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기업을 온전히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을 몇 번이고 일으켜 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도, 그리고 기업을 경영해 본 적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50년간 한 회사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전세계 오디오 업계에도 이렇게 5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간혹 있거니와, 이러한 기업들에는 반드시 가치 있는 경영 철학과 뛰어난 인재, 그리고 독특한 문화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오늘 살펴볼 로텔이라는 회사 또한 독특한 이력과 경영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일본의 작은 가전메이커로 시작하여 오디오 전문 업체로 거듭나고, 본거지를 지구 반대편 영국으로 옮겨 지금의 브리티쉬 사운드의 한 축을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역시 경영 철학과 뛰어난 인재, 그리고 독특한 문화가 깊숙히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로텔의 첫 비동기 USB DAC인 RDD-06이 출시된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 간다. 맥미니를 연상시키는 귀엽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샤시에 미니 사이즈로 출시된 이 DAC은, 최신예 비동기 USB 단자를 장착하고 고성능 울프슨 DAC칩을 채용한 고음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 RDD-06과 그 라인을 같이하는 인티앰프 RDA-06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RDA-06은 겉모습만 본다면 온전히 니어필드를 위해 만들어진 귀여운 미니 앰프이다. RDD-06과 마찬가지로 흡사 맥미니를 연상시키는 은색 샤시에 (검정색 샤시도 있다) 200 x 58 x 184 mm의 앙증맞은 크기는 책상위에 올려 놓거나 침대맡에 두면 딱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먼저 출시된 RDD-06 비동기 DAC과 같은 사이즈의 샤시를 채용하여 설계 당시부터 두 기기를 컴포넌트형으로 "포개어 놓는" 배치가 가능하도록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네 귀퉁이를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한 통주물 본체에 상하판을 덧대는 식으로 구성된 샤시는 3~3.5T 정도의 두께의 꽤 묵직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었다. 샤시의 모든 표면을 아노다이징 처리하고 전원 버튼과 볼륨 노브까지 동일한 무늬를 입혀 이 가격대의 DAC과 앰프로는 드물게 미려한 외형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특히 파워버튼과 볼륨 노브에는 완만한 커브를 주어 샤시의 곡선 디자인과 함께 전체적인 일체감을 완성하고 있다.

샤시 전면부를 보면 왼편에는 파워버튼과 미니 헤드폰젝, 그리고 리모콘 수광부가 수평 일직선상에 위치하며, 오른쪽에는 파란색의 LED가 부착된 볼륨 노브가 위치한다. 볼륨 노브는 리모콘에 의하여 동작하는 모터 제어 방식인데, 수동 조작시 상당히 묵직하게 동작하는 편으로 정밀한 볼륨 세팅이 가능한 것은 물론 실수로 볼륨을 급작스럽게 올린다거나 하는 일을 방지하기에 충분하다.









# 입출력 단자
 

후면부의 입출력부는 RCA 입력단자와 스피커 출력단자 각 한 조씩, 그리고 8자형 전원 소켓과 미니 USB 포트와 유사하게 생긴 업그레이드 전용 단자로 구성되어 있다. 입출력 단자는 모두 금도금 처리된 선재로 연결부에서 기판까지 연결되고, 스피커 출력단자는 바나나 플러그도 연결이 가능한 고급 부품을 사용하여 스피커 케이블 연결시의 편의성까지 추구하고 있다.

입출력부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8자형 전원 소켓으로, 작은 샤시 사이즈로 인한 고육지책이겠으나 다양한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또한 입력단자가 한 조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에 주의하여야한다. 즉, 여러개의 소스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려면 별도의 셀렉터가 필요하다.





# 리모콘

RDD-06과 RDA-06 공히 수은 전지를 사용하는 카드 형태의 리모콘을 제공한다. 별도의 설정이 필요 없이 RDA-06의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RDD-06과 RDA-06의 전원이 동시에 켜지며, RDD-06의 입력 전환, 재생 등 모든 기능을 RDA-06의 리모콘으로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 두 장비를 함께 사용한다면 RDA-06의 리모콘만으로 DAC과 앰프의 모든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다.

# D 클래스 파워 앰프 모듈
 

RDA-06은 D 클래스 증폭 방식을 사용한 8옴 20W 출력의 인티앰프이다. A, AB 클래스에 비하여 D 클래스 앰프가 갖는 장점은 절전, 저발열, 그리고 기기의 소형화이다. 효과적인 D 클래스 증폭을 위하여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벵엔옵슨 (bang & olufsen) 사의 ICE 파워를 파워앰프 모듈로 사용하고 있다. 적용된 모델은 ICEpower 50ASX2 모듈로, 120dB의 다이나믹 레인지와 0.002% THD를 갖는다.

