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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자비안 Delizia - 트렌드에 잊혀진 행복의 발자취를 더듬다

By Fullrange date 14-07-30 18:09 0 7,720




 


오디오 시장의 흐름을 짚고 짚어 따라 흘러가다보면 어느새 ‘현대적’ 이라는 단어에서 멈춰 서게 된다. 현대적인 감각, 현대적인 성향. 대부분의 트렌드 포인트가 시각에 맞춰져있다 보니 가끔씩 ‘아. 소리에도 트렌드가 있구나.’ 하며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다가 청음실 의자에 앉아 문득 플레이어에 담긴 곡들을 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내가 언제 유행 따라 곡을 들었던가?’

시각으로 보고 느끼는 미적 포인트와 트렌드는 사회의 의식주를 연구하고 반영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십중팔구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청각적인 트렌드는 사회 내 고려사항일 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없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대에건 트렌드는 존재했다, 클래식, 재즈, 팝 등 모든 장르들은 한 번쯤 트렌드로 존재했다. 그리고 이들은 기존 시대의 음악들과 명확한 음악적 차이를 가졌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청자는 이를 두고 ‘트렌드에 벗어나는 음악이야.’ 쉬이 말하지 않는다.

다시 오디오 시장으로 돌아와 가볍게 눈을 굴려보니 ‘현대적’ 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많이 보일 수 없다. 아마 이 단어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는 과학일 것이다. 음악을 최고의 상태에서 원음 그 자체로 듣기 위해 많은 제작사들은 과학을 근거로 지금의 스피커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는 분명 스피커 기술의 발전이며 괄목할만한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현대의 스피커 트렌드가 과거에 놓고 온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 감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몰라 냇 킹 콜의 모나리자를 틀어놓고 시간을 거슬러 가다보니 어느 즈음엔가 아쉬움을 느끼고 눈을 떠보면 현대적인 트렌드로 가득 찬 청음실 한 편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앞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작은 수단이 찾아왔다. 현대적인 감각의 색을 입고서.
그것은 자비안의 플로어스탠드 스피커, 델리지아였다.









델리지아는 Dolce Musica 라인업의 플로어스탠드이다. 이 라인업은 자비안 최초의 입문형 스피커들로 공식 홈페이지의 사진 자료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존 작품들과 영 딴판인 색상에 생뚱맞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이 작은 변화가 입문형 라인업을 지나 이후 모습을 드러낼 모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입문형 라인업의 플로어 스탠더 타입, 델리지아에는 어떤 가능성이 숨어있을지. 이 글을 빌어 작은 변화의 시작을 들춰보았다,



 


델리지아를 처음 보면 꽂히는 것은 역시 색상일 것이다. 기존 자비안의 모델은 원목 그대로의 색상을 유지하여 클래식한 디자인을 품고 있다. 하지만 델리지아가 속한 Dolce Musica의 제품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색을 갖고 있는데 델리지아 역시 원목 무늬의 베니어판에 바로 마감 색상을 칠함으로써 색감과 질감 모두를 잡은 모던한 느낌을 준다. 현재 한국에서는 비안코, 오크, 웬지, 메탈로, 네로 이 5가지 색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같은 라인업의 본보너스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모양새에 금방 눈치를 챌 것이다. 본보너스와 다른 점이라면 미드-베이스를 담당하는 5.25인치의 페이퍼 콘 드라이버가 1개 추가되어 총 2웨이 3스피커 구성이 되었다는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3스피커 플로어 스탠더들이 하단에 드라이버 유닛을 모아놓는 것과는 달리 위상 일치를 위해 트위터를 중간에 두는 가상 동축 구조를 취했다는 점이다. 덕트 또한 본보너스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후면 덕트가 아닌 전면 덕트 구조를 취하고 있어 저음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후면 공간에 대한 제약이 덜해 설치 시 다른 플로어 스탠더에 비해 컴팩트한 크기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보너스와 다른 점은 본보너스가 컴팩트한 음형과 민첩한 속도를 위해 작은 지름의 듀얼 포트 방식을 택했다면 델리지아는 그보다는 한결 큰 싱글 포트 방식을 취해 단단함과 민첩함 보다는 풍성하고 스케일이 큰 저음이 재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적으로 청음을 해볼 차례다. 우선 네임 네이트 5si와 매칭을 해보았다. 소스기기로는 오디오랩 Q-DAC을 USB케이블로 맥미니에 연결한 후 푸바를 실행시켰다.



