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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하나가 되는 능력을 일깨워 주는 - PrimaLuna EVO 100 DAC

By Fullrange date 22-03-17 12:46 0 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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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전 재즈의 전설, 포플레이(Fourplay)

 

 

음악 감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황들은 지속해서 진화 중이다. 여기에는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대중화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음원 리마스터처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필자는 포플레이(Fourplay)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오디오를 테스트할 때 꼭 들어보는 편이다. 그들의 트랙은 연주와 녹음 상태가 좋고 해상도가 높으며 저음에서 고음까지 모든 주파수 대역이 고르게 펼쳐져 있어 몇 소절만 들어도 오디오의 상태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다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1991년에 발매된 1집 <Fourplay> 조차도 연주 음악치고는 마스터링 레벨에서 자연스러움을 살짝 넘어설 정도로 레벨을 올렸다는 점이다. 그렇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컴프레서를 많이 걸어야 한다. 물론 요즘 음악에 비하면 포플레이의 음악이 컴프레서를 많이 사용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컴프레서는 볼륨이 큰 부분은 줄이고 작은 부분은 키우는 효과를 주는 음향 이펙터이다. 현대 대중음악 녹음, 믹싱, 마스터링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가 음반에서 듣는 대부분 가수의 목소리는 녹음할 때부터 마스터링 할 때까지 여러 번 컴프레서를 거친 소리이다. 마스터링 할 때 컴프레서를 많이 걸면 뒤에서 들려야 할 소리까지 앞으로 튀어나와 내추럴한 상태보다 소리는 쨍쨍하지만 반대로 입체감은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1997년에 발매된 <The Best Of Fourplay> 앨범은 1집에 비해 그런 점이 더 과해졌다. 베스트 앨범이라 모든 곡이 리마스터 되어 수록되었는데 CD의 최고 레벨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전체적인 레벨을 키웠으니 컴프레서 효과를 좀 더 키운 것이다. 그런데 13년이 지난 2020년에 <The Best Of Fourplay>가 리마스터 되었는데 소리의 레벨을 ‘Bali Run’이란 곡으로 비교해 보니 평균(RMS) 레벨은 1991년의 1집과 1997년의 <The Best Of Fourplay> 중간 정도 되지만 소리의 최고(Peak) 레벨은 오히려 1집보다도 덜한 정도가 되었다.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2020년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소리의 크기보다는 음향의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스터링 단계에서 컴프레서의 사용을 줄인 것이다. 물론 각각의 음색들도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데 베이스의 이미징이 특히 좋아졌다. 참고로 2021년 말에는 포플레이 1집의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되었는데 이 앨범의 ‘Bali Run’은 2020년의 <The Best Of Fourplay> 리마스터 앨범과 완전히 같다. 포플레이 리마스터 앨범 2장은 CD로 발매되었지만, LP도 역시 발매되었고 두 앨범의 리마스터는 특히 LP 발매를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음반들이 더 좋은 소리의 LP로 발매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며 사운드 트렌드에서 아날로그 소스를 지향점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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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만 반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

 

 

프리마루나(PrimaLuna)는 가성비 좋은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오디오 브랜드이다. 올해로 72세인 창업자 헤르만 펀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은 프리마루나 창업 훨씬 전인 1975년부터 오디오 유통사인 뒤롭 오디오(Durob Audio)를 창업하여 크렐(Krell),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 콘라드 존슨(Conrad Johnson), 코플랜드(Copland), 다즐(DartZeel), 윌슨오디오(Wilson Audio),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 프로악(ProAc), 오디아 플라이트(Audia Flight), 비엔나 어쿠스틱스(Vienna Acoustics) 등 여러 브랜드를 유통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 단지 자국 내에서만 유통한 것이 아니라 유럽 각지에 유통하여 여러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했다. 또한, 역시 자신이 유럽 전역에서 유통하던 일본의 초고가 명품 고에츠(Koetsu) 카트리지에서 영감을 얻어 뛰어난 음질로 명성을 얻은 키세키(Kiseki; 기적의 일본어) 카트리지 브랜드를 직접 탄생시켰다. ‘奇跡’이라는 단어가 일본풍 필체로 음각되어 일본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고, 실제로 일본의 기술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헤르만 펀 덴 둥엔 氏가 직접 청음 하며 제작한 제품이고 후에 키세키 톤암까지 제작했다.

