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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의 역설적 가능성 - PrimaLuna EVO 100 인티앰프

By Fullrange date 22-04-12 10:32 1 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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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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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음표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소리 차이를 이해하려면 배음(Overtone) 현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앰프의 음색 차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배음이다. 앰프 재생 음의 차이만이 아니라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도 배음의 차이가 원인이다. 소리 파형(Waveform)에서 진동수는 음높이, 진동 폭은 볼륨을 나타내고 진동의 모양은 음색을 나타낸다. 파형은 여러 주파수가 합쳐져 하나의 주파수로 섞인 결과이기도 하다. 여러 주파수가 하나로 합쳐질 때 푸리에 변환 법칙이 적용되는데 간단히 말하면 같은 시간상의 모든 데이터인 각각의 기음과 배음을 하나의 함수 그래프인 복합음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푸리에 법칙에 따라 하나의 복잡한 그래프를 각각의 정현파(Sine wave)로 분리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하나의 소리에 여러 배음이 섞여 있다는 의미이다. 배음과 상대되는 의미로 배음이 없는 음을 순음(Pure tone)이라 하는데 복잡한 모양이 아닌 순수 사인파의 소리이다. 방송국에서 정시를 알리는 시보 음을 생각하면 된다.

악보의 1번 도(Do) 음을 피아노로 치면 2, 3, 4, 5 등의 음이 같이 들리며 이것은 귀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피아노 음색에서 최소한 3번 배음까지는 누구나 명료하게 들을 수 있으며 나머지 음들도 순서대로 약간씩 섞여 있고 그 섞인 비율에 따라 음색이 결정되어 피아노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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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리드 (좌우순)

 

 

홑 리드 악기인 클라리넷은 홀수 배음이 많고 겹 리드 악기인 오보는 짝수 배음이 많은데 그 때문에 음색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배음은 순수한 물리적 현상이다. 피아노 C1 줄을 튕기면 줄 길이 전체가 1초에 65.4번 진동하지만 2분의 1지점(130.8Hz), 3분의 1지점(196.2Hz), 4분의 1지점(261.6Hz) 등으로 나뉘어 동시에 진동한다. 이렇게 줄 길이의 정배수로 나뉜 진동 지점에서 진동은 위의 Hz처럼 배수로 증가되기 때문에 하나의 현에서 소리는 작지만 음높이가 다른 음들이 생긴다. 2분의1 지점이 2배수로 진동하는 옥타브 위의 음(2번 배음)이고 3분의1 지점이 3배수로 진동하는 옥타브 위 5도 음(3번 배음)이다.

오디오 기기의 배음도 물리적 음향의 배음과 똑같다. 오디오 기기에서 홀수 배음이 많으면 소리가 좋지 않다는 말이나 전고조파 왜율(THD: Total Harmonic Distortion)이 적을수록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말도 아니다. 전고조파 왜율이 전혀 없으면 소리로 말해 순음만 난다는 것인데 빈약한 음이 될 수도 있으며 특히 홀수 배음이 절대적 소음이라는 말은 와전된 것이다. 물론 7번 이후 배음이 불협화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8번 배음까지의 짝수 배음에서 6번 배음을 제외한 음은 1번 기음의 옥타브(높이가 다른 같은 음)이다. 이 배음들이 불협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그런 이유로 개성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만 음의 밀도가 풍부한 느낌은 들 수 있다. 홀수 배음인 3번 배음 ‘솔’은 기음부터 완전 5도 간격의 음으로 짝수 배음인 6번 배음과 옥타브만 다른 같은 음이며 어떤 코드에나 비교적 잘 어울린다. 일렉 기타에서는 근음과 5음으로 이루어진 일명 파워 코드를 박진감 넘치는 효과로 흔하게 사용하며 피아노 음에도 3번 배음이 명료하게 들리지만, 그 때문에 피아노를 나쁜 악기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음보다 배음이 많은 트럼펫의 음색은 오디오 분석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면 THD 100% 이상이 된다.

