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비알레

“알파고가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AlphaGo WINS! We landed it on the moon)”. 데미스 하사비스, 딥 마인드 최고경영자는 AI(인공지능) ‘알파고’가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을 이긴 후 트위터를 통해 승리를 자축했다. 이제 인간이 이룩한 최고의 지성과 감각, 열정과 경험, 노하우를 AI 알파고가 넘어섰다. 달에 착륙했다고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세상은 인간의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더 이상 21세기에 통하지 않는다.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최근 드비알레의 팬텀 실버(Pantom Silver)를 경험해보고 난 직후 오디오계의 알파고가 출현하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인공지능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드비알레 팬텀 실버는 다른 여러 컴포넌트들의 일자리를 대다수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팬텀 실버는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소스기기를 한 몸에 융합시켰을까?

팬텀 실버 - 테크놀로지

팬텀 실버는 기존에 출시되었던 거의 모든 올인원 시스템의 상식을 바닥부터 뒤흔든 설계를 구사하고 있다. 단 하나의 캐비닛 안에 담아놓은 기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다. 기본적으로 드비알레가 팬텀을 만들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적당한 성능의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DAC를 담고 DSP를 통해 컨트롤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하이엔드 스피커와 동등한 수준의 광대역을 소화하되 최대한 작아야하며 앰프와 디지털 소스기기를 겸해야한다. 그리고 기존에 드비알레가 만들어놓은 SAM, ADH 는 물론이며 소형 광대역 스피커를 위해 개발한 HBI, ACE 같은 기술을 추가로 개발, 적용했다.

작은 캐비닛 용량 안에서 20Hz 이하까지 커버하는 광대역 스피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기존 하이파이 기술로선 불가능했다. 이를 위해 자동차, 프로오디오 등의 엔지니어와 협력, 새로운 내부 챔버 구조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음압 레벨과 출력에서도 캐비닛은 꼼짝없이 낮은 대역까지 소화한다. HBI(Heart Bass Implosion)라고 명명된 이 기술은 아마도 전무후무한 스피커 저역 컨트롤 기술일 것이다.

양 옆에 마치 농구공처럼 튀어나와있는 부분이 바로 HBI 기술로 제작되어 장착된 우퍼 부분이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는 전면에 위치한다. 이것은 일종의 동축 형태로 설계된 유닛으로서 미드레인지 중앙에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어 중역부터 고역까지 모두 커버하는 형태다. 우퍼를 두 발 채용해 저역을 해결하고 중역과 고역은 중앙에 동축 형태의 유닛을 탑재해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단지 미적인 부분만을 고려한 것이라면 더 예쁜 형태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캐비닛 형태는 ACE, 즉 Active Co-Spherical Engine 라고 명명된 이론적 기반 위에서 디자인되었다. 거의 구형에 가까운 스피커 디자인은 무려 100개의 어쿠스틱 음향 관련 특허를 가진 해리 퍼디난드 올슨 박사의 캐비닛과 유닛 위치에 대한 연구에 근거해 완성된 것이다.

각 유닛을 구동하는 앰프는 드비알레의 Expert 앰프 라인업에서 이미 보아온 것이다. 다름 아닌 ADH 증폭 방식이다. 드비알레는 아날로그 증폭 방식과 D클래스 전원 기술의 하이브리드 타입 앰프 설계기술 ADH를 팬텀 실버에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이것은 증폭 방식 중 가장 뛰어난 음질을 만들어내는 A클래스 증폭 회로를 구현하되 D클래스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작은 사이즈에 심플하고 뛰어난 디자인 등을 위해 D클래스와 A클래스를 결합한 것은 이러한 올인원에서는 매우 효율적이며 음질적인 하락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팬텀 실버에 드비알레 앰프에 사용하는 ADH 회로 2대분에 해당하는 4채널 분량이 탑재된 것.

디지털 소스부분은 드비알레가 Magic Wire 라고 부르는 디지털 프로세서가 내장되며 DAC 칩셋은 TI 의 PCM1798을 채용해 PCM 24bit/192kHz 고음질에 대응한다. 그리고 스스로 Wi-Fi 신호를 생성해 셋업을 돕게 설계되어 있고 후면 바닥엔 Gbps 이더넷 입력단 외에 옵티컬 입력단을 마련해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물론 Tidal, Qobuz, Deezer 등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옵티컬 입력단을 사용하면 여러 외부기기들과 연동도 가능하다. TV 또는 여러 미디어 플레이어나 오렌더 등의 네트워크 스트리머 그리고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기기들과 연동 등 외부 기기와 연계성도 뛰어나다.

네 개의 각 유닛은 드비알레의 특허기술 중 하나인 SAM 에 의해 세밀하게 계산되어 작동한다. 기존 팬텀 모델보다 한 층 더 강력해진 팬텀 실버는 이 작은 캐비닛 안에서 105dB 라는 높은 능률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위해 내부에 장착된 ADH 증폭 모듈은 멀티앰핑 방식으로 작동한다. 또한 SAM 프로세싱을 심어 유닛의 세세한 동작까지 내부 연산을 통해 정교하게 지휘하며 유닛의 능력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총 출력은 3천와트로 기존 팬텀에 비해 2.250와트나 높아진 수치다.