창업자가 이렇게 수많은 하이엔드 급 제품을 유통하고 카트리지와 톤암 등 아날로그 관련 제품을 런칭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 프리마루나의 제품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키세키 카트리지를 만들 때부터 꼭 지켜야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고에츠 카트리지보다 성능은 좋으면서 가격은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성향은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성능에 더 낮은 가격으로 키세키 카트리지를 만들어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최고의 제품들을 유통하지만 자체 브랜드에서는 높은 가성비를 추구한다는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이 프리마루나에도 똑같이 스며 있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실제 제품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프리마루나는 2019년 자사 모든 라인의 모델 변경을 감행하였다. 2003년 창업 때부터 유지했던 프롤로그(ProLogue) 시리즈와 포놀로그(PhonoLogue) 그리고 2006년 런칭한 디알로그(DiaLogue) 시리즈의 여러 모델을 EVO(Evolution) 시리즈로 교체했다. 하위 모델부터 EVO 100, 200, 300, 400으로 나가며 오늘 리뷰하는 EVO 100 DAC는 하위 라인이기는 하지만 모든 라인을 통틀어 유일한 DAC이며 진공관을 사용한 DAC이다.

진공관이 들어간 DAC는 초저가부터 하이엔드까지 종종 접할 수 있지만 그래도 트랜지스터 증폭에 비하면 제품의 종류는 매우 한정적이다. 진공관 DAC의 기본적인 원리는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변환된 신호를 라인 레벨로 증폭하는 과정에서 트랜지스터 대신 진공관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EVO 100 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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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100 DAC는 W 279 x H 191 x D 404mm의 크기에 13kg의 무게로 아담한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무거운 느낌이다. 전체적인 모양은 소스기라기보다는 앰프라고 착각할 만하며 실제로 EVO 100 인티앰프와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이다. 전면에는 2단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위는 소스 입력 아래는 샘플레이트를 표시한다. 디스플레이 왼쪽에 AES/EBU, 코엑셜, 오른쪽에 옵티컬, USB 총 4개의 입력 선택 버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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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RCA 출력과 AES/EBU, 코엑셜, 옵티컬, USB 디지털 입력 그리고 전원 인렛 단자가 있다. 전원 스위치는 측면에 있고 전원을 켜면 60초의 예열 시간이 필요하며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대기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견고한 리모컨이 있고 입력 선택과 뮤트, 디스플레이를 설정할 수 있지만, 전원 버튼은 없으며 전원 온·오프 시 본체의 전원 스위치를 이용해야 한다. 듀얼 모노 방식의 EVO 100 DAC는 채널마다 GZ34/5AR4 정류관과 ECC83/12AX7 증폭관 그리고 ECC82/12AU7 버퍼관을 사용하였다. 5AR4 정류관 옆에는 평활용으로 450V, 470㎌의 고용량 니치콘 커패시터가 장착되어 있다. 진공관 정류 전원 공급 장치는 DAC 내부에 있는 11개의 개별 전원 공급 조절 회로에 전원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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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100 DAC는 TI의 PCM1792A DAC 칩을 장착하여 PCM 24bit/192kHz와 DSD128까지 지원하며 역시 TI의 SRC4192 비동기 샘플레이트 컨버터 칩을 사용하여 입력 신호를 항상 업샘플링 한다. 특이한 점은 클록의 오실레이터에 러시아제 미니 3극관 6S6B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SuperTubeClock으로 명명된 진공관 방식 클록은 오디오에서는 세계 최초의 시도이다. 진공관 설계 때부터 군용 전투기인 미그기와 수호이기의 항공 전자 장치를 제어하기 위한 오실레이터 회로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미니 3극관 6S6B은 자체 소음이 없고 매우 선형적이라 이상적인 발진 파형을 만들어낸다. 또한, 10년 정도의 긴 수명을 자랑한다. 오실레이터에서 만들어진 초당 2천4백5십7만6천 번의 사인파를 사각형 구형파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이때 사각형 파형의 측면 기울기가 직각에 가까울수록 지터가 끼어들 틈이 없기에 지터의 양은 기울기와 반비례하여 줄어드는데 진공관에서 선형적으로 만들어진 발진 파형과 프리마루나의 고주파 변환 기술로 인해 직각에 가까운 구형파를 생성할 수 있었고 구조적으로 지터를 배제한 진공관 클록을 탑재할 수 있었다. 전원부에는 주문 제작한 대형 트로이달 전원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여 험과 전자기 노이즈를 낮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고 AC Offset Killer로 명명된 전원 필터로 변압기 소음을 낮출 수 있었다.

