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채널을 통해 부쩍 턴테이블이나 LP에 대한 정보를 과거에 비해 자주 접하게 된다. LP를 위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으며 CD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샵은 거의 없어졌지만 오히려 LP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샵을 늘어나고 있다. CD의 판매율이 저조한 것은 그만큼 CD의 수요자들이 파일 재생으로 옮겨간 것이며 CDP보다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한 음악 재생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데, 오히려 LP를 통한 감성적인 무언가를 얻기 위해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 시장내에서는 여러가지 입문용 턴테이블 제품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아마도 새로 LP를 구입했거나 혹은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LP를 재생해 보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저렴한 턴테이블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싼 턴테이블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부담없는 가격에 종종 LP음을 듣고 싶다면 어떤 턴테이블을 고려해 볼 수 있을까? 마침 ION 턴테이블이 국내에 소개가 되었는데 디자인이나 만듦새가 충실하고 초보 입문자들이 어려워하거나 복잡해 하는 기능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는데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조건때문에 여러가지 특징들이 더 돋보이는 턴테이블이다.








포노 앰프와 스피커 탑재는 물론, USB 단자를 통해 PC로 녹음까지 가능한 턴테이블

국내에는 ION에서 생산하는 아주 다양한 턴테이블 종류 중에 가장 이상적인 3가지 제품이 선보이는데, 각 모델마다 포노앰프와 USB 디지털 입력은 모두 기본으로 탑재가 되어 있다. 각 모델의 차이점이라면 MAX LP라는 모델은 턴테이블, 포노앰프, USB 디지털 입력에 더해 스피커와 헤드폰 출력 단자, 그리고 AUX 단자까지 탑재한 통합 모델인 반면, PURE LP는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 스피커와 헤드폰 출력 단자, 그리고 AUX 단자를 배제해 순수하게 LP를 재생하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ARCHIVE LP는 MAX LP에서 더스트 커버와 헤드폰 출력 단자, 그리고 AUX 단자를 제거해 원가 절감을 꾀한 모델이다.


 

▲ AUX, 아날로그 출력, USB 디지털 입력, 전면의 헤드폰 출력까지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지닌 MAX LP

ION 턴테이블의 타사 제품 대비 차별점이라면 A/C 컨버팅 즉, USB 연결을 통해 LP로 재생되는 음악을 바로 디지털 파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LP로 직접 재생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LP를 음원 형태로 변환하고 재생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모든 턴테이블이 동일하게 포노 앰프가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별도의 포노앰프나 앰프에 포노단자가 없어도 어떤 앰프든지 바로 연결해서 LP음을 들을 수 있으며, MAX LP와 ARCHIVE LP의 경우, 내장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앰프나 스피커가 없이도 LP 음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작동법도 오토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 아주 간단하다. 카트리지가 끼워져 있는 톤암을 잡고 LP가 놓여진 쪽으로 옮기기만 해도 자동으로 작동을 하며 원하는 위치에 가져다 놓은 후, 오른쪽에 있는 일종의 엘리베이션 버튼을 누르면 카트리지가 하단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오면서 음악이 재생되게 된다. 그리고 한면의 음악이 모두 재생이 되고 난 후에는 또 다시 자동으로 멈추게 되기 때문에 LP를 감상하기 위한 모든 기능이나 사용법이 초보자를 위해 아주 간편하게 제작되었다.

만듦새 역시 가격을 고려해서 아주 대단히 고급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보기 싫지 않은 무난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며 MAX LP와 Archive LP는 고급스러운 원목 느낌의 무늬목을 사용하여 가격대비 만듦새까지도 돋보이도록 신경 쓴 것 같다.








