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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발론 Transcendent - 벌거벗은 음악의 초상(肖像)

By Fullrange date 13-12-10 19:22 0 9,255

 
 



 
 

 

Porologue 


우리는 우리가 항상 듣고 음미하며 열광하는 음악의 제작과정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콘서트 실황을 듣는 것이 아닌 하이파이 시스템을 통한 ‘재생음’에 관해서 말이다. 실황을 녹음한 라이브 음원이든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스튜디오 앨범이든 모든 음원은 일단 마이크를 통해서 녹음되어 파일 등의 매체에 녹음되고 우리는 그것을 감상한다. 그러나 가끔 오류를 범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레코딩 음원을 들으면서 실황의 그것을 잘못 인지한다는 점이다. 어떤 오디오 평론가는 오케스트라 녹음을 듣고는 ‘마치 예술의 전당 S석에서 소리를 듣는 듯하다’ 라는 말을 부끄럼 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그 녹음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수석 바이올린, 첼로 등 실제 무대 위에 설치한 마이크로 녹음한 것이다. S석과는 꽤 많이 떨어진 스테이지 위에서 마이크가 듣고 레코딩된 음원이다. 이것을 믹싱과 마스터링 과정에서 많은 손질을 거쳐 음원으로 제작되기에 이르지만 실황과 재생음의 차이는 이렇듯 태생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실연과 녹음에의 인식에서 나타나는 오류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사람만을 탓할 것도 아닌 것이 우리가 듣는 재생음을 ‘연주’하는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과 성격 그리고 세팅과 룸 어쿠스틱에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각 악기를 각각의 레코딩 룸에서 레코딩한 뒤 그 여러 채널을 투 채널로 믹싱하고 마스터링 과정을 거치는 등 일반 대중이 듣는 음악은 이미 엔지니어의 기준에 따라 실연을 재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를 레코딩 원본과 그 음악을 연주한 뮤지션,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을 실행한 엔지니어와 전체 프로듀서의 의지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라면 우선 그에 맞는 하이파이 시스템과 세팅, 룸 어쿠스틱 환경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하다. 
 

 







Setting & Room Acoustic
 

▲ Prolifemo, Phemo Helmholtz 레조네이터
 

십년간 스피커 제작에 몰두해온 하이파이 메이커가 있다. 바로 아발론 어쿠스틱(Avalon Acoustic)이 그들이다. 80년대 아발론 어쿠스틱이 하이파이 스피커 씬에 처음 등장했을 때 평단과 오디오파일의 반응은 센세이셔널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스피커 디자인을 완벽히 뒤엎은 인클로져 디자인부터 파격이었고, 또한 아발론 스피커들이 들려준 사운드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음원 소스에 저장된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물론 이러한 ‘아발론 사운드’를 제대로 즐기는 데엔 중요한 전제가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바로 스피커 세팅과 룸 어쿠스틱 환경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항상 아발론 스피커들의 매뉴얼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스피커의 퍼포먼스를 최대화하기 위한 브레이이크인 타임, 스피커 위치, 토인각 외 1차 반사지점 설정 외에 룸 어쿠스틱에 대한 처리 등에 관한 가이드 부분이다. 


 


 





▲아발론 어쿠스틱이 인증한 아발론 스피커 세팅 시스템
 


아발론은 이러한 스피커 세팅과 룸 어쿠스틱에 대한 리소스를 ‘Acoustica Applicata' 라는 룸 어쿠스틱 전문 회사와 공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아발론은 그들이 고안한 DaaD 룸 어쿠스틱 시스템 외 Prolifemo, Phemo Helmholtz 등 일종의 레조네이터의 미국 디스트리뷰터이기도 하다. 한편 Acoustica Applicata 는 아발론의 공식 디스트리뷰터로서 아발론이 공식적으로 인증한 레퍼런스 시스템을 자사의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참고하길 바란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공간 음향 이론에 근거해 룸 세팅에 대한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으며 특별한 룸 어쿠스틱 테스트 드라이버도 제공하고 있다.