 

 


 


청음

 

 

청음은 오렌더의 N30, 프리마루나의 EVO 100 인티앰프 그리고 스펜더의 D7.2를 이용해 풀레인지의 청음실에서 진행하였다. 또한, 좀 더 자세한 비교 청음을 위해 자택에서도 청음 하였다. 전반적 소리의 성향에서 음색 밸런스는 피크나 딥 없이 적당하며 중음의 밀도가 상당히 높아 소리 깊이의 레이어가 잘 느껴지고 힘이 좋은 느낌이었다. 인티앰프의 출력 관이 EL34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의외로 재생되는 소리의 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앰프에서도 트랜지스터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특히나 스펜더 D7.2의 경우 클래식 시리즈나 A시리즈에 비해 소리가 두껍지 않으면서 예민하고 섬세한 느낌인데 그런 D 시리즈에서 섬세함을 유지하면서도 꽤 두툼한 재생을 해주었다. D 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밀도감이었다. 그렇다고 고음의 해상력이 떨어지거나 저음이 퍼지는 느낌도 없었다. EVO 100 인티앰프의 성향에서도 힘이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EVO 100 DAC를 다른 앰프, 다른 DAC와 연결하여 비교해 본 결과 확실히 자체 출력의 힘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68 DAC가 내장된 SPL의 신형 포니터 X 헤드폰 앰프에 EVO 100 DAC를 연결해 보았는데 내장된 DAC 출력보다 45도 정도 볼륨을 올려야 EVO 100 DAC와 소리의 크기가 같아졌다. 소릿결만 좋고 출력이나 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1982280254_8ZwTl1vO_c859d8db2e4a585e49e90b2a5ba151ddb8756cd3.jpeg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The Concert In Central Park


필자는 특히나 라이브 음반은 진공관 앰프로 들어야 제맛이라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다. 라이브 음반에서 음악은 그렇다 쳐도 현장감을 살리는 박수 소리와 함성이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면 자칫 소음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라이브의 열기로 둔갑한 자연스럽지 않은 소음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느낀다. 다행히 이 음반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 모인 50만 명의 온기가 잘 느껴지는 음반이다. 고등학교 시절 어렵게 오리지널 LP를 구해 수 없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후에 CD로 이 음반을 듣고는 늘 들어오던 그 생생함의 느낌을 느낄 수 없어서 정말 가끔 LP로만 들었던 기억이 있고 요즘도 사실 그러하다. EVO 100 DAC에서 재생하는 소리는 LP 재생과 흡사한 느낌으로 필자가 원하는 그 느낌이었다. LP와 CD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운드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날로그는 파형이 진동할 때 소리가 커졌다가 확실하게 작아지는 느낌인데 디지털은 커졌다가 작아지지만, 그 감소하는 폭이 아날로그에 비해 작은 느낌이다. 진동이 사라질 때 완전히 작아지지 않는 느낌이고 작은 소리에서도 뭔가 드러나지 않은 소음이 있는 느낌이다. 즉 수치가 아닌 체감상의 다이나믹 레인지에서 아날로그의 소리 폭이 훨씬 큰 느낌이다. EVO 100 DAC는 디지털 소스에서도 그러한 아날로그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내주었다. 워낙 큰 야외 공연이라 악기 소리가 멀리 있는 스피커에서 메아리쳐서 들리는데 특히 킥 드럼의 원음에 꼬리가 붙은 메아리 소리마저 두툼한 울림으로 현장감을 더했다.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에서는 진공관 특유의 부드럽고 질감 있는 매력적인 보이스를 느낄 수 있었으며 역시 야외 공간의 에코를 통해 현장의 생생함을 잘 느낄 수 있었다.

 

 

1982280254_x1UWakYt_67a7b6d6c20282e50a6cd97fb1a8bc51fcc62692.jpegKeith Jarrett - My Song


음악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사운드를 예민하게 느껴서 되는 것만은 아니고 특별한 공감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EVO 100 DAC는 그러한 공감 능력을 끌어내고 있다. 음악을 들었을 때 음원이 표현하는 시간과 장소에 와 있어서 음악과 하나가 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것을 느낄 때는 분석을 잊게 만드는데 그런 오디오라면 필자에게 만족스러운 오디오이다. 브러시로 연주하는 라이드는 작은 볼륨이지만 톤의 뉘앙스와 연주의 예민함을 섬세한 소리로 표현한다. 진공관 증폭이지만 역시 해상도에서 빠진다는 느낌 없이 연주의 디테일을 그려냈다. 곡 전체에서 몇 번 나오지 않는 브러시로 연주하는 스네어는 중음의 밀도 덕분으로 울림과 어택이 생생하여 옆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볼륨을 줄여 보았는데 낮은 볼륨에서도 진공관이 아닌 DAC에 비해서 훨씬 더 생기 있는 재생 음을 들을 수 있었다.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는 무게감이 실려 있지만 선명한 소리였고 피아노의 다이나믹은 그 레인지가 꽤 크게 느껴졌다. 작게 연주하는 부분과 크게 연주하는 부분의 극적인 차이가 매우 잘 느껴져서 순간순간 숨을 죽이며 들을 수밖에 없는 집중력을 일으켰다. 이 음반도 LP로 가끔 듣는 음반인데 LP를 듣는 느낌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일반적인 DAC에 비해서 LP와 흡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날로그 소스보다 조금은 평면적이며 깊이가 덜한 디지털 소스에 EVO 100 DAC는 확실히 감칠맛을 더하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1982280254_9Vw3ja4g_d1892c330125dea7929a2772d896a79963482e10.jpegTomas Denenga – Bach Cello Suite No. 1 G Major