앰프는 개별 악기 소리가 아니라 모든 악기 소리를 함께 재생하며 개별 악기 소리에 이미 배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THD가 없을수록 원본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물리적 배수를 통한 약간의 왜곡이 만드는 개성을 다 나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또한, THD 수치를 맹신할 수 없는 이유는 기본 증폭에서 왜곡이 심한 앰프도 과도한 NFB(Negative Feedback)를 적용하면 THD를 낮출 수 있는데 그렇다고 좋은 앰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진공관 앰프가 배음이라는 왜곡을 어느 정도 가미해 풍부한 느낌의 소리를 만들었다면 THD가 낮은 요즘 트랜지스터 앰프는 상대적으로 얇은 소리가 난다. 초기 마크 레빈슨 앰프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트랜지스터 앰프의 맑은 소리를 내면서도 특별히 두툼한 소리를 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랜지스터 앰프는 진공관 앰프보다 상대적으로 맑지만 얇은 소리를 가졌는데 언제부터 이 문제가 음원 소스의 문제로 전가된 듯하다. 예전 노랫소리는 더빙이 없어도 진공관 앰프에서 두툼한 소리를 내줬는데 요즘은 현대적 앰프에서 목소리가 얇게 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적 엔지니어조차도 가수의 목소리 더빙을 많이 한다. 심지어 메인 보컬 트랙과 똑같이 부른 후 디스토션 혹은 필터를 걸어 소리를 일부러 탁하게 만들고 믹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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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hex Aural Exciter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탁한 소리를 내 풍부한 사운드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 하나의 녹음 테크닉이 되었다. 심지어 스튜디오 장비 중에 보컬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설적인 이펙터로 애픽스(Aphex) 사의 오럴 익사이터(Aural Exciter)가 있는데 이것의 원리는 원래 목소리에 배음(고조파)을 선택적으로 추가하는 것이다. 애픽스 오럴 익사이터는 1975년 도입된 후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 팔렸고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진공관 앰프 시뮬레이터, 테이프 레코더 시뮬레이터 등 세츄레이션(Saturation) 계열 이펙터는 셀 수 없을 만큼 그 종류가 많다. 그러니 소리가 가공된 대다수 음반에서 절대적 원음을 찾는다는 것은 몰라서 하는 말이며 이런 소스를 재생하는 오디오에서도 녹음과 가장 흡사한 소리를 찾는다면 몰라도 역시 절대적 원음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THD가 상대적으로 낮은 트랜지스터 앰프가 완벽하다면 오늘날까지 왜 진공관 앰프가 나오는지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EVO 100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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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maLuna EVO 100 인티앰프

 

 

EVO 100 인티앰프는 프리마루나의 제품라인 EVO 100, 200, 300, 400 중에서 하위 등급인 EVO 100에 속한 인티앰프이다. 크기를 제외한 디자인에서는 상위 라인과의 차이를 찾기가 힘들었다. W 280 x H 190 x D 405mm로 폭은 좁지만 깊이는 플래그십 EVO 400 인티앰프와 똑같으며 무게는 18kg으로 절대 가볍지 않다. 초단에 12AX7, 드라이브 관에 12AU7을 채널당 1개씩 사용하였고 채널당 2개의 EL34를 사용해 푸시 풀 방식의 증폭을 한다.

전면 패널에는 왼쪽에 볼륨 노브와 오른쪽에 인풋 셀렉터가 있으며 인풋 셀렉터 오른쪽으로 헤드폰 단자가 있다. 전면 패널 중앙에는 진공관 예열을 알리는 빨간 LED 인디케이터와 녹색 전원 LED가 있다. 왼쪽 측면에는 전원 스위치가 있고 오른쪽 측면에는 헤드폰과 스피커 아웃을 선택하는 아웃풋 셀렉터 그리고 하이 바이어스와 로우 바이어스를 선택하는 바이어스 스위치가 있다. EVO 100 인티앰프는 출력관을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6L6G, 6L6GC, 7581A, EL34, EL37, 6550, KT66, KT77, KT88, KT90, KT120 등의 관을 사용할 수 있다. EVO 200 이상의 상위 기종에서는 KT150도 사용할 수 있지만, EVO 100 인티앰프에서는 전원 트랜스포머의 용량 문제로 제한되었다. 이렇게 다른 출력관을 사용할 때 관에 따라 바이어스 스위치로 바이어스 전압의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EL34 또는 동급의 진공관은 로우 바이어스, KT88, KT120 또는 동급의 진공관은 하이 바이어스를 선택하면 된다. 뒷면에는 스피커 커넥터, 테이프 출력과 4조의 RCA 입력이 있으며 전원 단자가 있고 리뷰 제품에는 옵션인 MM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포노 입력이 장착되어 있다.