 




첫 곡으로는 낫 킹 콜(Nat King Cole)의 '모나리자(Mona Lisa)'를 틀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호소력 짙은 현장감이다. 보컬의 목소리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목질감이 살아있는데 마치 낫 킹 콜이 살아있던 그 시절 날것의 느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매칭이었고 앞서 말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사실 델리지아와 네이트 5si의 만남은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델리지아의 큰 입자와 중저역대의 풍성함, 네이트 5si의 남성적이고 거친 부분이 어우러지면 소리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소리의 밸런스를 맞춰보기로 했다. 해서 상대적으로 입자가 곱고 밸런스가 잘 맞는 어큐페이즈 E260 인티앰프를 연결해보았다.








첫 곡으로는 이글스(Eagles)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nia)'를 틀었다. 우선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프트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입자까지 큰 편이라 여유까지 느껴진다. 이러한 탓에 도입부 기타의 테크니컬한 연주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과 다르게 반응 속도도 적당하다. 민첩한 느낌은 아니지만 음을 잘 따라가며 늘어지지 않는다. 중저역대의 풍성함이 인상적인데 특히 북의 울림이 사뭇 웅장하다. 스테이징은 한정된 공간이 눈 앞에 그려지는데 보컬의 위치가 조금 뒤로 들어간 느낌이 들어 정보량이 많거나 섬세한 음이 나올 때 부드럽고 풍성한 성향과 합쳐서 보컬의 목소리가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이징에서 보컬의 위치가 깊고 작은 드라이버임에도 중저음의 소리가 풍성하다는 걸 알았을 때 아델(Adel)의 '터닝 테이블(Turning tables)'을 선곡하자 마음을 먹었다. 역시 소리는 포근하다. 여기서 크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스피커의 배치이다. 이 곡은 보컬의 성량만이 아니라 악기도 앞으로 부각되는 편이라 한정된 스테이징 안이라면 스피커의 성향 상 소리가 뭉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피커 간격을 2.5미터 정도 벌리고 안으로 기울여놨던 각도를 좁히자 비로소 무대 내 정위감을 그려낼 수 있었다.






스피커의 성향상 델리지아는 자신이 재생할 곡을 분명히 가리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시간을 타고 올라온 현재에는 어떤 곡이 델리지아의 사랑을 받을까.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키드 A(Kid A)'를 들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 곡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중저음의 기계음이 델리지아의 거대하고 풍성한 중저음과 만나 그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앞서 보컬의 위치가 조금 깊게 들어간다고 언급했는데 이 곡의 특성상 보컬이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나와 소리를 만든다. 몽환적인 곡이라 배경음악 깔 듯 감상하곤 했는데 오랜만에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텔레팝뮤직(Telepopmusic)의 '돈 룩 백(Don't look back)' 역시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 중앙의 보컬이 약간 뒤로 들어가고 기타 기계음이 좌우에서 스피커의 위치를 감지시키며 하지만 풍성하고 소프트한 터치로 몽환적이게 표현해준다. 델리지아의 풍부한 중저역 특성이 이런 장르에 상당히 잘 맞는듯하다.








서문에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다. 이러한 점은 특히 입문형에서 두드러진다. 입문기에 추천하는 스피커들을 한 번씩 들어보면 대부분 소리에서 추천하는 시기의 트렌드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비안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감미로운 음악, Dolce Musica의 델리지아는 생김새로만 보기엔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속은 부드럽고 풍부하며 옛 향수처럼 정겹다. 청음이 끝난 이후에도 마저 음악을 감상하며 델리지아에 대해 검색해보니 이탈리아어로 ‘기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감상을 마치는 이 시간까지 생각해 보건데, 내 음악적 기쁨 역시 트렌드를 따라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델리지아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내 오랜 기쁨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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