스위스의 첼리스트 토마스 데넨가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하면서 절제된 감정으로 담백하지만 기교를 더해 약간은 빠른 속도로 연주하고 있다. 필자에게 좋은 오디오는 좋은 사운드를 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작곡이나 연주의 느낌과 감동까지 전하는 매개체여야 한다. 토마스 데넨가의 연주를 들으며 이 연주자가 바흐의 의도대로 연주하기 위해 쏟아붓고 있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멜로디보다는 아르페지오 연주 위주의 작곡 특성상 감정을 많이 넣어 뭔가 로맨틱하게 들린다면 그 또한 바흐의 의도는 아닐 것이다. 감상 결과 단순히 연주를 잘하거나 소리가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바흐의 의도대로 곡을 해석하기 위해 오랜 시간 들인 정성이 소리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관념적 해석을 좀 더 객관적으로 서술하자면 아마도 중음의 해상도와 밀도, 질감 등으로 인해 음악적인 뉘앙스를 좀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활을 꽉 눌러서 연주하지 않고 적당한 장력으로 연주한 것이 느껴지며 그것이 과도한 감정을 싣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미샤 마이스키나 요요마 등의 연주가 상대적으로 좀 더 감정이 실린 것으로 느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게 좀 더 담백한 연주이고 그 결과로 첼로 자체의 음색 역시 담백한 편이지만 전체적 사운드는 재생되는 소리에서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울림이 가득했고 그 공간의 느낌을 잘 그려냈다. 눈을 감으면 청음실이 아닌 바로크 시대의 울림이 많은 교회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으며 천장의 높이가 그려졌다. EVO 100 DAC는 특유의 표현력과 생생한 음으로 공간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으며 감상자에게 음악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1982280254_caONAdV2_08fcdcff7a4cb6cebf285b83d53a29ab1af347e7.jpegFourplay - Bali Run
2021 Remastered

이 트랙의 청음은 최근에 발매된 리마스터 버전으로 진행했다. LP로 들어보고 싶었으나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고 CD 리핑 파일을 통해 재생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마스터 버전의 다이나믹이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특히 베이스 음색의 디테일이 더 살아있었다. 재생하는 소리는 기본적으로 넓고 힘이 있었으며 포플레이 특유의 섬세함을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들려주었다. 진공관 DAC의 소리 특성 때문인지 평소 듣던 느낌보다도 좀 더 여유로운 느낌이고 음과 음 사이가 더 자세하게 들렸다. 진공관 DAC라고 부드럽기만 한 느낌은 아니며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일반적인 델타 시그마 DAC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하이브리드 계열 앰프를 사용할 때처럼 진공관의 음색과 함께 힘도 충만한 소리였다. 소스의 명료함이 좋을수록 아날로그와 흡사한 정도도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베스트 앨범 트랙과 비교하면 할수록 리마스터 버전이 정말 LP와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었고 들리지 않던 부분에서 디테일이 살아나며 자세한 입체감을 느꼈다. 베스트 앨범과 리마스터 앨범 두 트랙 사이의 감흥 차이가 다른 DAC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기대보다 사소한 차이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해상도와 표현력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넘어 감상의 재미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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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의 EVO 100 DAC는 진공관을 사용하여 힘 있고 매력적인 음의 질감을 잘 표현해냈다. 확실히 일반적인 DAC에서 들을 수 없는 진공관 특유의 배음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외관을 제외한다면 진공관이라 어쩔 수 없는 특별한 단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EVO 100 DAC로 음악을 들으면서 현재의 청취 공간이라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서 음악이 들려주는 바로 그 시간과 장소로의 공간 이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내내 EVO 100 DAC는 진공관 타임머신이 되었다.

 

 

 

Specifications

DSD (USB)

DSD (other inputs)

DSD64-DSD128 (DoP)

DSD64 (DoP)

Inputs

USB

AES/EBU

Coax

Optical

Outputs

Stereo RCA

PCM(all inputs)

16bit-24bit

44.1kHz-192kHz

24bit/192kHz

Upsampling

TI (Burr Brown)

SRC4192

Dacian

TI (Burr Brown)

PCM1792A

Tube Complement

2 - 12AX7

2 - 12AU7

2 - 5AR4

Dimensions (W x H x D)

27.9 x 19 x 40.3(cm)

Weight

13kg

수입사

웅진음향

가격

450만원

 

 

리뷰어 - 차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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