Neil Patel's Avalon Acoustics

이처럼 아발론의 공간과 음향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깊고 디테일하다. 이는 설립자 찰스 한센의 기여도 컸으나 실제로 현재의 아발론이 있기까지는 현역 아발론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닐 파텔의 역할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86년 찰스 한센과 밥 그럽 등 두 명에 의해 미국 하이엔드 업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콜로라도 볼더에서 설립된 아발론은 한 때 제프 롤랜드와 지분을 양분하며 종합 하이엔드 메이커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이후 닐 파텔이 아발론을 인수했고 공동 소유주였던 제프 롤랜드는 스피커 메이커와 공생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으로 아발론의 지분을 포기하게 된다. 자연히 닐 파텔은 나머지 지분까지 인수하며 독립적인 스피커 전문 메이커로 다시금 거듭나게 된다.  


 



▲ 트랜센던트 (프리미엄 우드 마감 버전)


아발론의 첫 번째 모델은 어센트(Ascent) 라는 모델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인클로져를 인클로져 밖으로 분리해 설계한 것으로 스피커 설계의 지평을 넓혔으며 이클립스(Eclipse), 아바타(Avatar) 등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만들어 그 지지층을 넓혀갔다. 초창기 아발론을 대표하는 오시리스(Osiris)라는 초대형 레퍼런스 플래그쉽 스피커가 탄생한 것도 이 때였다. 이후 센티널(Sentinel), 에이들론(Eidolon), 오퍼스 세라믹(Opus Ceramic) 등으로 그 유전자를 이어나가며 아발론은 그들의 이상을 더욱 더 견고히 실현시켜나갔다. 그리고 유닛의 발전과 함께 아발론은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을 다시 내놓게 되는데 그 시발점이 된 것은 바로 아이시스(Isis) 개발 프로젝터였다. 아이시스 출시을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은 굉장히 광범위한 것이었다. 새로운 틸&파트너의 아큐톤 세라믹 드라이버 채용과 인클로져 디자인, 크로스오버 네트웍 설계 등 기존의 아발론 스피커에 일대 변혁을 만들어냈다. 아이시스의 개발단계에서 도출된 여러 기술과 노하우는 비로소 여러 하위 라인업들을 탄생시키는 원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현재 아발론 카다로그 중 아이시스를 포함해 타임(Time), 그리고 콤파스(Compas), 인드라(Indra), 트랜센던트(Trascendent) 등이 그것이다. 그 중 트랜센던트는 바로 아이시스와 타임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물려 받은 모델로서 현재 아발론 스피커 중에서는 이데아(Idea)와 함께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Transcendent 

트랜센던트(Trascendent)는 아발론의 모든 모델들이 그렇든 마치 다이아몬드를 깎아 만든 보석 같은 인클로져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아발론이 스피커를 내놓은 이래 수많은 메이커와 DIY 제작자들이 아발론 디자인을 카피하곤 할 정도로 유명해진 바로 그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겉으로 멋있어 보이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 아니다. 이것은 유닛에서 방출된 사운드의 방사 패턴이 180도에서 360도까지 아주 자유롭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계산된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것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와 시소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지구상의 어떤 스피커와도 다른 아발론만의 입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 트위터 : 25.4mm Concave Ceramic Neodymium 
 

 
드라이버를 살펴보면 1인치 역돔 세라믹 네오디뮴 트위터가 맨 상단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7인치 노멕스/케블라 우퍼 두발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다. 케블라를 입히고 허니컴 구조로 제작된 이튼의 7인치 우퍼 7-375 헥사콘은 과거 구형 이튼 우퍼에 비해 훨씬 더 단단하고 가벼운 진동판으로 진보된 형태다. 기존 이튼 우퍼에서 볼 수 있었던 소프트 콘 캡 대신 단단한 알루미늄 캡이 적용되어 있는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뒷면을 보면 종종 에어(Ayre) 등의 앰프에서 볼 수 있는 카다스(Cardas) 바인딩포스트가 보이는데 스피커 케이블 접속력이 일반 단자에 비해 굉장히 높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한 점은 어디에도 포트가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스피커의 바닥면에 포트가 마련되어 있다. 아발론에서 설명하기로는 이것은 일반적인 포트가 아니라 스피커에 상당히 커다란 다이네믹 레인지의 음악신호가 들어왔을 때에만 우퍼 쪽 에너지를 방사시켜주는 일종의 벤트(Vent)라고 한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트랜센던트는 위상반전형(Bass reflex) 타입이라기보다는 밀폐형에 더 가까운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단 지지와 바닥과의 공간 확보를 위해 아발론에서는 Apex Couplers 라는 일종의 스파이크를 제공해 삼점 지지하게끔 설계했다.