전면 패널은 무광 알루미늄 재질인데 블랙과 실버를 선택할 수 있고 나머지 면은 스틸 재질에 청색 빛이 도는 펄 그레이 색상의 차량용으로 추측되는 도료로 두껍게 마감되어 있다. 진공관 보호 커버는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 블랙 메탈 재질에 옆면이 두꺼운 강화유리로 마감되어 개성 있는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성능과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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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maLuna EVO 100 인티앰프

 

 

프리마루나 EVO 100 인티앰프는 겉보기에 전형적인 진공관 증폭 방식이지만 제작에는 첨단 스마트 기술이 적용되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센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진공관 상태를 모니터하고 바이어스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Adaptive AutoBias) 기술이다. 진공관의 왜곡을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으며 흔히 진공관 앰프가 요구하는 관 매칭을 할 필요도 없고 바이어스 조정 역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출력관에 따라 선택하는 본체 오른쪽 측면의 바이어스 스위치를 잘못 선택해도 큰 우려할 필요가 없다.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 회로에는 튜브가 고장 났을 때 출력 트랜스포머, 저항 및 전원 공급 장치를 보호하기 위해 출력단 보호회로가 함께 내장되었다. 진공관이 고장 날 때 출력관 앞에 있는 빨간색 LED가 점등되며 릴레이가 열리고 앰프가 보호 모드가 된다. 고장 난 튜브를 교체하면 자동으로 원상태로 돌아온다.

일반적으로 EL34 같은 산화물 진공관의 수명은 1,000~4,000시간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오디오 환경에서는 평균 2,000~2,500시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정말 잘 사용하면 10배 이상 수명이 늘어나기도 한다. 많은 진공관 앰프 제조사는 앰프에서 더 많은 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플레이트와 스크린에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데 보통 500~600V를 사용하는 때도 있고 사용 전압을 밝히기를 꺼린다. 높은 전압은 진공관의 수명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프리마루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417V를 사용한다. 또한, 오토 바이어스 기능을 갖춘 대부분 앰프는 캐소드 바이어스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거의 출력의 3분의 1을 열로 소모하는 비효율적 방식이며 진공관의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프리마루나는 이런 상대적으로 낮은 내부 전압과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 덕분에 진공관의 수명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진공관 수명을 연장했다.

실제로 프리마루나의 웹사이트에서는 자신들도 우연한 기회에 확실하게 알게 된 자사 앰프의 진공관 수명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전원을 끄지 않아야 소리가 좋아진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5000시간(6개월 이상) 동안 전원을 끄지 않은 고객이 전원 온·오프 여부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야 한다는 답변을 하고 진공관을 새것으로 교체해주었으며 사용하던 관을 수거해 상태를 확인했는데 90% 이상의 수명이 남았음을 확인하고 수명 연장에 대해 확신하였다는 것이다. 여러 관을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에 의해 잘 작동하는 것을 보면 진공관의 수명 연장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 회로와 낮은 내부 전압 때문에 프리마루나의 제품들은 확실히 기존 진공관 앰프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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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88 진공관

 

 

프리마루나는 전원 트랜스포머와 출력 트랜스포머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는데 권선까지 직접 하는 앰프 제조 업체는 정말 드물다. 진공관 앰프에서 트랜스포머 특히 권선이 앰프의 성능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트랜스포머 덕분에 프리마루나에서 직접 언급하는 것처럼 힘 있고 깊게 떨어지는 베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보통 EL34가 음색의 균형은 잡혀 있지만 저음이 부족하여 KT88 관을 사용하는 때도 더러 경험하는데 EVO 100 인티는 확실히 일반적 EL34보다 저음의 질이 다른 느낌이었다. 필자 역시 진공관이 12개나 박힌 EL34 앰프를 가지고 있는데 두 앰프를 비교해 보니 EVO 100 인티 쪽에서 저음의 양이 더 풍성하며 깊이도 더 깊었다.