ASX2 시리즈는 벵엔옵슨사의 최신 파워 모듈로 크기가 작고 성능이 좋아 TEAC A-H01과 오라노트2 등의 앰프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D 클래스 앰프 체택으로 인하여 RDD-06의 전력소비는 100W 정도로 낮은 편이며, 장시간 사용에도 발열이 거의 없어 샤시에 발열을 위한 환풍구가 아예 없다. 또한 각 기능의 모듈화로 프리부와 파워부의 기판 자체가 아예 분리되어 모듈간 상호간섭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 편으로 오디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파워모듈 설계에 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절약하여 원가를 줄이고, 다른 기능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여 전체적으로 가격대 성능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에 D 클래스 앰프는 건조하고 특색 없는 음질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단점은 로텔의 프리앰프 및 출력부 설계기술에 의하여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 개별 독립 전원부
 

RDA-06의 전원부는 파워와 프리앰프부가 각각 독립된 전원부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두 개의 완전히 분리된 전원부가 각 모듈에 안정된 전원을 공급함으로써 음질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 역시 동급의 타사 인티 앰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라 할 수 있다.



 

RDA-06은 별도의 헤드폰 앰프와 모터 구동식 볼륨 컨트롤을 적용했는데, 헤드폰 앰프는 음질이 뛰어나 본격 헤드파이용으로 손색이 없으며, 모터 구동식 볼륨은 음질에 손실을 주지 않으면서 전문 하이파이 기기 다운 조작성을 제공해 준다. 또한 환경 친화적 오디오라는 최근 흐름에 맞추어 대기전력을 0.5W까지 줄여 절전기능 또한 강화되었다.









# 청취 환경

# 샘플음반 선정

많은 레퍼런스 음반들 가운데 오랫동안 들어왔던 음반들 위주로 하여, 앞서 리뷰한 로텔의 최신예 DAC RDD-1580과 RDD-06의 비교가 가능하도록 같은 샘플 음반을 선정했다.



I. 양성식 파가니니 바이올린과 기타 (Yang Sung Sic plays Paganini) [44/16]

현장감을 살리기 위하여 국내 제작 음반으로는 드물게 일부러 대형 콘서트홀을 통째로 대절하여 녹음한 음반으로 연주는 물론 녹음상태도 매우 좋다. 기타와 바이얼린이 함께 어울어지는 선율이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추천음반이다. 



II.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5악장 프레스토 - 베를린 필, 아바도 지휘 [96/24]

음장감 테스트를 위해 선택한 대편성곡. HDTracks.com에서 발매한 96/24 고해상도 음원이다. 4명의 가수와 합창단 그리고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웅장하고 복잡한 사운드를 과연 어떻게 들려줄지 궁금하다.



III. Bill Evans Trio - Portrait in Jazz (SACD→PCM 변환)

이 전설적인 째즈 트리오의 명곡들이 SACD로 새롭게 리마스터링 되어 태어났다. 더욱 넓어진 다이나믹 레인지와 함께 더욱 풍성한 무대감의 라이브는 마치 연주자의 바로 앞에서 감상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IV. 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In Paris [92/16]

피아노와 다이아나 크롤의 보컬로만 이루어진 이 감미로운 라이브는 보컬의 배음과 질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매우 완성도 높게 녹음되었다.



V. QUEEN - The Game [44/16]

일본에서 SACD로 재발매된 퀸의 명반. 수록곡 중 "Another One Bites The Dust"는 오디오 시스템의 해상도와 음장감을 테스트하기 위해 더 없이 좋은 소스다. 





# 테스트 진행 및 결과

전원을 연결하면 RDD-06과 RDA-06 모두 대기상태로 들어가며 전원 버튼 LED가 붉게 점등한다. RDA-06의 경우 대기상태에서 본체나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전원 버튼의 LED가 파랗게 바뀌며 전원 공급이 시작되고, 수초간의 예열이 끝나면 볼륨 노브의 LED가 파랗게 점등하며 재생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I. RDD-06 + RDA-06 + Nautilus 802 조합

평소에 가장 즐겨 듣는 노틸러스 802 스피커에 RDA-06과 RDD-06을 연결하고 요사이 주로 듣고 있는 다이아나 크롤을 올려보았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RDA-06의 스피커 드라이브 능력이다. 정말로 20W 최대 출력의 인티 앰프가 맞나? 의문이 생길 정도로 이 작은 인티가 노틸러스 802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것에 적잖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반신반의했던 이 다윗과 골리앗의 매칭에서, RDA-06은 충분히 노틸러스를 요리할 뿐만 아니라, 9시~11시 정도의 볼륨으로도 충분한 음량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크롤의 고해상도 라이브는 고급 오디오로 들으면 페달의 놀림에 따라 피아노의 헤머 타격음이 제대로 둔탁하게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급격한 저음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앰프의 강력한 우퍼 제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RDA-06은 이를 훌륭하게 표현해 준다. 다시 한 번 RDA-06의 스펙표를 찬찬히 살펴본다. 댐핑팩터가 120이다. 이제야 크렐 파워에 비해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RDA-06의 구동력이 이해가 간다. 크렐 FPB-300의 출력은 300W, 댐핑팩터는 100이다.