 



▲ 트랜센던트 스피커 하단의 Vent 와 Apex Couplers


스펙을 살펴보면 공칭 임피던스 4옴에 88dB인데 그 재생 주파수 대역이 저역은 26Hz에서 고역은 25Khz 까지 커버한다. 구형 아발론 라인업에 비하면 그 대역이 굉장히 넓어진 것으로 딥베이스에서 초고역까지 재생하는 말 그대로 ‘풀레인지급’ 스피커에 포함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105cm 의 키는 옆에 서있는 인드라(Indra)와 별 차이가 없는데 놀랄만한 점은 무게가 44kg 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겹으로 구성된 MDF 가 원목 마감 안을 감싸고 있기 때문인데 각 드라이버 및 인클로져를 완벽히 통제해 어떤 공진이나 위상 변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것이다. 내부를 채우고 있는 아발론의 독자적인 댐핑 소재 또한 같은 이유 때문이다. 



 



▲ 미드& 베이스 우퍼 : 178mm Nomex/Kevlar Composite Cone 

 

시청은 크렐 팬텀 프리앰프와 에볼루션 302e 앰프, 그리고 에소테릭 P-02 트랜스포트와 D-02 DAC 그리고 G-01 클럭 제너레이터가 사용되었다. 아발론의 매뉴얼을 참조해 스피커 위치와 토인을 조정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으나 이내 스윗 스팟을 잡고 전체 스테이징 사이즈를 공간에 맞게 세팅할 수 있었다. 특히 뒷벽과의 거리는 충분히 띄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수이며 1차 반사점에서 청취자까지의 거리가 스피커로부터 청취자의 거리보다 길어야한다는 것이 아발론 스피커 세팅의 가장 기본적인 골자라는 걸 파악하고 조정해야한다. 그래서 스윗 스팟을 청취자 위치에 맞추기 위해선 옆벽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있더라도 뒷벽과의 거리는 상대적으로 더 길게 벌려줄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핵심적인 내용은 아발론신형 라인업들은 대부분 유닛 주변에 펠트 소재의 어퓨저가 장착되어 있는데 항상 장착한 상태로 청취하기를 권하며 이 뿐만 아니라 그릴 또한 장착한 상태로 음악을 듣기를 권하고 있다. 독특한 소재의 펠트 재질 어퓨저, 그리고 유닛 부분 외엔 두터운 섬유로 채워 넣은 그릴 등 이 모든 것은 유닛 주변의 전면 배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회절 등 여러 주파수 변형을 컨트롤하기 위한 일종의 레조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 청음에 사용한 트랜센던트 스피커


청음은 크렐 에볼루션 302e 파워앰프와 팬텀 프리앰프 그리고 에소테릭의 P-02 트랜스포트와 D-02 DAC 등이 사용되었고 아발론 트랜센던트 외 인드라(Indra)를 병행해 청취하며 리뷰 했음을 밝힌다.

여러 아발론 모델들 중에 트랜센던트가 서 있다. 워낙 비슷한 다이아몬드형 인클로져를 가지고 있기에 그릴을 벗겨보지 않는다면 옆에 있는 인드라와 헷갈릴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발론 구형들을 경험해본 적은 있으나 신모델을 직접 리뷰해보긴 처음이다. 일단 전체적인 대역과 그 밸런스, 음의 진행 패턴 등을 알아보기 위해 오랜만에 테스트 음반을 걸었다.