프리마루나의 모든 앰프가 헤드폰 앰프를 겸하고 있는데 EVO 100 인티 역시 그러하며 이 헤드폰 단의 성능이 꽤 출중하다. 별도의 OP 앰프 증폭이 아닌 메인 출력관을 사용한 후 헤드폰이 허용하는 수준으로 전력을 낮춘 방식이다. 그러니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헤드폰을 사용할 땐 EVO 100 인티의 자원을 그대로 이용하는 고급 헤드폰 앰프가 되는 것이다.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진공관 헤드폰 전용 앰프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마니아에게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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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maLuna EVO 100 인티앰프

 

 

청음은 오렌더의 N30, 프리마루나의 EVO 100 DAC 그리고 스펜더의 D7.2를 이용해 풀레인지의 청음실에서 진행하였다. 또한, EVO 100 DAC와 EVO 100 인티앰프를 대여해서 자택에서도 청음 해보았다. 마침 테스트 중인 사운드 솔루션의 오버추어 O305F 스피커와 연결하여 들어보았다. 자택에서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면서 성향을 좀 더 파악할 수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EVO 100 DAC와 EVO 100 인티앰프를 함께 연결했을 때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었다. 풀레인지 청음실에서 들은 스펜더 D7.2의 소리가 평소 듣던 소리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된 소리라 EVO 100 DAC와 EVO 100 인티앰프 중에서 좀 더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결론은 두 기기의 시너지 탓이었다. 두 기기를 개별적으로 연결해보면 둘 다 훌륭한 기기라는 느낌이 들지만 두 기기를 함께 연결했을 때 느꼈던 정도의 업그레이드된 느낌은 아니었다.

EVO 100 인티앰프의 특징은 확실히 다른 EL34 출력관을 쓰는 앰프에 비해 저음이 인상 깊다는 사실이다. 좀 더 깊이 떨어지고 양도 약간 더 많다. 그렇지만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탄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EL34 증폭이 음색 밸런스에 가장 무난하다는 의견에 예전부터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EL34는 KT88 계열에 비하면 저음의 무게감이나 박진감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느낌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EVO 100 인티에서는 그런 저음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기에 굳이 KT88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EVO 100 인티앰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진공관을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테스트 삼아 가지고 있던 KT88로 교체하여 들어보았는데 꽤 큰 변화가 느껴졌다. 필자는 예전에 케인의 A88T mk2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기종 역시 EL34와 KT88, 6550을 교체할 수 있었다. 같은 앰프로 출력관을 비교할 수 있었기에 여러 진공관을 비교하며 테스트했던 기억이 있는데 JJ 테슬라 KT88 블루 선별관 보다 저렴한 슈광의 EL34가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KT88은 저음의 양이 늘기는 했지만 뭔가 퍼지는 느낌이 들었고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6550은 KT88의 단점을 더 부각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피커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은 밸런스 좋은 EL34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EVO 100 인티에 저렴한 관인 소브텍의 KT88로 교체했는데 모든 대역의 밀도와 에너지가 증가하며 소리 질감도 좀 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진공관 증폭의 느낌도 조금 더 증가하였다. 스피커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EVO 100 인티를 사용한다면 KT88로 튜브 롤링을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기본 청음은 디폴트로 내장된 EL34 관을 통해 진행했다.

 

 

1982280254_5o0gD3lC_ab71617deff1b98dabf24482092deba05199e121.jpegFourplay - 101 Eastbound
Best of Fourplay 2020 Remastered


EVO 100 DAC와 EVO 100 인티앰프의 시너지는 앞서 언급한 대로 델타 시그마 DAC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조합으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시작 부분의 킥소리는 힘이 있으면서 부드럽고 하이햇 소리는 선명하면서도 날카롭지 않고 푹신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2대의 조합을 분리해서 한 대만 다른 기기를 연결해도 2개를 같이 연결한 조합과 비교하면 밀도에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두 기기의 조합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지만 그 소리를 경험해보면 아쉽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악기의 여음들마저 더 길고 섬세하게 느껴지는데 소리의 연결에서 좀 더 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EVO 100 인티앰프를 연결한 상태에서 DAC만 다른 것으로 바꾸면 EVO 100 DAC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질 만큼 EVO 100 DAC의 존재 가치는 확실했다. 다만 앰프의 진공관을 KT88로 교체해보니 EVO 100 DAC의 부재가 어느 정도 커버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 상태에서도 EVO 100 DAC를 연결하면 다른 기기와는 차별된 매력적인 질감의 재생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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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re


