리즈와의 차이점을 찾아보면 이 회사의 전통적인 사운드 컬러에 이탈감과 맺고 끝음이 분명하고 당찬 특성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인 리뷰를 통해 내린 포커스 시리즈의 특징은 진정한 다인오디오 사운드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다인오디오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외도를 감행한 새로운 시리즈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다인오디오 사운드 특성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포커스 시리즈를 듣고 나서 금방 공감할 것이다.

확실한 다인오디오 사운드 표현,쉬워진 구동

이와 달리 새로운 EXCITE 시리즈는 본연의 다인오디오스럽다고 할 수 있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운드, 역동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사운드 전개, 꽉 차면서도 좀 더 대중적이고 매칭이나 구동 측면에서 다루기 쉽도록 제작되었다.

흔히 다인오디오 하면 구동이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택하는 데 있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도 과거 다인오디오 제품들의 경우는 구동이 다소 어려운 점 때문에 앰프 매칭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커스 시리즈부터 스피커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 이번 EXCITE시리즈는 확실히 그러한 부분들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진 듯한 제품이다. 테스트하게 된 EXCITE X32는 대형은 아니지만 플로어 스탠딩 타입의 스피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저렴한 앰프를 물리더라도 소리의 이탈감이나 순발력 등에 전혀 문제가 없고 이 회사 특유의 호쾌한 맛이나 호소력 있는 사운드가 잘 전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CITE X32는 거의 모든 것이 새로워진 다인오디오 기술이 투입된 소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이다. 14.5cm의 우퍼 2개를 탑재하고 있는 비교적 슬림한 타입의 스피커이지만 그 사운드는 다인오디오 사운드다운 맹렬함과 진한 호소력을 동시에 겸비했다. 이와 같은 올라운더적인 재능을 갖춘 스피커를 만들기 위해 제품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퍼와 트위터가 모두 기존의 다인오디오 드라이버들과 똑같이 생겼지만, 실제 드라이버의 내부 구조나 기술은 기존 유닛들과 다른, 상당 부분 개량된 최신 드라이버 들이다. 특히 우퍼는 고유의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다양한 앰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감도의 고성능을 지향했다. 동시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왜곡이나 공진은 최소화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보이스 코일에 맞는 2피스 구조의 우퍼 콘지를 새로 개발했으며, 우퍼 유닛을 지탱하는 프레임도 알루미늄 압출재를 사용하는 등,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단점을 줄이면서도 다인오디오의 사운드를 확실하게 표현하게 된 것이다.

재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신제품이면서도 기존 다인오디오의 컬러를 더욱 확실하게 표현해준다는 말은 상당한 칭찬이다.
오리지널 다인오디오 사운드는 강렬하며 진한 색채감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우퍼 유닛이 비록 크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터저 나오는 중저음의 질감은 정말 압도적인 수준이다.
일반적인 영국제 스피커들이 추구하는 사운드가 아무리 고성능의 앰프를 물리더라도 본성은 여성스러움에 가깝다면, 다인오디오는 소형이면서도 넓고, 깊고, 강하며, 진한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중저음의 깊고 굵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단단한 타격감은 오디오 마니아들에 희열감을 맛보게 하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고음도 오디언스 시리즈나 컨투어 시리즈에 비해 훨씬 더 시원스럽게 잘 나와준다. 오디언스 시리즈는 앰프가 약하면 고음의 정보량이 부족하고 컨투어 시리즈는 사실 정말 구동이 어려운 편이었지만, EXCITE X32는 정말 진하면서도 생동감 느껴지는 고음이 시원스럽게 잘도 나와준다. 거기에 스테이징과 입체감도 수준급이라 역시 고성능이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처음 청음을 했을 때, 넓은 공간에서는 지극히 근사하면서도 고성능 스피커다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지만, 5평 정도의 방으로 가져가서 들었을 때는 다소 터치음이나 파열음이 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스피커를 박스에서 갓 꺼낸 만큼 에이징이 조금 더 되고 나면 그런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파이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다인오디오가 만든 슬림한 스피커답게 소리의 맺고 끊음이 명료하면서도 탱글탱글하고 명징하다.

다인오디오는 역동성이 넘치는 스피커이다. 소리 하나하나를 표현함에 있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을 해주며 소리의 선과 윤곽을 또렷하고 명확하게 그려준다. 그리고 소극적인 성향의 앰프와의 매칭만 아니면 언제나 크기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굉장한 사운드를 내준다. 이번에도 작은 방과 넓은 홀, 두 장소에서 리뷰를 진행했는데 상대적으로 큰 공간에서는 소리가 더 좋게 느껴졌고 좁은 공간에서는 그 소리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크기를 고려하면 공간 장악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고음 직진성이 섬유재 트위터 치고는 굉장히 뛰어난 것이며 저음의 양감도 좋지만 임팩트한 사운드와 펀치감은 매우 훌륭하다.

크지 않은 스피커지만 그 뻠침이나 사운드의 이탈감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더 큰 스피커와 비교했을 때, 더 큰 공간에서도 더 당당하게 울리는 모습은 역시 다인오디오다운 모습으로, 참 의외이면서도 놀라운 느낌이다. 이런 개성 덕분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거실 환경에 더 어울리는 사운드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과거의 다른 다인오디오 제품들도 그랬지만 역시 여성 보컬의 사운드는 강렬하게 울부짖는다. 호소력이 굉장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성능이 뛰어난 다른 스피커의 소리를 들어보면 흐느끼고 슬퍼하며 부르는 노래가 EXCITE X32에서는 눈물을 넘어 오열을 하며 외치는 듯한 감정의 고양을 느끼게 한다.
그 정도로 호소력이 강하고 화려하며 표현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소형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로서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다인오디오 EXCITE 시리즈는 전투에서 격렬하게 싸워 성을 안전하게 지켜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한다.

EXCITE X32는 전형적인 올라운드 타입의 고성능 스피커로 하이파이는 물론이거니와 AV용 프론트 스피커로도 훌륭하여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멀티 유즈, 올라운드 스피커로 손색이 없다. 다인오디오를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유저라면 EXCITE 시리즈로 다인오디오의 멋진 사운드를 직접 접해 보기를 권한다.



출처 : WHAT HIFI. 20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