Listening



파워앰프로 쓰인 크렐 302e 의 CAST 케이블 제조사이기도 한 노도스트(Nordost)의 시스템 셋업 & 튜닝 디스크가 마침 시청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마치 이걸로 테스트해보라는 듯이 마침 그 때 거기 있었고 내 눈에 들어왔다. 에소테릭 CDT 에 시디를 넣고는 여러 음원 중 드럼 플레이 패턴을 순서대로 들어본다. 15번 베이스 킥 드럼에 이어 스네어 드럼, 하이햇 등의 레코딩을 들어보면 소리가 스피커를 둘러싼 공기 중에서 울린다. 마치 실연과 유사한 공간감, 하모닉스다. 이후 펼쳐지는 총 5개의 드럼 시퀀스를 차례대로 들어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냥 그 자체로 스피커가 악기 같다는 점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드럼 시퀀스의 특성상 어택->디케이->서스테인->릴리즈로 이어지는 음의 진행 순서에서 너무 무성의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언가 손에 잡히는 재생음만의 인위적인 손자국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리를 탁하게 만드는 마스킹도 배경을 혼탁하게 만드는 하모닉스도 너무나 자연스러울 뿐이다. 위상 체크 부분에서 out of phase, in phase 등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도 이 같은 느낌은 동일하다. 아발론의 사운드, 특히 스테이징이나 사운드 진행 패턴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인지 그저 원래 소리는 이렇다는 듯 담담할 뿐이다.

그러다가 잠시 밖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러 1층으로 내려가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라이터에 불을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이었다. 건너편 백화점 앞에서 쿼텟 구성으로 보이는 재즈 밴드가 길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공기에 파장을 일으키며 바람에 실려 오는 음악을 전해 들으며 신나게 음악을 듣다 보니 담배 한 대가 모두 타버린지도 몰랐다. 온통 시멘트 건물과 길 위의 반사재 투성이지만 선연한 실연의 느낌이 꿈틀거리며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담배를 끄고는 다시 시청 룸으로 올라와 듣는 아발론의 바로 몇 분 전 바로 이건물 건너편 거리에서 들었던 실연의 느낌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사실에 혼자서 탄성을 내뱉었다.







본격적으로 음반에 레코딩된 재생음들을 면밀히 들어보기 시작했는데 키스 재릿(Keith Jarrett) 트리오의 [The out of Towners]에서 키스 재릿의 피아노는 저 먼 뒷공간으로부터 전 후 공간을 오가며 커다란 무대를 그린다. 이것은 눈 앞에 무대를 펼쳐 놓는 일반적인 스피커들과 조금은 다른 스케일과 사운드 스케이프의 모습이다. 요컨대 눈앞이 아니라 내 몸 주변을 모두 감싸는 무대. 즉 난 무대의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로 들어 간 듯 한 느낌이다. 아발론의 스테이징 형성 능력은 구형에서도 톡톡히 느꼈지만 그 당시보다 수직적인 대역 커버리지가 현격히 넓어졌고 또한 강산이 바뀌는 동안 드라이버가 많은 진보를 이루어 그 음결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역이 풀어지지 않으나 커다란 인클로져와 크로스오버에 의해 철저히 계산되어 시시각각 정밀하게 ‘제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타이트하게 조여서 쥐어짜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심히 낭낭하고 여유 있게 공간 전체의 공기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이다. 아발론은 현장의 재현에 점점 더 근접해있다.


 




앱솔루트 사운드가 매 해 발매하고 있는 샘플러 중 [TAS 2008] 로 디스크를 바꾸고 소파에 몸을 섞는다. 마시모 콰르타(Massimo Quarta)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들어보는데 과거에 들어보았던 아발론과는 또 한 차원 다른 아발론의 세계에 자꾸만 궁금증만 풍선처럼 커져간다. 대게 음장 재현 능력이 뛰어난 경우 피아노 같은 악기의 공간 지배력이 뛰어나고 위상도 칼처럼 정교하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악기의 결 표현에서는 흔히 심심한 편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틸, 레벨, 윌슨도 딱히 현악에 강점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아발론 트랜센던트의 중역은 예상 외로 농밀하며 그 음색 또한 특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한낱 레코딩을 재생하는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스피커를 중심으로 분류하자면, 판타지를 다루는 것이 다인과 프로악이라면 팩트를 다루는 부류는 윌슨, 틸, 레벨 등이다. 그러나 아발론은 팩트를 넘어 진실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팩트라고 믿는 것의 진짜 모습은 따로 있었다는 듯 아발론 트랜센던트는 단지 대역간 미묘한 밸런스 튜닝을 통해 현의 표현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재 연주자와 교감하는 듯 한 망상(?)을 갖게 만들었다. 여과되거나 윤색되지 않은 벌거벗은 음악이 내 주변을 유유히 서성인다.


