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거슬러보면 누구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혹은 놀이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은 있다. 강아지풀이나 솔방울 등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나, 딱지, 팽이, 구슬치기에 공기놀이부터 각종 인형, 로봇 장난감들까지. 물론 이제와 가지고 놀라고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당시에는 누구보다 재밌게 가지고 놀곤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놀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단어가 주는 뉘앙스 때문에 어른과는 먼 단어처럼 보이지만, 놀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신체적, 정신적 활동 중에서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하는 개념을 가진 모든 활동'이 바로 놀이의 개념이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도 모르게 많은 '놀이'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날이 '놀이'에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게임이든 장난감이든 이제는 어린아이의 소유물만은 아니게 되었다. 물론 어린이 세대에서 어른 세대로 넘어가면서 놀이의 개념이 조금 확장된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 그것은 단순 놀이를 넘어서 취미일 수도 있고, 휴식일 수도 있고, 여가일 수도 있다. 어른이 즐길 수 있는 놀이와 장난감의 폭이 넓어졌지만,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든 장난감이 갖는 기능은 동일하다. 그 중에 필자와 같은 '음악적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흥미로운 장난감이 있다. AUNE의 헤드폰 앰프이자 외장 DAC인 X1s가 그것이다.

 AUNE X1s는 만지면 만질수록 흥미로운 기기다. 하이파이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누구나 진입하기 쉬운 입문용 제품인데다가, 깔끔하고 선명한 음색, 심심하지 않은 필터 기능까지, 즐겁게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 AUNE이라는 브랜드도 어렵지 않다. 보다 가볍고 폭 넓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PC-fi와 Head-Fi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는 브랜드다. 그러한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이어서인지 X1s는 다른 브랜드의 헤드폰 앰프와 다르게 정말 헤드폰 앰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X1s는 AUNE의 초창기 디자인에서 다섯 세대를 거친 모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모든 전자 기기의 디자인에도 꽤나 비중을 두고 있는 편인데, 1세대인 X1에 비하면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디자인이 세련되어졌다. AUNE X1 시리즈 특유의 잘록한 허리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센스 있는 곡선을 더한 것이 예쁘장하다. 같은 라인업인 X5s와 동일한 디자인인 걸 봐서 X1에서부터 수없이 고민 끝에 결정한 디자인으로 보인다. 전면의 돋보이는 볼륨 노브와 직관적인 버튼까지, 하이엔드 제품이라기에는 딱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에 가까울 만큼 신경을 쓴 만듦새다.

 입출력 단자 역시 깔끔하다. 아날로그 인아웃과 동축 인아웃, USB 입력, 광입력으로 되어있다. 단순 PC-fi만 생각했다기보다 아날로그나 동축 인아웃을 포함하여 더 폭넓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초록불이 들어오는 전면의 입력 선택으로 소스를 받아오는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곡을 듣다가 심심하다면 선택 버튼을 몇 초 간 누르고 있어보자. 초록불이 붉은 빛으로 바뀌며 세 가지 필터를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기본이 패스트 롤 오프, 두 번째가 슬로우 롤 오프, 세 번째가 미니멈 페이즈 필터 모드다. 이만하면 누구나 쉽게, 그리고 즐겁게 가지고 놀 준비가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Milos Karadaglic - Suite Populaire Bresilienne No. 1 In A Minor - I. Mazurka choro

 이제 가지고 놀아보자. PC-fi에 연결하여 자주 듣던 곡을 재생한다. 기타의 선율이 선명해졌다. 입체적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 음을 풍부하게 풀어놓는 타입보다는 음을 조여주어 명확하게 들리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중고역대는 투명하나 힘이 없지는 않다. 클래식 기타의 따스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명확한 사운드를 내준다. 명확한 사운드란, 곡이 주고 싶어 하는 감정의 전달을 배가시켜주는 소리다.

Adele - When we are young

 아델의 앨범 '25'에 있는 'Hello'와 함께 더블 타이틀인 곡이다. 스피커 시스템으로 들을 때는 보통 보컬의 목소리보다 세션이 더 장엄하게 들린다. 아델의 '25' 앨범은 전체적으로 홀톤 느낌에 신경을 쓴 한 프로듀싱 때문에 웅장한 느낌을 많이 주는데, X1s가 내주는 이 곡은 비교적 보컬에 집중을 한 소리로 느껴진다. 목소리가 세션에 묻히지 않고 에너지가 올곧으며 단단하게 잡혀있다. 이쯤에서 두 번째 필터로 변경해보았다. 세션이 조금 더 앞으로 나오고(정확히 말하자면 저음이 더 오래 남게 되었다) 목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이런 점이 또 헤드폰 앰프가 음악을 놀이로서 만들어주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헤드폰에 스윗스팟이 있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헤드폰이 감싸고 있는 귀 자체다. 작은 소리로도 디테일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헤드폰 시스템에 있어서 필터 기능은 스피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필터 기능과 분명 다르다. 곡의 매력을 본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해가며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헤드폰 앰프에서는 더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기다. 

 Hendel Opera Rinaldo - 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울게 하소서'다. X1s의 음색을 알고 싶다면 확실히 성악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성악의 발성에서 탄탄한 에너지가 유난히 도드라진다. 보컬의 목소리가 얇지만 단단해진다. 배음이 풍부한 것보다는 깨끗하고 맑은 타입의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오페라 등의 성악 보컬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정확한 음이 되어 귀에 꽂히는 보컬을 듣고 있으니 다른 성악 곡들도 듣고 싶어졌다. 확실히 어떤 색깔도 입히지 않고 깨끗한 음을 내어주는 능력이 상당한 앰프로 볼 수 있다.

음악 애호가를 위한 최고의 놀이 

 X1s의 편의성과 소리 품질을 견주어 봤을 때 정말 음악 애호가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 이상의 무엇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만을 추구하고 넓고 풍성한 사운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없는 장난감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주로 PC-fi 혹은 Head-fi로 듣는 데다, 음향학적인 접근보다는 다양한 음악적 재미를 찾으며 곡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이만한 제품이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헤드폰 앰프로서의 매력을 모두 겸비한 기특한 장난감에 푹 빠져보길 권한다.


​
Specifications

Input Interface

- USB
Maximum word length                                  32 bit
Maximum sampling rate                                384 K
Maximum DSD rate DOP                               DSD 128

- COX
Maximum word length                                  24 bit
Maximum sampling rate                                192 K

- OPT
Maximum word length                                  24 bit
Maximum sampling rate                                192 K 

Typical line output indicators(RCA)

Output voltage level @ 0 dB                           2.1 Vrms
Frenquency response                                  ±0.5 dB
Dynamic range                                            126 dB
THD+N @ 1KHz                                            -110 dB
IMD+N @ 19KHz $ 20KHz                              -110 dB
Stereo crosstalk                                          -112 dB

Headphone output power                             @300Ω 80 m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