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DAC을 타고 RDA-06에서 재생되는 보컬의 풍부한 배음이였다. 다이아나 크롤의 "A Case Of You" 파리 라이브 버전은 스튜디오 레코딩이 아닌 라이브 가운데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보컬과 피아노의 배음이 잘 살아난 음반이다. 크롤의 개성있는 보이스가 빚어내는 수천가지의 배음을 RDA-06과 RDD-06은 어떠한 여과도 없이 용케도 잘 표현해 낸다.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II. RDD-06 + RDA-06 + Nautilus 804 조합

노틸러스 804는 802에 비하여 비교적 저역 구동이 쉬운 스피커로, 앰프를 까다롭게 가리지 않으면서 더 풍성하고 앰비언트한 저음을 들려주는 스피커이다. 802가 모니터 스피커의 끝판왕이라면 804는 802보다 좀 더 비트있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할 수 있겠다.

804에 RDA-06을 연결하고 빌 에반스를 들어보았다. 802에 비하여 804의 음압이 3dB 정도 낮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러 802 매칭때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저음을 컨트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매칭은 특히 재즈와 락계열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저음은 더 넓게 퍼지고 부드러워 졌으며, 이로 인하여 빌 에반스 트리오의 콘트라베이스 솔로와 퀸의 도입부의 베이스기타 + 드럽 조합은 상당한 박력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RDA-06의 구동력은 초고효율 D 클래스 앰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RDA-06은 대부분의 톨보이 스피커까지 문제 없이 제어 가능한 댐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III. RDD-06 + RDA-06 + 마이크로포드 조합




마이크로포드와 연결된 RDD-06 + RDA-06 조합은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니어필드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부족한 마이크로포드의 저역을 약간 부스트 시켜주어 박력있는 저음을 만들어주고, 고음은 마이크로포드의 실크 돔 트위터를 통하여 카랑카랑하게 책상위에 펼쳐진다. 또한 RDD-06 + RDA-06 조합의 아름다운 배음은 이 작은 스피커의 3인치 케블라콘 우퍼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양성식의 파가니니는 넓은 공연장에 울려퍼지듯 녹음 당시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듯 하고, 부드럽게 깔리는 나이론 줄 기타소리의 배음마저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탁월함을 보인다.

나는 바로 전에 작성했던 RDD-1850의 사용기에서 로텔의 소리를 1. 풍성하고 디테일한 배음의 보컬, 2. 차분한 배경, 그리고 3.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저역으로 표현했는데, 이러한 느낌이 RDD-06과 RDA-06 조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양한 조합으로 살펴본 RDD-06과 RDA-06 조합의 소리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풍부한 배음의 자연스럽고 깔끔한 소리" 라고 할 수 있겠다.

RDD-06 DAC만 따로 놓고 들어보면 풍성한 배음의 보컬과 균형잡힌 밸런스가 특징인 DAC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는데, RDA-06과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적당한 스테이징이 더해지고, 저역은 부드러움이, 고역은 깔끔함이 더해져 풍성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중급기나 고급기 조합에 비교해보면 해상도의 부족 등 지적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100만원 초반대의 조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DAC + 인티의 조합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RDD-06과 RDA-06의 조합은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새롭게 출시된 RDA-06 인티앰프는 귀엽고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구어 줄 것이 확실하다.
 


 

Specifications

Continuous Power Output (20-20 kHz, < 0.05%, 8 ohms)
20 watts/channel

Total Harmonic Distortion (20Hz-20kHz, 8 ohms)
< 0.03%

Intermodulation Distortion (60 Hz : 7 kHz, 4:1)
< 0.03%

Frequency Response (+1.0dB, -3dB)
10 Hz - 40 kHz

Damping Factor (20-20,000 Hz, 8 ohms)
120

Input Impedance/Sensitivity
50k Ohms/ 180 mV

Input Overload
> 5.0 V

Speaker Impedance
4 ohms minimum

Signal to Noise Ratio (IHF „'A‰‰ weighted)
96 dB

Power Requirements
USA: 120 Volts, 60 Hz
Europe: 230 Volts, 50 Hz

Power Consumption
100 Watts

Standby Power Consumption
0.5 Watts

Dimension (W x H x D)
200 x 58 x 184 mm
7 7/8 x 21/2 x 71/4 in

Weight
1.57 kg/3.47 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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