 




린 힐러리(Lynn Hilary) 의 ‘Melody of Lite’에서의 보컬은 더 이상 스피커를 잊게 만든다. 모든 기기들이 환벽한 조율을 얻으면 더 이상 기기에 집착이 없어지는 순간이 아주 가끔 찾아오는데 아발론이 내겐 그렇다. 콤파스(Compas)부터 인드라(Indra), 그리고 트랜센던트(Transcendant)까지 오로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찍어낸 공산품 같은 음악이 아니라 그 과정을 거치기 전 순수한 실연의, 완전히 벌거벗은 현장의 사운드이다. 믹싱, 마스터링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친 재생음에서 실연과 유사한 감흥을 받았다는 이 역설은 그러나 진실이다. 내친 김에 옆에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던 인드라(Inra)에 동일한 컴포넌트를 매연결해 들어보았다. 거의 동일한 체구지만 아큐톤 미드레인지를 추가한 상급 모델인만큼 확실히 중역대의 존재감이 전면에 드러난다. 이러한 중역대의 차이는 전체적인 무대의 윤관 소리의 대역간 밸런스에도 약간 영향을 주며 확실히 아큐톤의 텍스쳐가 좀 더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보다 상급인 콤파스(Compas)로 올라가면 베이스 우퍼까지 아큐톤으로 교체되며 또다른 아발론의 신세계가 열리게 되는데, 아무튼 아발론 신형 라인업의 각 스피커 간의 유기적인 차등과 그 균형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점층적이며 합리적이다.







Epilogue

아발론이 테크니컬 분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시간축 일치를 기반으로 룸 어쿠스틱 환경에 걸맞는 스피커 위치 선정 그리고 룸 어쿠스틱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최상의 다이내믹스,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위상과 밸런스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결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아발론이 목표로 하는 사실적인 현장감과 황홀한 스테이징이 펼쳐진다. 대게 우리가 즐겨 듣는 스피커는 청취자 위치에서 들을 때 스피커를 중심으로 하는 무대를 펼쳐놓고 감상자는 그 무대를 멀찍이서 감상한다. 그러나 아발론은 청취자를 무대의 한 가운데, 실황 녹음의 한가운데로 청취자를 안내한다. 청취자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마치 무대 위의 연주자가 되는 기분이다. 일반적인 하이파이 스피커가 청취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음악을 들려주려 한다면, 아발론은 반대로 청취자로 하여금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오라토리엄 속으로 깊게 들어가게 만들어버린다.

때론 달콤하며 담백하고 소박하게, 때로는 바닥을 찍어 내리는 절박한 저역과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펀치력. 이것은 차라리 스피커가 아니라 악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발론 어쿠스틱 트랜센던트는 이렇듯 태초의 순수했던 현장의 음악으로 우리를 힘차게 이끈다.



 

Technical Specifications

Driver Complement:
(1) 25.4mm Concave Ceramic Neodymium Tweeter
(2) 178mm Nomex/Kevlar Composite Cone Woofers

Sensitivity: 88 dB @ rated impedance
Impedance: 4 ohms nominal
Frequency Response: 26Hz to 25KHz
Recommended Power: 50 to 500 Watts
Wiring Method: 2 Position Binding Post
Dimensions (WxDxH): 25x37x105cm
Weight: 44 Kg per loudspeaker
Standard wood finishes: curly maple,
quilted cherry and figured wal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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