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감상하며 멍하니 있다가 문득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연주 스타일이나 템포 등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텐데, 오디오 역시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를 상기해보면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전에는 풍성하고 푸근한 저역이 참 좋게 평가 되었는데 점차 매우 딴딴하고 힘에 넘치는 위압과 빠른 제동을 보이는 스피드를 가진 저역을 좋아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고역 역시 약간 롤 오프 되는 것을 선호하다가 이제는 대역폭이 넓은 쪽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물론 “난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오디오에 황금 비율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오디오를 살펴보면 이 같은 국내 오디오 마니아의 취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재미난, 아니 아쉬운 것은 “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소리가 좋다”고 말하면서 실상 선택하는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혹은 주변의 어설픈 고수의 조언에 따라 이러이러한 소리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대체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

워낙 시장이 좁아서 비인기 제품을 비싼 값에 덜컥 샀다가 나중에 헐값에도 처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마니아의 선택은 더욱 좁아지지만, 글쎄… 차 한대 값을 들여 사는 오디오인데다 자동차처럼 끌고 다니며 남한테 과시할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자기가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긴 서설은 오늘 소개할 스피커가 국내의 보편적인 인기 스피커의 부류는 아니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인정받는 브랜드 ‘아발론’ 에 대한 소개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아발론의 상위 모델에 해당되는 콤파스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데, 이제 서설은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콤파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그 전에 양해를 구할 것은 시청공간이 매우 불만족스러운 점, 뒷벽이 유리창에 커튼 씌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한쪽 벽이 아예 사무실 파티션 수준이어서 부밍이 엄청났던 탓에 시청을 하는 데 고생스러웠었다는 점을 미리 토로해두고 싶다.



 

아발론의 가장 큰 장점이자 여타 스피커와 비교하여 절대 우위에 있는 사항은 바로 입체적인 이미지이다. 그림을 그려내듯 만들어내는 아련히 떠오르는 이미지와 넓게 펼쳐지는 무대, 정전형 바이폴라 스피커를 압도하는 깊은 안쪽 길이 등은 어떤 스피커에 비교해도 아발론이 절대 우위에 있는 것 같다. 아발론의 시작으로 많은 스피커들이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스피커의 배플면을 작게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 되었다. 이런 입체적인 이미지는 국내에서 그리 인기가 높지는 않았다. 주거 환경이 서구보다 작아서 이런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작과 판매의 애매한 입장에 있는 국내 제작자의 제품에서 아발론과 비슷한 모양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스피커의 강점을 잘 나타내 준다.



 

아발론의 두 번째 강점은 사용하고 있는 아큐톤의 강점과 맥을 함께하기도 하다. 수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업체들이 많이들 선택하고 있고 특히 하이엔드 신생업체 중 이 유닛을 쓰는 업체가 많다. 여타 유닛에 비해 월등히 비싼 유닛이지만 사용만 하면 거의 모든 오디오의 물리적 특성이 해결되어 버린다. 워낙에 비싼 가격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성도 강해서 전통적인 하이엔드 업체에선 반대로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아발론은 이 유닛을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하여 스피커를 만든 업체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 특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 너무 미끈하게 나와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너무 화려한 고역을 억제한답시고, 이 유닛의 장점을 뭉게버리는 오를 범하기도 한다. 콤파스의 고역은 가늘고 여린 듯 하지만 소란스럽지는 않다. Chesky 사에서 나온 몇 장의 CD에서 앞서 말한 매우 입체전인 그림 위에 투명하고 손에 잡힐 듯한 깔끔한 고역이 나오는 것은 물론, 오래된 하이페츠의 바이올린이나 반 클라이번의 피아노음도 그 찰진 촉감과 감각적인 느낌을 만들어 낸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 하는 부분으로, 이렇게 투명하면서 가는 가운데 질감을 표현해 내는 스피커는 많지가 않다.



 

▲ Avalon Acoustics Compas Diamond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또 이 상태로 불만은 없지만 보다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달린 콤파스 다이아몬드 모델이 1200만원 정도 더 지불한다면 가능하다. 음역의 대부분이 해당되는 중역의 아큐톤 유닛 주변에 어찌 보면 거칠어 보이는(솔직히 너덜너덜 해 보이기까지 하는) 펠트 재질이 감싸면서 세심하게 음을 튜닝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점이기도 하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한 저역이 있다. 무척이나 빠른 반응과 투명한 음색에 격을 맞추려면 역시 우퍼의 선택이 만만치가 않다. 같은 아큐톤 유닛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이게 이정도 구경이 되면 가격이 정말 부담스러우며, 이걸 제대로 울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대부분 여기서 타협점을 잡아 더 울리기 쉽고 훨씬 싼 유닛으로 대체를 한다 (사실 가격적 요인이 더 커 보인다.) 콤파스는 아발론의 상급기답게 우퍼 두발을 달아 놓았다. 업체에서 마련해 놓은 앰프로도 구동이 완벽하지 않았고, 앞서 말한 옆벽의 부밍으로 그나마 마음 놓고 울려보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정말 빠른 반응의 저음이었다. 발레리 게르기에프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항상 조금씩 느리게 들리던 팀파니가 정확한 박자를 맞추면서 오랜만에 빠른 스피드의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래도 이 저역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쉬워 보이지 않았고, 울린다고 해도 여타 동급 스피커만큼의 규모로 나와 줄지는 걱정스러운 대목이기는 하다.



 

 
“한 달의 몇 번이나 나는 내 오디오에서 큰 스케일의 저역을 울리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과연 우리가 오디오를 시연하면서 그렇게 큰 소리로 틀어대야 할까 싶다. 어느 경제 기사에서 읽은 이른바 ‘촌놈 길들이기’ 수법이 아닐까 싶다. “별 쓸모는 없지만 너희들 오디오에서는 이렇게 커다란 저음을 꿍꿍 못 울리지?” 라며 기를 죽여 버린다. 요번 주말에 오디오 쇼가 열린다. 올해도 경쟁적으로 볼륨을 올려대며 웅장함을 자랑할 것이고, 많은 오디오 마니아가 가져가도 그렇게 크게 못 틀 오디오를 보며 감명 받을 것이다. 화려한 현혹 속에서 가장 자신에게 필요하고 가장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무언지, 이 아발론 콤파스를 소개하면서 나는 본 사이트 회원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