청음과 감상평

▲ 스피커는 없지만 포노앰프와 USB단자가 내장된 PURE LP

가장 기능이 많은 MAX LP를 제쳐두고 내장 스피커 보다는 순수한 턴테이블로서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스피커와 헤드폰 출력 단자, 그리고 AUX 단자를 배제해 LP를 재생하는데 보다 집중한 PURE LP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턴테이블, 그리고 포노앰프로서의 성능은 세 기종 모두 동일하다고 하니 현 리뷰의 내용이 세 가지 모델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추억의 글렌 굴드 연주의 바흐 골드 베르그 변주곡 LP를 돌려본다. 확실히 CD로 듣는 것에 비해 담백하고 담담한 느낌이 있다. 음이 CD음에 비해 아련한 느낌이 있으며 가볍지 않은 정보력을 갖고 있다. 워낙에 오래 된 LP이기도 하고 전체 시스템적인 면을 감안해서도 그렇고, 최근에 리마스터링 된 음원들에 비해서 깔끔한 맛은 부족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 가격으로 LP를 굳이 감상하고자 하는데는 깔끔한 맛에 들을려고 듣는건 아니지 않겠나? 물론 잘 세팅된 고가의 턴테이블은 비싼 CDP를 상회하는 해상력을 발휘해 주기도 하지만 입문용 CDP로써 클래식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정감이 느껴지고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가의 입문용 턴테이블이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맛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지만, 담백하면서도 어쿠스틱한 맛이나 경쾌한 리듬감, 피아노 연주음의 총총거리는 발랄함에 정겨운 리듬감이 느껴지는데 이 느낌이 그다지 싸구려틱하다기 보다는 어쿠스틱하고 정겹게 들리는 것이다. 분명 CD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그냥 무언가라고만 해 놓으면 안될테고 설명을 해줘야 될텐데, 확실히 CD음에 비해 스트레스 없는 음을 내준다. 그리고 평탄하며 음 하나하나에 좀 더 정보력이 완만하게 깃들어 있다. 완만하며 담백한 느낌인데, 완만하며 담백하다는 말을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비교적 CD음에 비해 확실히 중역대가 약간은 도톰한 느낌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LP의 상태나 녹음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음의 선명도도 썩 나쁘지 않은 편이며, 음이 도톰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답답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발랄한 음을 들려준다. 은유적인 표현을 쓰자면 CD 두께의 2배정도 되는 나무로 CD를 만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디지털적인 맛이 없으면서 담백하며 맛깔스러운 음이다.



 

추억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LP를 걸어본다. 확실히 자극적인 맛은 덜하고 시냇물 흐르는 듯한 느낌의 음을 들려준다. 드럼 소리에서도 CD로 들으면 마치 쇠덩어리를 때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지금의 드럼 소리는 확실히 뭔가 동물 가죽을 때리는 느낌의 담백한 저음을 내준다. 아무래도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아련하며 근사한 질감을 들려준다. 보컬의 목소리는 분명 CD의 음이 좀 더 선명하고 분명한 느낌은 있지만 반대로 ION 턴테이블로 듣는 음이 좀 더 넓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장점이 있다. CD음이 직선적인 느낌으로 들린다면 LP의 음은 확실히 같은 음을 보다는 윤곽을 만들어 주며 음을 선이 아닌 면으로 형성시켜주는 편이다. 아련하며 근사하며 윤택한 느낌이 절대 CD와는 다르게 계속 듣게 하는 묘미가 분명 있다.








정리
 

요즘 기준으로 무늬목으로 만들어진 포노 앰프와 스피커 내장의 턴테이블이 20만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저렴한 가격이라 할 수 있겠다. 워낙에 최근의 오디오 제품들이 비싸게만 출시를 하다보니 ION 턴테이블은 이정도 가격만으로도 꽤 많은 부분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려다가도 오히려 그 모든 부분들이 칭찬해 줄 수 있는 관대함으로 바뀌게 된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 함부로 엄청난 미사여구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가격대비 성능이 대단히 돋보이는 턴테이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턴테이블을 처음 구입하는 입문자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가 아주 잘 제공되는 턴테이블이기도 하다.

요즘 수입 턴테이블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40만원이 넘어서부터 시작이고 게다가도 거기에 포노 앰프를 따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ION 턴테이블은 그러한 상식을 2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깨고 있다. 기능도 많고 가격대비 만듦새나 디자인도 준수한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 같다.