편리한 전용 앱 Spark

인터페이스의 중심에는 Spark 라는 전용 리모트 앱이 절대적으로 자리한다. 이것은 드비알레 팬텀을 위한 전용 앱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물론이며 PC 에 깔아 연동시킬 수도 있다. 또한 다이알로그라는 전용 허브를 사용하면 무려 24개의 팬텀을 모두 동시에 연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만일 커다란 집에서 곳곳에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매우 편리한 멀티룸 기능이다.

시청은 팬텀 실버의 가장 유용한 기능이자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와이파이 재생을 통해 시청했다. 블루투스 및 타이달 등도 활용 가능하지만 아이패드에 이미 여러 곡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어 재생이 편리했고 끊김이나 버퍼링도 전혀 없었다. 만일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하면서 들을 경우 PC 버전 Spark를 깔고 재생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분리형 오디오를 위협하는 당돌함

• 3천와트 출력의 하이브리드 앰프, 105dBSPL 의 높은 능률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이 사이즈의 모든 스피커 또는 올인원의 경계를 넘어섰다. 11kg 의 무게, 꽤 묵직한 무게로 저역이 +/-2dB 조건에서 16Hz 까지 내려가는 것이 전혀 거짓이 아님이 드러난다. 아델의 ‘I miss you’ 등을 들어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웅장한 무대가 펼쳐진다.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의 양감과 깊이를 재현하기 위해 고안한 HBI 기술의 성과는 대단하다. 공진이 클 수밖에 없는 광대역 설계지만 매우 효율적인 디자인과 밀집 구조에서 만들어내는 토널 밸런스는 흠잡기 어렵다. 고역이 지나치게 밝고 가볍다거나 저역 해상력이 수준이하로 떨어지는 올인원의 필연적 단점들을 대부분 개선한 모습이다.
• 원퍼블릭의 ‘Wakig up’에서 첼로의 보잉, 바디와 현의 울림이 매우 부드럽고 두께감도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첼로가 기타처럼, 드럼이 마치 목탁처럼 표현되는 많은 올인원의 음정, 질감의 왜곡은 팬텀 실버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SAM 으로 정확히 계산되어 출력되는 소리는 정말 정확하고 빈틈이 없다. 드럼 비트, 첼로의 민첩한 인터플레이는 물론 각 악기 및 보컬 등의 중첩되는 주파수 대역에서도 마스킹이 거의 없다. 후방에서 노래하는 코러스도 제법 선명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고역에서 피곤하게 피크가 많거나 왜곡이 크지도 않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올인원치고는 너무나 중립적이다.
•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에서 기타 핑거링은 손가락 움직임까지도 눈에 보일정도로 정보량, 입체적인 공간감이 돋보인다. 우리는 좌/우 채널 각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의 강, 약 및 속도 차이 등을 인지하고 이 차이를 추론해 녹음 소스 안에 존재하는 공간 정보를 인식하다. 사실 이런 일체형에서 동일한 캐비닛 안에 장착된 유닛으로 그러한 공간감을 뚜렷하게 구현하기란 슆지 않지만 팬텀 실버의 경우 적어도 보컬의 포커싱만은 뚜렷하게 표현해준다.
• 팬텀 실버가 내주는 소리는 뭔가 계산되어 출력되는 듯한 정교함이 주무기다. 어떤 특별한 튜닝이 아니라 내장된 프로세서와 SAM 이 이론적인 근거에 의해 컴퓨터처럼 움직인다. 800Mhz 듀얼 코어 ARM 프로세서와 FPGA가 사용되었고 512메가 DDR3 메모리를 내장한 이유다. 잭 존슨의 ‘Imagine’ 등 여러 레코딩을 들어보면 맑고 투명한 중역대역 디테일이 잘 표현된다. 저역은 셋업 방식과 설치 위치에 따라 그 질적 차이가 크므로 각 환경에 따라 적절한 운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공진이 적고 단단한 스탠드가 필수다. 실제 테스트시 단단한 스탠드 위에 설치한 팬텀 실버의 저역은 양감과 깊이가 왠만한 북셀프를 뛰어넘었다.

현실화된 오디오의 미래

음악은 그저 그 공간에서 원래 그 곳에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고 풍족하게 가슴에 들어왔다가 흘러나가기를 반복했다. 팬텀 실버는 마치 인월 퍼니처나 인테리어 소품처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서 음악을 풍부하고 자유롭게 제공한다. 따라서 각 사용자의 음악적 또는 음질적 취향 등 개인의 입맛을 끼어들 틈이 없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듯 많은 스피커와 앰프 소스기기의 역할을 대신하며 어중간한 가격대 제품군을 생산하는 메이커의 존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이 현실화된다면 룸 코렉션 또는 각자의 음색적 취향에 부합하는 디지털 EQ을 탑재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매칭이나 액세서리를 통한 튜닝이 불가한 올인원은 취미로서 오디오의 독보적인 영역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단 1개만 사용할 경우 이 정도 성능과 가격이라면 굳이 앰프, 스피커, 소스기를 별도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어렸을 적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며 가끔 렌더링했던 미래의 오디오가 벌써 현실화되었다는 게 놀라운 동시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드비알레 팬텀 실버로부터 하이파이 오디오 혁신의 모멘텀은 이미 시작되었다.

S P E C

PERFORMANCE

CARACTERISTICS

FONCTIONNA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