목소리부터 달랐다. 요즘 음악은 진공관 앰프에서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데 EVO 100 인티앰프는 하이브리드 앰프도 아니면서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의 장점만을 취합한 느낌이 들었다. 프리마루나의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와 낮은 내부 전압 운용 시스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점도 어떤 한계를 넘으면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EVO 100 인티앰프는 좋은 점의 정점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구동력과 명료함, 직진성과 넓은 무대의 장점을 다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셀레나 고메즈 보컬의 질감이 부드럽고 실키하다. “스”, “츠” 같은 발음에서 혀와 치아 사이로 공기가 나가면서 나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으면서 선명하고 부드럽다는 말이다. 자세히 들리는데 시끄럽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얇지도 않고 둔하지도 않다. 구동력과 해상도가 좋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스펜더 D7.2이라면 치찰음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EVO 100 인티의 조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운드 솔루션의 오버추어 O305F 역시 혼형 트위터에 26kHz까지 재생하기 때문에 매칭이 좋지 않으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EVO 100 인티와의 매칭이 훌륭했다. 다양한 앰비언트 사운드가 스테이지를 넓고 섬세하게 표현했고 표현하는 공간의 느낌에 음악적 현실감이 느껴졌다. 베이스와 킥 드럼은 풍성하면서 적당한 힘으로 깊이 떨어졌는데 베이스의 서스테인이 길게 끌리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음의 어택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긴 서스테인도 시끄럽지 않았다. 단순 구동력이 아니라 음악적 구동력이 풍부한 느낌이다. 먼 무대의 섬세한 소리 변화에도 예민했으며 곡 후반부의 아카펠라 부분에서 메인 보컬과 보컬을 변조한 보코더 음색이 섞여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보컬은 부드럽고 보코더 음색은 좀 딱딱한 느낌이다. 이런 대조되는 부분의 질감도 섬세하게 재생했다.

 

 

1982280254_xdBelgAc_da273d9e851b7b2ff6e6e5c2adc38913b7ad346a.jpgSchonberg - Verklarte Nacht
Amsterdam Sinfonietta - Brahms Schonberg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가 연주하는 쉰베르크 <정화된 밤>에서 전체적으로 차분하지만, 순간순간 격정적인 스트링 사운드의 묘미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DSD 파일 재생으로 느껴보았다. 현악 6중주의 소편성 곡을 23명의 스트링 앙상블로 해석한 연주이다. 기본 음색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저음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풍성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공연 실황이라 녹음 때부터 가까운 마이크는 없고 앰비언트 마이크로 녹음한 느낌이 들며 그로 인해 현악기의 거친 음색을 적나라하게 들을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고음 하모닉스의 작은 소리도 섬세하게 들을 수 있었고 피치카토의 어택도 잘 표현했다. 전체의 악기가 마치 하나의 악기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 공간이 작지는 않지만 울림이 많지는 않아 음이 선명했고 음향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악 6중주의 날이 선 음색은 아니지만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하며 몽환적인 느낌을 EVO 100 DAC와 EVO 100 인티앰프의 조합으로 잘 그려냈다. 현장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소스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편안하지만 빠짐없이 재생하였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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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maLuna EVO 100 인티앰프

 

 

EVO 100 인티앰프는 진공관 증폭의 장점과 프리마루나의 진공관 회로를 운용하는 설계 기술력이 결합하여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소리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힘과 음악성을 겸비한 소리였다. 진공관을 교체하여 다른 음색을 만드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는데 EL34에서는 충분한 저음이 가미되어 EL34의 한계를 극복한 느낌이 들었고 KT88에서는 좀 더 넓고 힘 있는 소리에 음색의 균형까지 느껴져 다른 KT88 앰프에서 역시 접하지 못한 소리였다. 진공관의 수명까지 늘리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니 1석 3조의 앰프이며 EVO 100 DAC와의 매칭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적당한 감도를 가진 현대적 스피커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Specifications

Power Ultra-linear

40 watts x 2 (EL34) (8Ω, 1% THD)

Inputs

4x Stereo RCA

Outputs

4 & 8 Ω

Stereo RCA Tape Out 1/4"

Headphone

Freq. Response

10Hz-75Hz +/- 3dB

THD

< 0.2% @ 1W < 2% @ Rated Power

S/N Ratio

90 dB (EL34)

Input Sensitivity

260mV (EL34)

Power Consumption

270 watts (EL34)

Standard Tube Complement

2 - 12AX7

2 - 12AU7

4 - EL34

Dimensions (W x H x D)

11" x 7.5" x 15.9"

Weight

39.6 lbs

수입원

웅진음향

가격

370만원

 

 

 

리뷰어 - 차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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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rayhong

    22-04-15 12:15

    참으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글 입니다. 오디오 마니아 라면 꼭 읽어 보아야할 글입니다. 스피커에서 트위터가 음색을 거의 결정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해주기도 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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